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첫째 주 우수작(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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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번째 주 우수작을 선정합니다. 기존에 활동했던 친구들도 있지만 새로 온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요즘 글틴의 영역이 더 넓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번에도 언급했지만 서로 댓글로나마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시 감상평도 남겨보세요. 자신이 쓴 시가 타인에게 어찌 읽힐지 궁금하듯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겠죠.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들이 퇴고에 도움을 준답니다. 글틴 친구들의 관심과 용기가 필요하겠죠. 요즘 저는 달흔 님의 애정어린 댓글들이 무척 반갑고 좋았답니다.

시를 짓는 즐거움은 시가 될 씨앗(소재)을 만나 초고를 거쳐 계속 되는 퇴고(소재를 주제로 키워) 속에서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수확하는 그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마치 낚시꾼이 거대한 바닷고기를 건져올리는 것처럼요.  윤성학 시인의 시 '감성돔을 찾아서'에 나오듯 우리는 홀로 바위에 몸을 묶고 가장 빠른 물살에서 노는 가장 강한 놈을 찾아야 합니다. 그게 바로 시가 아닐까요. 채비를 흘려보내세요. 분명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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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학생이c, <잠을 자는 교실> : 재밌게 읽었어요. 저도 학교 다닐 때 이런 경험이 있어서 공감이 잘 된 느낌입니다. 유독 점심식사 뒤 졸음을 몰고 오시는 선생님도 있었죠. 이 시는 공감은 되지만 시적 확장력이 약하답니다. '자장가 울려 퍼지는', '나의 잠 자는 수업', '낮잠을 취하는 시간', '낮잠을 자는 시간은 무의미했어' 등에서 연마다 시적화자는 잠을 언급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학생이 잠에 찌든 이유(사연)가 있을 텐데 거기까지 상상력이 넓혀지지 않아 아쉬워요. 아마 하나의 개별적인 상황을 전체로 일반화시킨 탓이 아닐까 싶어요. 학생들 중 누구는 잠을 물리치며 수업에 열중할 수 있고, 누구는 전날 밤 알바하느라 피곤해서 잘 수 있고, 누구는 공부에 흥미가 없어 잘 수 있습니다. 각각의 사연이 있어요. 선생님의 성격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데 이 시는 화자의 입장에서만 시적대상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답니다. 마지막에 나온 호텔의 이미지가 나쁘지 않아요. 그러나 이에 알맞는 암시가 필요하겠죠. 호텔은 편안함과 함께 고급스러움, 비싼 이용료 등이 있으니까요. 여튼 시적정황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퇴고하면 좋겠어요.

 

 

윤별, <학교는 우리를 낙오시키는 중이고> : 시적 흐름이 매끄러워졌어요. 초고에 비해 더 구체화된 이미지가 시의 맛을 살렸습니다. 직설적인 표현이 설익은 느낌을 주지만 공감을 일으켰어요. 퇴고를 할 때 '낙오'를 말하지 않고 낙오라는 의미를 표현해보면 좋겠어요. 저는 낙오보다 치열한 경쟁에 따른 비인간성이 보인답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나는 그것을 안타까이 여기면서~'에서 주관의 개입이 갑작스럽게 느껴진답니다. 또한 그 구절이 다소 모호한 느낌도 들어요.

 

 

본낯필오, <음성 사서함> :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 때 신호음의 끝에는 음성 안내가 나오고 삐 소리를 듣기도 하죠. 요즘은 아무도 음성 메시지를 남기지 않아 저는 음성 사서함을 이용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 시는 '목소리'의 정체가 분명해질 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군요. 시적 정황을 보면 목소리의 주인공은 '외롭게 다리 위에 선/처절한 이들'이나 '그들의 유서'에서 유추할 수 있듯 누군가 죽기 전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남긴 음성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들'이 나오므로 불특정한 누군가가 여럿이라는 게 광범위해서 3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마저 희석되는 느낌입니다. 문학에서 인물의 전형이 있듯 한 인물에 집중했다면 더 확장력이 생길 듯 해요. 물론 시적화자(보이지 않는 화자)와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면 더더욱 울림이 있는 시가 탄생할 수도 있겠죠.

 

 

은바다, <완벽한 지각> : 시적화자의 태도와 이미지가 구체적이어서 좋았어요. 지각이라는 소재도 잘 살려 화자의 심경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답니다. 그러나 왜 화자가 지각을 했는지 궁금했어요. 지각하게 된 계기로 보이는 '흑의 기운'과 서럽게 만든 '풍경'이 모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시적 근거나 힌트가 될 만한 표현이 필요하답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완벽한 지각을 위해서' 화자가 '길을 잃지 않았다'로 읽히는데 조금 애매한 느낌이 든답니다. 매일 등교하는 길이고 익숙한 길일 텐데요. 저는 화자가 마음에서 길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또 완벽한 지각을 위해 화자가 서러움에 젖어있는 걸로 보여요. 그래서 '지각을 핑계 삼아 서러움에/젖어 볼 모양이었다/완벽한 지각을 위해' 이렇게 한 연으로 읽히기도 했어요. 이 시는 연을 나눴다면 더 효과적일 것 같아요.

 

 

김지용1, <바늘> : 바늘에 찔린 듯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시군요. 구멍과 바늘이 잘 운용돼 적절한 표현을 만들었어요. 근데 바늘보다 구멍의 비중이 약간 크다는 느낌도 듭니다. 직유법과 정황 설명이 사족으로 느껴져 아쉬워요. 3연에서 보여주듯 이미지만으로 충분히 말해줄 수 있을 듯해요. 좀 더 이미지로 압축시키면 좋겠어요.

 

 

 

 

이번주 고등부 우수작은 두둥!! <완벽한 지각>, <바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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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기해, <외롭자> : '외롭자'는 외로운 자를 말하는 거겠죠. '외롭지?'를 사투리로 '외롭자!'라고 하기도 해서요.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감당해야 하는 숙명을 반박하는 시적화자의 인식이 돋보였어요. 외로움을 감동이나 따스함으로 여길 수 있다는 게 시적일 수 있어요. 그러나 창작자의 단정적인 인식이 진술할 수 없는 영역까지 건드렸다는 느낌이 든답니다. 1연을 보자면 '인간'과 '신'의 영역을 일반화시켜서 바라보고 있어요. 만약 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인간의 외로움이 신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고, 신을 믿는 이들은 신이 벌을 받는 존재일까 의구심이 들겠죠. '인간의 추악한 본성'도 그래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단면만 이야기해서 선한 본성과의 균형을 잃었고, 인간의 공동체 의식을 부정하고 있답니다. 3, 4연에서도 일방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답니다. 마지막 연에서는 흩어지는 '한숨', '애도'가 설득력 없는 주장으로 다가와 저를 허탈하게 만들었답니다. 중등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기해 님은 필력과 자기인식이 있어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답니다. 우선 외로움, 생채기 등과 같은 관념을 여과 없이 시로 쓰는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한 관념을 표현해낼 수 있는 보조관념(대상, 정황)을 찾아야 합니다. 시로 말하고자 하는 관념(주제)을 구체적인 대상이나 정황으로 빗대어서 표현해야 합니다. 이때 진술보다는 묘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답니다.

 

 

STICKMAN, <恨> : '산 자는 죽은 자에게 관심이 없다'가 괜찮아요. 거기서부터 사유를 풀어가면 좋을 싶군요. 망자의 입장에 恨이 아니라 시적화자의 입장에서 恨을 생각하고 추측하는 것이 아쉬워요. 사실을 기반으로 진실을 보려고 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일방적인 단정이 편협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줄 수 있답니다. 개인의 생각이 강조될수록 주관이 개입되니 구체적인 사실 혹은 이야기를 형상화하는 게 필요해요. 올해는 STICKMAN 님이 고등부가 되었으니 더 성숙한 시 기대할게요.

 

 

기기, <꿈> : 꿈을 형상화하는 게 이리도 복잡하군요. 우리의 꿈은 뇌의 활동일 텐데 온몸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어요. 그것은 꿈이라는 관념을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애쓴 듯 싶어요. 다만 밤하늘과 별, 밤바다와 파도, 멜로디와 타자기, 음표와 쉼표 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니다. 이 시는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너무 꼬아놓은 게 아닌가 싶거든요.

 

 

 

이번주 중등부 우수작은 두둥!! <외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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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월장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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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월장원을 발표합니다

 

 

 

첫째 주 /
학생이c, <공식의 답은 알 수 없었다> : 수학은 논리적인 학문이죠. 문제와 관련된 공식으로 정답을 도출합니다. 시적화자가 수학 문제를 앞에 두고 난감해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군요. '우산 없이 온 몸으로 얻어 맞듯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을 할 것 같아요. 화자는 '5+5=10'이라는 산수처럼 '간단'한 과정을 바랍니다. 그러나 산수에서 수학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더하기에서 근의 공식 등 복잡한 공식으로 사람은 성장하고 점점 더 복잡해지는 일들을 겪어내죠. '내 아픈 머리만 억울해'지는 것처럼 정해진 공식을 모르고 지나갈 순 있겠죠. 아마도 저마다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는 자신만의 공식이 있을 겁니다. 수학 문제 풀이에서 삶을 사는 방식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도록 만든 시였어요.

