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도망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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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보여드리기 앞서 독자 여러분에게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우선, 이 시는 여러분에게 이해하라고 만든 시가 아닙니다. 이 시가 무엇을 말하든 굳이 해석하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이 시는 문법에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뭐라 지껄이든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이 시가 어디있는지 모릅니다. 여러 번 지켜봐왔지만 저의 부주의로 인해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혹시라도 이 시를 발견하신 분은 아래 전화번호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000-0000-0000

 

아니, 오늘도 햄버거인가. 이씨는 중얼거렸다. 안 그래도 요즘 햄버거를 너무 자주 먹어서 당분간 생각없었는데, 이씨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나. 눈치없는 햄버거는 또 밥상에 올랐다. 이건 이씨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다. 그냥 햄버거 알아서 밥상 위에 대가리를 떡하니 내밀고 이씨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날 먹어 날 먹어. 이씨는 잠깐 숨을 고르기로 한다. 벌써 며칠째 햄버거니 오늘도 먹어야 하는 것인가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이씨는 식사 때마다 찾아오는(그것도 강제로!) 햄버거를 어디 먼 곳으로 쫓아내고 싶었다. 햄버거를 무찌르는 방법을 찾았지만 오히려 햄버거를 먹는 방법만 가득했다. 이씨는 시를 버리고 소설가가 된 장정일씨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대충 훓어보았으나, 거기엔 그냥 햄버거 조리법만 적혀있는 게 다였다. 그래, 이 소설가의 소설이 논란이 된 이유가 다 있구나. 이씨는 생각했다. 햄버거는 그 자리에 있었다. 아무리 터뜨리고 창밖으로 내던져도 다시 온다.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이씨는 햄버거를 먹지 않으면 그도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한숨 푹 자기로 하자. 거기 있든지 말든지.

 

아직도 못 찾으셨습니까? 혹시라도 이 시를 보신다면 저에게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를 보여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 시에게 잡아먹혀야 합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만약 혹시라도, 혹시라도 이 시를 발견하신다면,

밑의 전화번호로(혹시 잊어버리셨을까 봐)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HAM-BUU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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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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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 속에 눈 내려

눈동자까지 쌓였습니다

맑고 하얀 그대 눈

사뿐히 밟아도 아플까봐

나 그대 눈 속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대 눈 속 눈 꽁꽁 얼어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아

나를 바라보는 눈

얼음처럼 차갑습니다

그대 눈 속 눈 녹는다면

한 줄기 비라도

흘러내릴 수 있을까

그대 눈 속에 눈 내려

나 모르는 새에

눈썹까지 쌓였습니다

그대 눈 속 차가운 눈

녹일 수만 있다면

나 불이 되어

온몸 새까맣게 타도 좋겠습니다

그대 눈 속 눈

봄이 되어 꽃이 핀다면

나 불씨가 되어

스러져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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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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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 깊고 깊은 굴속에 반달곰과 두 마리 동물이 모였어요.

“얘들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뭘까?”

아직 겨울잠을 자지 않은 반달곰이 말했어요.

“내 생각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도토리인 것 같아.”

옆에 누워서 깜빡 잠이 들었던 다람쥐가 대답했어요.

“도토리는 구워 먹을 수도 있고 삶아 먹을 수도 있고 쪄 먹을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도토리야.”

다람쥐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도토리인줄 아나 봐요. 정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도토리일까요?

갑자기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던 오소리가 대꾸했어요.

“아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도토리가 아니라 밤이야. 밤은 도토리보다 훨씬 더 크고 맛도 훨씬 좋잖아. 그러니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바로 밤이지.”

정말 오소리 말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밤일까요? 다람쥐와 오소리는 서로 자기 음식이 더 맛있다고 우겨댔어요.

그런데 맨 처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무엇인지 궁금해 했던 반달곰이 정답을 알아냈다는 듯이 말했어요.

