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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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사랑은 무엇인가요?

나는 스무 살.

나는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아요.

그 사람들이 나를 꼭 안아주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손을 잡고 곁에 항상 머물고 싶었죠.

나는 그러나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했노라고 말하지 못해요.

나는 그들과 키스하고 싶지 않았어요.

손을 잡고 거리를 거닐고 싶었겠죠.

함께 있으면 행복할 거예요.

나는 그 행복이 절정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요.

다만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을 때

우리는 서로를 안아주며

안아주며

안아주며

나는 다시 뫼비우스의 띠를 걸을 거예요.

그러나 그런 사랑은 사랑이 아닌 걸까요?

어제도 나는 잠자리에서 다가오는 입술에 눈물이 찔끔 나와야 했지요.

드러난 말캉한 가슴살에 거꾸로 솟아나는 피를 투명한 방울방울로 흘려냈지요.

싫어, 싫어, 나는 얼굴이 한껏 달아오르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어요.

그건 행복의 절정, 어쩌면 절정 뒤의 것에 대한 두려움일 테지만

미안해, 안녕, 나는 끝내 사랑을 의심받았지요.

 

선생님, 사랑은 무엇인가요?

나는 스무 살.

사랑니는 잇몸을 향해 온몸으로 사랑을 내비칠 테지요.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랑니가 두렵기만 할 거예요.

깊은 곳에서 피어난 하얀 꽃송이가 검게 상해버릴까

그저 모든 것이 안에서 머무르면 좋을 테지요.

하지만 우리는 한 방향으로 걷고 있고 뫼비우스 띠는 차원을 넘어서만 존재하겠지요.

그러나 또 하나의 아이러니. 60대의 노부부에게도 사랑은 있기에

나는 스무 살의 애*를 고민할 거예요.

 

선생님, 사랑은 무엇인가요?

사랑은, 무엇인가요?

 

*愛 혹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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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1차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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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에게 편지를 주었다

 

너로 인해 나는 슬픔을 견뎠고

아름다운 너의 곁에 평생을 함께 하리

 

이제는,

이곳에 오지 말아줘 나는 두렵다

 

포용의 에메랄드 빛 수면의 윤슬

은 거짓말 다 거짓말이다

 

너는 모를 거다

빛조차 사라진 해저면

마-악, 치밀어 오른 서늘함

나에게도 눈과 귀와 그리고

입과 손가락이 있다

 

이제 삼켜야한다 나는

이 차디찬 심층수

나는 네가 두렵다 왜 넌 눈을 가졌니 귀를 가졌니 입과 손가락을 가졌니!

다가오는 너를 위하여

 

다시 삼키고 꿀꺽 삼키고

윤슬 찬란히 선물한다

네가 가면 깨져버릴

나의 파아란 에메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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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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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왔던 날

비 젖은 담배꽁초에 불을 붙이는 아저씨를 보았다

불은 붙지 않았고,

다시 버려지는 담배꽁초

처럼 처량하게 길에 눕는 아저씨를 보았다

그 길조차 주인이 있었는지

쫓겨나는 아저씨를 보았다

사람이 될 수 없는 사람을 보았다

절룩이는 아저씨를 30분이나 보았다

그리고 또 한 번 사람이 될 수 없는 사람을 보았다

배고픔에 허덕이는 낙오된 개체

를 외면하려는 짐승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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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欲혹은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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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버리리

힘과 형태와 무게를

 

나는 너를 보내리

어떠한 너이든 보내리라

 

돌진하는 기차 그와 같은 주먹도

피할 수 없는 칼날 모든 것을 자를 말말말

 

나는 나를 버리고

너를 너에게 보내리

없는 것에 휘두를 힘과

없는 것에 내뱉을 형태

없는 것에 대항하는 무게감

 

나는 감정조차 버리겠지만

너는 너와 싸우리

 

이것이 나의 욕 혹은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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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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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오지 말아줘 나는 두려워

아득한 바다 깊은 곳으로

 

수면의 윤슬 가장 큰 에메랄드

는 거짓말 다 거짓말이야

 

빛조차 사라진 해저면에는

마-악, 치밀어 오른 서늘함이 있지

너는 모를 걸 나도 잘은 몰라서

 

이 차디찬 심층수를 다만 나는 삼켜야지

나는 네가 싫다 왜 넌 눈을 가졌니 귀를 가졌니 입과 손가락을 가졌니!

기다리는 너를 위하여

 

다시 삼키고 꿀꺽 삼키고

윤슬 찬란히 선물할게

모두가 사라지면 깨져버릴

나의 파아란 에메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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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바비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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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진 종이 상자와 같았다.

소꿉장난 같은 가구들이 마냥 그 안에 있었다.

나는 그 중에서도

팔다리가 뻣뻣한 바비 인형

나는 나를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도 나의 주인은 나를 외출시키지 않았다.

상자는 상자와 붙어 있었고

상자는 비면 항상 종이 썩는 소리뿐이었다.

더 찬란한 스펙의 인형은 오늘도 종이만 썩히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눈물에 젖은 옷을 킁킁 거렸다.

시큰한 냄새.

상자에 송곳을 뚫 듯 내놓은 창으로는

냄새가 빠질 수 없었다.

 

그것은 자주 나의 마약이 되었다.

그 시큰함은 본드 냄새가 방을 채우듯 빙빙 돌았다.

반사적으로 웃었다.

역설적으로 웃었다.

바비의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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