 

 

둘째 주 /
맛없는쵸코맛, <인간 기관차> : 추운 겨울날 입김을 내뿜으며 학교를 가는 시적화자가 잘 그려졌어요. 증기기관차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상상이 되니 재밌게 봤어요. 시에 표현된 '긴 연기'는 그런 입김이거나 화자가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한숨으로도 읽혀진답니다. 그러나 화자의 의지가 드러나서 좋았어요. 춥기도 하고 학교는 분명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이 연기는 계속 보고 싶습니다'고 담담하게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셋째 주 /
투또우, <나이> : 시적논리가 1연에 드러나 있어요. 어쩌면 아무도 노인이 되지 않겠구나, 거짓말을 하면 점점 젊어지게 되는 걸까? 혹은 이 세상에는 모두가 어린이들만 사는 세상이 되겠구나, 라고 생각해봤어요. 하지만 시적화자는 '아무도 자기의 나이를 알지 못한 채/적당히 거짓되게 살고 있다'고 여기고 있죠. 나이는 물리적인 것이죠. 태어난 생년월일이 얼마나 멀어졌는지 확인하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일 수 있어요. 어리더라도 생각이 깊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가 들어 몸은 어른이지만 무례하고 상대방을 헐뜯는 철부지 같은 사람도 있어요. 아쉬운 점은 이 작품의 기준이나 잣대가 되는 게 '나이'라는 숫자에 한정되어 있다는 겁니다. 진실한 사람이 더 빨리 늙을 수도 있다는 게 서글퍼지기도 하고요. 정말 진실한 사람이라면 나이가 많거나 적은 게 무슨 소용일까요. 그러나 투또우 님의 시적논리는 의미가 있어요. 왜냐면 사람이 가진 여러 요소 중에 진실함은 너무나 중요한 것일 테니까요.

 

 

마지막째 주/
김지용1, <해변의 잠> : 지난 9월 초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한 장의 사진이 떠오르는 시군요. 시적화자의 차분하고 담담한 묘사가 인상적이랍니다. '소년은 닻이 없는 난파선'이라는 은유가 '파도의 쉼표에 밀려난다'는 표현도 가슴에 꽤 날카롭게 다가옵니다. '시리아의 밤'이나 '새벽 마다 들리는 총성소리'는 구차한 설명 없이 시적논리의 핵심으로 작용해요. 내전이라는 현실 때문이죠. 물론 읽는이들의 관심사에 따라 다소 피상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어요. 어쨌든 화자는 어린 소년의 죽음을 최대한 객관적인 문장으로 전하는 데 진폭이 꽤 크답니다. '소년이 움켜쥔 손에는/아직도 난민들의 지문이 묻어있다'는 구절 역시 소년의 죽음 이후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화자의 직접적인 발화가 절제되어 있어서 좋았고 화자는 해변과 소년의 죽음을 영상으로 제시해준 점도 좋았어요. 시리아 아이 사진과 관련된 현실적인 정보를 전하자면 소년이 죽은 채로 떠밀려온 보드룸 해변은 터키의 해변이랍니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터키에서 그리스로 밀항을 하려다가 익사한 것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시 첫 행 앞은 제목이겠죠. '해변의 잠'과 '물 때 묻은~'이 붙어있어서 혼돈을 줍니다.

 

 

 

이번 고등부 월장원은 <공식의 답은 알 수 없었다>, <해변의 잠>입니다.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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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월장원을 발표합니다.

 

 

 

첫째 주 /
기해, <무인마라톤> : 시를 읽으니 시계가 마나톤을 하듯 돌아가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우선 제목을 보면 마라톤을 하는 주체가 인간인데 인간이 없는(무인) 마라톤이라고 했어요. 얼핏 시적형용이나 역설, 아이러니 등등 설명할 수 있으나 시 내용과 제목이 잘 부합할지 기대가 됐어요. 인간의 '배를 보'이는 모습과 화자가 '배를 덮어주며 살며시 속삭'이는 행위의 의미가 무엇인지 쉽게 드러나지는 않았어요. 부제에서 밝혔듯 시적화자는 '시계'라고 느껴져요. 화자가 '너'라고 부르는 대상은 사람으로 보이고요. '백발할아버지의 손놀림'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궁금하답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영원함은 주님께만 허락되는 것이라고'는 결국 시간도 종교적인 의미로 귀결되는 것 같아 아쉬웠어요. 무한한 시간이라는 존재로 상징된 시계는 말 그대로 혼자 끝도 없는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어요. 거기에 유한한 인간의 삶이 속해있죠. 화자의 입장에서 사람을 표현한 것은 분명 신선한 접근이지만 주제가 더 부각됐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둘째 주 /
기해, <삐죽이 겨털> : 겨털을 시의 소재로 하다니 재밌어요. 인류가 겨드랑이 털을 제모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아요. 제가 가장 높이 사고 싶은 것은 화자가 부끄러울 수 있는 소재를 가감 없이 시적으로 드러냈다는 겁니다. 그리고 시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유쾌하고 발랄한 정서가 느껴져서 재밌어요. 페미니즘을 떠나 여성들이나 남성들이 각자 원하는 바를 충실히 표현하는 것만큼 건강한 사회가 또 어디 있을까요. 짧은 머리의 여성들에게 보내는 사회의 시선, 치마를 입고 다니는 남자들에게 향하는 시선도 다를 게 없다는 봐야죠. 앞서 말했듯 우리가 겨털을 부끄러하는 문화는 그리 길지 않아요. TV의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희화화하지만 선택은 개인의 몫이니까요. 남자라서 자존심이 되고 여자라서 수치심이냐, 라며 '논리정연하게 살려달라 주장을 펼'치는 부분에서도 이 시는 의미가 있을 거라고 봐요.

 

 

셋째 주 /
기기, <실어증> : 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시적화자의 모습이 잘 그려졌어요. 그러나 '실어증'이라는 증세에 집중하다 보니 피상적인 표현들이 도드라졌습니다. 아마 실어증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느낌이랄까요. 먼저 왜 이 시를 써야 했는지부터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동굴 통로로 욱여넣어진 단어들을/딱딱한 종유석으로 씹어 삼켰을 때/보인 것은 입이 퇴화된 나의 모습이다' 이 부분은 오류로 보여요. '씹어 삼'키는 것은 입이 할 수 있는 일인데, 이미 입이 퇴화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수정해야 될 것 같군요. 시적화자는 동굴에서 동굴 밖으로 튀어 나왔고 어떠한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것 같아요. 그러나 왜 말하고 싶어하는지, 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단어들이/계속해서 늘어난 카세트테이프처럼 너부러지'는지에 대한 원인과 입을 떼어본 적은 있는지의 결과가 없어요. 화자의 내부에서 끊임없이 번뇌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뿐이랍니다. 누군가에게 이런 게 있다고 알려주고자 시를 쓰는 게 아니듯 창작자는 시적인 소재에서 발견하는 게 있어야 한답니다. 그 발견이 의미를 부여해주니까요. 자신의 경험을 시에 녹이면서 퇴고하면 좋은 시가 될 가능성도 있으니 힘내시시길.

 

 

마지막째 주/
STICKMAN, <주먹다짐> : 역동적인 모습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하늘과 땅에서 신과 사람이 주먹다짐을 한다는 이야기가 너무 광범위하게 다가와요. 보다 세심한 관찰과 시적대상을 축소시킬 필요가 있어요. 이때 주먹다짐을 하는 '그것들은' 누구일까, 왜 주먹다짐을 하는 걸까, 주먹다짐을 해서 주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걸까 등에 대한 고민이 담겨야 해요. 주먹다짐을 보고 무엇을 어떻게 느껴 시를 쓰게 됐는지도 정리해보시고요.

 

 

 

이번 중등부 월장원은 <삐죽이 겨털>입니다.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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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마지막째 주 우수작(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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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친구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핸 우리 좋은 시 많이 써봐요. 이제 막 한 해가 시작됐으니 이런저런 다짐을 했겠죠. 아무래도 다짐과 결심을 잘 지켜지려면 그게 너무 크지 않아야 할 듯 싶어요. 저도 여러분과 함께 글틴 활동을 즐겁게 하자는 다짐해봤어요. 소박하죠^^

이번주 우수작을 선정했어요. 늘 그렇듯 건강,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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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투또우, <겁> : 은유놀이 같아요. 친구와 함께 은유를 이어가는 놀이랍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친구가 "나무는 가로등이다"라고 하면 두 번째 친구가 "가로등은 TV다" 다음 친구가 "TV는 책이다"라는 식으로 은유를 이어나가는 거랍니다. 왜 나무가 가로등이고 가로등이 TV고 TV가 책인지 이유를 따지는 게 중요하기 보다 기존의 사물을 다른 사물로 낯설게 생각하는 훈련을 통해 '낯설게 하기'에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이 시에서 '겁은 무서움이고/무서움은 두려움이고/두려움은 겁이다' 'A는 B다'라는 은유를 활용했으나 정리하면 겁=무서움=두려움=겁, 결국 1연에 등장한 시어들은 동등하답니다. 사유가 발전된 것이 아니라 공식이 된 거죠. 그러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적화자의 상황이 구체화되지 않았어요. 척추에 아로새겨진 어떤 통증일까도 궁금합니다. 이불 속 웅크린 발끝에 소리 없이 무엇이 찾아올까도요. '이유도 끝도 시작도/그 어떤 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화자가 겁에 질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네, 무슨 일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힘들겠구나! 이런 감상에 도달하게 됩니다.

