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욕 한번 실컷 질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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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욕 한번 실컷 질러보고 싶다

 

집에서 욕하면 가족들이 들을까봐

밖에서 욕하면 사람들이 들을까봐

담벼락에 대고 큰 소리로 발악 발악 소리지르면

지나가던 도둑고양이가 들을까봐

도둑고양이가 들어서 가족들에게 일러바칠까봐

묶여있던 혀를 풀고

꽉 막혔던 목구멍을 시원하게 뻥

뚫을 수 없다

 

아 욕 한번 크게 뱉어보고 싶다

 

어디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 황무지에 가서

아무도 들을 수 없고 나만이 외칠 수 있는 텅 빈 공간에서

어떤 찌꺼기도 어떤 방해물도 없는 백지에서

나만이 유일한 색을 발한 채

아 하고 악 하고

욕 한 번 시원하게 상쾌하게 꽥

질러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아 욕 한번 실컷 질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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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歌手가 세상을 떠났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지도 못한 채

누군가의 밥줄이 되고 누군가의 돈줄이 되고

텔레비전에서는 그의 명예를 모독한다

가족들은 그의 죽음을 외면하고

사회는 그의 죽음을 함부로 단정짓는다

진실의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

하늘로 증발했나 땅으로 파묻혔나 외국으로 도피했나

그곳에서 망자의 혼과 명예를 팔아먹으며 떵떵거리고 살고 있나

죽은 자는 입이 없어 말 못하고

산 자는 입이 있어 말 안하고

하늘에서 歌手는 무슨 생각을 할까

잘 지내고는 있을까

몇 십년 묵은 恨을 품속에서 고이 간직한 채 누군가를 보며 저주하고 있을까 원망하고 있을까

산 자는 죽은 자에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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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쓰레기(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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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음식 쓰레기(가제)

 

#1 집 내부/주인공과 주인공의 엄마

 

(페이드인)

서서히 밝아지며… 종이가 비춰진다. 연필을 잡은 손이 속도감 있게 움직이면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앵글이 가까이 있다가 서서히 멀어진다. 계속해서 부지런히 움직인다.(3~5초간 지속) 갑자기 보이지 않는 저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엄마: “음식 쓰레기 버리고 와라!”

주인공이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멈칫한다(멈춘다).

주인공: “네, 가요!”

동시에 손이 연필을 던지고 앵글을 벗어난다.

주인공이 한 손에는 음식 쓰레기통을 든 채로 현관문을 향해 걸어온다. 문을 열고 신발을 신는다. 주인공의 오른손이 올라가 현관문 버튼을 누르고 삑 소리가 나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문이 닫히고 삑 소리가 난다.

 

#2 집 외부(어두운 밤)/주인공과 괴한

 

주인공의 정수리가 비춰지고 계단을 빠른 속도로 내려간다. (3~5초 정도 지난다)주인공의 정수리가 앵글에서 벗어난다.

음식 쓰레기통이 조금씩 흔들리면서 카메라에 근접해있고 주인공의 다리가 계속해서 움직인다. 음식 쓰레기통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가로등과 함께 주인공 몸 전체가 비춰진다. 주인공이 음식 쓰레기 통 뚜껑을 열고 안에 음식 쓰레기를 부어넣은 다음 뚜껑을 닫는다. 카메라 쪽으로 걸어와 앵글을 벗어난다.

주인공의 정수리가 비춰지고 주인공이 계단을 빠르게 올라온다. 카메라에 점점 가까워진다.

막 현관문을 열려고 한 순간 뒤에서 까만 비닐봉지를 든 손이 뛰쳐나와 주인공 얼굴에 덮어씌운다. 화면이 끊긴다.

 

#3 방 내부(캄캄한 밤)/주인공과 괴한들

 

(페이드인)

주인공 몸 전체가 비춰진다. 얼굴에는 까만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고 온 몸이 의자에 밧줄로 꽁꽁 묶여져 있다. 방 주위에 망치, 몽둥이 등 흉기와 둔기가 흩어져 있다.

주인공 얼굴이 비춰지면서 3초 정도 있다가 고개를 든다.(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난다)

다시 몸 전체가 비춰진다.

주인공: “읍, 읍!”

소리를 내며 온 몸을 흔들어댄다.

의자가 덜걱거리다가 이내 조용해진다.(멈춘다)

주인공 얼굴이 비춰지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든다.

