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목록

몸의 구멍으로부터 뱀이 기어나온다

그림자인 그것은

빛을 앗아간다

 

무엇으로부터 온 그림자인지 알 수 없다

그것의 창조주인 물체는 보이지 않는다

 

가로등을 지나 별빛에서 일출까지

허나 지금은 빛을 보지 않기로 결심한

 

나는

어둠을 따라 구체를 굴린다

지쳐 쓰러지거나 한들, 아쉬움은 없으리

목록
평화
목록

꿈이었나

 

아니었다고 말하라

 

현실과 다르다고 뱉어내라

모든 것은 움직인다

지금 묻고 답한 것

 

그래 그 속에

잠자고 있는 것, 결심하고 있는 것

 

그래,

한가로운 그대

목록
싹 트임
목록

각오가

 

서지 않는다

 

조금씩

 

진보하고 있다고 믿는다

 

큰 한 걸음 없이

 

외벽은 부서지지 않는다

부딪혀 흘릴 적에

이미 늦을 것을 아는

 

난,

 

무기력함에 항시 빠져있다

 

시간만이 유일한 가치.

 

우리들은 가려진 시간을 전혀 알 수 없다

목록
흐르다
목록

흐르다

그저 흐르다

 

시골 아낙네 가슴의 굴곡처럼

젖 짜이는 어미소의 울음소리처럼

 

못, 그 위 한가롭게

떠다니는 아기 울음소리처럼

 

흐르다

 

웃음 지껄이는 두려움은 뒤로한 채

바람이 부르다

 

나뭇잎이 흔들리다

 

날카로이 선 머리 위 흑막

부드러이 간 어머님 노래

 

옛 시간 위로 눈이 내렸나

머릿니 밖에 하얗던가?

 

오르다

 

고동 소리에

타느라 정신이 없었다

목적지 없는 물살 같은 발자국

따라 가기엔

너무 벅찬 그 고독함의 주머니에서

사랑의 쪽지 한편 흘리게 해다오

 

흐르다.

목록
당신은 아직 들을 힘이 남아있다
목록

일어나라…

파도소리마냥 떠오르는 뜨거운 심지가

틀 속에서 타오른다

둥근 틀

고인 물과 뜨거운 열

 

마침내 해일처럼 세상을 쓸어 삼키는

함성소리가 몇년 전과 사뭇 다르다

 

똑바로 불탔는가

 

곧추 세운 허리와 그  기개가

날아가버린 재 마냥

심해 속에서 꿈틀 거릴 때

 

외쳐라, 또 다시 일어나라

스러져 남는 것은 결국 굳은 촛농 일지라도

 

외쳐라

 

날아간 재에 모두 우리가 숨쉰다

불탄 흔적 밑에 거름아닌 또 하나의 세상이 싹 트니

 

기적소리에 뒤섞여 살아가던 우리가

울음소리 진정 낼 날이 오리라

 

 

 

 

 

 

목록
(추한달-출리마)감상 및 비평 -이승환
목록

안녕하세요, 글틴 문학광장 시부분에 글을 올리신 출리마 님의 <추한달>을 비평하고자 글을 쓰게 된 이승환입니다.

제가 이 시를 비평한 이유는 글 속 비유는 멋진 비유들이 많은데, 글이 향하는 가치관의 모호성과 전체적인 부분에서의 무료함과 반복이 있고 자연스레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게하는 글의 오류 또한 있었기 때문입니다.  1연부터 살펴보면 '달에 도착하였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 말은 즉슨 현재의 배경을 달로 잡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2연의 2행 끝에 '내가 디딘 발은 위대한 암스트롱의 발이였는데'에서 '발이였는데'라는 어미를 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였-이라는 말은 사건이나 행위가 이미 일어났음을 나타내거나 이야기하는 시점에서 볼 때 완료되어 현재까지 지속되거나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나타내는 어미입니다. 따라서 2연의 '발이였는데'를 '발인데'로 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류가 있으나 특히 마음에 들던 '내가 디딘 발은 위대한 암스트롱의 발이였는데'라는 비유를 따져봤습니다. 이번에는 글이 향하는 가치관의 모호성을 말해보겠습니다. 시 전체가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면 죄송하지만 좋게 말하면 추상적이고 거세게 비판하면 모호하며 무료한점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추상적인 것을 쓸 때에는 자극적인 느낌이 포함될 수 있는 단어들을 쓰면 무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호한 단어들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미지근한 구절들이 비유들을 탁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우선 '달', '해' 이 두 단어가 너무 많이 쓰인 것 같습니다. 또한 '찬란한 빛에 대한 동경은 은은한 빛을 천하게 만들었다'에서의 종결방식도 조금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앞에서 섞어가며 전개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전체적인 제 감상으로는 이 시가 무엇에 대한 가치관을 나타내고 있는지 잘 알 수 없었습니다. 종결에서의 '찬란한 빛'과 '은은한 빛' 이 두가지 단어들만으로는 독자들이 이해와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을 돕기엔 버거웠던 것 같습니다. 다른 구절들은 기발한 관찰력이 돋보였습니다. 그래서 제 의견은 문법적 정확성과 전체적인 모호함은 아쉬우나 관찰력과 비유력은 정말 멋졌다 라는 의견입니다. 감사합니다.

 

 

목록
득음
목록

찾아온 선창이 떠보니

물에 뜬듯 좇아 떠나가서

 

지쳤네, 산간수 마시고

살았네 소리한번 지르니

어허, 좋구나 하고 자리펼쳐 흥 돋구고

 

첫음에 고부랑 솔이 고꾸라지고

숨 들이켜 벌거 동백 봄내음에 취해

소리꾼의 볼살에도 증기가 피는

목 끊어지랴 싶을 때 이미 절창이

계곡 물살따라 흐르어

 

이번엔 사람통, 마당 한번 펼치니

이곳 사람다운 온기있어

군중모여 흥이 끊어지랴

추임새 판치고 어느새 아니리 되어

 

달빛 아래 머리칼 새어 날이 새랴 놀아봅세.

목록
한 감정 두마디 말
목록

 

눈이 수북히,
추억은
잊혀지라고 명령하듯
소리치다 엄마 생각에

 

넘어가던 국밥 사방에 튀고
발길질 다정하게 주고받던
시골 잠자리의 추억은 어디갔나
회상에 젖어

가로등 사이를 가로질러
가랑이가 아프게
삼만리 걷는
"오늘 밤이 매섭기만 합니다"
그 말의 주인공을 앞에 마주보았네
다시 돌아가자고

 

오늘 좀 어떠냐

밥은 먹고 다니냐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