 

 

본낯필오, <지우개똥> : 연필로 글씨를 쓰면 지우개가 꼭 필요하죠. 글씨를 지우면 똥이 마구 버리던 기억이 나네요. 지우개똥으로 사유하는 게 재밌네요. 이 시에서 가치판단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잘못 쓴 글씨'를 '지우개'가 해결하고 '떼내어진 가루는/누구를 원망해야 하는지 모'르죠. 근데 '사단은 내가 내고/수습은 네가 하되/희생은 말단이 하니'에서 단정적인 사유가 나오는데 어떤 것이 '사단'이고 그것에 대한 '수습'과 '희생'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더 구체화시켰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연은 아쉬워요. '야속한 책상의 법칙'이 의미의 확장력 없이 한계를 드러냅니다. 어쩌면 쓸모 없이 버려지는 '똥'에 대한 연민을 갖고 의미 부여를 해주면 좋겠어요. 안도현 시인의 시 '사라진 똥'처럼요.

 

 

김지용1, <해변의 잠> : 지난 9월 초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한 장의 사진이 떠오르는 시군요. 시적화자의 차분하고 담담한 묘사가 인상적이랍니다. '소년은 닻이 없는 난파선'이라는 은유가 '파도의 쉼표에 밀려난다'는 표현도 가슴에 꽤 날카롭게 다가옵니다. '시리아의 밤'이나 '새벽 마다 들리는 총성소리'는 구차한 설명 없이 시적논리의 핵심으로 작용해요. 내전이라는 현실 때문이죠. 물론 읽는이들의 관심사에 따라 다소 피상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어요. 어쨌든 화자는 어린 소년의 죽음을 최대한 객관적인 문장으로 전하는 데 진폭이 꽤 크답니다. '소년이 움켜쥔 손에는/아직도 난민들의 지문이 묻어있다'는 구절 역시 소년의 죽음 이후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화자의 직접적인 발화가 절제되어 있어서 좋았고 화자는 해변과 소년의 죽음을 영상으로 제시해준 점도 좋았어요. 시리아 아이 사진과 관련된 현실적인 정보를 전하자면 소년이 죽은 채로 떠밀려온 보드룸 해변은 터키의 해변이랍니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터키에서 그리스로 밀항을 하려다가 익사한 것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시 첫 행 앞은 제목이겠죠. '해변의 잠'과 '물 때 묻은~'이 붙어있어서 혼돈을 줍니다.

 

 

잘될놈, <생신, 생일 편지> : 우리 말의 특징에는 존대법이 있죠. 시적화자처럼 느껴질 수 있겠어요. '진지'라고 하기엔 거리가 생기고 '밥이라고 하기엔 버릇이 없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으니까요. '그대가 나와의 이연이'는 '가' 조사와 '이연' 오타를 수정해야겠죠. '그대와 나와의 인연'으로 말이죠. 여튼 존대에 대한 발견이 있어서 좋았어요. 그러나 편지를 읽는 것처럼 술술 읽히지만 화자의 마음이 앞서고 있어서 시적인 감흥이 줄어든답니다.

 

 

 

이번주 고등부 우수작은 두둥!! <해변의 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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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다이너마이트, <산이 아름다운 이유> : 시적화자의 '반박'으로 이뤄진 대화식 구성이 눈길을 사로잡네요. 시에 나타나듯 아버지는 고정관념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누군가의 고착화된 인식이나 고정관념을 논리적으로 깨는 것은 통쾌할 수 있으나 자기 논리 혹은 단정적인 확신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답니다. 화자는 아버지가 말한 '산은 아름답단다'를 받아들이지 못해요. 여기서 궁금한 것은 화자가 아버지를 부정하는 것인지, 산을 부정하는 것인지랍니다. 시를 읽고나서 화자는 아버지를 승복시키려는 의지가 보여서 아버지를 부정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산의 아름다움마저 부정하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화자가 산을 부정하는 것은 화자의 관념(산의 거짓말과 산에 대한 착각)이 지배적으로 나타납니다. 계절에 따라 꽃과 나무가 변화되는 것을 화자의 입장에서 감정 이입을 해서 수긍하기 어렵거든요. 시적 논리가 아닌 자기 논리로 희망, 사랑, 기도, 모정, 순결 등등을 가져왔으니까요. 물론 산이 아름답든 아름답지 않든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텍스트 내에서 충분히 설득력을 가져야만 시에 감흥할 수 있지 않을까요.

 

 

STICKMAN, <주먹다짐> : 역동적인 모습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하늘과 땅에서 신과 사람이 주먹다짐을 한다는 이야기가 너무 광범위하게 다가와요. 보다 세심한 관찰과 시적대상을 축소시킬 필요가 있어요. 이때 주먹다짐을 하는 '그것들은' 누구일까, 왜 주먹다짐을 하는 걸까, 주먹다짐을 해서 주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걸까 등에 대한 고민이 담겨야 해요. 주먹다짐을 보고 무엇을 어떻게 느껴 시를 쓰게 됐는지도 정리해보시고요.

 

 

기해, <자궁의 눈물, 생리> : 시적화자가 그리워하는 '님'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헤아리기가 쉽지 않아요. 여러 추측은 가능하겠지만 그 대상이 모호하답니다. 그 외에는 매달 찾아오는 월경에 대한 생리통과 연관된 호소로 보여진답니다. 그래서 '중매쟁이 주인양반' 역시 화자 자신이라는 걸 어렴풋이 짐작하지만 이미지나 비유는 그 이상 진전되지 않아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은 그 안에 어떠한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니 더 고민해보세요.

 

 

 

이번주 중등부 우수작은 두둥!! <주먹다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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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셋째 주 우수작(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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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친구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냈나요. 여느 때처럼 주 우수작을 선정했답니다. 새로 가입한 글틴 친구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나눕니다. 올해도 한주만 남았어요. 마무리 잘하고 내년에도 활기차게 보내죠. 겨울방학에는 시집 많이 읽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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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투또우, <나이> : 시적논리가 1연에 드러나 있어요. 어쩌면 아무도 노인이 되지 않겠구나, 거짓말을 하면 점점 젊어지게 되는 걸까? 혹은 이 세상에는 모두가 어린이들만 사는 세상이 되겠구나, 라고 생각해봤어요. 하지만 시적화자는 '아무도 자기의 나이를 알지 못한 채/적당히 거짓되게 살고 있다'고 여기고 있죠. 나이는 물리적인 것이죠. 태어난 생년월일이 얼마나 멀어졌는지 확인하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일 수 있어요. 어리더라도 생각이 깊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가 들어 몸은 어른이지만 무례하고 상대방을 헐뜯는 철부지 같은 사람도 있어요. 아쉬운 점은 이 작품의 기준이나 잣대가 되는 게 '나이'라는 숫자에 한정되어 있다는 겁니다. 진실한 사람이 더 빨리 늙을 수도 있다는 게 서글퍼지기도 하고요. 정말 진실한 사람이라면 나이가 많거나 적은 게 무슨 소용일까요. 그러나 투또우 님의 시적논리는 의미가 있어요. 왜냐면 사람이 가진 여러 요소 중에 진실함은 너무나 중요한 것일 테니까요.

 

 

삼월누리, <어느 책상 밑에선 휴대폰 진동이 울리고> : 수능을 마친 고3들은 학교에 등교해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죠. 그러한 일상을 휴대폰 사용으로 비유했네요. 휴대폰 사용에 대한 선생님의 제재가 사라졌다는 것은 대학 입시를 위한 수능이 끝났다는 걸 의미하기도 해요. 세대적인 차이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저는 휴대폰이 없었던 세대였으니까요. 장발을 하고, 귀를 뚫는다거나 염색을 하는 자유를 만끽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적화자는 자신과 또래들이 '스무살의 시간으로 던져졌다'면서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어요. 그 불안에 대한 요인이 작품에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스무살이 되면 더 분주해질 겁니다. 신발끈 질끈 묶고 새로운 시절을 준비해보세요. 응원할게요.

 

 

맛없는쵸코맛, <반창고> : 우리는 다치면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입니다. 반창고로 상처를 덮어두는 건 외부의 세균에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것이죠. 시적화자는 반창고를 붙여두고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안일한 생각을 꼬집고 있어요. '그 안의 상처를 먼저 잘 봐야'하고 '마음 속에도 그저 덮어 둔 반창고는 없는지' 잘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오래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이 시를 쓰는 사람에게 필수적인 요소겠죠. 시를 짓지 않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학생이C, <도서관> :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그 모습이 열정적이거나 집중하는 모습이라기보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영위하는 피로한 모습이고요. 이러한 상황 때문에 '도서관은 앞으로의 삶을 잃어버려/지쳐버린 사람들이 모이는 집합소'가 되었어요. 1연에서 도서관의 고요하지만 갑갑한 모습을 표현하려는 문장들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어요. 그러나 도서관을 벗어날 수 있는 자유와 도서관에 얽매여야 하는 자아가 극복하려는 지점이 보이지 않아서 아쉬워요. 그러한 이야기를 위해 공부와 학벌, 1등 제일주의 등의 이야기까지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발랄한 상상력이나 간절한 자기 경험이 녹아있어야 할 듯 싶어요. 좀 더 사유의 확장이 필요하답니다.

