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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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하수구를 들여다보았다 음지의 상념들이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다시 보니 깨물고 있었다.

무뎌진 독니도 날카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어서, 저마다의 상흔을 깊이 주입했다.

핏물은 괴일 뿐이었다 도시의 혈액은 흐르기를 거부하여.

붉은 역린은 숨 사이로 파고들었다.

밤의 하수구는 포근했다 비좁음이 도드라져 감쌌다 다시 보니 화장터였다.

 

아아, 유년의 마음이 저 멀리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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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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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가로등 불 아래서
담배 한 대만 피우고 가세요

 

필터 끝이 다 타서 사라질 때 까지
그 자리를 떠나서는 안 돼요

 

가로등 아래 빈 자리를
좀 더 오래 바라봐야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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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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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칸이 쳐 있는 커튼이 대체 무언지

얼기설기 짜인 천 사이로 고통이 샌다

창이 비추는 낮과 밤은 이곳에선 구분됨이 없다

다만 이곳은 충전의 장이고 무너진 톱니를 문질러 깎고

뭉개진 마음이 약물로서 살아나고 그 생애에 다시 의미를 찾고

다시 서로 맞물려 돌아가기 위한 준비의 장

고쳐짐으로서 죽음으로 다가가는 톱니와

나아짐으로서 삶으로 나아가는 톱니가 함께 맞닿는

서로의 감정이 한 좌표에 겹쳐진 그러한 직육면체

흰 가운과 흰 환자복과 흰 침대와 흰 커튼이 만난

다만 표백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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