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월장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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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월장원입니다.

로운 님의 <괜찮아>, 부터 님의 <구두>, 맛없는쵸코맛 님의 <거미, 거미, 거미> 모두 잘 읽었습니다.

<괜찮아>에는 로운 님의 생생한 경험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독자의 공감을 부릅니다.

부터 님의 <구두>의 빨간 구두에는 어머니의 내리사랑이 잘 담겨 있어요. 어머니를 이해하는 딸의 모습도 사랑스럽습니다.

맛없는쵸코맛 님의 <거미, 거미, 거미>는 관찰을 통한 세부묘사와 담담한 문체가 매력적입니다.

 

세 편의 글 가운데 10월 월장원은 로운 님의 <괜찮아>입니다.

날이 춥습니다. 내일은 더 추워진다고 합니다. 단디 입고 다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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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월장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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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님 가을에 많은 책과 만나 행복한 독서를 하고 있군요. 책을 사랑하고, 글쓰기를 사랑하는 화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이천십칠년 팔월 십삼일 일요일」을 9월의 월장원으로 선정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합니다.

 

「이천십칠년 팔월 십삼일 일요일」을 고칠 때 읽은 책을 나열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화자가 느끼는 독서의 즐거움 등을 더 충실히 담아주면 좋겠습니다. 이 글에서 중요한 건 화자가 가을에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가 아니라 독서를 통해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는 화자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책 이야기를 덜어내고 화자의 내면에 초점을 모아주세요. 책을 읽는 즐거움, 숙제에 대한 초조감, 책에 매혹되었을 때의 느낌 등 많은 걸 쓸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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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월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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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요일입니다. 글틴 벗님들,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펭귄 대신 북극곰을 만나고 왔습니다. 해빙 위에서 쉬고 있다, 배가 오자 귀찮아하며 어슬렁어슬렁 사라지더군요.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8월 월장원은 두 편입니다.

 

맛없는쵸코맛 님의 <한여름의 차창 밖, 그리고 복도>

별환 님의 <꿈속에서 보내는 편지>

 

맛없는쵸코맛 님의 <한여름의 차창 밖, 그리고 복도>는 작은 생명에 대한 세부 묘사가 뛰어납니다. 그 작은 생명을 통해 주제를 잘 보여주고 있어요. 별환 님의 <꿈속에서 보내는 편지>는 섬세하게 떨리는 마음의 결이 아름다워 가만 들여다보게 되는 글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합니다.

 

 

맛없는쵸코맛 님의 <한여름의 차창 밖, 그리고 복도>

학교에서 만나는 생명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 표현했습니다. 차창 밖의 풍경 속 생명과 복도에서 만나는 생명의 차이에 대해, 바깥과 격리된 학교 안의 생활에 대해, 작은 무당거미의 의연함과 아이들의 자생력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만드는 글입니다.

관찰력이 빚어낸 좋은 문장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뭣보다 작은 곤충들을 관찰해 쓴 문장이 반짝입니다. 반면 덜 정리된 문장도 보입니다. 첫 단락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아침에 비가 오면 저녁때도 비가 올 테니

->아침에 비가 오면 저녁까지 내릴 테니

(아침에 비가 왔기 때문에 저녁에 다시 비가 오는 게 아닙니다.)

*옛날 비가 낯 안 가리는 어린아이가 재잘대거나 아주머니가 옆에서 수다를 떠는 것 같았다면

->어릴 적 내렸던 비가 낯 안 가리는 어린아이의 재잘거림 같거나 아주머니의 수다 같았다면

(목적어가 서술어와 호응하게 써주세요.)

*예측할 수 없이 가끔은 투덜대거나 하다가도 순해지거나 갑자기 멀리 떠나기도 하니까요.

->예측할 수 없는 소녀처럼 투덜대다가도 금방 순해지거든요. 휙 돌아서 가버리기도 하고요.

(소녀처럼 ‘투덜’대거나, 소녀처럼 ‘순해’진다고 쓸 수는 있으나 소녀처럼 ‘갑자기 멀리 떠나기도’ 한다는 표현은 맞지 않아 보입니다. 고친 문장도 그리 좋지는 않네요. 더 적절한 표현으로 바꿔주세요.)

*전체적으로 ‘저’와 ‘나’의 사용을 통일해주세요. 이 글에서는 ‘저’ 보다 ‘나’라고 쓰는 게 더 어울릴듯합니다.

 

별환 님의 <꿈속에서 보내는 편지>

순수하고 애틋한 글입니다. ‘당신’에 대한 ‘나(저)’의 섬세한 마음결이 독자에게 설렘을 전달합니다. 편지의 수신자인 ‘당신’은 지금까지도 낯익은 타인에 불과합니다. ‘당신’의 무심함은 꿈에서조차 ‘나(저)’를 죽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나오는 꿈은 달콤한 악몽일 수밖에 없습니다. 화자는 ‘당신’을 언어로 재구성해 시작(詩作)하고 있군요. 잘 읽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습니다. 다만 글이 조금 더 명료하길 바랍니다. 화자가 말하는 악몽이나 죽음, 애증의 의미를 글을 읽는 독자들이 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문장이 깔끔한데, 몇 가지 주의를 해주세요.

*‘저’와 ‘나’의 사용을 통일해주세요.

*그래도 자고나면 어떤 꿈을 꿨는지도 모른 채, 모두 잊는 일들만 있었죠. 그러나 아직도 기억나는 꿈이 있습니다.

->자고 나면 어떤 꿈을 꿨는지 잘 모릅니다. 꿈 대부분을 잊었죠. 그래도 아직 기억나는 꿈이 있습니다.

(꿈을 모두 잊었다면 기억도 나지 않겠죠.)

*그저 문장이 좋았다는 말이죠.

->그저 문장이 좋았다는 문자였죠.

(‘그녀’와 ‘말’하지 않았음이 중요한 테마이므로, 글 안에서 ‘말’을 신중히 사용해주세요.)

*그게 당신이 준 선물인 것도 모르면서, 저는 가진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당신이 준 선물인 줄 모르고, 저는 가진 게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것’은 되도록 빼는 게 좋습니다.)