 

 

 

이번주 고등부 우수작은 두둥!! <나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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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기기, <실어증> : 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시적화자의 모습이 잘 그려졌어요. 그러나 '실어증'이라는 증세에 집중하다 보니 피상적인 표현들이 도드라졌습니다. 아마 실어증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느낌이랄까요. 먼저 왜 이 시를 써야 했는지부터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동굴 통로로 욱여넣어진 단어들을/딱딱한 종유석으로 씹어 삼켰을 때/보인 것은 입이 퇴화된 나의 모습이다' 이 부분은 오류로 보여요. '씹어 삼'키는 것은 입이 할 수 있는 일인데, 이미 입이 퇴화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수정해야 될 것 같군요. 시적화자는 동굴에서 동굴 밖으로 튀어 나왔고 어떠한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것 같아요. 그러나 왜 말하고 싶어하는지, 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단어들이/계속해서 늘어난 카세트테이프처럼 너부러지'는지에 대한 원인과 입을 떼어본 적은 있는지의 결과가 없어요. 화자의 내부에서 끊임없이 번뇌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뿐이랍니다. 누군가에게 이런 게 있다고 알려주고자 시를 쓰는 게 아니듯 창작자는 시적인 소재에서 발견하는 게 있어야 한답니다. 그 발견이 의미를 부여해주니까요. 자신의 경험을 시에 녹이면서 퇴고하면 좋은 시가 될 가능성도 있으니 힘내시시길.

 

 

기해, <푸른양수의 전설> : 드라마 제목에서 따왔군요. '내가 떠다니는 이곳은/엄마의 뱃속 푸른양수'와 '수영장을 독점한 밤'을 보면 이 시의 정서는 금방 파악이 되는군요. 그러나 그 이야기는 거기서 머문답니다. 시적화자는 스스로 수영장에서 자유로운 자신을 엄마의 양수 속에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근데 그게 어떠한 전설이 되는지 궁금하답니다.

 

 

 
이번주 중등부 우수작은 두둥!! <실어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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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둘째 주 우수작(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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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날씨에 민감하죠. 추워졌다가 요즘 다시 포근해진 느낌이 듭니다.  우리가 느끼는 날씨처럼 저는 글틴 친구들의 시에 민감하겠죠. 시가 관념적이고 추상적일 때 저는 어떤 반응이었을까요. 곰곰 생각해보지 않아도 시를 음미하기 어려웠겠죠. 저는 시와의 관계를 자주 생각했어요. 어떠한 관계가 형성되려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답니다. 박두진 시인의 '이런 詩'를 읽어보면 시는 슬며시 다가와 내 어깨를 툭 치며 아는 체 하는 거랍니다. 읽고 나면 아, 그렇구나 깨닫기도 하죠. 시를 어렵게 쓰는 것도 능력이겠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분명한 주제가 없어서 그럴지도 몰라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있을 때 우리가 횡설수설하지 않는 것처럼요. 우리는 상대방에게 용건이 있을 때 분명한 어조로 요점만 간단히 전달합니다. 눈치볼 필요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됩니다. 그러나 시적인 게 뭔지 고민하고 공부해야 해요. 처음 자전거를 배우듯 말이죠. 자전거를 배우기는 어렵지만 한 번 제대로 배우고 나면 즐겁게 자전거를 탈 수 있잖아요.  방학에는 시와 함께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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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노 랑, <자연사 박물관> : 흥미로운 시입니다. 그러나 시적화자가 누구인지, 또한 시적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아쉽기도 해요. 화자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시체들'을 보고 있어요. 살아있는 사람도 시체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수수께끼와 말장난들 사이에서 화자는 '중요한 건 유머'라고 생각합니다. 웃음이 사라진 사람 역시 죽었다고 느낄 수 있겠군요. 화자가 그렇게 여길만한 단서가 있으면 어떨까요. 어쩌면 화자는 그들의 죽음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에 살아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삼월누리, <터미널> : '터미널'은 경유지를 상징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관점에서 보면 삶 역시 물리적으로 죽는다는 결과에 대한 과정일 뿐이죠. 성장을 하는 것도, 이사를 가는 것도 과정이 진행되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시에서 사유하는 것이 좋지만 다소 설명적이라는 느낌이 든답니다. 그렇다 보니 느슨해지기도 해요. 특히 재개발을 경유지로 비유한 것도 조금 더 정교하고 내밀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비유의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일치를 하거나 거리가 너무 멀어 버리면 아무래도 시적 흐름이 엇나가기도 하거든요. 퇴고를 하면 완성도가 높아질 것 같아요.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를 참고해보세요. 오래 전에 나왔고 교과서에도 실린 시죠.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한답니다.

 

맛없는쵸코맛, <인간 기관차> : 추운 겨울날 입김을 내뿜으며 학교를 가는 시적화자가 잘 그려졌어요. 증기기관차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상상이 되니 재밌게 봤어요. 시에 표현된 '긴 연기'는 그런 입김이거나 화자가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한숨으로도 읽혀진답니다. 그러나 화자의 의지가 드러나서 좋았어요. 춥기도 하고 학교는 분명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이 연기는 계속 보고 싶습니다'고 담담하게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카우츠, <산책> : 시적화자는 '네가 보고 싶을 땐 가끔 산책을' 가죠. 산책에서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납니다. '묻어 내어주는 흔적'은 부자연스러워요. 앞 문장과 뒷 문장의 호응을 신경쓰면서 선명하게 수정해야 할 듯 싶어요. 어쨌든 소나무 한 그루는 화자의 '흔적을 길러'냅니다. 아마 화자와 '소나무 한 그루'의 관계를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화자가 가진 애착이 느껴지거든요. 다만 '너'라는 대상을 구체화할 필요는 있을 듯 싶어요. 다소 관념적인 '흔적'이나 '시린 별' 등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시의 은유적인 표현은 선명한 구체어들로 이뤄져있으니까요.

 

투또우, <연습> : 시적화자는 스스로가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표정을 갖기 위한 연습과 그에 대한 과정에 대해 이야기가 보여집니다. 비유하자면 작가가 시를 통해 하고 싶은 말(진심)이 있는데 작품의 문장과 시어(표정)이 제대로 구현이 되지 못해 독자와 소통이 곤란해지는 상황으로도 읽혀졌어요. 화자가 다듬고자 하는 표정과 시를 쓰기 위한 노력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겠죠.

 

 

 

이번주 고등부 우수작은 두둥!! <인간 기관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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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기해, <삐죽이 겨털> : 겨털을 시의 소재로 하다니 재밌어요. 인류가 겨드랑이 털을 제모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아요. 제가 가장 높이 사고 싶은 것은 화자가 부끄러울 수 있는 소재를 가감 없이 시적으로 드러냈다는 겁니다. 그리고 시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유쾌하고 발랄한 정서가 느껴져서 재밌어요. 페미니즘을 떠나 여성들이나 남성들이 각자 원하는 바를 충실히 표현하는 것만큼 건강한 사회가 또 어디 있을까요. 짧은 머리의 여성들에게 보내는 사회의 시선, 치마를 입고 다니는 남자들에게 향하는 시선도 다를 게 없다는 봐야죠. 앞서 말했듯 우리가 겨털을 부끄러하는 문화는 그리 길지 않아요. TV의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희화화하지만 선택은 개인의 몫이니까요. 남자라서 자존심이 되고 여자라서 수치심이냐, 라며 '논리정연하게 살려달라 주장을 펼'치는 부분에서도 이 시는 의미가 있을 거라고 봐요.

 

범고래두마리, <보름달> : 오래전부터 시가 있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향유되어 왔죠. '보름달'에서 느끼는 시적화자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시랍니다. 물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매력적인 이야기는 아니랍니다. 책을 읽는 시적화자가 누구인지, 왜 시골인지(도시에서도 보름달이 뜨고 찬 새벽 공기가 있으니까요), 왜 책을 읽는지 궁금한 게 많거든요. '보름달이 책을 비추어/창틀에 흘러나오는/찬 새벽 공기와 함께/책을 읽네'는 정리가 필요해요. 책을 비추는 보름달과 창틀에 흘러나오는 찬 새벽 공기가 한 문장이 되어 '책을 읽네'으로 귀결되고 있어요. 문장을 나누는 것이 효과적이겠죠. '보름달이 책을 비추어' 부분은 낭만적일 수 있지만 상투적이고 진부하다는 것을 고민해보세요.

 

기기, <삼킨 시간> : 나름 시적사유를 보였지만 시가 관념과 싸우느라 구체화되지 못한 게 아쉬워요. '시간이 약'이라는 인용에서 시작한 시는 '시간은 나에게 독약이었다'고 결론지었는데, 과연 시작과 끝으로 이어진 시적 흐름을 읽는이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답니다. '나에게 매인 시간의 끝을 삼킨다'는 행위는 다분히 개인적인 행위에 머물러있어요. 제목을 보자면 "~을 '삼킨 시간'"이라는 뜻보다 "내가 '삼킨 시간'"이라는 의미에 가까워보인답니다. 모두가 헤아릴 수 있는 것은 시적화자가 맞이한 힘든 상황 정도가 될 것 같아요. 허공에 주먹질한다 해도 이유가 있죠. 시는 허공에 날리는 주먹질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주먹질하는 마음까지 제대로 담아야 해요. 시적대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황준범, <촉매> : 변하지 않는 것이 시적화자 '나'를 변화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그려지고 있어요. 그럼에도 느낄 수 있는 시적인 영역이 있었답니다. 우리는 늘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을 테니까요. 그게 화자의 일부, 굳은살이 되고 결국 '벗', '그녀', '촉매'가 좋아해줍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모호한 시랍니다. 화자가 변하지 않는 게 무엇이고, 변하는 게 무엇인지 감춰져 있기 때문인 듯해요. 그리고 변화하는 과정을 묘사하면 좋겠는데 진술이 강하다 보니 읽는이는 일방적으로 느껴야 한답니다. 제목 '촉매'처럼 사전적인(관념적) 의미에서 사유가 그칠 수 있답니다. 그러니 자기 체험이 녹아있는 묘사가 나오려면 한 발짝 더 깊이 들어가야 해요.

