추락하는 마시멜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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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한 글자는 쉽게 무너져요, 선생님 승자들은 신발에 노란 꽃을 달고 달려요 명심해요 미친 악마는 반드시 시간을 정해두고 당신을 찾아와요 사랑이란 이름 아래 살을 부딪치면 가난만 생겨나요 그게 유일한 유희지만요 거기 공을 높이 든 아저씨는 입을 다물어주세요 개천은 이미 썩었어요 우리의 손톱은 패자의 치아만큼 뭉툭하지만 뭐든 만져보자 숨이 턱턱 막히는 게 모두의 병은 아니야 골목 안쪽에 숨어 바들바들 떠는 병원에 들어가 봐 괜찮다고 말하는 네 입술 사이로 보이는 뱀같이 늘어진 소매

 

자 하나 둘 셋 하면 셔터가 눌리고 바위가 푸름과 입 맞춰요 우리가 낭만으로 날아다니는 바다가 갈매기의 변소에요 그 새들은 주저하지 않고 내뱉어요 그런데 우리는 공식 없던 모래 놀이를 잊고 빈틈을 어딘가에 대입하려 해요 그래서 우린 썩어가고 줄지어 거울의 방으로 가요 그런데 그 거울의 방 안에서 A는 잘 걸어가지만 B는 비틀거려요 Z는 넘어져서 아래로 곤두박질쳐요 Z는 일어나려고 하죠 근데 수많은 A와 B들은 Z를 비웃어요 Z에게 손가락질해요 Z 뒤에서 수군거려요 Z에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요 자신들 앞에 낭떠러지가 있는 줄도 모르고

 

우리가 동경하는 푸른 것들은 달빛 속에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달이 무엇인지 몰라요 모든 것들이나 거절들을 거절해도 소용없어요 우리는 이미 창조주에게 거절당해서 여기 온 거야 이 바보야 안 그랬다면 우릴 이렇게 놔두시겠어 이리저리 흩어지는 인생의 그래프가 뭐가 중요하냐는 당신의 말을 믿었어요 그 속에 짙은 선이 있는 줄 모르고 나는 자꾸 넘으려 했죠 선생님 그 시절의 우리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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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강에서 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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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피부 위 진득이 눌어붙은 흰색 알코올 딱지
원인은 그저 유전이거나 불명이었고,
엄마는 죽음만이 답이라고 했다
그가 모는 자동차의 기름도 알코올
차는 벌거벗은 투견처럼 달리고
지금까지 삶을 연명해 온 건
우리 가족이 꽉 쥔 낡은 십자가 덕이 아니었을까
나는 생각했다

그 사이 내 피부는 어디론가 숨기 시작했는데
나는 우울이란 질문의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딱 하나 알고 있었던 것은
길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
나는 그 위 물구나무를 선 채 있다는 것
그런데 겁쟁이인 나에게는
실수로 누군가 깬 거울 조각 같은 게 필요했다

아빠에게 보이지 않은 병을 물려받은 나에겐
왼쪽 눈 아래 희미한 눈물점이 있다
나는 길 위에서 아빠와의 공통점을 찾을수록 좌절하곤 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달콤했다면 어땠을까
탄생이 불행으로 이어질지 누가 알았을까
어쩌면 좋아 조금만 고개를 숙여도 깊은 물속이야 엄마

누군가에겐 힘이 될 푸른 물에서
익숙한 아빠의 술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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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비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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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발목까지 와야 사랑이 끝난다 나는 거울을 보며 또 거짓말을 하고 턱까지 머리카락을 잘랐다 이대로라면 영원히 당신을 기억할 수 있다 나와 당신은 불행과 연필과 종이가 없으면 만날 수 없다 우리는 기한이 정해져 있다 뜻 없던 명찰은 이미 허공에서 찢겼다 나는 당신 앞에서 항상 잿빛이어야 한다 당신은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는 척 그저 성인이면서 어른인 척 사실 내 눈에는 우리 둘다 십자가 아래 있어도 틀렸거든 당신 심장은 왼쪽으로 뛰고 내 심장은 오른쪽으로 뛴다 그리고 내 사랑 손가락이 닿으면 금방 타버릴 빨강인지 바늘이 달린 투명인지 나도 몰라 어쨌든 이 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단 하나

다정함을 먹고 불어난 마음이 온몸에 들어찼다 희미한 입김이라도 필요했던 맨몸의 심지에는 붉은 옷이 필요했던 하지만 이 모든 세계는 맞물리지 않았고 그 틈을 채운 나를 좀먹던 재채기들 그만큼 딱 사랑이 필요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한걸음도 떼지 못한 내 사랑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만 돌아보면 있을 아픔들 그래도 덕분에 눈을 감지 않고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성경책 위에 두 손안에 해바라기 위에 뒤틀린 안경 안에 먹구름 위에 추락하는 별 하나 탕, 탕, 탕, 탕 그대 이름은 나를 향한 총성 소리로 들리고요 그대를 떠올리려 하면 나는 한없이 가라앉고요 덕분에 영원히 그대를 원하겠네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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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는 검은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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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직전 꽃잎이 들은 총을 놓지 않았다 당신은 낮은 사다리에서 떨어져도 끝이고 보닛 위에 선다 해도 움직일 수 없다 빽빽하지만 회색인 편지는 누구에게도 전해질 수 없다 당신은 반짓구멍에 초록색 머리를 집어넣을 수도 없다 초록색들은 죄다 자유로운데 당신은 아니다 철새는 당신과 눈을 마주칠 수 없다


