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_영생_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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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캐릭터는 각자의 개성에 따라서 여러 장면을 활보한다. 어느 누군가는 이성친구와 사랑을 키우기도, 어딘가에서 재난이 일어나 아수라장 속에서 살아남고 있을지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조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들 자신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마음껏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본인들은 행동한다.

그 결과로 그들은 희로애락 중 몇 가지를 끌어안게 된다. 누군가가 만들어서 붙여버린 그 감정을. 그러다 그들은 삶의 비상구를 찾거나 죽음의 문턱에 오른다. 이 또한 누군가가 만들어낸 장치. 그들에게 있어서 우연은 곧 장치이다. 있는지도 몰랐던 밧줄이 자신의 눈앞에 있어서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죽기 일보직전의 사람 앞에 언젠가 사두었던 약이 떨어져 있는 것. 그들은 그것을 천운, 불운, 복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생성되었을 때부터 인생이 정해져 있다. 그 누군가에 의해서.

그런 그들이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도리어 행복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 세계에서, 다른 세계를 모르고 있다면. 그리고 그런 그들이 나는 너무나도 부럽다.

 

눈을 깜빡거린다. 나는 도시 한복판에 서 있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정장은 누구나 알고 있는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옷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게 된다. 그런 부담스러운 시선을 받으며 나는 길을 걷는다. 스케이트보드를 탄다. 다리가 아프다. 오토바이를 타고 간다.

주위가 반사되는 오토바이 헬멧은 공기를 강렬히 튕겨냈고 입고 있는 블랙수트는 블랙팬서를 연상시켰다. 나는 이 옷을 참 좋아한다. 딱 달라붙으면서도 신축성이 좋다.

 

도로 위를 활보하는 동안 주위 사람들은 여전히 나에게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나는 그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했다.

 

붉은색 페라리가 어느 한식 레스토랑 앞에서 멈춘다. 차 안에서 내가 내렸고 쫙 빼입은 정장은 완벽했다. 사람들은 이제 나를 쳐다보지 않게 되고 평상시처럼 자신의 패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부담스러운 시선이 사라졌고 도시가 시끌벅적해졌다. 한국의 심장부, 서울의 한 도시에 자리 잡고 있는 한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의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아늑하고, 따뜻했다. 한옥으로 만들어진 이 식당 안은 한국인 가족으로 꽉 찼고 정겨운 분위기가 한 층 살아났다. 벽은 잘 다듬어진 나무로, 밥상도 모조리 나무, 마치 공방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인 직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손님이 들어온 걸 깨달은 직원이 부랴부랴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도 한식당보다 이탈리아의 최고급 레스토랑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이탈리아 직원이 나에게 다가온다. 자리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 직원이 한국어를 구사하며 정중하게 동행할 것을 부탁했다.

 

딱딱한 느낌이지만 부드러운 회색을 하고 있는 높은 밥상,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있었고 그곳에서 브런치를 먹고 있는 사람들은 이국적이었다. 금발에 푸른 눈, 갈색머리에 갈색 눈, 검은 눈은 드물었다. 그 직원이 지루해 할 나에게 말을 걸게 된다.

 

차량이 정말 멋있습니다. 저도 다음에 하나 장만하려고 하는데, 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이탈리아 직원의 말을 무시했다. 그는 내가 대답이라도 한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갈 것이다. 그 말 또한 무시했다.

자리를 안내받았고 나는 곧장 파스텔 톤의 철 의자에 눕다시피 달려들었다. 머리가 닿자 푹신한 소파를 느낄 수 있었다. 초록색의 소파는 깃털 위에 누워있는 느낌을 주었다. 잠시 잠을 청할까 생각하던 찰나에 내가 주문이라도 했던 것처럼 누군가가 나에게 와서 음식을 밥상 위에 올려둘 것이다. 오리였다. 슈트를 쫙 빼입은 오리는 고개를 숙이며 그럼. 이라고 하며 자리를 뜨게 된다. 그의 말을 무시했다. 눈을 감았다.

 

오빠, 이 음식 정말 맛있을 거 같다! 그치? 어디선가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게 된다. 눈을 뜨자 나와 교제하게 된 여성이 강아지 같이 귀여운 모습을 하며 음식을 뚫어져라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는 엄청 신이나 나에게 감사의 말을 하게 된다.

 

여기 꼭 와보고 싶었는데. 오빠 덕분에 와보네. 고마워, 오빠! 이런 곳까지 데려와줬으니까 돈은 내가 낼 거야!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그래, 맛있게 먹어. 내가 말했다. 나와 그녀는 깃털 위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있었다. 주위엔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한 하늘. 바로 아래에는 자신의 패턴대로 바삐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처럼, 주인의 말을 들으면 상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에 차 있는 강아지처럼, 그들은 살아가고 있다. 꼭 꼭두각시 같다.