사람 세 명이 신발을 신은 채로 방 안으로 들어온다. 무릎과 발만 비춰진다.

주인공 얼굴이 비춰지고 뒤에서 몽둥이가 내리쳐진다. 빡 소리가 난다.

주인공: “윽!”

주인공 상반신이 비춰지고 사람 세 명이 발길질, 주먹질을 하며 계속해서 구타를 감행한다. 맞을 때마다 “윽!”소리를 낸다.

방문만 보이고(어두운 배경) 방 안에는 불이 비춰져있다. 둔탁한 소리가 연이어 나면서 그에 따라 신음소리도 난다. 한참 동안 지속되다(1분 정도) 곧이어 소리가 멈추고 발소리가 들린다. 사람 세 명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무릎과 발만 보인다). 방문이 닫히고 신발 신은 발들이 앵글을 벗어난다.

주인공의 전신이 비춰지고 방 사방에 핏방울들이 흩어져 있다.

주인공의 비닐봉지 뒤집어쓴 얼굴이 비춰지고 가쁜 숨을 몰아쉬어 비닐봉지가 달싹달싹 움직인다.

(3~5초 뒤 페이드아웃)

 

#4 방 내부(캄캄한 밤)/주인공

 

(페이드인)

주인공의 얼굴이 비춰진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면서 고개를 든다.

전신이 비춰지고 주인공이 몸 전체를 이리저리 흔들고 의자 덜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5초간 흔들다가 의자와 함께 쿵 소리가 나면서 넘어진다.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비닐봉지가 달싹거린다. 주인공이 3~4초간 가쁜 숨을 몰아쉰다.

밧줄에 묶여진 손이 비춰지고 풀어헤치려고 버둥거린다. 끙끙대는 소리가 들리고 밧줄에서 손이 빠져나온다.

어기적어기적거리며 의자에서 빠져나온다. 바닥에서 벌떡 일어난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이리저리 살핀다. 그러더니 문을 보고 다가간다,

문이 비춰지고 주인공이 문손잡이를 당기지만 열리지 않는다.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더니 포기하고 창문으로 다가간다.

창문이 비춰지고 주인공이 창문을 연다. 베란다로 나간다.

 

#5 베란다 내부/주인공

 

베란다 전체가 비춰지고 주인공이 두리번거리다가 공구함을 발견한다. 공구함 옆에 있던 망치를 집어 들고 카메라에 점점 다가온다.

 

#6 부엌 내부/주인공과 괴한들

 

사람 세 명이 식탁에서 시끌벅적하게 웃으며 음식을 먹고 마시고 있다. 뒤에서 주인공이 망치를 들고 소리 없이 다가온다. 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태평하게 먹고만 있다. 이윽고 주인공이 망치를 치켜들고 한 사람을 향해 내려친다. 한 사람이 “윽!”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난다. 두 사람이 놀라 쳐다본다.

두 사람이 주인공을 바라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도망간다. 주인공이 뒤를 쫓는다.

두 사람이 현관으로 뛰어가 문을 열고 나간다. 주인공이 망치를 들고 계속해서 그 둘을 쫓는다.

 

#7 집 외부/주인공과 괴한들

 

두 사람이 계단으로 내려가다 한 사람이 넘어진다. 나머지 한 사람은 계속 내려간다. 주인공이 계단으로 내려가 쓰러진 한 사람을 망치로 때려죽인다. 목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계속 밑으로 내려간다.

한 사람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동문으로 뛰어간다. 자동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간다. 이어서 주인공이 뒤따라간다.

한 사람이 계속 헉헉대며 뛰어가다가 다른 아파트로 올라간다.

버튼을 누르고 문이 열리자 서둘러 안으로 들어간다.

 

#8 아파트 내부/주인공과 괴한

 

승강기 버튼을 누르고 잠깐 숨을 돌린다. 띵 소리가 나고 문이 열린다. 승강기에 들어간다.

한 사람이 3층 버튼을 누르고 무릎을 잡고 한숨을 내쉰다. 띵 소리가 나니까 고개를 든다.

문이 열리고 앞에 주인공이 서 있다.

한 사람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쓰러진다. 주인공이 망치를 손에든 채 승강기 안으로 들어선다. 승강기 문이 닫힌다. 한 사람이 비명을 지른다.

