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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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에서 활동하시는(관리하시는) 모든 분께 사과드립니다.

최근에 저는 제가 글틴에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아주 무례하게 활동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뒤늦게야 깨달아 정말 죄송합니다. 오래 전에 올려진 게시글을 보았는데 그 밑에 제가 쓴 댓글이 보였습니다. 유치하다느니, 월장원을 못 탈 것이라느니 아주 나쁜, 남에게 상처를 주는 댓글이었습니다. 세상에, 내가 이렇게 안 좋은 댓글을 올렸었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나쁜 언행들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겁니다. 생각해보니 그런 댓글을 올린 게 한 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오래 산 것도 아니고 글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었는데 함부로 남의 글을 평가하고 폄하했습니다. 저는 너무 자만했고 겸손할 줄 몰랐습니다. 이기적이었고 버릇이 없었습니다. 누군가가 저의 잘못된 태도를 지적하면 어린애처럼 삐져서 무시했습니다. 무례하게 재촉했고 남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면서 예의 없이 항의했습니다. 회원분들을 비아냥거리고 비웃었습니다. 1년 넘게 글틴에서 활동하면서 너무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신 분들에게 대들었습니다. 저를 싫어하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최근까지도 예의없이 굴었습니다.

저는 지난 일을 보며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반성하고, 사과드리기에 너무 늦은 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한 번 글틴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투또우님, 이설 선생님, 허희 선생님, 관리자님, 김보영 선생님, 고래바람 선생님과 이제는 기억하지도 못하는, 제가 아주 무례한 언행을 해서 상처를 준 회원분들께 사과드립니다. 너무 늦게 사과드렸습니다. 앞으로 훨씬 조심하고 예의를 갖춰 행동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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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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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고백하는 사실이지만

나는 시를 모른다.

시를 많이 읽지 않았다. 엄청 열심히 쓰지도 않았다.

애초에 시는 나와 맞지 않았다. 내 취향도 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올렸다. 상을 받으려는 욕심 때문이었다.

만족할 줄도 몰랐다. 자만했고 이기적이었고 버릇이 없었고 감사할 줄 몰랐다.

시를 알지 못하면서 남의 시를 폄하하고 마음대로 평가했다.

고백하기엔 너무 늦은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선생님과 청소년들에게 죄송하고 감사드린다.

나중에 시를 쓴다 해도 더 열심히 배우고 나서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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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은 누군가의 등에 추를 한 개 더 얹는 것과 같다

그 누군가는 내가 될 수도 있고 내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

추는 등골이 휘어져라 무거운 추는 날이 갈수록 더해져

누군가들은 점점 더 추해지고 노쇠해지고 늙어간다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여든 살 노인네처럼

누군가들은 얼굴도 삭고 몸도 삭는다

쌓이고 쌓인 추의 무게를 덜어내지 못한 누군가들은

휘고 부러진 척추를 제자리에 끼워 맞추려다

우두둑 부러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은 접합하지 못할 부러진 뼈를 영원히 일어나지 못할 부서진 뼈를

다시 끼워맞추려 노력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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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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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으면 해가 여행을 떠나고 밤이 이사 올 터였다. 그때까지 이 씨는 원고 작성을 마무리해야 했다. 하지만 번뜩이는 영감이 한 번에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한 좀처럼 써지지 않는 법이었다. 주인공 성식이가 홀로 여행을 떠나 세상 경험을 하고 친구 만수를 만나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는 것까지 완성했지만, 그다음부터는 도저히 그럴듯한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았다. 이 씨는 미리 결말을 정해놓을걸 하고 후회했지만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소설의 전체적인 구성을 미리 구상해놨어야 하는데 얼른 쓰고 싶은 욕심에 무작정 執筆을 시작한 것이다. 낑낑 고심을 하며 머리를 쥐어짜내도, 영감이여 떠올라라 하고 책상에 머리를 꿍꿍 쥐어박아대도 소용없었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속만 애타게 끓을 뿐 아이디어를 바라는 건 어림도 없었다. 그는 잠시 원고를 앞으로 밀어놓고 곰곰이 생각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바람도 쐴 겸 머리가 돌아가려면 通風이 잘 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이 씨는 공원으로 발을 옮겼다.