 

꼭두각시는 조종자가 움직이는 실에 의해서 움직인다. 그 실을 끊어야만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실은 심장과 같아서 여러 가닥의 실 중 하나라도 끊어지면 그것은 죽은 사람과 같다. 참 어려운 문제다.

그 꼭두각시는 다른 꼭두각시를 조종할 수 있을까?

모른다. 하지만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어 보인다.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는 말이다. 상사를 만들고 그곳에 신참을 넣는다. 그러면 그 상사는 신참을 자비 없이 부려먹을 것이다. 그것은 곧 꼭두각시이다. 하지만 이것은 저항의지를 겉으로 분출할 수 있는, 상위 꼭두각시라고 할 수 있다. 실이 끊어져도 숨을 쉬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숨을 쉴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그 상위 꼭두각시 앞에는 절대자, 인형의 주인이 있다. 달아나려고 하는 인형을 그 주인이 잡을 것이고 그것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는 무차별하게 분해되고 고장 나고 부서진다. 절대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소설 속 캐릭터가 소설가 앞에 나타날 수 없는 것처럼. 그들은 그저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나는 너무나도 부럽다.

 

눈을 깜빡거린다. 여긴 어디일까. 우주? 미지의 세계일지도. 태양의 빛이 닿지 않는 초월적인 공간일지도 모른다. 그곳에 둥둥 떠 있는 나는 누구인가. 신? 절대자? 아니면 세계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소설 속 한 캐릭터? 어느 무엇이든 내가 알아낼 수 없다.

눈을 깜빡거린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의 애인이다. 사랑의 감정이 없는, 꼬리표만 [애인]인 여성이다. 아니지,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인가? 나에게 어머니는 누구인가. 김태희 같은 아름다운 여성인가? 박보영인가? 어느 누구든 내가 알아낼 수 없다.

 

눈을 깜빡거린다. 나는 가정집에 있다. 내 근처에는 네 명, 아니다. 다섯 명, 아니다. 150명의 사람이 나를 보고 있다. 웃음을 주고 있다. 누구에게 미소 짓고 있는가. 나다. 나에게 왜 미소를 짓고 있는가. 그래, 나는 그들에게 신과 같은 존재이고 그들은 나를 숭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질서 정연하게 앉아 있었고 나는 단상 위에 서 있었다. 가정집이 아니라 큰 강당이었다. 나는 여기서 뭐라고 얘기해야 하는 것인가. “나는 신입니다.” “나는 미지의 생물입니다.” 아니. 그것보다는 이게 좋겠다.

 

“나는 소설가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제 소설 속 캐릭터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웃을 것이다. 내 말의 의미를 찾은 것 같았지만 여의치 않을 것이다. 그러다가 박수를 보내게 된다. 박수갈채. 그 박수갈채는 나를 전율하게 하지 못한다. 그것보다는 막히는 고속도로 위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나를 더 전율 시킬 것이다. 지구를 지키지 못한 슈퍼맨보다 어딘가에서 쪼그려 앉아 울고 있는 어린 아이가 나를 더 슬프게 할 것이다.

 

생각을 그만둔다. 머리가 아프다.

 

눈을 깜빡인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팔이 저려와 옆을 봤더니 나의 애인이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다. 나는 팔을 뺐고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게 된다. 그녀와 보냈던 밤의 기억은 없다. 그저 무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항상 이런 패턴이다. 세계를 마음대로 다루고 이용하며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을 크게 벌이고는 정신적인 고뇌를 하다가 고통스러워하고 다시 세계를 마음대로 다루고 이용하며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을 크게 벌이고는 정신적인 고뇌를 하다가 고통스러워한다.

 

나도 소설 속 캐릭터에 불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저 이런 기이한 능력을 가진 남자. 24세. 정도로 그치는 캐릭터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작가는 대체 왜 이런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일까. 독자에게는 정말 이상적인 세상일지도 모르는 이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전화가 걸려온다. [서미영] 이라고 적혀있다. 나는 그 전화를 받는다. 자기야, 어디야? 전화기 너머에서 그녀가 말한다.

응, 집이야.

오늘은 시간 있어? 오랫동안 못 본 거 같지 않아?

시간 내볼게. 나중에 전화해.

알았어. 꼭 연락해줘. 전에 이렇게 말하고 연락 안 줬었지? 나 기억한다고. 그녀가 퉁명스럽게 말하게 된다.