 

모로 님의 <죽이지 못한 앵무새>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왜 독후감으로 쓰지 못했는가에 대한 글입니다. 이 글에 담긴 <앵무새 죽이기>에 대한 개인의 느낌과 생각을 한번 더 정제 해주면 좋겠습니다. 어떤 성격의 글이건 독자와 교감하고 소통하려면 자기 생각을 탄탄히 다듬고 고쳐 타인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화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독자도 당연히 알 것으로 생각하며 서술하고 있어 독자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 글은 독자들이 <앵무새 죽이기>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꼬마 니콜라>를 알고 있다는 전제로 쓰고 있습니다. 모두 좋은 고전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었을 책입니다. 그럼에도 화자는 독자가 이들 작품에 대해 모를 것이라고 가정하고 써야 합니다. 독자들이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꼬마 니콜라>를 읽지 않았더라도 글만 보고 화자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써주세요.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꼬마 니콜라>가 어떤 이야기인지, 이 작품들이 <앵무새 죽이기>와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어떤 점에서 뛰어난지 등을 써주면 좋겠습니다.  글과 독자 사이에는 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모로 님의 <독후감에 관하여>

독후감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군요. 앞서 올려준 <죽이지 못한 앵무새>와 <독후감에 관하여>가 보여주는 글의 구성 방식이 같습니다.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자신의 반성과 각오를 보여줍니다. 두루 통용되는 괜찮은 패턴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구성에 일기를 쓰듯 자기 생각을 적어내는 방식의 글쓰기가 더해지면 개성을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다르게 보여줄 방법을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화자는 서두에서 장정일의 책 독후감의 일부를 실제로 보여준 뒤 스스로가 그 독후감을 얼마나 ‘있어 보이는’ 것처럼 꾸몄는지 자신의 글을 꼼꼼하고 예리하게 비평할 수 있습니다. 글을 이렇게 시작하면 독자들은 화자의 독후감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고, 독자들 자신의 글 습관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죽이지 못한 앵무새>와 비슷한 문제가 여기서도 보입니다. 화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독자도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글을 징검다리 건너듯 덤벙덤벙 쓰지 말아야 합니다. 장정일의 어떤 책을 독후감으로 썼는지, 독후감을 어떤 내용으로 썼는지, 그 글을 어떻게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써주면 독자들이 화자의 글에 담긴 생각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gayoung 님의 <위안>

한 시기에 사랑했던 무언가는 오래도록 삶에 자취를 남깁니다. gayoung님이 들었던 지대넓얕도 그런 소중한 무엇이겠네요. 중학교 생활의 마지막 즈음 이미 끝난 지대넓얕을 다시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그 남은 시간을 ‘사탕을 한알 한알 까먹듯이’ 보내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 글은 ‘위안’이라는 코드를 공유하는 두 개의 이야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앞 이야기에서는 미래를 고민하던 화자에게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팟캐스트 지대넓얕이 중학 생활과 함께 끝났음을 알립니다. 뒷이야기에서는 중학교 졸업 후 새로운 변화를 맞아야 하는 화자가 익숙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이미 끝난 팟캐스트를 들으며 위안을 얻습니다. 변화할 앞날에 대한 고민 속에서 받은 위안과 변하지 않는 것을 통해 받는 위안이 잘 맞물려 이어질 수 있도록 글 안에 화자의 생각을 담은 문장을 더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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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월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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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우리 삶과 맞닿아있는 매력 넘치는 장르예요. 우리가 일상에서 겪고 느끼고 생각한 것에서 이야기가 나옵니다. 수필란에 올라오는 글은 여러분 자신의 실제 경험을 나누는 것이기에 소중합니다. 그 글이 허구라면 아무리 진짜처럼 잘 묘사되었다고 해도 수필이 될 수 없어요. 장르가 다릅니다.

그렇다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경직되진 마세요. 실제 있었던 일을 글감으로 한다고 해도, 우리는 일어난 모든 일을 순서대로 나열하지는 않아요. 늘어지거나 반복되는 장면을 자르고, 불필요한 조연을 삭제하고, 사건이 일어난 시간을 압축해 이야기의 밀도를 높입니다. 잘 기억나지 않는 상대의 말과 행동을 구체적으로 장면화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을 담은 글이라도 그 안에 어느 정도의 허구가 섞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몹쓸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스스로에 유리하게 기억을 변형하고 왜곡하고 포장해요. 그러니 ‘있는 그대로’ 글을 쓰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글을 쓸 때 소설적 기법을 좀 더 유연하게 사용해 글을 쓰면 좋겠어요. 진짜 중요한 건 개인적 경험의 재현이 아니라, 개인적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을 진실하게 드러내는 일입니다.

글틴 벗님들의 생생한 경험이 담긴 수필, 기다리고 있습니다.

7월 월장원은 김 윤 님의 <천성 글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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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님, <몇 달 전 이야기>

교회에서 ‘김화영’이란 이름을 본 뒤에 벌어진 유쾌한 에피소드를 잘 써주었어요. 첫 문장에서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더니만,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전개 덕에 신나게 웃었습니다. 아니라는 확인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믿고 싶은 마음을 재치 있게 드러내어 끝에서 한 번 더 작은 웃음을 주네요. 글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분위기를 발랄하게 잘 끌어갔어요.

화자의 마음이 팔랑이며 공상이 뭉게뭉게 부풀어 오르는 장면이 조금 아쉽습니다. 그 공상이 더 과장되게, 더 발랄하게 뻗어 나갔다면 글의 볼륨도 커지고 재미도 커졌을 겁니다.

 

 

양민정 님, <난 여전히 모험심 가득한 아이이다>

8살 때 처음 모험을 하게 된 사연이 담긴 글입니다. 어린 나이에 길을 잃고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지금껏 생생히 기억날 수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 분명합니다. 이 경험이 독자들에게도 특별하게 다가가도록 하려면 조금 더 보충이 필요합니다. 아주머니, 엄마, 아빠의 행동묘사 사이사이에 그 상황에서 화자가 느꼈던 공포와 불안, 두려움과 안도, 기쁨 등의 감정을 더 충실히 묘사해주세요. 1인칭 화자의 섬세한 심리묘사는 독자의 감정 이입을 돕습니다.

제목과 첫 문장은 17살인 현재 화자가 모험심 가득한 특별한 여고생이고, 지금껏 여러 모험을 해왔단 걸 드러냅니다. 그런데 본문에서는 8살 때의 모험 이야기만이 나오고 있어요. 본문의 내용에 맞게 제목과 첫 문장을 바꾸거나, 제목에 맞게 17살 화자의 특별한 내적 혹은 외적 모험담을 뒤에 붙여주면 좋겠습니다.