아직 겨울이라 그런지 쌀쌀한 바람이 이 씨의 얼굴을 차갑게 훑고 지나갔다. 옷을 좀 더 두껍게 입었어야 했는데 이 씨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은 슬프리만치 매정했고 발가락에 스며드는 한기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시렸다. 하지만 공원 중심으로 온 이상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씨는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은 채 계속 걸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세차게 부는 바람처럼 온갖 생각이 뒤엉키고 있었다. 에이, 그냥 대충 써버릴까? 만수가 어떻게 되든 말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완성해버릴까? 하지만 이때까지 心血을 기울여 집필한 소설을 결말부에 이르러 먹칠할 수는 없었다. 무엇이든 완성도가 높으려면 후반부에서 深化되어야 한다. 이 씨는 항상 그런 신념으로 소설을 썼다. 하지만 지금 그런 마음다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단번에 휘갈겨지는 탁월한 이야기였다.

이 씨는 풍경을 바라보면 저절로 무엇인가 떠오르겠거니 하고 공원 한가운데의 공터를 무심히 쳐다보았다. 그곳엔 아무도, 아무것도 없었다. 움직이는 物體란 흩날리는 모래바람과 휘청거리는 나뭇가지들뿐이었다. 작은 모래알갱이들이 구르고 굴러 이 씨의 운동화를 때렸다. 이 씨는 방향 잃은 소설처럼 목적 없이 공원을 헤매고 있었다. 그는 몸을 움직여 홀로 있는 벤치에 다가갔다. 그때 벤치 위에 있던 시커먼 덩어리 하나가 공벌레처럼 꿈틀댔다. 이 씨는 막 엉덩이를 대고 앉으려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그 시커먼 덩어리는 몇 번 꿈틀대더니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이 씨를 빤히 쳐다봤다.

“안녕하슈.” 시커먼 덩어리가 컬컬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아, 예, 예 안녕하세요.” 이 씨는 얼떨결에 인사에 和答했다. 그 물질은 시커먼 덩어리가 아니라 무릎을 모아 누운 노숙자였던 것이다.

“아니, 이런 누추한 곳에 뭔 일로 오셨어요? 잠이라도 자려고? 댁도 나랑 같은 신세요?”

“아, 아뇨. 전 그냥…… 산책 삼아 걷다가…… 우연히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허, 그러셨구먼. 이왕 공원 중심까지 온 김에 앉지 그래요? 내가 비켜줄게.”

지저분한 얼굴에 수염을 텁수룩하게 기른 노숙자가 이 씨에게 자리를 권하는 바람에 이 씨는 옆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서 구릿하고도 담백한 냄새가 확 풍겨왔다. 이 씨의 손이 본능적으로 코를 막으려 했지만 그의 이성이 간신히 막았다. 사람 앞에서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당연히 무례한 짓에 포함된다. 이 씨는 아무리 악취가 난다 해도 참기로 했다.

“그래 걷다 보니 생각나는 게 있던가요?”

“네? 아, 딱히 뭐…… 춥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옷을 좀 더 입고 올 걸 그랬나 봐요. 이렇게 날씨가 매서울 줄 알았으면 코트라도 입고 오는 건데 말예요.”

“그러게 말이요. 나는 신문지라도 주워 몸에 풀칠이라도 하는데 댁은 어째 입은 꼴이 영 거시기허구만. 앞으로 점점 추워질 테니, 가벼운 운동화 대신 두꺼운 장화라도 신는 게 좋을 겁니다.”

“아, 예. 충고해주셔서 고맙군요. 주무시는데 제가 방해한 건지 모르겠네요. 전 이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럼 이만.”

“아니 괜찮아요 괜찮아, 온 김에 조금이라도 더 앉아 있다가 가시구려. 누가 옆에 있으면 그나마 따뜻하거든. 사람 體溫이란 게 이래봬도 35도가 넘는다고요. 정말 대단한 온도 아닙니까? 안 그래요?”

“아, 하하…… 그렇군요.”

이 씨는 말 많은 거지에게 잘못 걸렸다 싶었지만, 날이 추워 몸서리를 치는 남자를 홀로 두고 가기가 뭣해 그냥 있기로 했다. 좋은 얘기가 떠오르지도 않는데 노숙자와 대화를 나누면 어떤 영감이 떠오를지 누가 알겠는가. 한 중년 남자의 넋두리를 꾸준히 듣다보면 그에게서 아름다운 한 편의 소설이라도 건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런 날씨에는 그저 붕어빵 한 봉지 사다가 소주 한잔 따서 먹고 마시는 게 최고지. 댁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그렇죠?”

“네, 하지만 전 분식점에 들어가 시원한 어묵 한 사발 들이마시고 나오는 게 속 편할 것 같군요. 아니면 순대 1인분 시켜서 소금 탁탁 쳐 우물우물 천천히 씹어 먹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순대라, 캬…… 소주 한 잔이랑 순대 한 접시만 먹으면 원이 없겠네, 원이 없겠어…….”