(페이드아웃)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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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볼링 [광산 탈출] : 빛 한 줄기 없는 어둠 속에서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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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란 어떤 것일까? 주변 사람들의 힐난과 강요가 모든 희망을 억누르는 세상일까? 아니면 모든 상황이 비참하고 견디기 힘들지만 절벽 끝에 한 줄기 희망이 있는 따뜻한 세상일까?

제인 볼링의 <광산 탈출>은 바로 후자를 말하는 청소년문학이다. 이 작품은 한없이 어둡지만 시간이 지나면 환해지고, 절망이 있기에 희망이 있으며, 아무리 괴롭고 모진 노동을 한다 해도 결국 끝에는 새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인공 '레길레'는 불법 폐광에 강제로 이끌려온 18세 소년이다. 레길레는 짧으면 세 달, 길면 여섯 달 정도를 어둡고 갑갑한 광산 속에서만 보낸다. 사방이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전등으로 돌만 캐야 하는 고통은 '자마자마(불법 폐광 채굴에 동원된 사람)'의 피치 못할 운명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레길레는 괴로움에도 적응돼 친구와 가족 모두를 잊어버리려 한다. 레길레는 갈수록 심해지는 구타와 핍박에도 묵묵히 일만 하다 어느 날 열세 살 소년 '타이바'를 만나게 된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는 타이바는 광산을 빠져나갈 생각에 희망을 품는다. 레길레는 그런 타이바를 철 들지 않았다며 한심하게 내려다보지만, 친구 '카테카니'의 설득으로 타이바를 도와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작품은 광산 안의 일과 광산 밖의 일, 두 가지로 분류된다. 광산 안의 일은 레길레와 어린아이들의 극대화된 답답함과 고통스러움을 표현한다. 책임자 '페이스맨'의 계속되는 구타, 총알의 타격으로 무너져 내리는 돌에 깔려 심한 상처를 입게 되는 등 어둠 속에서의 외적 파괴와 내적 파괴를 뼈저리도록 생생하게 포착한다. 광산 밖의 일 역시 안의 일과 다를 게 없다. 살아 숨 쉬는 공기가 가득한 세상이라는 것만 빼면, 지배자 '파파'의 삿대질과 모욕은 광산 안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레길레에게 세상은 갇혀있어도 괴롭고, 나와 있어도 불편한 공간이다.

 

레길레는 이미 희망을 저버린지 오래지만, 타이바는 자마자마들을 구해주었다는 '스파이크'라는 인물을 통해 살아갈 희망을 얻는다. 숨 막히는 광산에서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건 영웅 스파이크뿐이다. 레길레는 불행 속에서만 답을 찾으려 하지만 타이바는 가망 없는 환상 속에서 미래를 찾으려 한다. 레길레가 광산 밖으로 나와 만난 친구 카테카니는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굳센 희망을 갖고 있다. 레길레는 계속되는 친구들의 설득에도 너무 오랫동안 세뇌되어 있던 탓에 잠시 주저하지만, 자신의 마음속에 아직 한 줄기 빛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고 타이바를 돕는다. 이렇듯 작가는 희망은 혼자 있을 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쳤을 때 나타난다는 사실을 타이바와 친구들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청소년들은 가족을 위해 광산에서 살아가는 레길레처럼 불편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까, 아무리 고통스런 상황이라 해도 희망을 잃지 않고 탈출을 포기하지 않는 타이바가 되어야 할까? 꼭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레길레가 되든, 타이바가 되든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힘써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무참한 광산의 현실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학대당하며 임금을 위해 노동하는 어린 소년들은 여전히 실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그들과 거의 다를 것이 없으며, 우리 역시 레길레이자 타이바 둘 모두에 해당된다. 우리 청소년들은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정말로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현실이란 무엇일까? 무조건 부모님의 말씀만 따르고 올바르며 씩씩한 청소년으로 자라야하는 세상일까, 어느 누구의 말도 믿지 말고 자신의 길만 직행해야 하는 세상일까?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너무나도 비참한 현실과 부딪쳐야한다.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 돈을 많이 버는 것, 그것이 진정 청소년들이 바라는 희망이자 꿈일까? 선생과 부모의 강요로 학교를 다니지만 그것이 과연 자신의 의지일까?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21세기의 청소년들은 모두 이러한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자신을 스스로 달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작가 제인 볼링은 그러한 청소년들에게 끝까지 희망을 잃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레길레와 타이바 모두가 될 수 있지만, 그 누가 되든 희망은 잃지 말아야한다는 것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람이다. 그러므로 우리 청소년들은 아직 저 끝에 희망의 빛이 있으며, 그것을 잡기 위해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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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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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

