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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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무엇일까? 꿈은 인간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꿈은 곧 열정이고 목표이며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꿈이 꼭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평생을 함께 할 꿈을 확실히 정하는 것은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산 날보다 살날이 훨씬 많이 남은 청소년들에게는 먼 미래의 일을 생각하는 것이 힘들 것이다. 주변에서 장래희망이 없어 고민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고, 내가 모르는 많은 청소년들 또한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할 것이다.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꿈이 없어도 괜찮다. 진짜를 만나는 순간은 사람마다 다르고, 단지 자신의 진짜를 아직 만나지 못한 것뿐이다. 진로가 없는 친구들에게 조심스레 따뜻한 말을 건네고 싶다. 나또한 한 때 꿈을 잃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 어린 나이부터 피아노를 쳤다. 언니를 따라 놀러간 피아노 학원에서 우연히 만난 맑고 다채로운 소리가 내 심장을 울렸다. 그 우연한 만남은 곧 나의 전부가 되었고, 나는 어른 못지않은 열정과 의지를 품고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피아노를 칠 때면 정말 행복했기에 피아노 하나만을 보고 살았다.

그러나 한순간의 사고로 인해 나의 꿈은 무너지고 말았다. 비가 거세게 오던 7월의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집에 가던 중 어두워서 우리를 보지 못한 차가 친구와 나를 치고 지나갔다. 멍하니 굳어있던 나는 그 자리에서 즉사할 뻔 했지만 친구가 나를 감싸는 바람에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너무 심하게 다쳤던 친구는 결국 내 곁을 떠났고, 나도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나에게 가장 중요한 손을 다치게 되었다. 나는 오른손목의 인대가 심하게 파열되고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손목의 부상이 너무 심해 당장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나는 친구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커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어렸을 때부터 심장이 약해 독한 약을 복용했던 나는 섣불리 다른 약을 먹을 수 없어 당장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치료 받기를 거부하고 꼭 쥐고 있던 꿈을 놓아버렸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무뎌지는 나 자신을 느꼈다. 죄책감을 벗어날 순 없었지만 한 번의 실패로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한심한 일이었다. 나에게는 아직 조금의 희망이 남아있었고, 그것을 발견한 나는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희망에만 매달렸다. 나는 그동안 낭비한 시간을 보상받듯 치료에 임했다. 다친 채로 굳어버린 손을 돌려놓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고 아팠지만, 나에게는 다시 한 번 나의 꿈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전보다 훨씬 강해진 마음으로 고난을 이겨냈다. 그 결과 나의 손은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고 나는 다시 한 번 날아올랐다.

그러나 하늘은 나에게 행복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또다시 꿈을 버려야 했다. 중학교 3학년 가을, 체육대회 리그전인 배드민턴 시합에 선수로 뽑혀 출전하게 되었다. 예고 입시를 앞두고 있던 나는 선생님께 선수 교체를 부탁드렸지만 허락해주시지 않아 그냥 출전하게 되었다. 손이 완치되지 않아 무리한 활동은 절대 금지였지만 우승상금을 기대하는 반 친구들을 실망시킬 수 없어 연습에 몰두했다. 그 결과 배드민턴 시합에서 이겨 우리 반이 종합우승을 차지했지만, 나의 손목은 가만히 있어도 아플 만큼 악화되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나락으로 떨어졌다. 의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선명하다. “무리한 활동은 피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손목의 인대가 다시 늘어나서 다시 치료받아야 합니다. 이번에는 완치된다는 보장은 못하겠네요. 예고 준비한다고 하셨는데 어쩌면…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손은 완치되지 않았고, 나는 10년을 넘게 함께했던 나의 목숨과도 같았던 피아노와 이별을 선고받았다. 힘들게 되찾은 희망이 또다시 깨어지자 실낱같은 희망만을 보고 무작정 달려온 내가 너무도 한심했고, 더 이상 남은 희망의 여지없이 완벽한 절망은 오히려 슬프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다. 나는 절망 앞에서 너무도 담담했고, 이내 아무렇지 않게 다시 생활을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지만, 사실 마음이 텅 비어서 아무것도 담을 수 없었다. 그렇게 목표도, 의지도 없이 하루살이처럼 살던 나는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 생각지도 않았던 특목고에 진학하여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합격소식을 듣고도 기쁜 마음이 없었고, 이곳에서도 하루하루 잘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피아노와 단절된 삶을 살다보니 나에게 피아노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나의 꿈을 버린 것이 아니라 미련이 너무도 많아 억지로 잊으려 했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비록 피아니스트가 될 수는 없어도 나는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다. 수없이 넘어지고 다치더라도 음악을 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나대신 나의 곡에 날개를 달아주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기쁠 것이다. 내가 직접 연주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두 번의 실패 끝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직접 곡을 연주할 수 없더라도 누군가가 내가 만든 곡에 날개를 달아준다면 나도 함께 나는 것이다. 나의 곡은 내가 불어넣은 생명에 다른 사람의 날개가 붙어 높이 날아오를 것이다.

진로가 없어서 미래가 막막해도 괜찮다. 꼭 꿈이 있어야만 지금의 시간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지금 현재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얼마나 열정이 가득한지, 얼만큼 나의 지금을 사랑하고 즐기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 미래에 대해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진로에 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당연히 있는 것이다. 멀고 먼 미래의 일을 한가지로 확실히 정하는 것은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앞에 있는 수많은 길 중에서 각자에게 맞는 길은 따로 있고, 그 길이 잘못되었더라도 우리에겐 다시 돌아가거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시간과 여유가 있다. 그러니 잘못된 길을 걸어도 괜찮다. 자신의 미래는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고, 성급히 정하지 않아도 언젠가 미래는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올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뿐이다. 지금 이 순간은 모두 미래의 일부이기 때문에 존재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는 시간인 것이다. 그러니 마음을 편히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며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찾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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