“이런, 맛있는 음식 얘길 하니 절로 배가 고파지는군요. 아저씨 점심은 드셨어요?”

이 씨는 아차, 싶었지만 한번 내뱉은 말은 돌이킬 수 없는 법이었다. 안 그래도 못 먹는 거지에게 이런 얘기를 꺼내다니 틀림없이 기분 나빠할 게 뻔했다. 잘 먹었냐고? 넌 아주 잘 먹었겠지? 된장국에 밥 쓱쓱 말아 얼씨구 좋다 들이마시고는 라면 하나 슬쩍 꺼내 보글보글 끓여서 씨원~ 하게 후루룩 짭짭 들이켰겠지? 후식으로 들큰한 번데기 하나도 까 드셨나? 응?

하지만 노숙자는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도리어 싱글벙글 웃음을 띠는 것이었다.

“아이고, 먹다마다요. 비빔밥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릅니다. 달걀 후라이가 안에 들어있어서 참기름도 필요 없었어요. 대충 고추장 콩나물 넣어다가 맛있게 쩝쩝 비벼먹었지요. 댁은 뭐 드셨수? 그냥 밥? 아니면 뷔페라도 드셨나?”

뷔페는 무슨. 마감 시간에 쫓겨 굶는 와중에, 점심은 마다하고 아침이라도 먹었던가? 이 씨는 이제 건망증이라도 걸렸는가, 하고 기억나지 않는 오전 일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렸다. 꾸르륵거리는 위장이 거슬려 이 씨는 話題를 바꾸기로 했다.

“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인데, 오늘 밤까지 쓰던 단편소설을 마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출판사랑 계약을 한 바람에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아무 얘기라도 떠오르면 좋으련만, 대체 마땅한 결말이 생각나야 말이죠.”

이 씨는 웬만하면 자신의 개인적인 생활을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이야깃거리도 없어 그냥 생각나는 대로 털어놓기로 했다. 노숙자는 이 씨의 말을 집중해서 듣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거 참 걱정 많은 양반이로구만. 내가 그 걱정 싹 다 없애줄 테니 걱정일랑 저 멀리 던져버리쇼. 앞으로 그런 걱정 할 일은 없을 것이고만.”

“네? 어떻게요? 걱정할 필요 없다니요? 맨날 안 써지는 게 소설인데, 아저씨가 어떻게 내 걱정을 없애줍니까?”

“조용히 하고 잠깐 눈을 감아보세요. 당신 머릿속에 만수가 굴러다니는 게 훤히 보이구만. 성질 급한 양반일세.”

이 씨는 어떻게 소설 속 등장인물의 이름을 알았냐고 물으려 했지만 그가 손을 들어 이 씨의 눈을 자동으로 가리는 바람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선물 하나를 줄 것이구만요. 만수란 애가 어떻게 하는지 잘 보세요. 자, 눈앞에 만수가 보이지 않습니까?”

이 씨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캄캄한 어둠뿐이었지만, 너무나 어이없고 황당한 이 거지의 말을 그래도 꾹 참고 들어주기로 했다. 자고로 君子란 인내심이 많고 참을성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만수는 성식이를 만난다. 성식이는 만수를 만난다. 둘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나서 만수는 알게 된다.”

심심하고 재미없는 이야기에 이 씨는 싫증이 날 지경이었다. 어서 이 거지가 눈앞에서 사라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때 노숙자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걱정은 개나 줘버리고! 일어나 소설을 끝마치슈!”

노숙자는 이 씨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고 갑자기 손을 이 씨의 눈에서 뗐다. 이 씨의 눈앞에 강렬한 태양빛이 화사하게 비쳤다. 그는 눈앞에 비쳐오는 햇빛을 볼 수 있었다. 따사한 햇빛은 어느덧 칙칙했던 구름을 덜어주었고, 이 씨의 눈앞에는 까만 비닐봉지 몇 개만 굴러다닐 뿐이었다. 그는 방금 전까지도 눈앞에 있던 노숙자가 감쪽같이 사라진 걸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 사람은 어디로 간 걸까. 벤치의 빈자리에는 구릿하고 담백한 냄새만이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말하지도 않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안 것부터 이상했다. 아니, ‘걷다보니 생각나는 게 있던가요?’ 라는 질문부터 이 씨에겐 이상하게 들렸었다. 그때 눈치 채진 못했지만 그 거지가 남의 속마음을 훔쳐보는 능력이라도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씨는 증발해버린 노숙자의 존재를 잊으려 노력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루 두 끼를 굶으니 幻覺을 볼만도 했다. 그래, 잠시 내가 넋이 나간 모양이야. 아니면 꿈이라도 꿨나 보지. 그러나 손안에 느껴지는 물건은 분명 헛것이 아니었다. 그는 조심스레 손을 펼쳐보았다.

