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문장 : WRITING (feat.글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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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숫자 하나씩을 사용해서 쓰는 구절들. 글틴 분들도 같이 해 보면 어떨까 하고 가져왔어요! 성인이 되신 글틴 졸업생 분들도, 막 활동하고 계신 글틴 분들도 즐겁게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백 분은 넘지 않겠지만 스무 분이라도 참여해 주시지 않을까 기대해요. 댓글로 참여의사를 먼저 달아주시고 4월 20일까지 각자 쓴 문장을 대댓글로 달아주세요! 개인에게 할당되는 숫자는 자신이 댓글을 단 순번입니다. 수시로 업데이트할게요!

 

예시작

http://naver.me/xy0KH8Fc

 

 

순번

1 백색소음

2 윤별

3 속도

4 소낙

5 노랑

6 냥큼냥큼

7 비행선

8 민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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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표를 모르는 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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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들어주세요.

악보와 함께 시를 읽어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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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국가 헌법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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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글틴은 만우절 농간으로 건립된 고전시가의 명맥을 잇는 인소의 고결한 정신과 획일화된 문학의 경직에 항거한 마쭘뻡파개왕의 자유의지를 계승하고, 인수타의 찌통적, 희망적 감성과 라노벨의 세계제패 사명에 입각하여 사유·발상과 이색적인 표현으로써 글티너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족쇄와 차별을 타파하여, 자율과 이성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성찰 및 발전을 더욱 확고히 하여 시·소설·수필·감상비평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멘토님들의 기분을 즐거이 하고, 관리자님의 감성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흑화와 항마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균등한 배설을 위한 온몸 소화기관의 지대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과도기적인 해드뱅뱅과 이산화탄소배출량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같은 작품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2018년 4월 1일에 촉발되고 24시간에 걸쳐 시행된 만우절 농간을 이제 야매 글틴집단의 의결을 거쳐 글틴러 갬성에 의하여 위키위키휘키휘키비비디바비디부 호 한다.

 

발의자 윤별 트수 속도 노랑 김줄 별환 서윤호 청울 효흔 멜랑콜리다성 백색소음

 

 

+ 관리자님들 멘토님들 늘 사랑하고 애정합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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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ㄱㅏ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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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ㄱㅏ끔…

소리를 친ㄷㅏ…

시를 사랑ㅎㅐㅅㅓ…

술을 마ㅅㅣㅁㅕ… 마감할 수 있ㄷㅏ는건….

좋은ㄱㅓㅇㅑ….

ㅁㅓ… 꼭 슬ㅍㅓㅇㅑ만 우는 건 ㅇㅏ니잖ㅇㅏ…^^

난…눈물ㅇㅣ…. 좋 다….

ㅇㅏ니…

ㅁㅓ리가ㅇㅏ닌….

맘으로…..우는 ㄴㅐㄱㅏ좋ㄷ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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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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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요 사람들아 거기엔 천국 따위가 없어요

 

부스러진 눈꺼풀을 비비지 말아요 말라붙을 용기는 충분한 (  a   ), 여력들과 서로를 열망하던 촛불은 이미 꺼졌잖아요 이 겁쟁이들아 역시 좀 멈춰 봐요 아이가 널 명명할수록 남는 버거운 흔적들 이름이 텅텅 비어 주저앉을 수밖에 없으리라던 소원들

 

난데없이, 기어가던 발자국마다 모래가 떠올라요 우리는 언젠가부터 헨젤과 그레텔 색깔은 색깔로서 다만 여기 남았고, 남되 졸아드는 파랑처럼, 섞이지도 않은 우리가 잘하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가정만 못해요 가령 집에 돌아가면 야옹 하는 모닥불도 축축할 거야 눈을 감아도 보여요 쓰고 있는 길이 얼마나 물컹한지

 

만져요, 뒤돌아요, 칠판을 지워요 분필 가루가 떨어질 수 있게 먹습니까 믿습니까 아니면 치웁니까 우리가 난잡하게 일어서서 여태 서로를 펼쳐내는 여름 동안 통증을 얼마나 비축해 두었나요 더는 머무르지 않겠다고 화병에 팔을 잘라 꽂았나요

 

우리가 방주를 얻어 탈 방법조차 없지요 (  b  ), 흰 화재가 과자집 꼭대기에서 나른하게 녹는 돌고래 튜브, 내리지 않는 폭우와 쓰러지지 않는 전구, 돌아갈 수 있나요 그리하여 눈사람처럼 희고 차게 지배당하리라고 사람들아 척추의 등고선처럼 멈춰요 연달아 부축처럼 구원받을 수 없는

 

 

* a와 b가 공통적으로 느꼈을 알맞은 감정을 고르세요.

1) 나는 너를 왜 사랑하느냐

2) 내가 너를 왜 사랑하느냐

3) 왜 내가 너를 사랑하느냐

4) 나의 사랑은 왜 너일 수밖에 없는가 (하필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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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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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백일장에 요즘 사이코 있대.

사이코?

어. 이과인데다가 문창과도 안 갈 거 같은 앤데, 자꾸 나가서 상 뺏어 온다더라. 미치겠어. 문학특기자 점수로 다 들어가는 건데 솔직히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 누구는 절박해 죽겠는데 참.

 

 

Y는 토요일마다 어딘가로 떠났다. 어느 주말에는 기숙사에서 통 보이지 않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가지런히 개어 두어야 마땅할 이불은 늘 구겨져 있었고, 낡은 문제집이나 연습장 따위가 침대 위에 어지럽게 놓여 있기도 했다.