 

어디선가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 콧잔등에 달라붙었다. 손을 들어 쫓아냈지만 콧등 위의 찜찜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며칠 전부터 한두 마리가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구더기 대여섯 마리가 발견되기까지 한다. 집안 사방에서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토악질이 나올 듯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 분명 창문을 꼭 닫아놓았을 텐데 어디서 어떻게 들어오는 걸까? 전혀 알 수가 없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어김없이 파리가 나타나 방해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잽싸게 도망가고 만다. 파리채로 수십 마리 때려죽이긴 했지만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날 뿐이다. 쓰레기를 제때제때 치워도, 약을 놓아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 빌어먹을 파리들을 어떻게 하면 다 없앨 수 있을까?

 

 

#1

 

사실 이렇게 된 건 다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는 몇 주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 배가 터질 것 같다 하면서 낑낑 앓는 소리만 늘어놓더니 결국엔 몸져 눕고 말았다.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의사가 뇌종양이 자라고 있다면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수술비를 마련할 돈이 없는 나는 아직까지 다 죽어가는 아버지를 방치하고만 있다. 날이 갈수록 아버지의 숨소리는 작아지고, 가늘어지고, 가냘파진다. 나는 어떻게든 직업을 구하러 이곳저곳 돌아다녀보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가진 것도 없고 능력도 없으니까. 어느 날 아버지가 기운이 조금 나는지, 나를 불러다놓고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아들아.

나: 네 아버지.

아버지: 피곤하구나. 창문 좀 닫아줄래?

나: 네, 아버지.

아버지: 미안하구나.

 

아버지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아버지는 가진 것도 없어 유산을 나눠가지라느니 나 혼자 다 가지라느니 등의 유언도 남기지 못한다. 그저 할 수 있는 말은 (내가 이렇게 돼서)미안하구나, 밖에 없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모르겠다. 가난한 아버지? 불쌍한 아버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지금도 병실 한구석에서 끙끙 앓고만 있다.

 

 

#2

 

파리가 들끓는다. 이제 수십 마리를 넘어서 수백, 수천 마리가 온 집안을 들쑤시고 다닌다. 사방에 지독한 파리 냄새, 구릿한 구더기 냄새가 진동하고 초파리까지 나타나 천장에 달라붙는다. 이젠 내 침대까지 침범해 그 위에서 다리를 비비고 불쾌하고 커다란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런데 어쩐지 이 파리는 아버지를 닮았다. 털이 부숭숭 돋아난 파리는 시커멓게 생긴 눈으로 나에게 말한다.

破{미안하구나}離.

 

 

#3

 

악몽을 꿨다. 나는 잠에서 벌떡 깨어나 흐르는 땀을 훔친다. 파리는 여전히 침대 위에서 몸단장을 하고 있고, 구더기들은 변기 속 오물들을 섭취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버지는, 아버지는 잘 있을까. 문득 섬뜩한 기운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나는 서둘러 파리가 달라붙은 바지를 털어내 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4

 

아버지는 병실에 누워있었다. 전보다 더 수척해지고 쇠약해진 것 같았다. 아버지의 입김은 이제 나비의 날갯짓만큼 가늘다. 맥박 수가 불안정한걸 보니 영 상태가 좋지 못했다. 나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나: 아버지, 간호사 불러드릴까요?

아버지: (겨우 입을 열며)아니, 괜찮아. 그럴 필요 없어.

나: 괜찮으세요?

아버지: 그래, 괜찮아, 괜찮아…

나: 제가 어떻게든 노력해볼게요.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직업도 구하고 있으니까..

아버지: 아냐, 괜찮아. 안 그래도 돼.

나: 아버지, 저, 이제 가볼게요.

 

나는 해골처럼 삐쩍 마른 아버지의 모습이 두려워 서둘러 병원 밖을 뛰쳐나왔다.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아버지는 이제 정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태세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아버지는 죽을지도 몰랐다. 내가 돈을 벌지 않는 한, 내가 어떻게든 수술비를 마련하지 않는 한.