“아냐, 아냐. 너희 둘 다 틀렸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도토리도, 밤도 아니야. 두 개 다 아니라고.”

그러자 오소리와 다람쥐가 호기심에 부풀어 물어봤어요.

“그럼 도토리도, 밤도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도대체 뭔데?”

곰이 대답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다름 아닌 너희 둘이야. 다람쥐와 오소리.”

그리고는 다람쥐와 오소리에게 곧장 달려들어 한꺼번에 꿀꺼덕! 삼켜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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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글쓰기 버튼이 안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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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욕 한번 실컷 질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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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욕 한번 실컷 질러보고 싶다

 

집에서 욕하면 가족들이 들을까봐

밖에서 욕하면 사람들이 들을까봐

담벼락에 대고 큰 소리로 발악 발악 소리지르면

지나가던 도둑고양이가 들을까봐

도둑고양이가 들어서 가족들에게 일러바칠까봐

묶여있던 혀를 풀고

꽉 막혔던 목구멍을 시원하게 뻥

뚫을 수 없다

 

아 욕 한번 크게 뱉어보고 싶다

 

어디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 황무지에 가서

아무도 들을 수 없고 나만이 외칠 수 있는 텅 빈 공간에서

어떤 찌꺼기도 어떤 방해물도 없는 백지에서

나만이 유일한 색을 발한 채

아 하고 악 하고

욕 한 번 시원하게 상쾌하게 꽥

질러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아 욕 한번 실컷 질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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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歌手가 세상을 떠났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지도 못한 채

누군가의 밥줄이 되고 누군가의 돈줄이 되고

텔레비전에서는 그의 명예를 모독한다

가족들은 그의 죽음을 외면하고

사회는 그의 죽음을 함부로 단정짓는다

진실의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

하늘로 증발했나 땅으로 파묻혔나 외국으로 도피했나

그곳에서 망자의 혼과 명예를 팔아먹으며 떵떵거리고 살고 있나

죽은 자는 입이 없어 말 못하고

산 자는 입이 있어 말 안하고

하늘에서 歌手는 무슨 생각을 할까

잘 지내고는 있을까

몇 십년 묵은 恨을 품속에서 고이 간직한 채 누군가를 보며 저주하고 있을까 원망하고 있을까

산 자는 죽은 자에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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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쓰레기(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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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음식 쓰레기(가제)

 

#1 집 내부/주인공과 주인공의 엄마

 

(페이드인)

서서히 밝아지며… 종이가 비춰진다. 연필을 잡은 손이 속도감 있게 움직이면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앵글이 가까이 있다가 서서히 멀어진다. 계속해서 부지런히 움직인다.(3~5초간 지속) 갑자기 보이지 않는 저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엄마: “음식 쓰레기 버리고 와라!”

주인공이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멈칫한다(멈춘다).

주인공: “네, 가요!”

동시에 손이 연필을 던지고 앵글을 벗어난다.

주인공이 한 손에는 음식 쓰레기통을 든 채로 현관문을 향해 걸어온다. 문을 열고 신발을 신는다. 주인공의 오른손이 올라가 현관문 버튼을 누르고 삑 소리가 나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문이 닫히고 삑 소리가 난다.

 

#2 집 외부(어두운 밤)/주인공과 괴한

 

주인공의 정수리가 비춰지고 계단을 빠른 속도로 내려간다. (3~5초 정도 지난다)주인공의 정수리가 앵글에서 벗어난다.

음식 쓰레기통이 조금씩 흔들리면서 카메라에 근접해있고 주인공의 다리가 계속해서 움직인다. 음식 쓰레기통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가로등과 함께 주인공 몸 전체가 비춰진다. 주인공이 음식 쓰레기 통 뚜껑을 열고 안에 음식 쓰레기를 부어넣은 다음 뚜껑을 닫는다. 카메라 쪽으로 걸어와 앵글을 벗어난다.

주인공의 정수리가 비춰지고 주인공이 계단을 빠르게 올라온다. 카메라에 점점 가까워진다.