Y는 숨을 몰아쉬었다. 계단과 내리막길을 위태롭게 뛰어내려온 Y는 기다리고 있는 택시의 문을 익숙하게 열었다. 안녕하세요. Y는 늘 택시에 오를 때마다 조급하게 구는 습관이 있다. 기사님, 최대한 빨리 가 주세요. 고속버스터미널이요.

평소였다면 삼십 분 하고도 조금 더 기다려야겠지만 한산한 새벽에는 십오 분도 걸리지 않는다. Y는 익숙하게 택시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바깥을 응시했다. 매주 보는 길의 순서를 외우지는 못했지만, 교차로는 차례로 읊을 수 있다. 사거리, 로데오, 다시 사거리, 그리고 삼거리. 제대로 빗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부스스한 반곱슬 머리카락은 곧 다른 창문으로 옮아갔다.

 

고속버스 좌석에 간신히 앉은 Y는 남청색 백팩을 뒤적였다. 그럴 때마다 Y는 톱톱하고 붕 뜬, 자신이 썼던 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된다. 눈썹이 묘하게 치켜올라간 Y의 손에 보라색 시집이 딸려 나왔다. 나오기 직전 서둘러 고르는 시집의 표지는 명도가 높고 채도가 낮은 색상이 대부분이었다. Y는 자신이 무채색이기 때문에 너무 쨍한 색깔은 자신을 부술 테고, 그렇대서 색깔이 없다면 우울이 얼룩처럼 짙어질 거라는 독백을 징크스처럼 상기했다. Y는 책의 앞부분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몇 장을 넘겼다. 핏기 없는 입술이 우물우물 움직였다.

버스가 출발한 후로 Y가 책을 다시 펼치는 일은 없었다. 다만 그것이 마치 부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오른손으로 쥐다가, 왼손으로 옮기다가, 이따금 품에 껴안기도 하면서 잠을 청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Y의 입속에서는 금세 까 넣은 초콜릿 하나가 달콤하게 녹아갔다.

 

 

원고지를 받아들었다. Y는 강당의 불편한 의자에 앉은 채 학교와 이름을 차례로 원고지 오른쪽에 기재했다. 아무리 고속버스에서 잤다고 해도 잠의 질이 아주 뛰어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분주하게 짐을 챙기고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시간을 매번 확인했기 때문에 Y는 눈을 연신 비빌 수밖에 없었다. 눈을 꾹 눌렀다가 떴다. Y의 시야가 서서히 트이자 세미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대었다. 그럼 시제를 발표하겠습니다. 시 부문 시제는…….

Y는 화면에 크게 띄워진 시제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바쁜 발자국 소리들이 강당을 꽉 메웠다. Y는 그제야 원고지와 펜을 꽉 쥔 채 강당에서 벗어나는 무리에 합류했다. 대부분의 백일장에서 그러했듯 서정을 종용하는 시제였다. Y는 손톱이 손바닥에 자국을 남길 만큼 세게 손을 쥐었다.

도서관 열람실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부정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진행요원들이 수시로 돌아다녔고, 그들이 걸어 타일이 울리는 소리와 종이 넘기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조용했다. Y는 서정, 이라고 두 글자를 썼다. 이미 입은 바짝 말라 있었다,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떴다. 느리게 진척되는 발상들을 이끌다가 멈췄다. 서정. 입 안 양 뺨에 시큼한 맛이 갑자기 돌았다. 이건 내 글이 아니다. Y는 혀를 깨물었다. 입이 앙다물어졌다. 원고지 사용법조차 모를 정도로 어리숙했던 첫 백일장의 기억이 잠깐 스쳐지나갔다.

 

 

A 백일장은 극서정 좋아해, 리얼리즘이랑. 학생답고 적당히 잔잔한 거. 길어도 떨어뜨린데. 불교 윤회사상 참고해서 쓰면 상 탄다던데. 왜, A에서 주최하는 거면 말 다 했지.

백일장 전날에 온 메시지였다. 유명했고, 유명한 만큼 소문도 구름처럼 생겨났다. 진위여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그렇대서 그것을 아주 무시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전 수상자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팁들이 있었고, 학원이나 과외에서 이 백일장에서는 어떻게 쓰라고 조언했더라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Y는 밝기를 최대로 낮춘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한참을 키패드만 누르다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뒤집었다. 휴대폰 옆면은 여전히 깜빡거리고 있었다.

 

근데 거기 심사위원 취향 안 맞추면 떨어져요?

거기가 유난히 좀 심해.

왜요?

몰라. 까라면 까야지. 걔네가 상 주는 거니까.

아.

너 보통 산문시 쓰지 않아? 그럼 안 줄걸. 너처럼 환상 끌어와서 쓰는 애들 싫어해. 사유는 없고 겉멋만 든 것 같다면서.

왜요?

내가 심사위원들 마음을 어떻게 알아. 야, 어쩔 수 없잖아.

 

 

다들 아는데, 대학 가려면. A 백일장 시험실에 앉아서도, Y는 도무지 그 이야기를 지울 수가 없었다. 어느새 칠판에는 다섯 개의 시제가 가지런하게 적혔다. 물방울, 눈부시다, 흔들리다, 환승, 편지. 모두 무난한 대상들이었으나, Y에게는 전부 다르게 다가왔다. 극서정. 학생다움. 잔잔함. 불교. 운문시. Y는 스톱워치를 흘긋 바라보았다. 초를 나타내는 디지털 숫자는 멈추지도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머리가 아파오자 Y는 스톱워치를 뒤집었다. 그리고 세 시간을 꽉 채워, 결국 A가 원하던 시를 정성스럽게 제출했다.

