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화 되는 인간과 진짜 인간-이승우 중추완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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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부품화와 진짜 인간

 

중추완월을 읽다보면 소설 전체가 거대한 상징 하나를 끌고 나간다.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상징을 끌고 나가기 위해서 모호함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이 하나의 부품 혹은 기계가 되어가는 인간에 대한 내용인 거 같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인물인 위에 대해 살펴보면 아무 것도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위가 지금 하고있는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위는 기억을 잃었다. 이는 그가 일하고 있는 곳이 범죄조직이라서라는 단순한 이유로 추정하기에는 단서가 너무 모자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위가 어느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 기억을 잃었다는 것 같다. 위를 보편적인 사람들로 해석해보면 이런 말이 나름 일리있어 보인다. 우리가 어떤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회사의 가치관에 내 가치관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회사들은 그런 것들을 자신들이 바라는 인재상이라고 하며 그런 사람을 선호한다는 말을 하지만 그 말을 뒤집어 말하면 그런 사람을 뽑겠다는 거다. 즉 우리는 인재상이 되기 위해서 내 자신이 생각하는 인재상을 버리고 회사라는 곳의 부품이 되는 것이다. 위가 과거의 기억을 잃은 것도 그런 부분의 연장선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에 편입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인 것이다. 실제로 정신분석학적 이론을 보면 상상계를 뛰어넘어야만 상징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는 라캉의 이론인데 그런 면에서 위라는 인물은 인간의 보편적임으로 다가가는 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위가 일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위는 사람을 죽이고 해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해치는, 그러니까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타락해버린 것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고 고민하지도 않는 지금 이 시대의 우리들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걸지도 모른다. 이 학교에 와서 제일 많이 느낀 부분이 그런 부분이다. 최소한에 무언가를 창작해내는 사람은 그러지 말아야하지만 나 역시 글을 왜 쓰는지에 대해 잊고있었다. 작가는 이런 부분의 위험성에 대해 말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인공지능 보다 대단한 면은 인식을 하고 생각해내는 것인데 이를 통해 인간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은 그런 부분에서 보면 퇴화한 인간이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퇴화한 인간이기 전에 기계화 되어버린 인간이라는 거다.

위는 그러면서도 인간의 온기에 대해 그리워한다. 이건 단순한 기계가 될 수 없는 인간을 나타내는 것 같다. 인간이 기계를 만든 것은 인간을 위해서다. 그렇지만 알파고 등의 인공지능을 보면 이젠 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기계라고 하면 생각나는 속성이 차갑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하게 철이라서와 같은 이유가 아니다. 그건 기계의 한계가 지식이나 지성에 국한되어있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이성과 함께 지식,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생물체다. 인간이 아무리 기계화가 되어도 완전한 기계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본능이 향하고 있는 곳이 온정이기 때문에 계속 돌아가려 하는 걸로 추정해볼 수 있다.

주인공이 계속해서 망설이는 것도 그런 것 때문이다. 연어에게는 산란한 뒤 강으로 다시 올 수 있는 귀소본능이 있다고 한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자신이 비록 망가지기는 했지만 그 전의 상태로 돌아가려하는 귀소본능이 작동하는 거다. 그래서인지 위는 자꾸,인간으로 돌아가려 하고 온정을 느끼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들로 돌아가려는 귀소본능을 가지고 있는 위를 다른 등장인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 소설의 배경은 중화권 국가로 추정된다. 중화권 국가의 경우 많은 인구수를 장점으로 내세워 산업화를 쉽게 이루었다. 즉 인간을 하나의 부품으로 여긴 것이다. 이런 사회의 특징 역시 소설의 거대한 알레고리를 이끌어가기 위한 부분이라 여겨진다.

중추완월의 작품성은 사실 뭐라 표현하기 힘들다. 잘 쓰기는 했지만 끝까지 풀 수 없는 상징 몇가지들이 있다. 그렇지만 시에서 자주 사용하는 느낌의 표현방식을 소설에 끌어온 것이 이 소설의 작품성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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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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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의 시간

 

보름달은 촛농을 문질러 놓은 모양이라서 울음을 불러일으킨다지

무너져내리는 노을을 따라 걸으며

옹이는 바람의 주저흔이라고 중얼거리던 너

마주앙빛 교복 가디건 사이로 흉터가 비치고

문장이 될 수 있는 피와 그렇지 않은 피에 대해 이야기하며.

코끼리 상아빛 첫사랑, 수박을 서리쳤다던 어떤 소년의 눈동자, 할머니의 오므라드는 입모양

와인통 속에 단어들을 넣어놓을 때면 신 맛이 느껴지고, 날카로운 기분이다

물어뜯은 손톱은 초승달 모양이다

 

포도를 따며 어머니는 나무가 목을 매기 좋은 모양인건지 니 아빠 때문에 밧줄을 걸기 좋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짓물러버린 포도처럼 우리는 구석부터 상해갔다 아니다 자세히 보니 어머니가 아닌 친구 얼굴이다 모두 구석부터 물들어갔다

성작에 든 피는 흰 빛, 우리를 위해 죽었다는 말이 나 때문에 죽었다는 말로 들리는 순간. 와인통에 넣어놓은 활자들을 꺼내놓는다.

 

보름달를 보고있으면 기도초를 켜놓고 잠들던 할머니, 수능 백일을 세며 백팔번 무릎을 꿇던 어머니가 떠오른다. 거울에 비친 너의 모습은 나와 비슷하다. 신맛은 눈꺼풀부터 찌푸리게 한다지, 어떤 어긋난 문장들처럼. 우리는 포도주를 만들고 너는 나, 나는 너. 변해가는 낯선 시간이 글자가 되어 달 사이로 떠오른다. 흔들리는 와인 위로 비치는 빛을 받아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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