알았어. 끊어. 나는 전화를 끊는다. 뒤에서 누군가가 부스럭거린다. 애인이다. 그녀는 내가 했던 전화의 내용을 들었다. 나를 강하게 노려보며 크게 질타하게 된다. 머릿속에서는 의심으로 가득 차게 되고 나를 불신하게 된다.

 

오빠, 방금 누구야?

친한 여자.

친한 여자가 ‘자기야’라고 해?

네가 잘못 들은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강하게 나가게 된다.

손 치워. 똑바로 얘기해. 나 지금 화나려고 하니까.

정말 아무런 사이 아니라니까. ‘자기야’는 오랜 친구라서 하는 애칭 같은 거야.

정말이야?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여전히 나를 불신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여러 번 생각한다. 그리고는 이내 미소 짓게 된다. 절대 긍정적인 미소가 아니다.

그래, 내가 너무 예민했나봐, 오빠. 화난 거 아니지?

아니야, 도리어 내가 오해를 살 요소를 만들었지. 미안해.

응, 조금은 조심했으면 좋겠네. 내가 오빠의 애인이니까. 그렇지? 그녀는 재차 확인하려고 든다. 눈을 뱀과 같았다.

뱀이 나의 몸을 조여 온다. 숨이 막혀오고 이내 입에서 피가 고인다.

당연하지. 나는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일찍 돌아갈게. 오빠도 오빠 할 일이 많아보여서.

응.

알몸 상태의 그녀가 옷을 입으면서 나에게 얘기했다. 그녀는 생각하게 된다. ‘거짓말이야’ ‘누군가 있어’ ‘알아봐야 해’ ‘숨어서 봐야 해’ ‘핵심을 잡아야 해’ ‘누군지 꼭 찾을 거야’ ‘죽여 버릴 거야’

 

 

 

눈을 깜빡거렸다. 시내 한복판에 서 있었다. 아이돌과 맞먹는 모습을 하고 있는 나를 사람들은 쳐다보게 된다. 그 시선을 나는 무시한다. 그리고 여자가 내 쪽으로 걸어오게 된다.[서미영] 이다. 그녀 또한 매우 아름다울 것이다. 누구든 부러워 할 용모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람들의 이상 아닌가.

오래 기다렸어?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말하게 된다.

응. 조금 많이.

으이구, 얄밉다.

하지만 사실인 걸?

그래, 졌습니다요. 대신 오늘은 내가 맛있는 걸 대령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네. 감사히 받아먹겠습니다. 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사실 무시해도 됐다. 하지만 말하고 싶었다. 누군가가 내 말을 들어주었으면 한다.

내가 어떤 식으로 무시하든 이야기는 진행된다. 내 생각대로, 마구잡이로.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좋아하고 인기를 얻게 된다. 굳이 내가 행동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최고의 경지에 올랐고 내가 굳이 연설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나를 존경한다.

 

나는 생각만 하면 된다. 나는 만들어진 패턴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나는 살아있기만 하면 된다. 모든 이상은 알아서 실현된다. 이 얼마나 편리한가.

싫다. 이 인생, 싫다. 누군가가 제발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진심이 담긴 말을 듣고 싶다. 내가 만들어 낸 누군가의 손가락질도 싫다. 무시한다. 내가 만들어 낸 애인의 달콤한 속삼임도 싫다. 무시한다. 무시하고 무시해도 이야기는 계속 나아간다. 나는 따라가야만 한다.

 

 

눈을 깜빡거린다. 밤은 늦었고 가로등 근처에 있는 긴 벤치에 나와 그녀가 앉아있다. 그녀는 즐거웠을 것이다.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히히. 헤헤. 거리게 된다.

헤헤,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 고마워. 원 없이 놀았다. 그녀가 베시시 웃으며 말한다.

그래, 다행이네.

그녀는 계속해서 오늘 했던 일을 꺼내며 시간을 벌게 된다. 가장 좋은 타이밍을 재기 위해서 애쓰게 된다. 갑자기 허겁지겁 말을 바꾸기도,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게 된다.

저기, 있지. 그녀가 겨우 말을 꺼낸다.

응. 나는 대답했다. 무시하지 않았다. 이렇게 대답이라도 하고 싶다. 눈을 흘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딘가에서 나의 애인이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애인은 눈을 부라리며 나와 그녀를 보게 된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죽일 거야’ ‘죽일 거야’ ‘죽일 거야’ ‘죽일 거야’ ‘죽일 거야’

그녀의 손에 칼을 쥐어준다. 그 칼을 강하게 잡으며 나를 보게 된다.

 

 

그래서 말이야. 저기. 그녀가 말한다.