죄책감과 유사한 감정을 느끼게 된 건 시상식 이후부터였다. 첫 백일장에서 기대도 하지 않았던 이름이 불리고, 단상 위에 올라가 떨떠름하게 상을 받고, 악수를 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그러나 Y는 생각보다 기쁘지 않았다. 자꾸만 추 따위의 무게가 자신을 짓누르고 있어서 위험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역 화장실에서 점심부터 저녁까지 먹은 모든 것들을 토했다.

밀고나가자. 그게 어디에서든. 타인 이전에 자신에게 떳떳하지 않은 시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Y가 흔들리지 않기로 결심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연연하지 않기로 했잖아, 상에. 그렇게 다짐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조급해져서. Y가 상에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랬다면 편도 세 시간과 그에 상응하는 교통비를 감수하면서까지 백일장에 나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과 타협한 상장을 받는 건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싫었다. 또다시 역겨움을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정말로 시를 놓게 될지도 모른다.

Y는 양옆을 두리번거렸다. 동그란 안경을 쓴 진행요원과 눈이 마주치자 Y는 손을 들고 자신의 원고지를 가리켰다. 원고지 좀 바꿔 주세요. Y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게 입을 뻥긋거렸다. 수정테이프로 지우기엔 너무 많아서요. 진행요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금세 돌아와 Y에게 새 원고지를 건네주었다. Y는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주위는 여전히 조용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Y의 머리카락이 시를 방해하기라도 하듯 종이 위로 흘러내렸다.

 

 

Y는 정식으로 글을 배웠던 적이 없었다. 다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합평을 받고 그걸 발판삼아 자신의 글을 수정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만나는 합평회에서는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지망생들의 글을 읽은 후 합평했고, 받은 합평을 꼼꼼히 읽은 후 시를 퇴고했다.

가끔은 과외를 받는 친구들과 말할 기회가 있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Y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해 여러 매체를 접하고, 매일매일 추천받은 책을 읽고,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세련되게 다듬는 기교를 연습했다. 길잡이가 있었다. Y는 그럴 때마다 양쪽 귀에서 자신에게 속삭이는 어떤 목소리들이 한층 더 힘을 얻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너는 문창과도 안 갈 거잖아. 어차피 아무리 공부해 봤자 일대일로 방향 제시받으면서 성장하는 애들하고는 못 비교해. 그냥 포기해라. 아니, 스스로 하는 공부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야지. 네가 더 많이 읽고 쓰면 시간이 더 걸릴지언정 절대 뒤떨어지지는 않을 거야. 취미로 생각하고 덤빈 거 아니잖아.

 

자신이 사이코라고 불린다는 소문을 전해 듣고 Y가 가장 처음 한 일은 자신이 지금껏 해 왔던 공부들을 글로 열거하는 것이었다. 시집을 읽고 문장을 직조하고 이미지 묘사를 하고 시를 쓰고 퇴고를 하고 서사를 만들거나 꼬거나 비틀었던, 또 시를 분석하고 합평을 하고 나름대로의 시론과 나름대로의 세계를 만들고 그걸 끊임없이 부수기 위해 맨손이 발갛게 부어오르고 손목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두드리던 순간들을 차례차례 종이 위에 옮겨 보는 것이었다.

Y는 글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재능이 글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어렸고 그만큼 순수했던 시절도 있었다. 좌절도 여러 번이었고 이유도 제각각이었다. 재능이 없어. 감각이 없어.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없을 거야. 서사가 늘 같아서 뻔하고 지루해. 네 이야기를 시에 녹여 낼 수도 없잖아. 문장이 늘 끊기잖아. 늘 알레고리는 똑같잖아. 분위기도 매번 거기서 거기고, 세계에선 벗어나지도 못하고. 저 사람들처럼 네가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나 더럭 겁이 나 도망치면 글은 Y를 붙잡았다. 반대로 글이 도망치면 Y는 글을 쫓아갔다. 어디에 숨든 찾아내고 말 거라고. 이 정도의 이유로 글을 그만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Y는 늘 퇴고를 앞두고 있는, 불가연성 쓰레기 같은 자신의 너덜너덜한 초고를 쳐다보곤 말을 건넸다. 네가 나한테서 벗어나고 싶었으면, 애당초 내 삶에 이렇게나 들어오지 말았어야지. 그건 글도 마찬가지였다. 네가 나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아? Y를 따로 불러 이야기했던 국어 선생님의 말이 Y에게 겹쳐 들려왔다. 네가 어떤 직업을 갖든 어쨌든 마지막에 글은 쓰게 될 거야. 어떡하냐. 무서운 저주에 걸렸다, 너는.

 

재능이 없으면 그걸 압도할 만큼의 연습량으로 승부하면 되지.