 

 

YP제국 님, <검은 집>

피아노에 대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은 많지만, 자기가 배우는 악기에 대해 이렇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특히 뒷부분이 좋아요. 그리운 날, 우울한 날, 힘든 날 언제나 위로가 되는 피아노! 이 부분이 매력적인 만큼 구체적으로 써주면 좋겠어요. 어떤 노래를 어떤 주법으로 쳤는지, 그럴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등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주제가 잘 드러나도록 정리해주세요. 무엇을 빼고 무엇을 강조해야 주제가 더 선명해지는지 생각해보세요. 자세히 쓸 필요 없는 부분은 간결하게 넘기고 중요한 장면은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독자들이 더 쉽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어요. 예로 첫 문장부터 여섯 번째 문장 사이에 들어있는 초등학교 1학년 때의 기억에 이 글의 끝부분에 나오는 문장을 더해 다음처럼 바꿔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그때 나는 피아노를 치기보다 친구들과 장난치느라 더 바빴다. 그렇지만 피아노도 좋아했다. 하루는 친구들과 놀다 피아노실 문에 손이 끼었다. 하필 네 번째 손가락이었다. 선생님이 약을 발라주며 물으셨다.

“오늘 하농은 네 번째 손가락을 많이 써야 하는데. 연습 쉴래?”

“할래요.”

피아노를 치고 싶었다. 음표 하나하나가 손끝에서 흐르는 느낌이 좋았다.

 

윗글은 똑같은 내용도 여러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입니다. 자기만의 목소리, 자기만의 스타일로 글을 다듬어주세요. 좋은 글은 부단한 퇴고에서 나옵니다.

 

 

바못 님, <슬럼프와 쿠키>

글쓰기와 쿠키를 연결한 글, 인상 깊게 읽었어요. ‘나의 글이 초콜릿을 너무 많이 넣은 쿠키 같다’는 표현이 눈에 쏙 들어옵니다. 초콜릿을 넣은 쿠키의 묘미에 대한 얘기가 좋아요. ‘바삭하고 달콤하며 고소한, 우유를 곁들이면 더욱 완벽해지는 쿠키 같은 글’이란 표현에 침이 고여요. 미각을 자극하는 글입니다.

나는 ‘열심히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는 화자가 게으른 사람일 리 없다고 생각해요. 수필의 글감은 언제나 가까이 있어요. 나와 내 가족, 내 친구, 자꾸 떠오르는 기억, 자주 다니는 장소, 현재의 고민 등 나에게 크고 작은 의미가 되는 것 모두가 글감이 돼요. 수제 쿠키도 좋은 글감이에요. 수제 쿠키 만들기를 도와본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글에 수제 쿠키 만들기를 도와봤기에 알 수 있는 지식을 풍성히 담아 주세요. 쿠키를 만들 때 느끼는 미각, 후각, 청각, 시각, 촉각을 풍부하게 묘사해 주세요. 이것들을 글쓰기의 기쁨, 어려움 등과 연결해 주세요.

바못 님, 자신감을 가지세요. 우리는 모두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사람이고, 모두 자신의 깜냥대로 글을 써요. 그렇게 태어난 글들은 완벽하지 않아요. 저마다 개성을 지니고 있을 뿐이에요. 그 개성이 너무 매력적이라 완벽한 듯 보이는 거죠. (사실 훌륭한 작가의 글도 초고는 대개 엉성하고 허점투성이예요. 그 안을 채우고, 비우고, 다듬어 멋진 글이 나와요.) 세상에 완벽한 건 없어요.

 

모로 님, <기록사랑 백일장에 다녀오다>

백일장에 갔다 돌아오는 버스를 타기까지의 일을 담은 글입니다. 수필처럼 길지 않은 글은 주제를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주제가 보이지 않으면 그 글은 매력을 잃어요. 화자가 꿈을 이루기 위해 백일장에 갔고,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써주세요. 김윤아의 <꿈>에 대해 말한 뒤, 그녀의 목소리에 대한 칭찬으로 마무리하면 독자는 어리둥절해 합니다. 화자가 굳이 <꿈>의 가사를 적은 것은, 그 가사가 화자의 내면을 건드렸기 때문일 겁니다. 좋은 가수라는 말로 넘길 게 아니라 이 노래를 매개로 때로 짐이 되고 때로 굴레가 되는 꿈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그런데 버스로 이동했고, 음악을 들었고, 아이를 만났고, 글을 썼고, 다시 버스를 탔다고 그 날의 일을 나열하기만 해서는 주제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합니다. 꿈(혹은 이 글에 담고 싶었던 주제)과 연결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장면은 충분히 보여주고, 별 의미 없는 상황은 덜어내거나 축약해주세요.

김 윤 님, <천성 글쟁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줄곧 소설을 사랑하고 써온 김 윤 님의 모습이 오롯이 들어 있어요. 반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 목소리로 소설을 읽히는 수모를 당했던 때, 캠프 마지막 날 새벽에 화장지 불빛에 의존해 화장지에 소설을 썼던 때에 대한 이야기가 확 다가와요. 대화나 행동묘사를 넣어 이 부분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도 괜찮을 듯해요. 독자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얻게 될 겁니다.

글이 단정해요. 문장력은 글쓰기의 기본입니다. 기본을 갖추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어요. 문장을 깨끗이 쓰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온 듯해 반갑습니다. 좋은 문장을 갖추기 위해 계속 노력해주세요. ‘것’의 사용을 줄이고, 필요 없는 단어를 줄여 간결하게 표현하세요. 문장이 정확한지 한 번 더 확인해주세요. 예로 ‘억지로나마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은 숙제 뿐’이란 표현은 ‘숙제할 때 억지로나마 손가락을 움직일 뿐’으로 바꾸는 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자의적으로 나서 글을 써본 것이 언젠지 사실 가늠이 가지 않는다.’는 ‘스스로 글을 쓴 날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라고 바꿔도 될 듯합니다.

글이 잘 안 써진다고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글쓰기 실력은 꾸준히 늘지 않아요. 불쑥 늘어났다가 정체기를 거쳤다가 불쑥 늘어나기를 반복합니다. 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계속 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정체기는 다음으로 나아가는 디딤판이 됩니다.

이 글을 7월의 월장원으로 선정합니다.

김수수 님, <민들레>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민들레 김치를 통해 드러나는 글입니다. 락앤락에 밴 민들레 김치의 알싸한 냄새가 코끝에 감도는 듯해요. 민들레 김치의 상징성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에요. 짧은 글 안에 주제를 잘 담고 있어요. 결말도 인상적이에요. 잘 읽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문장입니다. 문장을 더 정확히 사용해주세요.

 

그 민들레 씨앗들은 파마한 것처럼 열매에 둥그렇게 박혀 있었다.

알싸한 맛과 톡, 톡 튀었다.

가스레인지 주변은 불보다 사람에 그을린 듯 내 피부색과 닮아 있었다.

 

위 문장을 다음처럼 바꿀 수 있습니다.

 

그 민들레 씨앗들은 꽃대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알싸한 맛이 입안에서 톡톡 튀었다.

가스레인지 옆 그을린 벽은 내 피부색과 닮아 있었다.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고, 올바른 문장이 되도록 퇴고해주세요.