막 현관문을 열려고 한 순간 뒤에서 까만 비닐봉지를 든 손이 뛰쳐나와 주인공 얼굴에 덮어씌운다. 화면이 끊긴다.

 

#3 방 내부(캄캄한 밤)/주인공과 괴한들

 

(페이드인)

주인공 몸 전체가 비춰진다. 얼굴에는 까만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고 온 몸이 의자에 밧줄로 꽁꽁 묶여져 있다. 방 주위에 망치, 몽둥이 등 흉기와 둔기가 흩어져 있다.

주인공 얼굴이 비춰지면서 3초 정도 있다가 고개를 든다.(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난다)

다시 몸 전체가 비춰진다.

주인공: “읍, 읍!”

소리를 내며 온 몸을 흔들어댄다.

의자가 덜걱거리다가 이내 조용해진다.(멈춘다)

주인공 얼굴이 비춰지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든다.

사람 세 명이 신발을 신은 채로 방 안으로 들어온다. 무릎과 발만 비춰진다.

주인공 얼굴이 비춰지고 뒤에서 몽둥이가 내리쳐진다. 빡 소리가 난다.

주인공: “윽!”

주인공 상반신이 비춰지고 사람 세 명이 발길질, 주먹질을 하며 계속해서 구타를 감행한다. 맞을 때마다 “윽!”소리를 낸다.

방문만 보이고(어두운 배경) 방 안에는 불이 비춰져있다. 둔탁한 소리가 연이어 나면서 그에 따라 신음소리도 난다. 한참 동안 지속되다(1분 정도) 곧이어 소리가 멈추고 발소리가 들린다. 사람 세 명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무릎과 발만 보인다). 방문이 닫히고 신발 신은 발들이 앵글을 벗어난다.

주인공의 전신이 비춰지고 방 사방에 핏방울들이 흩어져 있다.

주인공의 비닐봉지 뒤집어쓴 얼굴이 비춰지고 가쁜 숨을 몰아쉬어 비닐봉지가 달싹달싹 움직인다.

(3~5초 뒤 페이드아웃)

 

#4 방 내부(캄캄한 밤)/주인공

 

(페이드인)

주인공의 얼굴이 비춰진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면서 고개를 든다.

전신이 비춰지고 주인공이 몸 전체를 이리저리 흔들고 의자 덜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5초간 흔들다가 의자와 함께 쿵 소리가 나면서 넘어진다.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비닐봉지가 달싹거린다. 주인공이 3~4초간 가쁜 숨을 몰아쉰다.

밧줄에 묶여진 손이 비춰지고 풀어헤치려고 버둥거린다. 끙끙대는 소리가 들리고 밧줄에서 손이 빠져나온다.

어기적어기적거리며 의자에서 빠져나온다. 바닥에서 벌떡 일어난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이리저리 살핀다. 그러더니 문을 보고 다가간다,

문이 비춰지고 주인공이 문손잡이를 당기지만 열리지 않는다.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더니 포기하고 창문으로 다가간다.

창문이 비춰지고 주인공이 창문을 연다. 베란다로 나간다.

 

#5 베란다 내부/주인공

 

베란다 전체가 비춰지고 주인공이 두리번거리다가 공구함을 발견한다. 공구함 옆에 있던 망치를 집어 들고 카메라에 점점 다가온다.

 

#6 부엌 내부/주인공과 괴한들

 

사람 세 명이 식탁에서 시끌벅적하게 웃으며 음식을 먹고 마시고 있다. 뒤에서 주인공이 망치를 들고 소리 없이 다가온다. 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태평하게 먹고만 있다. 이윽고 주인공이 망치를 치켜들고 한 사람을 향해 내려친다. 한 사람이 “윽!”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난다. 두 사람이 놀라 쳐다본다.

두 사람이 주인공을 바라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도망간다. 주인공이 뒤를 쫓는다.