Y는 재능의 부재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열등감은 썩 괜찮은 연료였다. 슬퍼할 시간에 한 편의 시를 더 읽고 한 명의 시인을 더 만났다. 노트북에 저장된 한글 파일이 자꾸만 늘어났다. 발상, 혹은 문장직조라는 부제가 마지막 장에 작게 적힌 손바닥만한 공책들이 쌓였다. 자는 시간을 줄였다. 소등을 한 후에도 여우처럼 몸을 웅크린 채 이불 밑에서 휴대폰 메모장에 활자를 이었다. Y는 더 이상 쓸데없는 절망에 시선을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Y의 손이 멈추었다. 시를 한창 옮겨 적는 와중이었다. 실재와 환상의 중간에서 위태롭게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표현들이 연습용 원고지 위에 빼곡하게 쓰여 있었다. 누군가는 Y의 시가 딱 Y답다고 했다. Y만이 운용할 수 있는 독특한 사유들. 별달리 특별하지도 않지만 이상하게 Y가 생각나는 어휘들. 백일장에서 화학식으로 발상하는 애는 너밖에 없을 거야.

그건 단지 환상 위에 환상으로 하여금 각자의 논리를 갖게 하고, 그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고 오차까지도 기록하는 일. 환상을 지어 둔 환상이 더 무너지지 않도록 보수하는 일. 마치 세상에 외따로 떨어진 섬의 무한한 이야기를 한계가 있는 언어로 간신히 옮겨내는 일.

 

 

Y는 마음에 꼭 들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부끄럽지는 않을 시를 써 두었다. 발상부터 기존의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있었고, 표현들은 적당히 가벼웠으며 관념은 환상으로 치환되었고, 환상은 또다시 비틀린 채 각자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Y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샤프를 짤깍였다. 더 이상 손이 나가지 않았다. 각질이 일어난 입술을 이로 뜯었다. 비릿한 쇠 맛이 났다. 소매로 입술을 훔쳤다. 소매에 선명한 얼룩이 남았다. Y는 눈을 찌푸리고 아랫입술을 혀로 감쌌다. 따가웠다.

너는 이기적이야. 몇 달 전의 대화는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Y는 자꾸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목소리가 환청인지 아니면 이명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식은땀이 그늘진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떠오르는 기분. 혹은 추락하는 기분. Y는 둘을 동시에 만질 수 있었다. Y는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제출 마감까지는 삼십 분 가량이 남아 있었다.

 

 

문특 쓸 거 아니면…… 백일장 가지 마. 예선도. 네가 애꿎은 기회만 뺏는 거야.

왜?

왜긴 왜야. 예선 한 자리도 걔네한텐 정말 소중한데 네가 가면 한 명이 못 가게 되잖아.

나한텐 안 소중해?

대학이 달려 있잖아, 걔네.

 

너는 아니고. Y는 휴대폰을 고쳐 들었다. 더 이상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휴대폰 너머에서 한숨이 전해져 왔다. 툭툭 튀어나온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가벼운 미열이 맴도는 것을 매만졌다. 눈을 느리게 감았다. Y가 더운 눈꺼풀에 자신의 마른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그래. Y는 간결한 어투로 몇 마디를 더 하고 입을 닫았다.

마우스를 움직여서 파일을 다시 다운받았다. Y의 소속 학교와 이름이 또렷하게 적혀 있는 백일장 예선 합격자 명단이 일렁이다가 뿌옇게 차올랐다. 존재만으로 해가 되는 존재. 글을 쓰는 행위가 죄가 되는 이야기. Y는 문득 이곳이 자신이 서 있을 공간이 아닌 것만 같이 느껴졌다. 한두 번 듣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양보하라는 말. 그건 민폐라는 말. 글은 마치 환상의 네버랜드처럼 Y에게 다가왔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했다.

영영 잡히지 않을 꿈이라면 어쩌지?

 

 

Y는 손목에 힘을 주었다. 손목과 팔꿈치가 뻐근하게 아파왔다. 그러나 원고지에 한 자가 옮겨질 때마다 Y는 각자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되새겼다. 각자의 싸움. 각자의 길. 당장 앞에 닥친 목표는 다르지만, 끝내는 모두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그러므로 그들은 틀리지 않았으나, 나도 틀리지 않았다.

Y는 마지막 온점을 찍었다. Y의 까만 눈동자가 제목을 오래 응시했다. 끝까지 흔들리는 건 어느 백일장이나 변함이 없었다. 미련하게 구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곧 손을 떠날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이것은 가장 증오하는 나. 그리고 동시에 가장 사랑하는 나. 시에는 한 방울도 들어있지 않으나 조각을 맞추면 울퉁불퉁한 결을 따라 미끈하게 쓰다듬을 수 있는. 그 정도의 손길로도 죽어버릴 수 있고 그 조금이 치사량이 될. 슬프지 않되 슬플 수밖에 없는, 이상하지 않되 이상할 수밖에 없는. 이상하고 축축한 Y.