 
이번주 중등부 우수작은 두둥!! <삐죽이 겨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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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글틴 패러디시 백일장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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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글틴 패러디시 백일장 발표

 

 

제1회 글틴 패러디시 백일장 수상 내역을 발표합니다.

예상보다 많은 편수가 응모되었지만 예상만큼 많은 글틴 친구들이 참여하지 않아 아쉬워요.

몇몇 친구들이 열심히 응모를 해서 즐겁기도 했습니다.

내년에 다시 백일장을 추진할 테니 이번에 참여하지 못한 친구들도 대거 응모하시길.

패러디시는 습작생들이 한층 발전을 하기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해요.

저도 고교시절에 패러디시를 써봤던 적이 있답니다.

며칠을 고민하면서 한 편의 시를 패러디했었죠.

그때 깨닫게 된 것은 시인이 시 한 편을 짓기 위해 얼마나 깊이 사유하면서 시적으로 표현한다는 거 였어요.

저는 글틴 친구들이 원작 시를 깊이 읽고 시인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가지길 기대했습니다.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수상한 친구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백일장 응모자 전원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가서 다행입니다.

 

 

패러디대상

곧, <인스타그램의 힘(가구의 힘)>

 


위트&재치상

STICKMAN(laurie), <생긴 도서관(사라진 도서관)>

범고래두마리, <하야하는 날(아파트로 이사가는 날)>

 


아까비상

윤별, 본낯필오, 슈슈엘, Fleuves, 지기지우, 맛없는쵸코맛, 세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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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첫째 주 우수작(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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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시 백일장이 시작되면서 12월 첫째 주 우수작을 발표합니다. 그동안 왕성한 창작을 보였던 친구도 있고, 가끔 시를 올리는 친구들도 있어요. 일주일에 여러  편 시를 발표하는 것보다 오래 손질한 시를 올리시길 권해요. 패러디시도 정성껏 써보세요. 자신의 시를 짓듯이 아마 뭔가를 깨닫게 될 겁니다.

 

예전에 정호승 시인이 한국일보에 발표했던 글귀를 소개합니다.

"석수장이가 망치질을 백 번을 해도 돌덩이에 금 하나 가지 않다가 백 한 번째 내리치자 돌덩이가 둘로 갈라지는 경우, 그것은 백 한 번째의 망치질 때문에 돌덩이가 쪼개진 것이 아니라 그 동안의 망치질 횟수가 모두 합쳐져 쪼개진 것이다. 나는 이제 백 번을 하고 백한 번째 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는 백한 번째의 망치질에서 돌이 깨어지는 순간에 태어나는 그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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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학생이c, <공식의 답은 알 수 없었다> : 수학은 논리적인 학문이죠. 문제와 관련된 공식으로 정답을 도출합니다. 시적화자가 수학 문제를 앞에 두고 난감해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군요. '우산 없이 온 몸으로 얻어 맞듯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을 할 것 같아요. 화자는 '5+5=10'이라는 산수처럼 '간단'한 과정을 바랍니다. 그러나 산수에서 수학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더하기에서 근의 공식 등 복잡한 공식으로 사람은 성장하고 점점 더 복잡해지는 일들을 겪어내죠. '내 아픈 머리만 억울해'지는 것처럼 정해진 공식을 모르고 지나갈 순 있겠죠. 아마도 저마다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는 자신만의 공식이 있을 겁니다. 수학 문제 풀이에서 삶을 사는 방식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도록 만든 시였어요.

 

 

윤별, <촛불연어> : 아무래도 시국과 연관되어 보이는 시군요. 제목이 '촛불'과 '연어'를 조합해서 신선하고 낯설었어요. 그러나 과연 '촛불연어'가 시에 충분히 반영이 되어 설득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답니다. '강물을 거스른다'는 연어의 특징과 촛불집회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는지도 따져봐야 해요. 2연, 4연, 5연의 구체적인 정황이 다소 작위적이고 피상적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어 아쉽답니다. '촛불을 인 연어들이/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문장이 대표적이지 않았나 싶거든요. 창작자의 사유 속에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라는 상징과 국민의 심정을 대표하는 '촛불'이 제대로 녹아들지 않아 작위적으로 표현되었답니다. 주제가 있는데 그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시적방법론에서 아쉬움을 남겼답니다.

 

 

살개, <밥상 위엔 무엇이 있나> : 맞습니다. 시적화자가 '몰랐던 게' 더 많을 겁니다. 부모님의 정성과 노고, 가족들의 화목, 사연 등등.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훨씬 많이 식사 시간에 오고 갈 것 같아요. 화자는 그 중에서 '항상/내 쪽에만 몰려있던 반찬들'을 통해 배려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어요. 화자의 직접적인 발화에 가깝긴 하나 구체적인 대상을 동원했기 때문에 잘 읽혔어요. 다소 상투적이기도 합니다. 광고 문구 같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가족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표현하려면 더 세련되고 신선해야 할 듯 싶어요.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더 식상할 수 있다는 것을 고민해봐야 한답니다.

 

 

본낯필오, <월세방> : 시적화자는 마지막 행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어요. 그러나 화자 주변의 이미지를 통해 충분히 화자를 유추할 수 있는 시였어요. '한없이 게으른 마음이 극복해'에서 '극복하다'는 동사는 목적어가 필요하죠. 앞 행의 '컴퓨터의 잔소리'를 극복한다는 의미인 듯한데 문장을 자연스럽게 수정해보세요. 전체적으로 묘사한 화자의 상황에 의문스러운 부분이 없어요. 화자가 겪는 상황이 드러나 있다는 그것 자체만으로 주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시적정황을 보면 화자가 너무 어른스럽지 않나 싶어요.

 

 

 

이번주 고등부 우수작은 두둥!! <공식의 답은 알 수 없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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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민연, <어제와 오늘과 내일> : 시를 쓰면서 내면이나 경험을 구체화시키는 게 쉽지 않죠. 그러나 함축적인 언어와 비유, 이미지 등이 모이면 창작자에게 마음에 드는 시가 나온답니다. 당연 읽는이들도 재밌게 시를 읽겠죠. 이 시에서는 시적화자의 상황과 정서가 궁금해요. 머리맡에 날아드는 상자는 어떤 상자이고, 동생들 눈에 쏟아진 종이들은 어떤 종이들인지, '그날의 반짝거리던 이름'은 누구의 이름이고 그게 화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등 궁금한 게 많아져요. 그러한 궁금증을 구체적인 형상화로 해소해준다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목을 고민해보세요.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제목이 제역할을 하기 어렵답니다.

 

 

기해, <무인마라톤> : 시를 읽으니 시계가 마나톤을 하듯 돌아가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우선 제목을 보면 마라톤을 하는 주체가 인간인데 인간이 없는(무인) 마라톤이라고 했어요. 얼핏 시적형용이나 역설, 아이러니 등등 설명할 수 있으나 시 내용과 제목이 잘 부합할지 기대가 됐어요. 인간의 '배를 보'이는 모습과 화자가 '배를 덮어주며 살며시 속삭'이는 행위의 의미가 무엇인지 쉽게 드러나지는 않았어요. 부제에서 밝혔듯 시적화자는 '시계'라고 느껴져요. 화자가 '너'라고 부르는 대상은 사람으로 보이고요. '백발할아버지의 손놀림'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궁금하답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영원함은 주님께만 허락되는 것이라고'는 결국 시간도 종교적인 의미로 귀결되는 것 같아 아쉬웠어요. 무한한 시간이라는 존재로 상징된 시계는 말 그대로 혼자 끝도 없는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어요. 거기에 유한한 인간의 삶이 속해있죠. 화자의 입장에서 사람을 표현한 것은 분명 신선한 접근이지만 주제가 더 부각됐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이번주 중등부 우수작은 두둥!! <무인마라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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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글틴 패러디시 백일장(10일부터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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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글틴 패러디시 백일장

 

 

주목! 글틴 친구들에게 알립니다.

2017년 12월 둘째주는 깜짝 이벤트로 제1회 글틴 패러디 백일장을 진행합니다. 응모기간은 10일~16일입니다. 기간이 매우 짧지만 순수 창작품보다 쉽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일주일만 시간을 줄게요. 응모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제가 예시로 올려준 시 중 1편을 골라서 패러디 시를 써서 게시판에 올리면 끝!

응모편수는 제한이 없으니 한 친구가 여러 편의 시를 패러디해서 올려도 됩니다. 패러디 방법은 다양하겠죠. 주제나 소재 등을 가져와 자기만의 언어로 쓰셔도 되고, 시어를 가져와 색다른 주제를 창조해도 된답니다. 전혀 다른 창작품이 나올 가능성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읽었을 때 가장 패러디를 잘한 친구에게 수상을 할 예정입니다.