 

 

김수수 님, <한국작가회의 백일장에서 내가 시를 쓴 방식>

이 글은 수필이 아니라 시를 쓴 방식을 담고 있는 창작 노트네요. 한 줄 한 줄 따라가며 어떻게 시상을 떠올렸는지 짐작해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생각을 어떻게 잇고, 확장하고, 털어내고, 깎아냈는지 짐작해볼 수 있게 하는 귀한 글입니다. 생활 속에서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창작 노트를 공개해주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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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월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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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요일입니다.

6월의 월장원은 곧 님의 <가시밭길>입니다.

 

한라산을 오르며 겪었던 일들을 선명하게 담았어요. 생각만으로 쓸 수 없는 생생한 경험을 담고 있는 글입니다. 곧 님의 글을 따라 한라산을 간접으로나마 완주한 느낌입니다. 혼자가 되어 산길을 걷고, 얼음에서 한 방울 씩 떨어지는 물을 삼켜가며 갈증을 참고,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육개장 사발면을 친구와 나눠먹고,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밧줄을 놓쳐 밑으로 쓸려갔던 경험을 잘 담았어요. 이런 구체적 행동이 글에 생동감을 줍니다.

이전에 풀지 못하고 있던 문제를 한라산 등반을 통해 해결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담겼어요. 화자가 무엇에 관해 쓰려고 하는지 알고 있어서 글이 통일성과 일관성을 지닙니다. 과하게 이것저것 이야기하지 않아서 좋아요.

기대와 다른 백록담의 풍경에 실망하는 대신 뿌듯해 하는 화자의 모습에 감동이 있어요.   “끝없이 이어진 길고 아득한 길”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올라와 그 아름다움을 새기며  “타인의 손을 빌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 화자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글 사이사이에 전체 흐름 상 불필요한 문장이 보입니다. 2장 마지막 단락의 “하산할 때…(중략)…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3장 마지막 단락의 “현충일 자습을 하러…(중략)…먹어봤다는 것이었다”는 빼는 게 낫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갑자기 달라져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2장의 첫 단락도 굳이 쓸 필요 없습니다.

1장은 중학생 때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아이에게 갑작스런 메일을 받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화자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 중요한 메일이죠.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아이’가 왜 갑작스런 메일을 보냈나요? 그에 대한 화자의 생각이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이 애는 왜 나에게 이런 메일을 보냈을까? 내 근황에 대해 줄곧 전해 들었다니, 우린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정도의 의문이라도 표시되는 게 좋겠습니다. 이 글만 읽어서는 그 애가 왜 갑작스레 ‘나’에게 메일을 보내 “가시밭길”이니 “마조히스트의 기질”이니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화자 입장에서 이 상황에 대한 해석을 넣어주면 독자가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1장이 그렇습니다. 글을 찬찬히 입으로 읽으며 걸리는 부분을 간결하게 정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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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월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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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더워지는 여름입니다.

벗님들의 마음이 담긴 네 편의 글 잘 읽었습니다.

때로는 기쁨을, 때로는 고민을, 때로는 상처를 글로 빚어내는 벗님들이 아름다워요.

5월의 월장원은 모로 님의 <어느 홈스쿨러의 독백>입니다.

 

모로 님 <어느 홈스쿨러의 독백>

 

봉숭아 씨주머니가 여물어 툭 터지듯 마음속에서 키워온 생각과 고민이 튀어나와 한편의 글로 엮였습니다. 화자의 솔직한 태도가 글에 호소력을 만듭니다. 자기가 느낀 대로 솔직하게 써내려갔기에 좋은 글이 되었어요. 남과 다른 삶에 대한 화자의 번민이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드러나니 독자로서 그 마음을 더 분명히 느끼고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고민이 나열되는 구성은 아쉽습니다. 이야기가 큰 흐름을 타지 못하고 반복적인 작은 파동만을 보여주어 뒤로 갈수록 독자의 집중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모로 님이 홈스쿨러로 지내며 가장 크게 다가오는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그 고민을 중심으로 모로 님의 이야기를 정리해주세요. 가장 말하고 싶었던 하나의 고민을 중심으로 내용을 엮으면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또래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바램을 중심으로 학교에 대한 고민, 왕따에 대한 두려움, 가족 외에 다른 이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내성적 성격의 어려움 등을 쓸 수 있을 겁니다. 글을 다듬으며 필연적으로 여러 고민들이 잘려나갈 테지만 그 고민들은 차후 또 다른 글의 좋은 글감이 될 거예요.

글의 뒤쪽, ‘수필은 오랜만에 올리는군요’로 시작되는 마지막 단락 덕에 화자가 글을 쓰게 된 까닭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어느 홈스쿨러의 독백>이라는 글의 짜임을 위해서는 빼는 게 더 좋을 듯합니다. 혹은 그 내용을 본문에 녹여 홈스쿨링을 하며 좋은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인간관계에 어떤 고민이 있었고 현재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한편의 이야기로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브라이언 형나잇 님 <작은 상처 하나가 낳는 위험한 생각>

 

점층적인 구성으로 사건을 전개해나가고 있는 점이 돋보입니다. 상황을 긴장감 있게 풀어내는 능력이 있어요. 힘든 경험을 이야기 안에 잘 담아내었습니다. 상황이 생생해 인물의 고민에 쉽게 공감이 됩니다. 여기에 표현력까지 더해지면 매력이 더 커질 거예요. 현재의 문장은 술술 잘 읽히는 장점을 지녔지만 조금 밋밋합니다. 글을 쓸 때 상황에 맞는 적합한 표현을 찾아주세요.

앞에서 이야기한 ‘나를 욕하는 질문들 나를 무시하는 질문들 심지어는 우리 가족까지 무시하는 질문들’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질문들이 앞에 제시되었다면 화자가 겪은 상처와 슬픔이 독자에게 더 잘 와 닿았을 거예요.

나는 브라이언 형나잇 님에게 벌어진 일들이 개인적 상처의 치유기로 끝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익명 에스크가 욕설로 도배되는 일이 왜 벌어진 것인지 좀 더 탐구해보면 어떨까요? 그건 누군가를 은밀하게 왕따 시키는 문화 탓일 수도,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공간에서 사이버 폭력에 익숙해진 탓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고통스럽겠지만 나름의 답을 찾아 조금 더 탐색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눈설 님 <엑칼 쌤>

 

선생님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글입니다. 평생 찾아뵙고 싶은 멋진 선생님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눈설 님이 부럽습니다. 나는 학창시절에 그런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거든요.