Y는 시험장을 빠져나왔다. 펜을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집어넣고 원고지를 제출했다. 잘 정리된 원고지를 건네고 인사를 하면 꼭 울 것만 같았으나 Y의 입술은 더 이상 혀나 소매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Y는 알았다. 그들에게 백일장은 큰 기회고 놓치지 말아야 할 숨이다. 때때로 문예창작과에 진학하지도 않을 자신이 백일장에 가는 게 죄라고 여겨져 짓눌리는 밤도 있었다. 그럴 때면 Y는 곧바로 기숙사 책장 한 칸을 가득 메운 시집 중 한 권을 집어들었다. 아무 페이지나 펼친 후 침대에 몸을 던지고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다가 시집을 덮으면 이것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누군가 Y에게 너는 글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으면 당연하다는 듯이 소중하다고 답할 자신이 있었다. 백일장도 마찬가지였다. 확신이 필요했다. Y는 자신을 가장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혼자 공부하는 와중엔 퇴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잘못 공부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불쑥불쑥 시를 비집고 나왔다. 그 생각에 잠식되면 오랫동안 글을 읽는 것조차 힘들었다. 적어도 너는 나쁘지 않게 공부하고 있다는 위로가 필요했다. 필사적으로 외로운, 온전히 집필하는 혼자의 시간에 아주 찰나라도 개입해 이 정도면 괜찮네, 하고 툭 던지는 응원이 필요했다. 그 수단이 백일장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중력이 너무 강해서 글을 쓰기 힘들 때 푹신한 이불을 몸 아래 깔아 주며 좀 쉬었다가 해도 괜찮다는 표정과도 같았고, 전부 그만하고 싶을 때 조금만 더 해 보자고 끌어올리는 손과도 같았다. 강했다. 희박한 가능성에 Y가 매달렸던 이유였다. Y에게는 그랬다.

 

 

의자에 쓰러지듯 걸터앉았다. 정해진 시간 내에 한정된 시제에서 환상의 궤도로 확장하는 건 상당한 체력을 필요로 했다. Y는 시상식을 보고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배가 요란하게 울었다. Y는 가방 앞주머니에 손을 넣어 초콜릿을 꺼냈다. 들쑥날쑥한 손톱 아래 더 들쑥날쑥한 살이 다 하얗게 뜯겨 있었다. 오늘의 위로는 어떻게 될까. 상관없지, 언제는 내 시가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대강당 안으로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Y는 다 먹은 초콜릿 껍질을 구겨 가방에 집어넣고 지퍼를 닫았다. 아침에 보았던 남자가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Y는 가방을 껴안고 가방의 머리에 자신의 턱을 괴고 무대를 응시했다. 마이크 테스트 소리나, 심사위원 총평 후의 박수나, 수상자 발표 직전의 긴장감은 Y에게 이제 익숙했다.

Y의 학교 이름이 대강당에 울렸다. 그 학교에서 백일장에 참가하는 건 Y가 유일했다. Y는 무표정하게 가방을 의자 아래로 떨어뜨렸다.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는 건 백일장에서 수상하지 않겠다고 선포하는 것과도 같다는 걸 Y는 알았다. 그걸 뒷받침이라도 하는 듯이, 가장 낮은 등위였다. 실력으로 압도해 시풍이 달라도 보란 듯이 잘 써 수상해 보이겠다는 건 애당초 치기였다고, Y는 생각했다.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M고등학교? 거기서 백일장에 왔다고? Y가 일어났다. 그리고 기꺼이 사이코가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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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처럼 둘이다. 너는 붕대만 고수하다. 다른 이유는 없이 둘만. 책상 위 유리를 쓸면 속이는 대로 실링왁스가 굳다. 부목은 목을 졸라 싫다고 말하다. 오른손으로 서둘러 받아 적은 창문이 서서히 사라지기만

 

하나로 구를 수도 없었고 셋이 돋아날 수도 없을 이름들. 무른 초콜릿이 살갗 위로 미끄러지다. 희미하다. 손톱의 역방향으로. 너는 자꾸 찢다와 베다를 혼동하다. 지구는 구형이라서 찌그러져도 떨어지지는 말아야 하는데. 흔적이 너무 많아 네 검은 지문이 기억나지 않다

 

녹였다가 굳히면 혼자만 되다. 죽지는 않은 모양으로. 죽지만 않은 모양으로. 걸어나오는 사람들과는 반대 방향. 눈을 감아도 떠도 감아도, 나무는 자라나도, 여전히 촛농 맛 뼈가 계속계속 쌓여갈 거라고. 날마다 난감한 편력의 펜촉이 긋는 보조선은

 

낯의 기울기를 선정할 수 없어서, 다만 아플 거라던 예언마저 이런 식으로 적중해선 안 되는데…… 검을 거라던 우연마저 이런 식으로 도착해선 안 되는데…… 또다시 되돌아, 너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지 잘 지냈어? 철이 없었던 게 다라고 우겨 봐 그래도 넌 토스트에 발랐던 수신인의 화학식을 다 못 외웠지

 

둘도 아니라고 말해 줘. 마련한 틈이 굳었다. 투명한. 움츠러드는 손가락들. 네가 물어본 수식에 박힌 미지수는 하나. 너는 그럼 손도 못 잡겠구나 두 눈 대신 언저리에서 허둥댈 테니까. 여열처럼. 달뜬 뺨을 마주 묻듯이. 대면할 자신이 없어 버릇을 잘못 들인 파동이, 잘 들어 봐 실수야, 없어 우리는

 

손목에 수직인 선이 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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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자유롭게 서술해 봅시다 (1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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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수필로도 못 쓸 거 같고 시로는 더더욱 못 쓸 거 같고 네 그래서 그냥 즐겁게 사담으로나 왔어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자유롭게 서술해 봅시다 (100점)

 