 

수상내역은 다음과 같아요.

패러디대상 1명, 3만원 문화상품권

위트&재치상 2명, 2만원 문화상품권

아까비상 00명, 1만원 문화상품권

물론 응모한 편수에 따라 아까비상이 달라지겠죠. 패러디 백일장에서 수상자를 따로 선정하는 이유는 많은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있지만 순수 창작물이 아닌지라 월장원 후보에 넣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즐겁고 재밌는 창작의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많은 응모작 기다릴게요.

참, 패러디 백일장에 응모할 때 글머리 부분에 예시로 올린 시 제목을 붙여 <000  패러디시>라로 넣어주세요.

궁금하신 사항은 언제나 그렇듯 댓글로 남겨주세요.

 

 

<패러디해야 할 시>

 

개미

 

문태준

 

 

처음에는 까만 개미가 기어가다 골똘한 생각에 멈춰 있는 줄 알았을 것이다

 

등멱을 하러 엎드린 봉산댁
젖꼭지가 가을 끝물 서리 맞은 고염처럼 말랐다
댓돌에 보리이삭을 치며 보리타작을 하며 겉보리처럼 입이 걸던 여자

 

해 다 진 술판에서 한잔 걸치고 숯처럼 까매져 돌아가던 여자

 

담장 너머로 날 키워온 여자
잔뜩 허리를 구부린 봉산댁이 아슬하다

 

 

가구(家具)의 힘

 

박형준

 

 

얼마 전에 졸부가 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나의 외삼촌이다
나는 그 집에 여러 번 초대받았지만
그때마다 이유를 만들어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방마다 사각 브라운관 TV들이
한 대씩 놓여있는 것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닌지
다녀오신 얘기를 하며 시장에서 사온 고구마 순을
뚝뚝 끊어 벗겨내실 때마다 무능한 나의 살갗도 아팠지만
나는 그 집이 뭐 여관인가 빈방에도 TV가 있게
하고 한마디 해주었다 책장에 세계문학전집이나
한국문학대계라든가 니체와 왕비열전이 함께 금박에 눌려
숨도 쉬지 못할 그 집을 생각하며,
나는 비좁은 집의 방문을 닫으며 돌아섰다
가구란 그런 것이 아니지
서랍을 열 때마다 몹쓸 기억이건 좋았던 시절들이
하얀 벌레가 기어 나오는 오래된 책처럼
펼칠 때마다 항상 떠올라야 하거든
나는 여러 번 이사를 갔었지만 그때마다
장롱에 생채기가 새로 하나씩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집의 기억을 그 생채기가 끌고 왔던 것이다
새로 산 가구는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만
봐도 금방 초라해지는 여자처럼
사람의 손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먼지 가득 뒤집어쓴 다리 부러진 가구가
고물이 된 금성라디오를 잘못 틀었다가 우연히 맑은 소리를
만났을 때만큼이나 상심한 가슴을 덥힐 때가 있는 법이다 가구란 추억의 힘이기 때문이다
세월에 닦여 그 집에 길들기 때문이다
전통이란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것…
하고 졸부의 집에서 출발한 생각이 여기에서 막혔을 때
어머니가 밥 먹고 자야지 하는 음성이 좀 누구러져 들려왔다
너무 조용해서 상심한 나머지 내가 잠든 걸로 오해 하셨나
나는 갑자기 억지로라도 생각을 막바지로 몰고 싶어져서
어머니의 오해를 따뜻한 이해로 받아들이며
깨우러 올 때까지 서글픈 가구론을 펼쳤다

 

 

죽도록

 

이영광

 

 

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라는
학원 광고를 붙이고 달려가는 시내버스
죽도록 굶으면 죽고 죽도록 사랑해도 죽는데,
죽도록 공부하면 정말 죽지 않을까
죽도록 공부해본 인간이나
죽도록 해야 할 공부 같은 건 세상에 없다
저 광고는 결국,
죽음만을 광고하고 있는 거다
죽도록 공부하라는 건
죽으라는 뜻이다
죽도록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옥상과 욕조와 지하철이 큰 입을 벌리고 있질 않나
공부란 활활 살기 위해 하는 것인데도
자정이 훨씬 넘도록
죽어가는 아이들을 실은 캄캄한 학원버스들이
어둠 속을 질주한다, 죽기 살기로

 

 

방문을 쾅!

 

이정록
방문 쾅!
닫지 마세요.
땅콩 두 알도
방과 방 사이 열어 두고 있잖아요?
싸우지 마세요.
밤송이 속 밤톨도
서로 마주 보며 단단해지잖아요?
밤에도 문 닫지 마세요.
우리는 엄마 아빠 코고는 소리도
방귀 뀌는 소리도 좋아요.
마음 꽝! 닫지 마세요.

 

 

사라진 도서관

 

강기원

 

 

도서관이 사라졌다
익숙했던 내 의자가 없어졌다
빌려온 책들의 반납 기일이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고백컨대
책을 읽는 대신 나는
그 도서관의 책들을 한 장씩 씹어 먹었다
젖을 먹어야 할 때 그림 형제의 삽화를
초경이 시작될 무렵 데미안의 알을
머리에 피가 마르기 시작했을 때 사랑의 기술을
아무리 기다려도 피 다 마르지 않아
북회귀선의 금지된 선을, 위기의 여자를
자근자근 씹어 먹었다
그 낡은 도서관의 책들을
한 권씩 뽑아들 때마다
도서관의 갈빗대가 하나씩 뽑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책은 먹을수록 허기가 져 자꾸 먹어댔고
내가 뜯어 먹는 것이 피와 살덩이인줄
그땐 정말 몰랐다
개정판 사전도 베스트셀러도 없던
사라진 말들의 유적지
폐관시간도 없이 모든 게 무료였던
나의 파라다이스, 책만큼이나 많은 돌무더기
나의 찬란한 폐허, 낡은 도서관 내 어머니
내가 파먹은 그의 부장품들
아직도 입 속에서 우물거리고만 있는
이 경전들은 어쩌라고
사라진 도서관 한 채가 관 속에 누워 있다

 

 

못을 박다가

 

신현복

 

 

메밀꽃 핀 그림 액자 하나 걸으려고
안방 콘크리트 벽에 박는 못
구멍만 만들고 풍경은 고정시키지 못한다

 

순간, 그 구멍에서 본다

 

제 몸의 상처 포기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벽
견디지 못하고 끝내는 떨어져 나온
조각들

 

벽, 날카로운 못 끝을 생살로 감싸 안아야
못, 비로소 올곧게 서는 것을

 

망치질 박힘만을 고집하며 살아온 나
부스러지려는 자신을 악물고
기꺼이 벽으로 버티며 견디고 있는, 저
수많은 사람들 향해 몇 번이나
못질 했던가

 

꾸부러지지 않고 튕겨나가지 않고
작은 풍경화 한 점 고정시키며
더불어 벽으로 살기까지

 

 

한 마리 곰이 되어

 

박성우

 

 

한 마리 곰이 되어 겨울잠에 들고 싶어 으음 나흘만 더 잘게요, 잠꼬대도 해대면서 코를 드르렁드르렁 지치도록 자고 싶어 음냐 음냐, 달콤한 꿈을 꾸는 동안 함박눈은 펑펑 내려 동굴 입구까지 쌓이겠지 정말이지 한 마리 곰이 되어 겨울잠에 들고 싶어 알람 시계 따위는 동굴에 가져가지 않을 거야 아침 잔소리도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할 거야 알람 소리도 잔 소리도 없는 깊은 산속 동굴에 들어 곰곰 생각하지 않는 미련한 곰이 되어 실컷 잠만 잘 거야 자다가 자다가 지치면 기지개를 켤 거야 내가 쭈욱쭉 기지개를 켜며 울면 골짜기가 쩌렁쩌렁 울리겠지 푸릇푸릇한 봄이 성큼 와 있겠지

 

 

아파트로 이사 가는 날

 

김응

 

깜빡깜빡 깜빡이 알전구야, 안녕
울컥울컥 울보 수도꼭지야, 안녕
삐거덕삐거덕 삐딱이 대문아, 안녕
납작납작 납작이 마당아, 안녕
아장아장 키 작은 난쟁이 담벼락아,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모두 모두 안녕 안녕

 

 

친구가 되려면

 

신형건
지우개랑 친해지려면
글씨를 자꾸 틀리면 되지
몸이 다 닳아 콩알만 해진 지우개가
툴툴거리는 소리, 귀에 들어올 때
그 소리에 솔깃 귀 기울일 수 있으면
그제서야 지우개랑 진짜
친구가 되는 거지.

 

마당가에 삐죽 고개 내민
돌부리와 친해지려면
너댓 번 걸려 넘어져 보면 되지.
눈 감고도 그 돌부리가 환히 보일 때
돌부리가 다리를 걸기 전에 먼저
슬쩍, 밉지 않게 걷어차 줄 수 있을 때
그제서야 돌부리와도
친구가 되는 거지.

 

바람과 친해지려면
그냥 불어오는 쪽을 바라보면 되지.
머리카락을 흩뜨리고 달아나게 내버려 두면 되지.
하지만, 바람과 정말 친구가 되려면
바람개비를 만들어야 하지.
팔랑팔랑 춤추는 바람개비를 입에 물고
바람을 가슴에 안으며
달려야 하지.