선생님의 격려가 도움이 되었다고 심심하게 한 줄로 쓰는 대신 화자와 선생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장면으로 보여주어 좋았어요. 당시의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묘사해준다면 글이 더 생생해질 겁니다. 엑칼 쌤이 ‘나’에게 깨달음을 준 일화 앞에 엑칼 쌤이라는 한 인물의 특징을 묘사해주면 어떨까요? 엑칼 쌤의 생김새, 행동, 버릇 등을 보강해 눈설 님의 눈에 비친 엑칼 쌤이 그려지면 좋겠어요. 엑칼 쌤이라는 재미난 별명의 유래도 궁금하고, 이런 별명을 가진 선생님에게 특별한 일화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문장을 조금 더 주의 깊게 고쳐주세요. 앞쪽에 ‘〜과 더불어’가 들어간 문장들이 특히 어색합니다.

 

김바삭 님 <엄마, 그리고 아빠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데는 용기가 필요해요. 용기는 좋은 글의 바탕이 되죠. 완벽한 아이가 되기 위해 거짓말로 스스로를 포장해왔다고 고백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용기를 낸 만큼, 과거 자신의 모습을 더 솔직하고 명확하게 담아 주세요. 나는 그때 슬퍼졌다, 두려웠다고 말하는 대신 더 이상 완벽하지 않다고 느껴지던 때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화자는 왜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나요? 화자는 언제 처음으로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나요? 그때의 상황, 심리 등을 구체적으로 담아주세요. 그러면 완벽한 아이의 자부심에 금이 가고, 거짓말을 통해서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던 화자의 상황이 명확하게 담길 겁니다. 그리고 더는 거짓말로 견디고 싶지 않은 화자의 현재 마음을 독자가 충분히 공감하게 될 겁니다. 개인적이고 내밀한 경험이 생생히 담길 때 그 글은 특별한 힘을 발휘합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이유, 학교를 그만둔다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도 잘 읽었어요. 우린 모두 완벽하지 않잖아요. 나는 날마다 실수하고, 고민하고, 돌아봅니다. 매일 매일이 문제투성이에요. 그래도 내가 가고 싶은 대로 뛰고 쉬고 걸어왔기에 “괜찮아.”하고 웃을 수 있습니다. 바삭 님이 부모님, 주위의 사람들과 잘 의논해 스스로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할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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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월장원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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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요일입니다.

이번 달에는 월장원이 없습니다.

늘 좋은 글만 쓸 수는 없어요.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도 있고, 쓰고 나서 답답한 날도 있어요. 그래도 노력할 수밖에 없어요. 노력은 글쓰기의 가장 큰 재능입니다. 내 주변의 글쟁이들은 누구나 묵묵히 노력하고 있어요.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긴 시간 구성하고, 다듬어요. 지난한 시간 끝에 빛나는 글이 완성됩니다. 모두 힘내요!

 

효월 님 <이제, 저녁을 허락할 시간>

정말 그래요. 저녁이 없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죠. 우리가 언제인가부터 잃어버리고 만 저녁에 대해, 휴식에 대해, 마음건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잘 읽었어요. 다만 이 글은 일상을 풀어내었다기보다 주장을 펼치는 논설문으로 보입니다. 이 글이 수필이라면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는 말투로 의견을 담기보다는 화자 자신이 겪고 있는 저녁 없는 삶에 대해 스스로의 개인적 체험을 드러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녁을 잃어버린 화자 가족의 모습을 담아도 좋고, 저녁을 누리지 못하는 화자 주변의 친구들에 대해 말해도 좋아요. 주장하는 대신 보여주세요. 독자에게 청유하는 대신 독자가 느끼게 해주세요. 화자의 구체적 경험이 생생히 전달될 때 독자는 자연스레 화자에게 공감하게 됩니다.

 

바못 님의 <독서실의 밤>

글쓰기에 대한 바못 님의 생각 잘 읽었습니다. 독서실과 시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네요. 좋았습니다. 관찰력이 없다면 쓸 수 없는 글이죠.  관찰력은 좋은 글의 바탕이 됩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구체적 표현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요. 바못 님은 왜 독서실의 풍경에 대해, 손목시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현했나요? 구체적 표현을 한 의미가 더 잘 보여야 합니다.

창작을 할 때, 아이디어를 얻는 작업으로 의식의 흐름에 따라 휘갈기듯 글을 쓸 때가 있어요. 그렇게 쓰다보면 생각도 못한 멋진 글감이 나타나곤 해요. 그렇게 찾아낸 글감을 더 발전시키고 다듬어 한편의 좋은 글로 완성합니다. 바못 님이 쓴 글은 완성된 글이라기보다, 글감을 찾는 단계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들의 나열로  보여요. 불필요한 아이디어는 버리고, 필요한 아이디어는 살려 글쓰기에 대한 바못님의 생각을 잘 엮어내길 바랍니다.

 

 

바람서리 꽃 님의 <별들의 기억>

우주와 삶에 대해 생각, 잘 읽었습니다. 글이 관념적으로 흐르고 있어 아쉽습니다. 우리는 소박한 이야기를 통해 많은 걸 느끼고 생각합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통해 오만이 만드는 결과를 생각하고, 벌거벗은 임금님의 행진을 통해 허위의 민낯에 대해 생각합니다. 구체적 상황이 담긴 이야기가 오만, 허위와 같은 추상적인 관념을 드러내는 겁니다. 이것이 구체성의 힘입니다. 바람서리 꽃 님, 추상적인 표현은 지양하고 보다 구체적으로 써 주세요.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담을 통해 우주로부터 얻은 깨우침을 담아주세요. ‘우주는 깨달음을 주고, 생각하게 한다.’와 같은 형태의 관념적인 문장으로 글이 채워지면 독자에게 공감을 얻기 힘듭니다.

전반적으로 문장이 명쾌한 전달력을 갖추지 못했어요. 글을 깔끔하게 정리해 무엇에 대해 쓰고 있는지 독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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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월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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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입니다.

날이 좋아요. 햇살이 환한데 오늘 나는 퍽 쓸쓸합니다. 내 감정을 차분히 들여다봅니다. 피고, 지고, 흔적을 남기는 것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벗님들은 어떤가요?

3월의 월장원은 두 편입니다. 김지용1 님의 <이방인>과 오태연 님의 <쭉정이>. 축하드립니다.

모든 작품을 잘 읽었어요. 일상의 벅찬 행복에 대해, 글을 쓸 수밖에 없는 내면의 열정에 대해, ‘나’라는 존재의 그늘에 대해, 우리를 숨 막히게 하는 제도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여는 것에 대해, 부족했던 나를 담담히 응시할 수 있는 내면의 성장에 대해, 견디기 어려운 현실을 버티는 어려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어요. 여러분의 마음을 나누어주어 고맙습니다.