 

 

#5

 

집안은 파리 천지다. 이제 이곳은 파리들의 세상이 되어 파리들이 군림하고 파리들이 다스린다. 나는 파리채로 잡는 일에도 지쳐 파리 찌꺼기가 묻은 침대에 누워 멍하니 허공만 응시한다. 아버지를 만나러가기가 싫었다. 아니, 싫었다기보다는 두려웠다는 게 사실이리라. 아버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까? 혹 나는 죽어가는 아버지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몇 주 전 형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어머니는 죽은 지 오래고, 친척들은 자취를 감추었고 지인들은 연락을 끊었다. 결국엔 나 혼자 남았다. 파리들이 공중에서 윙윙거린다. 한 마리의 날갯짓 소리가 여러 마리의 소리와 하나가 되니 귀가 쟁쟁 울릴 정도로 시끄럽다. 아버지를 닮은 파리 한 마리가 내려와 나를 보며 말했다.

 

把{아들아.}離

 

 

#6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죽었다고 했다. 나는 끝끝내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시신을 정리할 예정이니 와달라고 했다. 나는 아무런 감정 없이 장례식까지 치르고 집에 돌아오고 있었다. 하루 이틀이 순식간에 지난 것 같았다. 나는 내 눈을 싹싹 비벼댔다. 집이 가까오자 아버지를 닮은 파리가 생각났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아버지의 기력 없는 눈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순간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어쩌면 두려운 건지도 모른다. 문을 열면 파리가 쏟아져 나올까. 문을 열면 파리가 나에게 달려들까.

 

 

epilogue

 

나는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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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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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은 주먹다짐을 한다

천상에서

지상에서

하늘에서는 신들이 주먹다짐

땅에서는 사람들이 주먹다짐

정신없이 쾅쾅 부딪히다 보면

주먹은 얼얼 얼굴도 얼얼

사람이 주먹다짐하면 신이라도 안 할 수 없나

신들은 매일 주먹다짐

사람들도 매일 주먹다짐

하늘과 땅도 모두

주먹다짐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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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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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꽃을 바친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꽃을 주었고 당신은 나의 꽃을 받아주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당신의 꽃은 시들어갔습니다

붉고 강렬하던 장밋빛은 희미하게 색을 잃어버렸고

생생하게 살아있던 줄기는 퇴색해 썩어갔습니다

당신이 가진 꽃은 오래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는 당신에게 다시 꽃을 주었습니다

당신에게 꽃을 바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2.

꽃이 시들어간다.

붉은색 꽃은 벌써 힘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그는 나에게 꽃을 주었고 나는 그 꽃을 받아들었다.

시간이 흐르자 꽃은 얼마 안 가 시들어버렸고 나 역시 꽃과 같이 되어버렸다.

그는 다시 나에게 꽃을 주었다.

 

3.

당신에게 꽃을 바칩니다.

나는 그의 꽃을 받았다.

 

4.

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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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사자는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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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사자는

살아있는 콧김으로 나를 달구고

살아있는 눈빛으로 나를 불태운다

그러나

죽어가는 사자는

죽어가는 숨결로 나를 식히고

죽어가는 시선으로 나를 꺼뜨린다

 

죽어가는 사자는 힘이 없다

나는 죽어가는 사자를

마르고 차가운 사자를

꼭 보듬어 안는다

죽어가는 사자를 안으면 살아날 수 있을까

죽어가는 사자는 살아있는 사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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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닭이 되어(한 마리 곰이 되어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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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닭이 되어 팔려가고 싶어 아아 나흘만 더 참으렴 잠꼬대할 시간도 없이 땀이 주르륵주르륵 지치도록 먼 길을 떠나고 싶어 으아 으아, 맛있는 꿈을 꾸는 동안 닭 모가지는 툭툭 떨어져 도살장 지붕까지 쌓이겠지 정말이지 한 마리 닭이 되어 팔려가고 싶어 달걀 따위는 도살장에 가져가지 않을 거야 날 키우려는 농부도 절대 데려가지 못하게 할 거야 모이 쏟아지는 소리도 정신없이 퍼먹는 소리도 없는 깊은 도살장 입구에 들어 꼬끼오 꼬꼬 아무 생각없는 멍청한 닭이 되어 실컷 음식으로 요리될 거야 굽다가 끓이다가 지겨우면 기름에 튀길 거야 내가 파닥파닥 몸부림을 치며 소리지르면 도살장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겠지 이글이글한 죽음이 한발자국 다가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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