두 사람이 현관으로 뛰어가 문을 열고 나간다. 주인공이 망치를 들고 계속해서 그 둘을 쫓는다.

 

#7 집 외부/주인공과 괴한들

 

두 사람이 계단으로 내려가다 한 사람이 넘어진다. 나머지 한 사람은 계속 내려간다. 주인공이 계단으로 내려가 쓰러진 한 사람을 망치로 때려죽인다. 목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계속 밑으로 내려간다.

한 사람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동문으로 뛰어간다. 자동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간다. 이어서 주인공이 뒤따라간다.

한 사람이 계속 헉헉대며 뛰어가다가 다른 아파트로 올라간다.

버튼을 누르고 문이 열리자 서둘러 안으로 들어간다.

 

#8 아파트 내부/주인공과 괴한

 

승강기 버튼을 누르고 잠깐 숨을 돌린다. 띵 소리가 나고 문이 열린다. 승강기에 들어간다.

한 사람이 3층 버튼을 누르고 무릎을 잡고 한숨을 내쉰다. 띵 소리가 나니까 고개를 든다.

문이 열리고 앞에 주인공이 서 있다.

한 사람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쓰러진다. 주인공이 망치를 손에든 채 승강기 안으로 들어선다. 승강기 문이 닫힌다. 한 사람이 비명을 지른다.

(페이드아웃)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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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볼링 [광산 탈출] : 빛 한 줄기 없는 어둠 속에서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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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란 어떤 것일까? 주변 사람들의 힐난과 강요가 모든 희망을 억누르는 세상일까? 아니면 모든 상황이 비참하고 견디기 힘들지만 절벽 끝에 한 줄기 희망이 있는 따뜻한 세상일까?

제인 볼링의 <광산 탈출>은 바로 후자를 말하는 청소년문학이다. 이 작품은 한없이 어둡지만 시간이 지나면 환해지고, 절망이 있기에 희망이 있으며, 아무리 괴롭고 모진 노동을 한다 해도 결국 끝에는 새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인공 '레길레'는 불법 폐광에 강제로 이끌려온 18세 소년이다. 레길레는 짧으면 세 달, 길면 여섯 달 정도를 어둡고 갑갑한 광산 속에서만 보낸다. 사방이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전등으로 돌만 캐야 하는 고통은 '자마자마(불법 폐광 채굴에 동원된 사람)'의 피치 못할 운명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레길레는 괴로움에도 적응돼 친구와 가족 모두를 잊어버리려 한다. 레길레는 갈수록 심해지는 구타와 핍박에도 묵묵히 일만 하다 어느 날 열세 살 소년 '타이바'를 만나게 된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는 타이바는 광산을 빠져나갈 생각에 희망을 품는다. 레길레는 그런 타이바를 철 들지 않았다며 한심하게 내려다보지만, 친구 '카테카니'의 설득으로 타이바를 도와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작품은 광산 안의 일과 광산 밖의 일, 두 가지로 분류된다. 광산 안의 일은 레길레와 어린아이들의 극대화된 답답함과 고통스러움을 표현한다. 책임자 '페이스맨'의 계속되는 구타, 총알의 타격으로 무너져 내리는 돌에 깔려 심한 상처를 입게 되는 등 어둠 속에서의 외적 파괴와 내적 파괴를 뼈저리도록 생생하게 포착한다. 광산 밖의 일 역시 안의 일과 다를 게 없다. 살아 숨 쉬는 공기가 가득한 세상이라는 것만 빼면, 지배자 '파파'의 삿대질과 모욕은 광산 안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레길레에게 세상은 갇혀있어도 괴롭고, 나와 있어도 불편한 공간이다.