고삼은 환멸입니다 정말이지 환멸이 가득차서 아무것도 못 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어요 음 효율적인 공부를 위해서는 모든 것에 무뎌지는 게 필요하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동의해요 주위를 둘러보지 않아도 될 만큼은 무뎌야만 온 집중을 공부에 쏟을 수 있더라고요 제가 제 삶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지 시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지 최소한의 예민함은 갖추고 있어야 시를 쓸 수 있는데 그리고 당위와 욕구가 충돌하는 건 윤사시간에만 배워도(맞나요?) 충분한 것 같은데 혹은 시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슬럼프는 무슨, 원래부터 시를 쓰면 안 되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하는 중입니다 사실 제 시의 연료는 한때는 불행이었고 저였고 공격적인 분노 혹은 절망이었고 한때는 저와 가장 먼 것이었으며 한때는 충분하지 못한 결핍에 관해서였고 한때는 어떤 새로움에 관해서였고 한때는 너와 나와 우리에 관해서였고(지금도 현재진행중인 것 같지만) 한때는 언어의 첨단을 다루는 감각이었는데, 나아가려고 하면 발목이 잡히는 건 제가 경험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조급하거나, 빨리 성장하고 싶다거나 이런 부류의 한탄은 아니에요 다만 의식적으로 무뎌지는 일이 너무 슬픕니다 이건 다 제가 고삼이라 벌어지는 일이에요

 

아, 근황을 얘기해 볼까요 글 얘기로 시작했지만 이런 것도 가끔은 즐거울 거 같아서요 시 쓰는 거랑은 조금 많이 다르네요 머리에서 정제되지 않은 무언가를 토해내는 게 굉장히 오랜만인 거 같아요 일단 고삼의 본분에 맞게 수특이라던지 자이스토리라던지 마더텅이라던지 스톱워치와 함께 자고 깨고 있습니다 학교에선 합평회에서 배운 선택적 수용이라던지, 선택과 집중, 주로 선택에 관련된 어떤 관념들을 똑똑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다시 말하면 자습을 합니다 고삼이 다 그렇죠 뭐 오늘은 삼모 성적표를 받고 예상보다 높기도 하고 낮기도 한 점수들이 우스워서 죽을 거 같았습니다 밤에는 모의고사를 좀 풀어봤어요 21번을 맞고 14번을 틀리는 건 어떤 바보가 하는 짓인지도 모르겠어요 이거 좀 고해성사 하는  거 같은데 저만 그런가요

 

그런 김에 좀 더 하죠 뭐 사실 요즘은 모르겠는 일 투성입니다 새롭게 배우는 것보다 조금 더 내게 익숙하게 하려고 드는 일이 잦아요 왜 오랜 연인 이하 친구 이상의 사람들이 썸은 아닌데 소중한 사람들한테 으레 하는 말들 있잖아요 오랫만에 봤을 때 잘 지냈냐고 혹은 건강했냐고 손목이 나가서 엠알아이를 찍었고 매일 아침 골골대는 삶이지만 나쁘지는 않습니다 일단 정체해 있지는 않아요 매일 이키로 이상씩은 뛰고 있고 기록도 많이 줄었습니다 체육대회 날에도 공부를 하고 싶어서 정확히 말하자면 해야 할 것 같은 위험한 기분이라서 출전은 많이 하지 않지만 계주로 뛰기로 했어요 영양제는 꾸준히 먹고 있고 약도 먹는 날보다는 빼먹는 날이 더 많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몸을 챙기기로 했습니다

 

조금 슬픈 일도 있어요 원인 불명의 통증에 관해서예요 목표를 이루려면 죽기살기로 공부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따랐는데 어쩌면 그걸 이루지 못할지도 모르겠어요 밤에도 몇 번씩 아파서 뒤챕니다 아주아주 사소한 일이에요 신경쓰고 싶지도 않고 신경쓰지도 않을, 그리고 그건 다들 희망이라고 부르더라고요 희망은 절망이 있어서 희망이라고 불리는 것도 알아요

 

글 얘기를 해볼까요 다시, 소설은 거의 쓰고 있지 않습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이지만, 지금은 소설을 쓰자고 할 만큼 한가하지 않아서 슬퍼요 11월 수능이 끝나면 이야기를 많이 쓰고 싶네요 감상 및 비평에 올리려고 준비하던 작품이 네 작품인데, 아직 시작조차 못한 게 그 중 세 개 갈아엎었다가 떄려친 게 하나예요 감상평을 남기고 싶은 글들은 너무너무 많은데 왜 제 몸은 하나인지 모르겠어요 시 세계는 전혀 넓어지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으로 실험을 좀 많이 해 보고 있어요 아, 문예지에도 넣어보고 있습니다 지금 너무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지만 지금 넣어서 후회하나 안 넣어서 후회하나 거기서 거기라면 도전을 좀 해보려고요 백일장에는 나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왔다갔다 하면서 감정을 소모하는 일에는 이제 좀 지친 것 같아요 고속버스에서 허탈하게 울던 기억들이 너무 많네요

 

오랜만에 산문을 쓰니까 재밌네요 시를 쓸 시간도 없어서 쪼개고 쪼개서 쓰다 보니 분절된 시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요 징검다리를 어느 간격으로 놓을지 고민하는 중이에요 실험하고 싶은 시들은 더 많아요 이과가 문과 흉내를 내고 있어요 시간이 없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발상을 놓치는 경우가 많네요 다이소에서 오백원짜리 수첩을 사왔어요 줄 노트인 줄 알았는데 격자노트더라고요 뭐 상관없어요 좀 더 자유롭고 좋네요 거기에 이제부터는 문득문득 스쳐가는 문장들과 발상들을 적어두려고요 원래는 각잡고 해야 하는 일이지만 뭐 어때요 몸이 힘들면 저에게도 좀 느슨해져야 하는 법입니다(사실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지만 느슨해지지도 않지만, 이렇게라도 자기합리화를 하면 행복회로를 돌릴 수 있습니다) 시집을 사려고 해요 여러 군데에서 추천을 받았어요 손미 시인님의 양파 공동체도 있어요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영업을 하는 김에 하나 더 해 볼까요 여러분 김선재 시인님의(여기서는 소설가로 활동하시지만) 얼룩의 탄생을 읽어보세요 저는 0시의 취향을 사랑하는 습작생입니다 다른 작가님은 안 알려 드릴 거예요 저는 신비주의거든요 사실 그렇지도 않습니다