 

우재영 님 <함께 할 때의 행복>

한참 지나버렸지만 생일 축하합니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멋진 파티였겠죠? 16년 만에 찾아온 선물 같은 친구들과의 우정. 얼마나 근사한지 읽는 나도 설레었어요. 우재영 님의 글을 통해 ‘함께’와 ‘혼자’는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보완되는 것이란 걸 느꼈답니다. 나도 ‘혼자 하는 모든 것이 OK’인 사람이에요.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친구들이 있기에, 때로 그들과 만나 온기를 나누며 위로받기에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글에서 사소한 버릇 한 가지를 덜어내면 좋겠어요. 이 글의 내용 때문인지, 강조를 위한 형용사를 넘치게 사용하고 있어요. ‘큰 행복이라는 걸 깊이 느꼈다.’는 말의 ‘큰 행복’, ‘깊이 느꼈다’를 들여다보세요. ‘큰 행복이라고 느낀다.’라고 써도 화자의 행복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전달됩니다. ‘많이 행복하다. 아주 많이’, ‘깊이 박혔고 참 고마웠다’, ‘깊은 의미를 느껴보는 말’ 등 강조를 위한 형용사를 빈번히 사용합니다. 이런 강조는 적당히 들어가는 게 좋습니다. 절약할수록 글 안에서 그 형용사의 가치가 커집니다.

 

 

속도 님 <견디며 살아가는 모두에게 건네고 싶었던 말: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속도 님이 글을 쓰는 이유와, 속도 님이 글에 담는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글이 가진 힘에 대해, 글이 주는 위로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사소한 것에 상처를 입잖아요. 그 상처는 남들 눈에 별 것 아닌 걸로 보이지만, 나에게는 참기 어려운 통증이 되죠. 특히 가까운 사람이 주는 상처가 그렇더라고요. 친할수록, 좋아할수록, 믿을수록 그가 주는 작은 상처에도 더 큰 아픔을 느껴요. 반대의 경우도 빈번히 일어나요. 나는 내 사소한 실수가 누군가에게 큰 아픔이 되기도 한다는 걸 알고 당혹했어요.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단 한 번도 가해자가 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역할만 할 수는 없단 걸 알았죠. 이 글에 속도 님이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던 경험도 같이 들어가면 어떨까요? 상처를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우리의 자화상이 더 선명히 보일 겁니다.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내용은 의도치 않은 개인의 상처를 보여주는 일례로 조금 약합니다.

전개가 유려하고 문장이 명료해 전달력이 좋은 글입니다. 내밀한 생각도 잘 표현하고 있어요.

 

 

전하리 님 <묻어 둔 말들>

‘나를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자들의 기준에 맞추어서 그들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으려고 몸부림’치는 것. 참 피곤한 일인데, 알면서도 그만두기 어렵습니다. 나를 내가 사랑하지 않는 느낌, 외부의 기준에 맞추어 나를 변형하고 결국 껍데기만 남은 느낌, 마침내는 ‘내가 한 일들이 내가 되어, 나는 내가 아니게 되고 내가 한 일의 흔적이 되어’버리는 기묘한 상황이 잘 담겼어요. 마지막 문장에 담긴 비관적인 울림은 생각할 거리를 만듭니다. 화자가 말하는 ‘여기’는 화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로 그것인가, ‘밝은 미래’라는 외부의 기준이 만들어낸 허상인가. 화자는 나인가, ‘내가 아’닌 나인가.

전하리 님이 이 글에 자신의 생각을 더 견고히 담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쓸 때 표현을 더 정확하게 해주세요. 예로 ‘쓰라리는 말들 때문에 아파왔던 내가 조금이나마 강해 보이려 쓰고 있던 밝음의 탈을 벗고 돌아다녀도 당황하지 않아야 했다.’같은 문장은 그 뜻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윤별 님 <숨의 기억>

내 고등학교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되는구나. 나도 학교생활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얼마나 고될까. 마리오네트처럼 하루를 보내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매일을 버텨나가는 건 얼마나 고통스런 일일까. 글을 읽으며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윤별 님의 글을 읽으면 막연하게 ‘힘들겠구나.’ 짐작했던 것들이 구체화되어 다가옵니다. 윤별 님은 상징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눈에 보이도록 바꿔놓거든요. 정교한 표현도 윤별 님의 글이 가진 매력입니다. 글은 노력을 배신하지 하지 않아요. 쓰는 만큼 쌓여 다음 글의 자양분이 됩니다. 윤별 님이 쓰는 글 한 편 한 편 어느 것 하나 스스로에게 귀하지 않은 글은 없습니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꾸준히 글을 써나가면 좋겠습니다.

 

 

김지용1 <이방인>

엄마가 데려온 이방인과 나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이 장면으로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아빠 없다고 놀렸던 애들 틈에서 이방인과 같았던 나와 이 나라의 이방인인 그 남자의 자리를 겹쳐보며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화자, 담담하게 그 남자를 받아들이는 동생, 민망해 하면서도 가까워지려고 애쓰는 그 남자, 큰 아들 앞에서 작아지는 당신을 추스르며 노력하는 어머니……. 이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개성을 지니고 있어요. 관찰력과 묘사력이 상당합니다.

마무리는 다소 갑작스러워요. 카레와 김치, 서로에게 이국의 음식일 것들이 섞이고 화합하는 마무리가 소설이었다면 진부하게 보였을 겁니다. 그래도 김지용1님 자신의 경험일 터이기에 따뜻하고 기분 좋게 다가오네요. ‘나는 죽고 싶을 때마다 잠수를 했다.’는 문장과 ‘정말이지 죽고 싶을 정도로 살고 싶었다.’는 문장이 한데 이어지며 느낌을 만듭니다.

이 글은 첫 문단의 묘사가 좋아요. 첫 문단의 긴장감을 끝까지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문단부터 문장이 흐트러집니다.

 

오태연 님  <쭉정이>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였다.’는 말에 담긴 의미가 묵직해요. 쭉정이 같은 자신의 마음과, 그 마음을 여전히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에 대해 담담히 쓰고 있어 매력적입니다.

형에 대한 얘기가 없다면 오태연 님이 왜 쭉정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을 겁니다. 잘난 형 때문에 형처럼 알맹이가 단단하게 보이는 그 녀석, 나비넥타이가 어울려 보이는 그 녀석이 더 마땅치 않아 보였다는 것이 지금보다 더 또렷이 드러나도 괜찮을 듯해요. 심리의 흐름을 더 풍부히 보여줘도 좋겠습니다.