응, 얘기해. 아무래도 내 얘기는 들리지 않나보다. 계속해서 저기, 말이야. 저기. 를 반복한다. 내가 생각하지 않아서 이 상태에서 정체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음 장면을 쓰기 싫은 걸까.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자신 있었는데. 죽는 게 무섭긴 한가보다.

 

여기서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 생각이 나를 붙잡고 있는 듯하다. 자살하려고 했을 때, 나는 떨어지기 직전에 트램펄린을 만들어버렸고. 바다 속에서 죽으려 했을 때 바다를 하늘로 만들어버렸다. 목을 그으려 했을 때는 칼을 종이로 만들어버렸다. 내 의지로는 못하겠다. 그래서 내 작품 속 캐릭터, 적어도 플롯을 생각해두면 멈추지 않는 캐릭터로 죽을 생각이다. 플롯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그들이 나는 너무나도 부럽다.

 

 

저기, 너는 나를 좋아해? 그녀가 말한다.

응. 내가 대답한다.

정말?

응, 정말.

그럼, 키스해줄래? 그녀가 다시 한 번 용기내 말하게 된다. 나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곧장 입술을 그녀에게 내밀어서 입을 맞추었다.

 

 

입술을 맞추었을 때 배로 칼이 관통했다. 아프다. 많이 아팠다. 입술을 떼고 뒤를 바라보았다. 매우 분노하고 있는 나의 애인이 눈물을 흘리며 나를 찌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나의 애인 캐릭터가 말을 하게 된다.

 

이럴 줄 알았어. 쓰레기 같은 놈.

 

나는 쓰레기 같은 놈이다. 점점 힘이 빠져간다. 나는 쓰레기 같은 놈이다. 조금씩 무게가 한 쪽으로 쳐진다. 나는 쓰레기 같은 놈이다. 머리가 땅으로 떨어진다.

 

눈을 깜빡인다. 여기는 어디인가. 암흑이다. 이보다 더 어두울 수 없는 공간. 나의 배는 어떤가. 뚫려있다. 칼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아프다.

 

눈을 깜빡인다. 여기는 어디인가. 암흑이다. 이보다 더 어두울 수 없는 공간. 나와 함께 있던 그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아마 나를 잊고 새로운 패턴으로 살게 될 것이다.

 

눈을 깜빡인다. 여기는 어디인가. 암흑이다. 이보다 더 어두울 수 없는 공간. 지금 내가 죽은 것인가. 알 수 없다. 적어도 이곳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인 것 같다.

 

눈을 깜빡인다. 여기는 어디인가. 암흑이다. 이보다 더 어두울 수 없는 공간. 이제는 생각을 해야겠다. 어째서 나는 이런 세상에 살아야했는지. 이제는 추억이라는 단어를 꺼내서 과거의 일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캐릭터 하나라도 더 만들어주지. 나는 혼잣말을 한다. 계속해서 암흑과 얘기한다. 그래도 암흑이 있어서 다행이다.

 

눈을 깜빡인다. 다시 한 번, 이곳은 암흑이다. 이제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그것이 궁금해진다. 고민해야한다. 그러다보면 나는 같은 패턴에 빠진다.

 

세계를 마음대로 다루고 이용하며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을 크게 벌이고는 정신적인 고뇌를 하다가 고통스러워하고 다시 세계를 마음대로 다루고 이용하며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을 크게 벌이고는 정신적인 고뇌를 하다가 고통스러워한다.

 

세계를 마음대로 다루고 이용하며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을 크게 벌이고는 정신적인 고뇌를 하다가 고통스러워하고 다시 세계를 마음대로 다루고 이용하며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을 크게 벌이고는 정신적인 고뇌를 하다가 고통스러워한다.

 

세계를 마음대로 다루고 이용하며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을 크게 벌이고는 정신적인 고뇌를 하다가 고통스러워하고 다시 세계를 마음대로 다루고 이용하며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을 크게 벌이고는 정신적인 고뇌를 하다가 고통스러워한다.

 

눈을 깜빡거린다.

나는 도시 한복판에 서 있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정장은 누구나 알고 있는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옷이다.

사람들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게 된다.

그런 부담스러운 시선을 받으며 나는 길을 걷는다.

스케이트보드를 탄다.

다리가 아프다.

오토바이를 타고 간다.

여전히 사람들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을 무시한다.

무시하고 달린다.

 

소설 속 캐릭터는 각자의 개성에 따라서 여러 장면을 활보한다.

어느 누군가는 이성친구와 사랑을 키우기도, 어딘가에서 재난이 일어나 아수라장 속에서 살아남고 있을지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조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들 자신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마음껏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본인들은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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