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세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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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세는 일

누군가는 오키나와의 별을 세며 삽니다

지난밤의 별이라고 욕할 수 없어요

내일의 별을 세는 것도 무모한  짓인건 분명하니까요.

우리는 항상 자신에게 묻죠

왜 행복한거니?

 

나는 오키나와 의 별을 세며 삽니다

삼년 전의 별을 세며

그날 밤 홀로 걷던 온천

나를 감싸 안던 수증기 따위를 생각합니다

내 눈을 바라보며 괜찮다고 말해준

물건들을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오키나와의 별을 세며 생각합니다

별들을 보며 열등감을 느끼고

자신의 눈 안에 있는 별을 보지 못하고

일찍 잠들어버립니다

우리는 항상 자신에게 묻죠

왜 행복한 거니?

 

우리는 내일의 별이 뜰  것을 압니다

별이 종말을 선언하기 전까지는

하늘을 올려다 보지 않을 우리

호흡기가 비성숙한 나는

오늘도 딸국질을 하고

우리는 항상 자신에게 묻죠

왜 행복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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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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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무서운 일이야.

온 세상은 하얀색.

검은색이 물들이기 좋은 색이야.

세상과 포옹하는 내가 느껴져요.

저 멀리서 울며 나를 찾는 검은 군단이 보여.

서운하지 않아요, 나는.

하나의 티끌.

빠져나갈 뿐이야.

하나의 신기루 같아.

드디어 이 세계에 내가 담겨요.

어제와 오늘과 매일 반복될 밤이 지나가요.

내가 사라질 땐 울지 마세요.

내가 사라지고 나서도 밤은 반복돼요.

폭죽을 터뜨려주세요.

산다는 건 재밌는 일이야.

나는 작은 도자기에 담겨 사라져요.

까마득한 불길은 나를 삼키고

나는 한 줌의 재가 돼요.

축제는 이제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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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여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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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워진 항구의 발판을 딛었다. 기분 좋은 기름 냄새가 코로 느껴졌다. 남자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시모노세키라고 적힌 항구의 이름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다. 창가쪽에 즐비한 av여배우들의 사진이 빼곡한 잡지를 집어들었다. 유미상의 1박2일. 남자는 가슴을 과시하려 끌어당긴 채 다리로 수풀을 가리는 여자를 보았다.편의점의 직원은 “신작이에요.”라고 말했고 남자는 “압니다.”라며 잡지를 내려놓고 편의점을 나갔다.

 