내용이 조금 더 들어갔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요. 우선 시간대가 더 분명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현재와 회상의 경계가 모호해서 읽을 때 헷갈립니다. 첫 문단은 현재죠? “태연아, 같이 가자.”라는 대화 위에 회상으로 들어가는 짧은 문장을 한줄 추가해주세요.

엄마에게 쭉정이를 걸러내는 법을 물은 뒤, 그에 대한 엄마의 말이 생생히 들어가도 좋겠습니다. 엄마가 알려준 대로 쭉정이를 걸러내고, 쭉정이를 거르는 게 사실 아주 쉬운 일이었다는 걸 깨달으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라는 믿음으로 살았던 것이 얼마나 사소한 벽이었는지 알게 되는 순간, 쭉정이 같던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걸러내고 그 녀석과 마주할 힘을 얻게 되는 모습이 조금 더 나오면 좋겠습니다.

 

타임머신 님 <현실 도피>

단문을 감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공격적인 말투로 툭툭 던져내는 문장에 한 번 더 눈이 갑니다. ‘마치 여러 번 해본 듯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카드를 삽입하고 계좌에서 3만원을 가져’가는 행위에 눈이 확 가며 집중하게 되는데, 막상 이렇게 뺀 돈으로 PC방에 가 현실의 도피처로 컴퓨터 개임에 몰입하게 된 원인이 내용에서 빠져 있어요. 이 내용이 없으면 독자의 공감을 얻기 어려워요. 사실 보다 근원적인 부분, 상처 입게 된 원인을 글로 쓰기는 쉽지 않아요. 상처를 마주보아야만 하니까요. ‘나’를 현실 도피로 몰아간 그 사건과 그로 인한 상처를 쓸 수 있을 때, 이 글이 완성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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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월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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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요일입니다.

2월에 올라온 글은 꼭 대화 같았어요. 우리 앞에 놓인 궤도를 도는 것과 이탈하는 것에 대해 글틴 벗님들이 서로 응답하며 “그렇구나.”, “그렇지 않아.”, “하지만”, “나는 이래.”하고 대화하는 듯했어요. 여러분의 생각을 담은 소중한 글, 잘 읽었습니다.

2월의 월장원 선정작은 두 편입니다.

오태연 님의 <나는 누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김지용2 님의 <기계체조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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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 님 <12월 31일 11시 59분 59초>

2017년을 맞아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잠시 뒤쳐졌던 스스로를 격려하며 달음박질해 나가려는 화자의 마음이 잘 담겼어요. 한 해 동안 자신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후회와 반성 그리고 앞날을 위해 노력하려는 각오가 보이는 글입니다.

이 글에는 불필요한 수식어가 많아요.

‘유난히 가슴이 시큰거리던 찰나가 아스라이 스쳐 지나간다.’

위 문장에서 ‘찰나’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바로 그때의 짧은 시간이고, ‘아스라이’는 가물가물 희미할 때를 뜻해요. ‘스쳐 지나간다.’는 퍼뜩 떠올랐다 빠르게 사라지는 걸 뜻하고요. 의미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아도 비슷하게 겹칩니다. 이럴 땐 ‘유난히 가슴이 시큰거리던 찰나였다.’라고 써도 괜찮지 않을까요? 작가의 의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불필요한 수식어와 겹치는 단어를 전체적으로 정리하면 더 매끄럽게 읽힐 겁니다.

 

란서 님 <성공>

잘 익은 사과처럼 영글어 있는 글입니다. ‘해야 할 것들’에 뺏겨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한 채 한숨 쉬던 때가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거겠죠. ‘나는 이내 웃으며 사과나무를 오르기 시작합니다.’라는 문장에 담긴 화자의 기쁨과 의지가 훅 다가와요. 누군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 가며 사과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서 ‘나무의 오목한 홈들에 발을 걸쳐가며 계속 올라’가고 있는 화자의 모습이 싱그럽습니다. 화자가 찾아낼 성공 또한 공산품 같지 않은, 자기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그 무엇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오태연 님 <나는 누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누’가 되고 ‘누가’ 되고픈 소망을 오고가며 내면의 흐름을 따라 지절대는 글이 인상적이에요. 보이는 길을 따라 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겠습니다. 정해진 길, 둘러싸인 울타리 안에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죠. 맞아요. 누군가 ‘튜브에 올라가려면 다른 사람이 튜브에서 내려야’하는 일이 반복돼요. 저도 그런 삶이 싫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벗어날 순 없더군요. 이 글이 어디로 흘러갈까 생각하며 천천히 읽어나갔어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오태연 님이 퇴고를 할 때는 불러온 것들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리며 그 이미지와 배치되지 않도록 문장을 정리해주세요. 이를테면 유수풀의 형태가 안 그려져요.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좁’은 유수풀에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위치’에 있는데, 그 위치는 ‘한적’하지만 뒤에서 ‘자꾸만 부딪쳐’옵니다. 오태연 님이 무얼 이야기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정리하면 훨씬 읽기에 수월해질 거예요. 누군가에게 빤히 쳐다보여지는 경험-나를 보는 시선-이 관상용 물고기로 연결되는 부분이나 ‘당신들’을 어항에 비유해 풀어내는 부분을 더 정리해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2월의 월장원으로 선정합니다.

 

눈설 님 <♡♥>

귀엽고 발랄한 글입니다. 짝사랑에 대한 일화를 가볍게 풀어냈어요. 대화문, 독백, 대화문, 독백의 짧은 반복이 재밌으면서도 한편 아쉬워요. 짝사랑 상대에 대한 설렘이나 서운함 같은 감정을 더 적극적으로 써주었으면 했거든요. 괄호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되도록이면 괄호를 빼고 그 내용을 본문 안에 풀어서 써주세요.

 

바람서리꽃 님 <두려움을 벗겨내고>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스스로를 당당히 인정하게 된 바람서리꽃 님. 소중한 경험을 공유해주어 고마워요.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인간관계죠. 모든 일이 관계에서 시작되고, 이어지고…. 그래서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이 다른 이에게 어떤 아픔을 주는지 보여주는 것, 참 중요해요. 그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작은 단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화자가 이 글에서 ‘우리 반 악녀들’에게 어떤 비판의 말을 들었는지, 운동회에서 어떤 실수를 했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면 좋았을 겁니다. 독자들은 화자 앞에 닥친 구체적인 상황에 자기 몸을 겹쳐보며 공감합니다.

 

 

곧 님 <못 가본 세계를 가 본 세계로: 북경, 96시간>

중국 여행의 경험을 흥겹고 유쾌하게 담아낸 기행문이에요. 구성도 잘 정돈되어 있고, 뭣보다 글이 맛깔스럽습니다. 목적에 충실한 글입니다. 워낙 잘 씁니다. 술술 읽힐 뿐 아니라 재미있어요. 왕부정 거리에서 바가지를 쓰고, 정신없이 인력거 투어를 마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만리장성에 올라갔던 3박 4일의 기억이 생생히 담겼어요.