시끄럽게 우는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목숨을 자동차 창문 밖으로 내놓은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천장이 다 무너진 집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침묵도 말도 긍정이 아니다 하느님 하나님 그 외 이름 모를 창조주님 마음대로 만드셨으면 책임을 지셔야죠 게다가 남들에 비해 결함까지 있잖아요


당신이 첫 장만 본 무지개색 시집들이 방바닥을 채운다 당신은 화면 속 입을 다물고 희망을 외치는 모습에 넘어갈 만하다 손톱 옆 살을 먹고 자라나는 새싹은 대부분 초록색은 아니지만 무채색이다 공사장 안에서 달려봤자 눈 뜨면 출발점이고 먼지만 날린다 심장이 뛰어야 다리도 뛰는데 숨을 이어갈 숨이 딸려서 숨을 끊는다 한 평생 편히 눈 감아 본 적 없는 당신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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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게를 버렸어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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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견처럼 달리는 그의 차를 누가 막을 수 있나
그의 알코올이 기름 되어 차가 움직인다


그의 냄새 덕분에 그의 가족들은 뒤로 걸어갔다
그들의 인생이 검게 물들어갔고
십자가는 낡아빠져 부서지기 직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탄생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는 장남이었고 새싹부터 흔들렸었다
그와 그의 자식에게는 눈물점이 있다
그것을 어쩔 수 없이 차치할 수 밖에 없는것 또한 불행이었다


만개하는 벚꽃 아래 아픔이 부서진다
불꽃이 튀기고 차는 보기 흉하게 단단히 쪼그라든다


가족의 사고가
가족의 죽음이
앞이 보이지 않는 탈출구가 된다

절뚝거리는 몸과 마음으로 그들이
탈출구에서 온전히 걸어 나갈 수 있을지
그것이 또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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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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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일생 내내 다리를 떨고
손톱을 뜯었지

네가 내뱉는 숨들이 너를 뒤덮을까 두려웠고
우울한 글자들을 적었으며
눈으로 보는 문장들을 소화하지 못해
목구멍에서 웅웅 거리게 만들고

그렇지 내 말 맞지

또 다른 너는 아직도 피아노를 치고 있구나
듣기에 좋은 네 선율은
표정이 없어 말이 없어 초점이 없어

나랑 같이 바다로 갈래
딱히 이유는 없어
근데 왜 그런 눈으로 봐
그냥이라는 것은 있으면 안 돼?

사실 너도 가고 싶었잖아
그랬으면서 말하지 않은 거잖아
너는 도망치고 싶었잖아
사회가 싫고 학교가 싫고 집이 싫고
어떻게 해야 할지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그냥 우리가 작은 호주머니 속으로
영원히 들어가면 되는 거잖아 그 누구도 보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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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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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이 마주한 순간 기구한 운명의 시작이었고
태양까지 얼려버릴 만큼 아주 차가운 우울이
단 하나의 예고도 없이 나를 잠식 해 버렸구나

그 곳에서 나오려고 발버둥 쳐봤지만
온도는 지극히 그대로였다

울고 웃으며 한 평생 애썼지만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36.5는
내게 왜 그렇게 어려운 온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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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행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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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받으며 자랄 나이에, 사랑을 주며 자랐고
이른 나이에 많은 것을 깨우쳤다.
집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고 얼굴의 눈물자국은 매일 선명했다.
죽어가는 삶을 온 몸으로 느끼며 살아왔다.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순간도 몇 있었다.
하지만 금세 다시 불행이 찾아오기 일쑤였다.

 

흘러내리는 안경을 고쳐 쓰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가는 길이 아득히도 멀었다. 차가운 길을 걷고 또 걸었다.
발에 채이는 돌멩이 따위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저 멀리서 행복은 나를 비웃는 듯 했다.
그리고 말했다.
넌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고, 영원히 그렇게 살다 죽을 운명이라고.
인간은 모두 각자의 운명이 정해져있고 나 또한 그러기에,
본래 기구한 운명으로 태어났기에.
그 길에서 계속 버티는 것 대신 죽음을 택했다.
샤프를 내려놓고 그저 눈을 감았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행복은
눈을 감고 나니 아주 지극히도 선명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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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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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아득히도 멀었다.
계속 걷고 또 걸었다.
저 멀리서 행복은 나를 비웃는 듯 했다.
그리고 말했다.

넌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고,
영원히 그렇게 살다 죽을 운명이라고.

나는 그 길에서 계속 버티는 것 대신 죽음을 택했다.
하던 것을 덮고 그저 눈을 감았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행복은
눈을 감고 나니 내 손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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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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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에서 꽃잎이 떨어진다.
꽃잎이 점점 나에게로 다가온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꽃잎은 나풀거린다.
손을 뻗어 꽃잎을 만지려고 애썼다.
손바닥에 꽃잎이 살며시 내려앉는다.
나는 그걸 소중히 두 손에 쥐었다.
가만히 내려다보니 꽃잎은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붉은색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하고 오묘한 색이었다.
꽃잎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다.
나는 꽃잎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눈에서 눈물이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
.
.
.
.


눈물이 손바닥에 고이기 시작한다.
나는 멈추지 못하고 눈물을 계속 흘린다.
내가 흘린 눈물에 꽃잎이 젖어간다.
그대로 계속 젖어간다.


내가 흘린 눈물에 꽃잎이 젖어간다.
그대로 계속 젖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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