 

레길레는 이미 희망을 저버린지 오래지만, 타이바는 자마자마들을 구해주었다는 '스파이크'라는 인물을 통해 살아갈 희망을 얻는다. 숨 막히는 광산에서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건 영웅 스파이크뿐이다. 레길레는 불행 속에서만 답을 찾으려 하지만 타이바는 가망 없는 환상 속에서 미래를 찾으려 한다. 레길레가 광산 밖으로 나와 만난 친구 카테카니는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굳센 희망을 갖고 있다. 레길레는 계속되는 친구들의 설득에도 너무 오랫동안 세뇌되어 있던 탓에 잠시 주저하지만, 자신의 마음속에 아직 한 줄기 빛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고 타이바를 돕는다. 이렇듯 작가는 희망은 혼자 있을 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쳤을 때 나타난다는 사실을 타이바와 친구들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청소년들은 가족을 위해 광산에서 살아가는 레길레처럼 불편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까, 아무리 고통스런 상황이라 해도 희망을 잃지 않고 탈출을 포기하지 않는 타이바가 되어야 할까? 꼭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레길레가 되든, 타이바가 되든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힘써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무참한 광산의 현실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학대당하며 임금을 위해 노동하는 어린 소년들은 여전히 실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그들과 거의 다를 것이 없으며, 우리 역시 레길레이자 타이바 둘 모두에 해당된다. 우리 청소년들은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정말로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현실이란 무엇일까? 무조건 부모님의 말씀만 따르고 올바르며 씩씩한 청소년으로 자라야하는 세상일까, 어느 누구의 말도 믿지 말고 자신의 길만 직행해야 하는 세상일까?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너무나도 비참한 현실과 부딪쳐야한다.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 돈을 많이 버는 것, 그것이 진정 청소년들이 바라는 희망이자 꿈일까? 선생과 부모의 강요로 학교를 다니지만 그것이 과연 자신의 의지일까?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21세기의 청소년들은 모두 이러한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자신을 스스로 달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작가 제인 볼링은 그러한 청소년들에게 끝까지 희망을 잃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레길레와 타이바 모두가 될 수 있지만, 그 누가 되든 희망은 잃지 말아야한다는 것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람이다. 그러므로 우리 청소년들은 아직 저 끝에 희망의 빛이 있으며, 그것을 잡기 위해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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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공모전에서 상받은 작품을 올려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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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글틴에서 다른 공모전에서 상받은 작품을 올려도 되나요? 그래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서 문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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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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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

 

어디선가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 콧잔등에 달라붙었다. 손을 들어 쫓아냈지만 콧등 위의 찜찜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며칠 전부터 한두 마리가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구더기 대여섯 마리가 발견되기까지 한다. 집안 사방에서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토악질이 나올 듯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 분명 창문을 꼭 닫아놓았을 텐데 어디서 어떻게 들어오는 걸까? 전혀 알 수가 없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어김없이 파리가 나타나 방해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잽싸게 도망가고 만다. 파리채로 수십 마리 때려죽이긴 했지만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날 뿐이다. 쓰레기를 제때제때 치워도, 약을 놓아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 빌어먹을 파리들을 어떻게 하면 다 없앨 수 있을까?

 

 

#1

 

사실 이렇게 된 건 다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는 몇 주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 배가 터질 것 같다 하면서 낑낑 앓는 소리만 늘어놓더니 결국엔 몸져 눕고 말았다.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의사가 뇌종양이 자라고 있다면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수술비를 마련할 돈이 없는 나는 아직까지 다 죽어가는 아버지를 방치하고만 있다. 날이 갈수록 아버지의 숨소리는 작아지고, 가늘어지고, 가냘파진다. 나는 어떻게든 직업을 구하러 이곳저곳 돌아다녀보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가진 것도 없고 능력도 없으니까. 어느 날 아버지가 기운이 조금 나는지, 나를 불러다놓고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아들아.

나: 네 아버지.

아버지: 피곤하구나. 창문 좀 닫아줄래?

나: 네, 아버지.

아버지: 미안하구나.