말머리를 조금 가볍게 바꾸는 건 어떨까요. 말머리에서 한 이야기가 막상 여행 일정에서는 잘 녹아 나오지 않았거든요. 화자가 가진 유쾌한 어조를 살려 서두 부분을 더 산뜻하게 고치면 좋겠습니다.

 

 

김지용2 님 <기계체조선수>

첫 단락의 표현이 참 좋아요. 아무나 쓰기 어려운 기계체조 선수의 움직임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단문으로 속도감 있게 담겼어요. 눈을 사로잡는 시작에 비해 결말은 다소 트릿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도 매력을 지녔어요. 기계체조 선수로서의 경험이 김지용2 님에게 특별한 자산이 되리라고 생각해요.

이 글을 2월의 월장원으로 선정합니다.

 

서윤호 님 <편린들>

가지가 잘린 가로수를 보며 생각의 편린을 풀어냈어요. 가지가 잘리고, 자라고, 잘리는 시지푸스와 같은 가로수를 보며 화자가 느끼는 감정이 잘 살아있습니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기며 무성히 자란 풀도 여름이 오기 전 사람들에 의해 뭉텅 잘릴 테지요. 가로수와 풀.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있는 듯 보이지만 때가 되면 어김없이 가지를 잘리고 몸을 잘리는 식물의 모습을 통해 서윤호 님은 무얼 말하려 했나요? 이 편린들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을 겁니다. 그게 더 잘 드러나면 이 글의 완성도도 높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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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월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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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요일입니다.

 

지난 시간이 내 안에서 무르익어 넘칠 때 가장 아름다운 글이 나옵니다. 글틴 벗님들, 우리 2017년에도 많이 경험하고 많이 고민해요. 그 시간들이 언젠가 마른 가지에 새 잎이 돋듯 글로 돋아날 겁니다.

 

 

투또우 님 <홀로>

낯선 곳에서 느끼는 화자의 외로움을 담담히 담았어요. 홀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비슷비슷한 표정을 지어요. 입을 꾹 다물고 무표정한 얼굴로 먼 곳을 내다봐요. 일부러 그런 얼굴을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레 그런 얼굴이 되요. 외롭기 때문에요. 그리움과는 또 다른 감정이에요. 혹시 투또우 님이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않’는 자신을 이기적으로 느끼는 까닭이 있을까요. 이 글이 혹시 그리워하다 실망하고, 체념하고, 결국엔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없게 된 사람의 반어적 슬픔을 담은 것일까요.

투또우 님은 감각적인 언어 사용이 매력적이에요. 기본이 탄탄합니다. 특별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글이 될 수 있도록 세부 내용을 더 풍성히 넣어주세요.

 

눈설 님 <Best Friend>

‘그 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지만 가장 싫어하는 친구기도 했다.’는 말에 공감하며 내 친한 친구를 떠올렸어요. 왜 친구를 좋아만 할 수 없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좋다가도 지겨워지고, 싫어졌다가도 그리워지고. 그런 과정을 오랫동안 거쳤어요. 사실은 친구도 나를 참아주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서로 맞춰가며 노력해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긴 시행착오 끝에 알았죠. 눈설 님이 관계 회복을 위해 먼저 친구에게 인사하고,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 멋집니다.

이 글에는 담으려는 내용이 너무 많아요. 다람쥐 모양 포스트잇에 적혀있는 글과 친구와의 추억을 일일이 연결하다보니 글안에 내용이 넘칩니다. 예쁜 티셔츠 열 장을 겹쳐 입는다고 열 배로 예뻐지지 않잖아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사건 하나를 집중해서 보여주면 좋겠어요. 문장을 한 번 더 정리해주세요.

 

o7uz 님 <2017>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버텨내고 2017년을 맞이하는 화자의 마음이 잘 담겨 있어요. 버텨낸 스스로에게 수고했노라 위로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사랑하는 모습에서 화자의 여문 내면이 느껴집니다. 이 글을 읽고 ‘그래. 당연한 일인데, 잊고 있었어. 그래도 내가 나를 사랑해야지.’하며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려줬어요. 열심히 사는 우리, 2017년에는 더 행복해져요.

이 글 역시 세부 사항이 담기면 좋겠습니다. ‘하나도 안 맞는 교복 꾸준히 입고 다녔고, 맛도 없는 급식 너무 잘 먹어줬고’같은 문장이 다른 문장보다 눈이 가고 기억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문장 정리가 필요합니다.

 

콩두 님 <추억의 그리움>

콩두 님, 소중한 기억을 공유해주어 고맙습니다.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이 올올이 배어 있는 글이에요. 화려하지 않아서 더 아름다운 글이 있어요. 이 글이 그렇습니다. 담백하고 솔직해요.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그 시집을 찾고 싶어 서가를 뒤졌습니다. ‘내가 읽은 동시집인데.’하면서요. 시집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다 쓴 뒤 다시 한 번 문장을 정리해주세요. 입으로 소리 내어 읽으며 어색한 문장을 찾아 고치면 좋습니다.

 

바위꽃 님 <우리 집>

장소가 멋진 글감이 되고 있습니다. 잘 읽었어요. ‘삼공육 보충대 앞에 있는 용현 주공’이라는 장소가 생생해요. ‘나는 십육 년을 여기서 살았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 우리 동네에 들어올 때면 갑자기 무성해지는 나무와 작아지는 아파트들이 익숙하다.’는 문장이 독자를 오래된 오층 아파트 단지로 툭 데려다 놓네요. 사라진 슈퍼와 ‘슈퍼 멍멍이’에 대한 세부 기억이 동네에 대한 애정을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어요.

문장 정리가 필요합니다.

 

 

김지용1 님 <걸레>

걸레와 실크 손수건이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요. 아버지의 실크 손수건을 훔쳐 걸레로 쓰려 하고, 깨끗한 방을 일부러 어질러 어머니의 존재를 확인하는 ‘나’의 마음이 묘해요. 그 묘한 감정의 결이 살아있어 매력적입니다. 장면의 세부 묘사가 화자의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어요.

다만 구성이 아쉬워요. 첫 단락은 굳이 필요치 않아 보여요. 빠지는 게 더 자연스럽겠습니다. 마무리 부분도 더 생각해주세요. 아버지와 ‘나’의 대화보다 더 적합한 마무리가 있을 겁니다.

문장도 더 신경 써 주세요.

 

 

2017년 1월의 월장원은 김지용1 님의 <걸레>입니다.

새해 첫 글을 써준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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