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유예하지 않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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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중3 생활은 시련이었다. 누가 봐도 엉망진창. 개학하고 일주일도 안 돼서, 선생이란 작자들은 쓸데없는 소리를 떠들어댄다, 는 게 내 솔직한 감상이었다. 중2 겨울방학 내내 나는 도덕경과 쇼펜하우어를 폼 잡고 읽고 있었다. 애니를 닥치는 대로 정주행, 책과 영화를 닥치는 대로 읽어치우다가 개학. 학교에선 갑자기 인수분해나 되도 않는 to부정사 용법을 외우라고 날 쪼아댔다. 정말 한심해서. 중간고사까지 꾸역꾸역 버티다가 에라 모르겠다, 손을 놔 버렸다. 도무지 적응을 할 수가 없었다. 학원까지 다니니 책 읽을 시간, 하고싶은걸 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는게 불만이었다. 시험문제 수준에서만 맴도는 수업들은 나에게 무의미했고, 지루했고, 고역이었다. 어떻게 이 수업시간을 딴 짓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인가, 궁리궁리. 결과적으로 졸업할 때 되니까 여러 스킬들이 늘었다. 교과서 아래서 책 읽기. 이어폰 소매 안으로 넣고 라디오나 팟캐스트 듣기. 그림 그리기. 졸리면 엎드려 자고. 무서운 샘들 시간엔 혼자 생각에 골몰. 존재란 무엇인가, 같은 되도 않는 사색을 했다.

 

덕분에 성적이 바닥을 쳤다. 줄곧 공부도 잘했고 모범생 이미지를 벗어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은 니가 내 속을 썩인다며 실망하셨다. 나를 오래 봐온 선생님들은 얘가 변했어, 라며 걱정에 찬 눈빛을 보냈고, 그걸 고스란히 보고 있는 나도 마음이 편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어쩌나. 학교공부를 손 놓은 지는 이미 오래됐고, 다시 범생이 궤도로 들어가긴 글렀다고 생각했다.

 

생활은 개판. 아침마다 학교가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며 가족들 괴롭히는 게 일상, 지각은 기본, 청소하러 학교를 다니는군, 대걸레에 내 손 때가 좔좔 묻었고, 고지식해 빠진 담임 경멸하고 비웃기, 학기말엔 화려한 출석부를 장식했다.

 

친구들? 물론 반에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야 있었고, 친구들 만나러 학교 다녔지만, 걔들한테 나를 이해시키는 건 포기했다. 그냥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적당히 들어주고. 매일같이 떠들어대는 공허한 얘기를 들어주는 건 고역이었다. 내가 너무 조숙해서 쟤들이랑 말이 안 통하는 거야, 라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이 정도로 내 학교생활을 요약해볼 수 있겠다.

 

엄마는 이런 나를 보고는 넌 반골기질이 있다고, 기성세대와 기존 틀을 무시하는 건 잘못됐다는 말을 자주 한다. 내가 잘못된 걸까? 여러 번 생각해봤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영어,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가, 대학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나에게 없는데, 그 수업이 나에게 무슨 의미를 부여하는가.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행평가와 시험들을 참고, 견디고, 인내해야하는 이유가 대체 뭔지. 현재를 유예하고 사는 이유는 대체 뭔지 모르겠다.

 

예비 고1이라는 시기는 중요한 시기라며,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학원에 틀어박혀 지낸다. 밤 10시,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돌아오는 길에, 학원에서 빠져나오는 친구들을 만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 나 사이에 놓인 괴리감. 나는 쟤들과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하는 동시에 많이 걱정해줬다. 앞으로 고등학교 가서는 어떻게 할 거야? 너무 막 사는 거 아니야? 글쎄, 나도 딱히 명확한 답이 없다. 그래도 학원에 다니고 영어 수학 특강 듣는 것보단, 나는 책 읽고 그림 그리고, 여유롭게 지내는 게 더 좋다. 나는 현재를 유예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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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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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죽은 듯

적요한 밤

탁자 위 사진들 가만히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어린 나

또는 너

마주본 채 생각한다,

남는건 사진 뿐이야

라던 엄마의 말

유언 같던

 

정적

…속에서 초침 흐른다 동이 튼다 엄마가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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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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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틴사이트에 들어왔네요. 하는거라곤 눈팅밖에없지만요ㅋ(닉네임을 바꿨습니다. gayoung이었는데, 그냥 바꾸고 싶었어요오)

궁금한게 있는데요, 책 좋아하는 친구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전 이제까지 학교다니면서 책을 좋아서 읽는 애들을 한번도 본적이 없어요ㅠ  중학교 3년내내 그런 애들을 찾아다녔는데, 어떻게 한명도 없는지..애들이랑 얘기할 때도 관심사가 통해야되는데, 친구들 앞에서 책얘기꺼내면 관심도 없어하고 재수없게 보더라고요. 그나마 책 얘기를 했던건 학교 국어샘이었는데, 아무래도 나이차가 있으니 얘기에 한계가 있달까요,, 책 얘기나 지적인 얘기에 대한 목마름이 심해지는 요즘입니다.

백일장 같은데 나가면 그런 친구들이 많이 있으려나요? 저희 학교는 문예반도 없고..저는 따로 글을 쓰는것도 아니어서 왠지 그런 곳과는 거리가 있거든요.

새해소원이 고등학교 올라가서 책 좋아하는 친구 사귀는 거임…으으 진짜진짜 심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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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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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글은 거의 안 쓰지만, 글틴 사이트에는 자주 들리고 있답니다. 수필 읽는게 재밌거든요ㅎ

여기 들어오는 분들은 대부분 책읽는거, 글쓰는거 좋아하는 분들일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친구들이랑 친해지고, 얘기하고 싶은데..현실에서 이런 친구를 한번도 만나본적이 없어요ㅠ 인터넷 공간 상에서라도 생각 깊은 친구들을 좀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음..결론은 여러분 친해졌으면 좋겠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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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은 왜 갈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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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잘대는 입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절날 모두가 둘러앉은 자리였다

 

벌어지는 입 안

축축한 혀에서 꺼내놓는다

흩어지는 가루 같은 말을

메말라버린

 

거기가 요즘 집값이 떨어져 그래도 전세로는 만만찮을 텐데

이번에 말이다 아는 언니의 친구의 딸이 거기에 붙었는데에

 

더운 혀로

축인 입술

사이로 내뱉는 것은

날아가는 톱밥 같은 말

 

쓸쓸한 일이 아니라

기이한 일

 

나는 물었다

입술은 왜 갈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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