그 속에는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주인공 성식이와 만수의 운명이 적혀 있었다. 아, 진작 이렇게 썼으면 됐을 것을, 나는 왜 그리도 떠올리지 못했는가! 이런 卓越하고, 간단한 결말이 있었다니! 이 씨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달려갔다.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이 소설의 결말이다! 이런 쉬운 수를 깨닫지 못했다니! 이 씨는 자신의 무지를 나무랐다. 그는 서둘러 신발을 벗고 손도 씻지 않은 채 작업실에 들어가, 황급히 모니터를 켜고 한글 파일을 눌렀다. 그러고는 후다닥, 10분도 안 돼 작품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문장을 끝내고 나서 그는 뿌듯한 성취감을 느꼈다. 이제 출판사에 넘기는 일만 남았다. 이 씨는 자신 있게 인터넷에 접속해 ‘메일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문득,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구심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 노숙자의 정체는 뭐였을까. 하늘에서 떨어진 기적이자 선물이었을까, 아니면 무의식적에 빠져나온 영감이 형상화한 것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아이디어를 선물하는 신이라도 되는 걸까. 오늘도 이 씨는 소설 한 편을 완성해 한시름 놓았지만,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들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대체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사람이었을까, 이 세상 생물이 아니었을까.

 

이 씨는 완성된 단편소설을 출판사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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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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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언덕 넘어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면

마당 앞에 마중 나온 우리집 멍멍이가 왈왈 짖어댄다

우리 멍멍이새끼 잘 있었니 그 사람은 집에 있니

헥헥거리는 멍멍이 만져달라 멍멍이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놓고 집안으로 들어섰는데

그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텅빈 공간에 먼지만 가득하네

그 사람, 그 사람은 어디갔을까

바깥으로 나가 힘껏 불러보았다

그 사람 그 사람 나 왔어요 그 사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 사람

멍멍이 밥달라고 멍멍이

나는 마루에 앉아 그 사람을 생각하다

그 사람은 나를 모르고

나는 그 사람 이름을 몰라

그 사람 그 사람 하고 그 사람이라고만 부르고 있구나

그 사람 그 사람 어디갔을까

그 사람 그 이름 어디갔을까

산 넘고 들 넘어 그 사람이 기다리지 않는 곳으로 가면

그 사람은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나만

하염없이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구나

그 사람이 널 기다릴 줄 알았던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 단단히 잘못 생각한 걸까

마루에 누워 하늘을 보고

멍멍이는 놀아달라 멍멍이

그 사람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나는 아직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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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개구리 배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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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개구리가 발라당 뒤집혔다

 

오늘 아침 김00씨는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목적없는 곳, 무념무상 무의식적으로 가는 곳 그곳

김00씨는 넋을 잃은 채 멍하니 지하철 한구석을 응시한다

띠리리리 무당역 무당역에 도착했습니다

김00씨는 가방을 들고 들러붙은 바지를 떼고 일어선다

문이 열린다

푸르른 들판 짹짹 참새소리 화창하게 빛나는 해…

사방에 무당개구리들이 펄쩍펄쩍 뛰어다닌다

그중 한마리는 김00씨의 바지에 한마리는 가슴에 한마리는 목울때에

달라붙은 채 김00씨의 눈을 빤-히 바라본다

무당개구리 느낌이 꺼름칙해 땅바닥으로 휙

무당개구리가 지 배때지를 드러내놓고 비웃는다

무슨 낙으로 사리오 무슨 낙으로 사리오

환청인가 환청인가 귀에 거슬리는 소음일 뿐

붉은 바탕에 까만색 점 오돌토돌 오톨도톨

김00씨 소름끼치는 점들 무수히 많은 점들 보기 싫어

그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못할 것을 애써 부인한 채 그곳을 빠져나온다

무당개구리는 여전히 배때지를 드러낸 채 걸걸거리는 웃음소리로

무슨 낙으로 사리오, 무슨 낙으로 사리오….

집에 돌아오자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무슨 낙으로 사리오.