 

아버지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아버지는 가진 것도 없어 유산을 나눠가지라느니 나 혼자 다 가지라느니 등의 유언도 남기지 못한다. 그저 할 수 있는 말은 (내가 이렇게 돼서)미안하구나, 밖에 없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모르겠다. 가난한 아버지? 불쌍한 아버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지금도 병실 한구석에서 끙끙 앓고만 있다.

 

 

#2

 

파리가 들끓는다. 이제 수십 마리를 넘어서 수백, 수천 마리가 온 집안을 들쑤시고 다닌다. 사방에 지독한 파리 냄새, 구릿한 구더기 냄새가 진동하고 초파리까지 나타나 천장에 달라붙는다. 이젠 내 침대까지 침범해 그 위에서 다리를 비비고 불쾌하고 커다란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런데 어쩐지 이 파리는 아버지를 닮았다. 털이 부숭숭 돋아난 파리는 시커멓게 생긴 눈으로 나에게 말한다.

破{미안하구나}離.

 

 

#3

 

악몽을 꿨다. 나는 잠에서 벌떡 깨어나 흐르는 땀을 훔친다. 파리는 여전히 침대 위에서 몸단장을 하고 있고, 구더기들은 변기 속 오물들을 섭취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버지는, 아버지는 잘 있을까. 문득 섬뜩한 기운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나는 서둘러 파리가 달라붙은 바지를 털어내 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4

 

아버지는 병실에 누워있었다. 전보다 더 수척해지고 쇠약해진 것 같았다. 아버지의 입김은 이제 나비의 날갯짓만큼 가늘다. 맥박 수가 불안정한걸 보니 영 상태가 좋지 못했다. 나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나: 아버지, 간호사 불러드릴까요?

아버지: (겨우 입을 열며)아니, 괜찮아. 그럴 필요 없어.

나: 괜찮으세요?

아버지: 그래, 괜찮아, 괜찮아…

나: 제가 어떻게든 노력해볼게요.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직업도 구하고 있으니까..

아버지: 아냐, 괜찮아. 안 그래도 돼.

나: 아버지, 저, 이제 가볼게요.

 

나는 해골처럼 삐쩍 마른 아버지의 모습이 두려워 서둘러 병원 밖을 뛰쳐나왔다.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아버지는 이제 정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태세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아버지는 죽을지도 몰랐다. 내가 돈을 벌지 않는 한, 내가 어떻게든 수술비를 마련하지 않는 한.

 

 

#5

 

집안은 파리 천지다. 이제 이곳은 파리들의 세상이 되어 파리들이 군림하고 파리들이 다스린다. 나는 파리채로 잡는 일에도 지쳐 파리 찌꺼기가 묻은 침대에 누워 멍하니 허공만 응시한다. 아버지를 만나러가기가 싫었다. 아니, 싫었다기보다는 두려웠다는 게 사실이리라. 아버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까? 혹 나는 죽어가는 아버지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몇 주 전 형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어머니는 죽은 지 오래고, 친척들은 자취를 감추었고 지인들은 연락을 끊었다. 결국엔 나 혼자 남았다. 파리들이 공중에서 윙윙거린다. 한 마리의 날갯짓 소리가 여러 마리의 소리와 하나가 되니 귀가 쟁쟁 울릴 정도로 시끄럽다. 아버지를 닮은 파리 한 마리가 내려와 나를 보며 말했다.

 

把{아들아.}離

 

 

#6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죽었다고 했다. 나는 끝끝내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시신을 정리할 예정이니 와달라고 했다. 나는 아무런 감정 없이 장례식까지 치르고 집에 돌아오고 있었다. 하루 이틀이 순식간에 지난 것 같았다. 나는 내 눈을 싹싹 비벼댔다. 집이 가까오자 아버지를 닮은 파리가 생각났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아버지의 기력 없는 눈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순간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어쩌면 두려운 건지도 모른다. 문을 열면 파리가 쏟아져 나올까. 문을 열면 파리가 나에게 달려들까.

 

 

epilogue

 

나는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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