 

다른 의미로 책을 더 샀어요 신택스 시냅스 섬개완 마닳 이런 종류의 소모되는 종이들이요 저는 기출문제집이 그렇게 비싸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자본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아가는 중입니다 돈을 바르면 나오는 성적이라니 그렇게 달콤한 게 더 어디 있겠어요 시간을 낭비한 기분은 조금 위험하고 질척거리고 끈적거리네요 기분나빠

 

어제는 데이오프를 냈어요 손목이랑 팔꿈치는 아플 대로 아픈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거든요 좋은 핑계거리였어요 뭐 그럼 됐죠 이런 식으로 치환하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이러다가 영영 시를 쓰게 되지 못하는 건 싫은데요 저는 아무래도 좀 많이 욕심쟁이인데다가 게으름뱅이인가 봅니다 사실 이 글도 눈을 감고 쓰고 있어요 아 그래서 어디까지 썼죠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거라서 두서없고 횡설수설합니다만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해볼까요 욕 해도 상관없어요) 데이오프엔 웹툰을 봤어요 좀 웃기죠 범람하는 텍스트 사이에서 도망쳐서 또다시 텍스트 사이로 들어가다니 사실 시집이 있었으면 시집을 봤을 거예요 책으로 된 시집을 본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안 쓰고 늘 수는 없다지만 어쩔 수 없는걸요 기숙사에 시집을 한 권도 들고 오지 않았거든요 저는 생일이 이월이에요 그래서 이젠 19금 만화를 볼 수 있는데(합법적으로요), 이토록 보통의라던지 인간의 숲 같은 치밀하고 치열한 묘사가 담겨 있는 웹툰들이 그렇게 끌리더라고요 다만 조금 더 간편하게 볼 수 있는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제겐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예요

 

오늘은 졸업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랜만에 화장을 했더니 얼굴이 바뀌더라고요 고삼은 역시 유해해요 저는 예민해지고 싶은데 공부도 잘 하고 싶은 욕심쟁이라서 저한테 벌이 내려왔나봐요 그냥 그렇게 생각하려고요 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과연 존재할까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요 서투른 솜씨로 쉐딩을 하고(정말이에요, 토요일에 쉐딩과 하이라이터를 난생처음 만져봤는걸요) 그보다는 조금 더 능숙하게 눈을 만졌어요 아직도 지우지 못하고 있네요 인생이란 이런거죠 화장은 그래도 지울 수라도 있는데 인생은 지울 수 없잖아요 나를 지울 수는 있지만 농담이에요 전 이제 행복회로를 돌리는 사람이라서 소위 나쁜 생각은 잘 안 하려고 해요 우울에 잠식되는 것도 전시하는 것도 싫어요

 

행복회로를 돌리는 건 살기 위해서예요 돌리다 보면 언젠간 진짜로 행복해지겠죠 행복하면 시도 더 잘 써 질 거라고 생각해요 불행을 먹이로 하는 건 진작에 벗어났는걸요 그건 그냥 몸을 제물로 삼아서 태워 버리는 일이라서, 단기간에 좋은 결과를 내려면 그렇게 하는 편도 나쁘지는 않지만 저는 장거리를 달리고 싶어서요 조금 더 아끼고 싶어요 다만 시는 아주 첨예하고 싶습니다 한 편의 시를 쓰고 그걸 마지막으로 죽더라도 제 시만은 꺾이지 않게끔요 언어의 첨단에 서 있는 느낌은 어떤 기분인가요? 저는 몰라요 알려주세요 요즘 자꾸만 시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하고 묻고 다니고 있어요 시를 잘 쓰려면, 시를 잘 쓰려면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인걸요 여전히 서툴지만

 

제 세계는 어디에 있죠?

몰라요 저도 모르는데 누가 굳이 알겠어요 깔깔깔

 

제가 제 세계에 대해서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지만 요즘에는 길을 잃었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언젠간 x+sinx의 극대점에 올라가겠죠 저 공식은 제가 쓰고 있는 시의 제목이에요 자매품으로는 x+cosx가 있고요 두 시 모두 나빠요 글틴에 올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간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때때로는 제 세계에 누군가가 침입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요 나는 분명 A에 관해 쓰고 있었는데 시는 B에 관해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 보일 때가 있어요 저는 그럴 때마다 시를 어르고 달래 A를 말해보자고 회유하지만 제 시는 저를 닮아 자기주장이 강해서 끝끝내 B를 주장해요 그럼 저는 A를 다른 메모장에 저장해 두고 그래 네 멋대로 해라 하고 애 키우는 기분이 됩니다

 

오답인 줄은 알겠는데 정답이 무언지 모르겠어서 답답하고요

 