김00씨는 비밀번호를 누른다

띠리리리 문이 열린다

김00씨는 그곳으로 그안으로 들어간다

 

발라당 뒤집혀진 무당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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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도망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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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보여드리기 앞서 독자 여러분에게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우선, 이 시는 여러분에게 이해하라고 만든 시가 아닙니다. 이 시가 무엇을 말하든 굳이 해석하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이 시는 문법에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뭐라 지껄이든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이 시가 어디있는지 모릅니다. 여러 번 지켜봐왔지만 저의 부주의로 인해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혹시라도 이 시를 발견하신 분은 아래 전화번호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000-0000-0000

 

아니, 오늘도 햄버거인가. 이씨는 중얼거렸다. 안 그래도 요즘 햄버거를 너무 자주 먹어서 당분간 생각없었는데, 이씨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나. 눈치없는 햄버거는 또 밥상에 올랐다. 이건 이씨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다. 그냥 햄버거 알아서 밥상 위에 대가리를 떡하니 내밀고 이씨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날 먹어 날 먹어. 이씨는 잠깐 숨을 고르기로 한다. 벌써 며칠째 햄버거니 오늘도 먹어야 하는 것인가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이씨는 식사 때마다 찾아오는(그것도 강제로!) 햄버거를 어디 먼 곳으로 쫓아내고 싶었다. 햄버거를 무찌르는 방법을 찾았지만 오히려 햄버거를 먹는 방법만 가득했다. 이씨는 시를 버리고 소설가가 된 장정일씨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대충 훓어보았으나, 거기엔 그냥 햄버거 조리법만 적혀있는 게 다였다. 그래, 이 소설가의 소설이 논란이 된 이유가 다 있구나. 이씨는 생각했다. 햄버거는 그 자리에 있었다. 아무리 터뜨리고 창밖으로 내던져도 다시 온다.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이씨는 햄버거를 먹지 않으면 그도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한숨 푹 자기로 하자. 거기 있든지 말든지.

 

아직도 못 찾으셨습니까? 혹시라도 이 시를 보신다면 저에게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를 보여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 시에게 잡아먹혀야 합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만약 혹시라도, 혹시라도 이 시를 발견하신다면,

밑의 전화번호로(혹시 잊어버리셨을까 봐)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HAM-BUU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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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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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 속에 눈 내려

눈동자까지 쌓였습니다

맑고 하얀 그대 눈

사뿐히 밟아도 아플까봐

나 그대 눈 속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대 눈 속 눈 꽁꽁 얼어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아

나를 바라보는 눈

얼음처럼 차갑습니다

그대 눈 속 눈 녹는다면

한 줄기 비라도

흘러내릴 수 있을까

그대 눈 속에 눈 내려

나 모르는 새에

눈썹까지 쌓였습니다

그대 눈 속 차가운 눈

녹일 수만 있다면

나 불이 되어

온몸 새까맣게 타도 좋겠습니다

그대 눈 속 눈

봄이 되어 꽃이 핀다면

나 불씨가 되어

스러져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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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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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 깊고 깊은 굴속에 반달곰과 두 마리 동물이 모였어요.

“얘들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뭘까?”

아직 겨울잠을 자지 않은 반달곰이 말했어요.

“내 생각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도토리인 것 같아.”

옆에 누워서 깜빡 잠이 들었던 다람쥐가 대답했어요.

“도토리는 구워 먹을 수도 있고 삶아 먹을 수도 있고 쪄 먹을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도토리야.”

다람쥐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도토리인줄 아나 봐요. 정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도토리일까요?

갑자기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던 오소리가 대꾸했어요.

“아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도토리가 아니라 밤이야. 밤은 도토리보다 훨씬 더 크고 맛도 훨씬 좋잖아. 그러니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바로 밤이지.”

정말 오소리 말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밤일까요? 다람쥐와 오소리는 서로 자기 음식이 더 맛있다고 우겨댔어요.

그런데 맨 처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무엇인지 궁금해 했던 반달곰이 정답을 알아냈다는 듯이 말했어요.

“아냐, 아냐. 너희 둘 다 틀렸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도토리도, 밤도 아니야. 두 개 다 아니라고.”

그러자 오소리와 다람쥐가 호기심에 부풀어 물어봤어요.

“그럼 도토리도, 밤도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도대체 뭔데?”

곰이 대답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다름 아닌 너희 둘이야. 다람쥐와 오소리.”

그리고는 다람쥐와 오소리에게 곧장 달려들어 한꺼번에 꿀꺼덕! 삼켜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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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글쓰기 버튼이 안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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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글쓰기 버튼이 안 보입니다. 수정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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