 

 

모두들 처음엔

 

이안

 

 

대추나무도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꽃도 시원찮고 열매도 볼 게 없었다

 

암탉도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횃대에도 못 오르고 알도 작게만 낳았다

 

모두들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조금씩 시원찮고 조금씩 서투르지만

 

어느새 대추나무는 내 키보다 키가 크고
암탉은 일곱 식구 거느린 힘센 어미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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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월장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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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월장원을 발표합니다

 

첫째 주 /
모하,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 잘 읽었어요. 담담한 어투가 느껴지는데 큰 울림을 주는 시였어요. 무표정한 서른 명의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어요. 18살에 맞이한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마지막 연이 중의적으로 다가왔어요. 제목이 시적화자가 ‘싫어하는 사람이라서’라고 읽힌다면 마지막 연에서 '네가 싫어하는 사람이라서'로 주체를 바꿔놓아 울림이 있었어요. 살아있는 아이들이 싫어하기도 했지만, 떠난 아이도 남은 아이들을 싫어하고 있다는 것을 화자가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단순히 (우리가) 너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도 읽힐 수 있는데, 이 중의적인 표현이 시적의도와는 다르게 부각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화자는 일방적으로 남겨진 아이들의 입장이나 죽은 아이의 입장만으로 치우치지 않았어요. 그런 시선이 문장마다 차분하게 담겨있는 것 같아 좋았어요. 어쩌면 시인이 가져야 하는 시선이 아닐까 싶어요. 참, '30명'과 '서른 명'을 통일시키면 좋을 듯 해요.

 

둘째 주 /
L, <미친 이야기> : 오랜만에 시를 발표했는데 상당히 긴 시군요. 제목 '미친 이야기'는 시적화자의 작품이 미쳤다는 의미일 수 있고, ‘인세인(insane)'이란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미쳤다는 뜻일 수 있겠네요. 중의적이죠. 인세인(insane)이라는 말 자체도 말놀이(pun) 같아서 확실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군요. 버블껌에서 풍선-샴푸-비누거품-노란고무 오리-호수-욕조-샴푸-거품-식염수-비눗방울까지 제법 긴 이야기인데 장황하기보다는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인세인이라는 사람의 행위와 그 행위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거기에 화자의 예상이 첨가되고 있어요. 샴푸를 세병 반이나 마셨는데 어째서 비누 거품을 토할까요. 샴푸 거품이 아니고요. 노란 고무 오리를 좋아한다는 걸 알겠지만 그에 대한 이유가 나오지 않아요. 작위적이라는 말은, 시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시인의 의도나 쓰고자하는 바가 작품에 어색하게 배치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했다는 것이죠. 이를 증명하듯 문장이 설명적이랍니다. 이랬어, 저랬어, 이랬던 것 같아 등의 문장들이 이미지를 구현하거나 비유적이고 상징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지도 않아요. 화자가 상황을 알려주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지만 가만히 보면 화자는 읽는이에게 상황을 제시하기 위해 문장을 동원하고 있을 뿐이랍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보다 작품 전체에 대한 퇴고가 선행되야 할 것 같아요. 이때 주제가 선명해야 퇴고가 된답니다. 왜 화자가 '미친 이야기'를 하는지 생각해보시고, '인세인'이란 친구에 대한 내밀한 관찰과 사유가 동원되야 해요. 그가 실제로 존재하는 친구이든, 화자가 만든 가상의 인물이든. 만약 퇴고가 잘 된다면 재밌게, 술술 읽힐 것 같아요.

 

셋째 주 /
세바시, <카페인> : 글을 쓰기 전 커피 한 잔 마셨는데 이 시를 보니 제가 마신 카페인이 입안을 씁쓸하게 맴도는 느낌이 드는 군요. 시에 나타난 '카페인'은 '씁쓸하게 울리'는 '어두운 공명'이군요. 미각과 청각이 동원된 표현입니다. 배수구와 바다는 몸 속 , 펜 촉과 이데아는 정신을 떠올리게 합니다. 물줄기와 배수구, 물방울, 태생적 이단아, 입술, 어설픈 이데아, 썩은 해류와 카페인 등등의 핵심적인 시어들이 눈길을 잡아요. 그런데 시적흐름에 따라 연결시키는 시어들이 산만하게 느껴집니다. 카페인-배수구-물줄기-바다-펜촉-이데아 등이 분절되고 단절된 문장에서 어떠한 이미지를 그려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어쩌면 주제(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드러내지 못해 시가 모호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시는 개인적인 상징을 사용하지만 읽는이가 이해할 수 있어야 상징이 된답니다. 뱉어내는 언어보다 삼키는 언어를 고민해보시면 좋을 듯 싶어요.

꿀비, <내 10대는> : 사람은 미래를 계획하지만, 기억하는 능력이 있어서 과거의 일을 돌아보기도 하죠. 과거의 어느 시점을 반추해보면 아쉽고 후회가 남는 일들이 많죠. 그래서 우리는 후회 없이 살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마지막 행에서 경어체가 된 걸 보면 아무래도 부모와 관련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어떤 이미지나 표현, 비유가 있지 않지만 소탈한 문장 속에는 공감할만 한 요소가 있어요. 물론 단선적이지만요. 아마 시적화자가 20대, 30대, 40대…가 되어도 부모는 시적화자를 '아이'로 생각하겠죠.

 

마지막째 주/
김지용, <밤> : 시를 읽어보니 필력이 느껴지네요. 시의 정서, 이미지의 흐름 등이 흠 잡을 데 없이 잘 흘러가고 있어요. 단지 거친 문장과 표현을 신경쓰면 좋겠어요. '달빛이 구름에 곪을 때까지'에서 '곪다'는 상처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생긴다는 의미인데, 달빛이라는 주체가 구름이라는 목적어에 '곪다'는 표현이 어울릴까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나는 내묻은손으로 껍질을 모아뒀다'는 문장도 '내묻은손'이라는 시어가 걸리는 군요. 표현만 바꿔봐도 효과적인 문장이 될 것 같아요.- 오타라는 것을 발견했으니 괄호 안에  넣을게요.) 시 중반을 지나 할아버지가 등장하죠. 할아버지와의 추억만으로 화자와 할아버지의 관계가 전해져오죠. 근데 달과 비유된 장면과 할아버지와 연관된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에서 할아버지와 달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은 아쉬워요. 밤과 달의 이야기에 집중하거나 함께 밤을 먹던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 주제를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밤과 달, 할아버지의 이야기까지 어우러지면 정말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이번 고등부 월장원은 <싫어하는 사람이라서>입니다.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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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월장원을 발표합니다.

 

첫째 주 /
선정작 없음

 

둘째 주 /
laurie, <별똥별이 흘러내리다> : 분명한 장면이 있는 시군요. 시는 시적화자의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동일한 현상 혹은 사건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죠. 화자는 '아름다운 별똥별이/팥처럼 붉은색을 띠고/닭똥처럼 찍 흘러내렸다'와 아주 어렸을 때 본 별똥별은 '날 바라보며 은빛 무지개처럼 환하게 웃었다'는 것처럼요. 물론 화자의 연령에 대한 차이가 있지만 분명 별똥별을 목격한 상황인데, 표현이 다르답니다. 그럼에도 저는 laurie 님에게 '오늘의 별동별'이 어떠한 인상을 줬을까 생각해봤어요. 지금의 상황과 과거의 상황이 어떻게 다르고, 다시 별똥별이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화자를 둘러싼 기본적인 정보가 부족해요. '별똥별'의 반복과 '~처럼'의 반복이 힌트를 주고 있으나 막연하거든요. 더 화자에게 집중(구체화)했다면 별똥별이 화자의 감정이나 상황과 만나 어떠한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셋째 주 /
jae_young, <고맙습니다> :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건 좋아요. 마음이 성장한다는 것은 몸과 다르게 보이지 않아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이죠. 시적화자의 '마음속에 꼭 품어왔던 씨앗이' '그'라는 조력자를 만나 성장했군요. 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잘 보여줬지만 추상적이랍니다. '희망'이라는 관념어가 추상성을 갖듯 시적화자의 감정만 앞세워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오히려 '마음속에 꼭 품어왔던 씨앗'을 구체적인 대상이나 정황에 빗대어 표현하면 어떨까요. 집 한 채를 짓는다고 생각하면서, 왜 여기에 집을 짓고, 이 집은 누가 살 것이고, 어떻게 지을 것인지를 고민고민하면서 시를 지어보세요.

 

마지막째 주/
기해, <어른, 얼음> : '36번 생리 뒤 찾아올 수능을'에서 느낄 수 있는 건 시적화자가 중3 여학생이라는 점이군요. 물론 창작자 본인일 가능성이 높고요. 자유롭지 못한 물의 고체 상태가 얼음이겠죠. 어른이 되고 싶은 열망보다 아직 준비가 안 된 듯 꽁꽁 얼어있는 화자의 상태가 시에 반영된 듯 싶어요. '얼음'이라고 외치면 가만히 멈췄던 게임도 생각납니다. 재밌게 읽었어요. 제목을 보니 비슷한 발음 구조를 가진 단어를 동원해 '어른, 얼음'이라 했고, 시간의 변화와 수능, 그리고 성장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이미지가 구현됐어요. 그러나 마지막 연에서 혼동이 오기도 해요. '어른은 얼음해라'는 진술은 부정적인 어른의 면모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마치 화자가 어른에게 '얼음'이라고 외쳐라는 것 같기도 하고, 어른이 '얼음'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해요. 또한 '얼음이 녹아내릴 때쯤/내 물처럼 흘러갈테니'는 어른이 된 얼음이 녹아내는 것인지, (겨울에서 다시 봄이 되어 얼음이 녹아) 화자가 물처럼 자유로워지는 것인지 혼란스럽답니다. 물론 자유롭게 흘러가는 화자를 상상하긴 했지만 주제를 잘 드러내기 위해선 혼란스러운 표현을 더 분명하게 고쳐야 한답니다.