저는 요즘 제 시를 보여주기가 두려워요 역겹기도 하고요 내가 내 시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내 시를 사랑해줄 사람이 있겠냐마는 가끔은 자기 자식이 미워지기도 할 때가 있으니까요 그걸 인정 안 하다 보면 정말 미워질 수도 있으니 우리 당분간은 갈 길 가자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녀석의 문드러진 얼굴이며 더러워진 옷들을 수선해주고 있고요 혼자 놀면서 활자를 직조해내면 얼마나 좋아 아이고 시야 내가 널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많이 읽어야 해요 그걸 몰라서 묻는 줄 아니 알면서 왜 물어요? 그러게 근데 글틴에는 올립니다

 

지금 땡땡이 치고 있어요 자습시간인데 오늘 본 모의고사 성적표가 너무 충격적이라서 벗어나려고요 자기합리화의 대가죠 알아요 말하고 싶은 건 많은데 왜 저는 저죠 글한테도 좀 미안하고 사유한테는 안 미안해요 걔는 좀 더 머리가 커야 미안해질 거 같고요 언제쯤 클지 모르겠어요 저는 언제쯤 시를 쓰게 될까요 31일까지 마감이 세 편인가 네 편인가 가물가물하지만 고삼이 글을 쓴다는 건 미친짓이에요 여러분 도망쳐 잡히면 안 돼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라고 했지 누가 의식의 흐름을 싸지르라고 했습니까

교수평가 D- 다시는 보지 말자 네 학점은 이제 망했으니 달콤한 엿이나 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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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손목보호대를 뒤집어쓰다. 부서져 담긴 유리창의 자정, 가지가 점점 가늘어지다. 라임 맛 실링왁스가 기침에서 굳다. 하나로 구를 수도 없었고 셋이 돋아날 수도 없을. 너는 그 날 앙상하거나 엉성하게 아플 예정이에요. 전구처럼 둘이다, 어리숙한 이름들까지

 

절망을 바란다는 초콜릿을 선물받아 뺨의 기울기를 선정하다. 네가 왼쪽 귀를 자르면 하얀 피는 반대쪽에서 흐르다. 내일의 유서. 주소만큼 뜨거운 여열이 부풀다. 멎기 전에 다만 아무도 녹이지 못하고.

 

톱밥처럼 걷다. 녹였다가 굳히면 혼자만 되다. 걸어나오는 사람들과 반대 방향. 예비된 빨강은 다섯이 아니라서 출전하지 못하다. 우리는 또 난감한 편력의 펜촉을 지니다. 다섯이 아니고 셋이 아니고 배합이 아니고 여섯이 이천이십셋이… 다섯도 아니고 셋도 아니고 또다시 그 둘을 빼야 둘인데 어쩐지 반짝 아픈 기색도 없이 둘은 둘은 둘은

 

낙하했던 울음들이 기꺼이 머무는 골목 유서로도 어쩌지 못해 어제야, 어제야, 어제야 바나나파이처럼 너는 고개를 숙였고 스며드는 혀로 네가 사랑하는 수신의 화학식을 외웠던 걸

 

기억해……다. 고른 만큼 돌이 구르다. 어제는 벽난로가 있었지만 어제가 없으니 눈이 멀었다고 하다. 네가 물어본 수식에 박힌 미지수가 하나다. 너는 그럼 손도 못 잡겠구나 두 눈 대신 언저리의 틈에서 허둥댈 테니까. 녹은 버릇을 잘못 들인 파동이, 잘 들어 봐 실수야, 없어 우리는 복숭아꽃

 

선처럼 손목에 불을 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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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원은 두개골의 정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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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감으면 수직이었다. 돌기만을 유한히 허락받았다. 메론맛 유리가 입안에서 굴러 흔적을 그렸다. 우리는 천장이 아플 때마다 처방받은 불행을 조금씩 떼어 먹었다. 절반은 병원으로 달려갔다. 두 눈이 마주붙은 의사가 왜 죽지 않았냐고 물었다. 하찮은 교리가 콧날에서 펄럭이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책상 속으로 들어갔다, 사람은 작아지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는 선지가 옳았다. 눈을 가리지도 귀를 막지도 않았으나 어둠이 구름처럼 경박을 틀어쥔다. 또 무상수배로 하여금 숨었다. 우리의 시간표는 끊임없이 덩굴처럼 자라나고. 여기부터 주제넘은 저기까지 내 땅. 부목이 없으니 박혀 깨어질 이름을 안은 나는,

 

설파할 혀가 끊기자 우리는 평평해졌다. 이젠 가까운 게 좋아 겨울이 무서워서, 떨어진다. 다시 오를 수 없는. 내 낯에 생크림 케이크를 얹었던 순간이. 비는 훔쳤다. 발자국은 펼쳐졌다. 낙오는 무너지는 천장을 보수하는 일이라고, 우리가 거꾸로 걸었다면 반대로 울었을

 

그래서 모두가 손을 들고 줄에 매였다. 주어를 지우는 데 서투르니 차라리 시작을 잊자고 했다. 시집을 모두 버린 다음날 책갈피를 선물받듯.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종일 단축된다. 심판은 신기록을 받아적은 종이를 삼킨다. 되감기를 누르면 다시 삼킨 열병같이 숨을 앓았다. 공기의 첫 장을 넘기자

 

회전은 자꾸만 둥글어지고 둥글어지고 둥글어져서… …… 타종의 결심마다 네가 찌그러지 기 시작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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