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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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
붉은 눈동자
너의 하루

 

뜨거움이 마치 무자비하게 폭력이라도 휘두르듯 여름 한 가운데 서있는 내 심장은 점점 타들어간다

그렇지만, 매마른 땅 한 가운데 있는 내 심장은 더위에게 고맙다며 미안하다며 고여있는 피가 증발 할 때 까지 속죄하고 감사해한다

 

밤이 되고 뜨거운 대지에 물이 차오르자
내 심장은 조용히 저 바다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는다
심장은 내일 다시 잊을 수 없는 고통을 겪겠지만
불평 한 마디 없이 아무도 없는 심해로 여행을 떠난다

 

내 심장이 완전히 가라앉아 해초 더미 안에서 시원함을 느끼며 잠을 잘 때에 나는 심장의 꿈속에서
밤바다를 항해하는 커다란 배의 선원이 된다

 

하얀 선원복
시원한 바다
나의 의미

 

나의 항해가 끝나면 내 심장은 다시 매마른 대지 위에서 눈을 뜬다
죽어도 죽을리 없는 내 심장은 또 다시 태양의 밑에서 꿈속의 항해사에게 감사와 속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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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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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무감각해진다
나는

 

귀를 막으면 무감각해진다
나는

 

코를 막으면 무감각해진다
나는

 

맛보지 않으면 무감각해진다
나는

 

내가 너의 손을잡으면 무감각해진다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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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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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정연히 쌓여 있는 정육면체들의 탑에
너라는 이물질이 쿵! 하고 부딛혀
내 마음속 우주에 어렵게 세워놓은 규칙들이
마치 무중력처럼 질서를 잃고 떠다닌다

 

그 순간, 고요하던 내 마음속 우주에
부딛힌 육면체를 중심으로
너라는 존재가 파장을 일으킨다

 

나는 저 멀리 우주 한편에 세워져 있는
우주 정거장에서 가만히 앉아
너라는 존재의 충돌을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들에 서서히 몸을 맡긴다

 

언젠쯤 너의 파장이 나를 무중력으로 만들지
나는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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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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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밝고 작은 별

너의 반짝임에 나는 중력처럼 너에게 이끌려

너만을 관측하는 인공위성이 되었다

 

가끔씩 나에게 비춰주는 너의 미소에

나의 마음은 사랑이라는 자외선으로 물들어간다

 

너의 몸짓 하나 하나를 기억해 두고 싶어

너의 빛이 오늘 하루도 밝았으면 좋겠어

내일, 나의 관측사진에 네가 있었으면 해

 

너만을 관측하지만 너에게 다가갈 용기가 없는

나는 오늘도 너라는 별 주위를 맴도는 인공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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