남자는 작년 말 겨울에 이곳을 들렀었다. 그는 사진 한장을 들고서 자신의 친 형이 사는 시모노세키로 갔다. 일본말은 서투르지만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곳곳에 한국어로 쓰여진 안내말덕이였다. 그의 형은 갑자기 찾아온 동생을 반겨주었다.“왠일이냐.” 형의 물음에 제대로 답변하기가 어려운듯 동생은 고개를 돌렸다. 형은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한국에서는 일차리를 찾지 못하는 백수들이 넘쳐나는 현황이였고 그의 동생도 그랬으니까.바람쐴겸 건너온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한 계절이 바뀔때마다 찾아오는 것이었다.동생은 3번째의 방문에서야 입을 열었다.“사실 찾는 여자가 있어.” 그는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동생에게 놀란 눈을 지었다. 성욕이 넘쳐나는 청소년기에도 av 하나 보지 않은 동생이었다.“누구? 일본 여자야?”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은 사진을 꺼내보였다. 순간, 조그만 방이 땅으로 꺼져버리는 듯한 어지러움을 느낀 그의 형은 동생에게 물었다. “이 여자 어떻게 알게 된거냐?” 동생은 “동영상에서.”라고 대답했다. 동생이 휴대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보여주자 형은 표정을 구겼다. 그의 동생이 보여준건 한 편의 av였다. 한 대학생 여자가 선배들에게 순결을 뺏긴 영상이었다. 형은 동생의 표정을 살폈다. 동생은 살의가 넘치도록 눈을 치켜뜨고 영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동생은 여자의 이름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영상을 돌려보니 이름을 부르는 씬이 나오더라면서. 여자의이름은 유미라고 했다. 그의형은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의 동생은 로봇조립동영상을 보다가 성추행당한 여자의 영상을 보게되었고 지금은 좋아하게되었다고 말했다. 그의 형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찾을수 있겠어?” 라고 말했고 동생은 기다린듯이 “응,그 영상에서 분명 여기에 있는 대학교 이름을 말했어.”라고 대답했다.형은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4번째 찾아온 동생은 여자의 나이와 이름, 여자를 괴롭힌 남자의 이름,영상을 찍은 장소를 알아왔다.하지만 그게 다였다. 동생은 영상을 100번도 더 돌려봤지만 더이상 알 수 있는게 없다며 투덜거렸다. 형은 동생에게 “일본에서는 그런 컨셉으로 av가 많이 나와. 네가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라며 동생을 흘겨보았다. 이에 동생은 “아니야. 유미상이 울먹이는 표정 형은 못봤어? 어떻게 그런말을 해.”라며 형을 잡아 먹을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형은 더이상 동생이 자신에 집에 찾아오는 것을 개의치않았다.벛꽃이 만개하다 져버리고 찔 것 같은 더위가 지나가고 다시한번 동생이 처음왔던 겨울이 되돌아 와도 동생은 시모노세키에 오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동생은 이제 알바로 모아놓은 돈도 바닥이 났다고 말했다. 형은 동생이 오기전 검색으로 알아본 여자를 적어둔 쪽지를 뒤로 숨겼다. (타츠미 유미/ 스타 av배우/현재 은퇴/ 시모노세키 거주)그는 동생을 반기며 바뀐 헤어스타일을 보고 감탄했다. “이 샤기컷 지금 유행하는건데 네가 나보다 일본인 같아.” 그의 동생은 웃으며 “유미상이 좋아했음해서.”라고 말했다. 형은 냉동실을 들여다보고 먹을 것이 없다며 동생과함께 편의점에 들렀다. 형이 삼각김밥과 라멘 몇가지를 들고 계산대에서자 동생은 창가를 주변으로 립밤코너에 서성였다. 그 옆에는 av배우들이 찍은 성인잡지가 가득했는데 어느 남성이 하나를 집어들어 보고는 놓을줄을 몰랐다. 동생은 ‘들어올때부터 보더만 쯧.’하고 혀를 찼다. 그는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심장이 멎은 듯한 충격에 뒷목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는 귓가까지 울리는 심장의 박동을 느끼며 남성이 들고 있는 잡지의 제목을 쳐다보았다. 창가에 서린 김처럼 차갑게 식어버린 자신을 느끼며 잡지를 쳐다보았다. 어느 남자의 품에 안겨 볼을 붉히는 여자까지도. 그는 제목을 소리내 읽었다.

“타츠미 유미의 펜션 정복기.”

옆에 있던 직원은 동생에게 말했다.

“그거 신작이에요.”

 

ㅡ안녕하세요. 은바다라는 고등학생입니다.많이 부족해도 이해해주시고 좋은 조언 부틱드려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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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종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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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종이 울리면
모두들 자리에 앉는다.

 

지나가는 시침 바늘이 애처롭고
걸어오는 선생님의 발자국에 맞춰
가슴이 두근거린다.

 

종이 울리는건 내겐 설렘이다.
멈춰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 순간의 떨림.

 

너는 내게 종일까.
너의 목소리가 내게 들리면
나를 울리니까.

 

너의 부름이면
주위의 소리는 잠식해버리고
너의 발자국에 맞춰
존재를 과시하는 나의 심장.

 

너를 보고 서면 그제야
나는 너의 종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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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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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난 아침이
금의 기운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흑의 기운이였다

지나가는 버스를 일부러 놓치고
백구와 함께 시장길을 걸었다
시장바닥에서 눈을 번뜩이는
게가 너, 늦었어!하고 호통치는
담임선생님만 같았지만

칼날 같은 바람에 에워싸여
잠시 길을 잃었다고 변명했다
골목길을 돌아서며
느끼려 하지 않았던 풍경에
서러웠다

지각을 핑계 삼아 서러움에
젖어 볼 모양이였다
완벽한 지각을 위해서
바닥 위의 넘실거리는 은행잎이
발자국을 찍고 간 통에
길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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