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일몽, 눈물 가득한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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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너무 어둡고 춥다

굶주린 짐승들의 세상

 

검은 세상에선 앞을 볼 수 없어서

먹잇감을 잡아 물어뜯으면

어느 날부터 동료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고

 

맛있게 소화한 그것이 동료였다는 걸

깨달은 그들은 게워내려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고

몸속엔 동료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비명소리를 베어낸 목줄기들의

고요한 출혈

 

핏빛 어둠으로 가득한 이 세상은

너무도 칠흑같아서

 

난 가끔 여기가

무용수들의 환한 움직임을 기다리는

어둠 속의 관객석일지도 모른다는

우윳빛 몽상에 사로잡히고

 

어느 날,

구름을 마시는 상상을 하며 잠에 든 후

눈을 떠보니

 

그곳은 빛을 품은 사람들의 세상이었어.

 

빛을 품은 사람들은 너무 따스해서 눈물이 자꾸 새어나왔고,

난 꿈같은 현실이 가슴이 시리도록 행복해서

짙은 안개 너머의 너와 눈을 맞추며 미소지었어.

행복했는데, 그랬는데,

자꾸만, 누군가 나를 흔들어댔어

.

.

.

일어나, 아침이야

학교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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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꾼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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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지?

어디일까

어디서,

어디선가 코발트 블루색의 냄새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다.

 

아직 갓 지난 한밤중의 냄새도 다 식기 전인데

저기 저 도로 한복판에서

한 사나이가 눈도 뜨지 않은 채

구름처럼 맑은 냄새를 잡으려 뛰어다니고 있다.

 

수많은 구멍에 빠지고 수많은 넝쿨에 넘어져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그는

지금까지

아니 내일까지도

어쩌면 최후의 넝쿨을 넘을 때까지

계속 그 참혹한 소망을 꿈꾸려나보다.

 

누군가 그랬다.

이건 참혹한 소망이 아니라

소망의 참혹함이라고.

 

멋대로 간직해버린 작은 나의 구름, 그 속을 가득 채운 눈물

 

작은 눈물과 작은 핏방울 따위는 아무리 쌓여도 하늘에 미치지 못하니까

 

모두들 숨 쉬듯 받아들이는 거지

작은 구름 속에 녹아들어

이젠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너의 많은 상처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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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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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한 목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여긴

일요일 오후의 한강변인가

 

초봄에 눈 녹듯 따뜻함의 무더기 속에 묻혀

눈이 점점 감기어간다

 

하얀 냄새가 서서히 나에게로 스며들고

갓 볶은 커피향의 햇빛도 살랑살랑 꼬리를 흔든다

 

눈을 못 뜰 만큼 밝은 노랑이 자꾸만 나른함을 풍겨 와서

난 눈을 감고 온몸을 향기에 맡긴다

 

향긋한 따뜻함에 취해 모든 것을 잊은 내가

문득, 선생님의 큰 외침에 놀라 눈을 뜨니

 

내 눈앞엔 무형, 무취의 검정색 지렁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아, 너조차도 숲을 향해 기어가는 산내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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