 
이번 중등부 월장원은 <어른, 얼음>입니다.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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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마지막째 주 우수작(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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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2016년 달력이 12월로 넘어갔어요. 올해가 달력 한 장으로 압축된 느낌이 들더군요. 11월은 글틴의 새 친구들과 인사 나누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서로서로 시를 읽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댓글로 달아주면 좋겠어요. 이곳은 글쏨씨를 뽐내는 자리만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따뜻하면서도 냉정한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창작의 고통을 감당해야 할 친구들에게 힘이 될 거라 믿어요.

곧 겨울방학이군요. 시집(시)을 많이 읽는 시간을 보냈으면 합니다. 제가 백 번 넘게  강조하는 이유를 아실 겁니다. 지금까지 시를 잘 쓰는 친구들을 살펴보면 독서량이 우월하답니다.  조선시대 학자 허목은 "글을 짓는다는 것은 본래 다른 길이 있지 않고, 찾아보고 스스로 익숙하게 익혀 밖으로 표현한 것" 밖에 없다고 했어요. 시를 정말 잘 쓰고 싶다면 많이 읽고 익혀야 해요.

이번주 우수작을 선정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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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오태연, <배> : 시적화자는 '물고기'입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 휘말려들었고, 인간에게 잡혀(1연) 어시장에 전시되는 처지죠(2연). 물고기 '나'가 사람에게 잡혀 어시장에 놓여지고 '나'의 살을 먹은 사람의 '머릿속을 유영'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정리하는 이유는 시적정황이 매우 혼란스럽게 늘어놓았기 때문입니다. 또 제목이 '배'여서 배와 화자의 연관을 유추하기가 어려웠고요. 시는 함축하고 상징과 비유를 통해 소통하는 문학적인 양식이죠. 물론 거기에는 돌려 말하거나 다르게 말하고 낯설게 말하는 자세가 필요하답니다. 그러나 이 시처럼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이 중구난방으로 펼쳐진다면 시가 어려워질 뿐이겠죠. 더욱이 시에서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해요. 약육강식의 비정한 사회에 대한 일침일까요. 아니면 물고기의 입장으로 생각한 인간의 파렴치한 모습일까요. 사유의 과정이 고스란히 시에 반영하기보다 오태연 님이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시에 녹였으면 좋겠어요.

 

김지용, <밤> : 시를 읽어보니 필력이 느껴지네요. 시의 정서, 이미지의 흐름 등이 흠 잡을 데 없이 잘 흘러가고 있어요. 단지 거친 문장과 표현을 신경쓰면 좋겠어요. '달빛이 구름에 곪을 때까지'에서 '곪다'는 상처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생긴다는 의미인데, 달빛이라는 주체가 구름이라는 목적어에 '곪다'는 표현이 어울릴까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나는 내묻은손으로 껍질을 모아뒀다'는 문장도 '내묻은손'이라는 시어가 걸리는 군요. 표현만 바꿔봐도 효과적인 문장이 될 것 같아요.- 오타라는 것을 발견했으니 괄호 안에  넣을게요.) 시 중반을 지나 할아버지가 등장하죠. 할아버지와의 추억만으로 화자와 할아버지의 관계가 전해져오죠. 근데 달과 비유된 장면과 할아버지와 연관된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에서 할아버지와 달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은 아쉬워요. 밤과 달의 이야기에 집중하거나 함께 밤을 먹던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 주제를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밤과 달, 할아버지의 이야기까지 어우러지면 정말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세바시, <훌쩍, 컸네> : 시적화자는 '너'의 성장을 말하고 있군요. 화자와 '너'는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있어요. 화자가 너라고 부르는 대상은 자기 자신일 겁니다. 성장이 두려워 '훌쩍거리던' 모습으로 보면 제목 '훌쩍, 컸네'의 훌쩍은 눈물을 훔치는 의성어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겠죠. '과거의 무언가를 잃는다는' 두려움에는 수긍할 수 있어요. 그러나 '잃은 게 아니라 잃어버린 거야'라는 진술은 수긍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잃은 것'과 '잃어버린 것'의 차이가 무엇일까 고민이 되거든요 . '그날의 너가 품은 채 너를 떠난거지’ 역시 혼란스러운 표현입니다. 간결한 문장으로 처리가 되지 않았거나 동일한 의미에서 차이를 형성하려 했으나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요. 결국 성장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까지 사유를 하게 된 화자의 목소리가 드러나 있어요. 시간이 흐르는 걸 막을 수 없듯이 우리는 성장을 거부할 수 없겠죠. 그렇다면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현명하게 자기 자신을 지키는 수밖에 없어요.

 

흰구름범고래, <성탄절> : 전쟁이라는 극단적이고 폭압적인 상황은 인간의 매몰된 인격이나 냉정한 사회를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비유로 활용될 수 있어요. 전쟁 자체가 상징으로 작용할 테니까요. 그러나 직접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수기나 소설 등을 읽어보면 시적 상력이나 상징 체계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담겨있죠. 그것은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직접 겪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초록나무의 폭탄' '리듬에 맞춰 어둠을 폭격' '대피소' '섬광탄' 등의 성탄절과 전쟁의 아비규환 상황을 연결하려는 듯한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어요. 여기서 문제는 읽는이들이 어떻게 느끼냐겠죠. 왜 이렇게 성탄절을 전쟁 상황에 비유하려는 걸까, 그 부분이 작품을 통해서 드러나야 한답니다. 단순히 작품이 잘 써졌다, 못 써졌다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랍니다. 화자가 성탄절을 전쟁만큼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은 전시 상황과 성탄절이 비유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랍니다. 창작자 내부의 사유에서 시작되고 마무리되어야 하는 지점이니까요. 그러한 확신과 믿음이 부족하다면 수려한 문장, 아름다운 비유가 시 속에 있다해도 읽는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줄 수는 없겠죠. 다시 말해 성탄절에 대해 쓰고 싶은데 사람도 많고, 시끌벅적하니까 전쟁 상황에 비유를 해볼까, 가 먼저가 아니라, 성탄절이 본인에게나 화자에게는 어떤 의미일까를 깊이 사유하고 고민하는 게 처음에 해야 할 일이랍니다. 건필하세요.

 

 

이번주 고등부 우수작은 두둥!!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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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laurie, <영혼의 추> : 아버지의 장례식 날, 시적화자는 죽음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실감이 시간으로 다가오지 않고'는 실감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낯설게 시적으로 표현하려고 한 것 같아요. 그런데 문장만 보면 어색하지 않나 싶어요. '실감난다' 또 '실감한다는 것'은 어떠한 느낌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관념이 시간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인지 고민이 됩니다. '시간이 흐름을 베는데' 시간이 어떤 흐름을 베는지 궁금해져요. '나의 입술은' 어디로부터, 무엇으로부터 '독립할 수 없었'는지 모르겠네요. 문장을 이루는 기본적인 구성이나 구조를 더 고민해봐야 해요. 또한 관념적인 언어 '시간'이 구절마다 반복적으로 (주어와 목적어로) 사용되고 있어요. 그러나 시간의 흐름이나 멈춰버린 시간을 시각화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겠죠. '손에 손을 묻고'는 '손 위에 손을 포개다'라는 뜻일까요. 표현 자체에 이미지가 있거나 비유와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야 효과적인 시적 표현이 된답니다. 그럴듯한 표현은 있지만 그 표현들이 향하고 있는 의미가 일차적인이라는 한계성을 갖고 있어 아쉬워요. '춤을 추는 입김'도 마찬가지랍니다. 아버지의 죽음과 춤을 추는 이미지의 연결을 생각했다면 이토록 단순한 표현이 나올 수 없겠죠. 시 한 편을 쓰기 위해 작위적인 문장을 늘어놓은 화자에게 과연 눈을 감거나 눈을 닫았을 때 아버지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중요했을까 궁금해져요. 어쩌면 마지막 연을 쓰기 위해 여러 문장을 늘어놓은 게 아닌가 생각해봤어요. laurie 님은 '영혼의 추'보다 '시심의 추'를 먼저 고민해봤으면 좋겠네요.

 

기해, <어른, 얼음> : '36번 생리 뒤 찾아올 수능을'에서 느낄 수 있는 건 시적화자가 중3 여학생이라는 점이군요. 물론 창작자 본인일 가능성이 높고요. 자유롭지 못한 물의 고체 상태가 얼음이겠죠. 어른이 되고 싶은 열망보다 아직 준비가 안 된 듯 꽁꽁 얼어있는 화자의 상태가 시에 반영된 듯 싶어요. '얼음'이라고 외치면 가만히 멈췄던 게임도 생각납니다. 재밌게 읽었어요. 제목을 보니 비슷한 발음 구조를 가진 단어를 동원해 '어른, 얼음'이라 했고, 시간의 변화와 수능, 그리고 성장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이미지가 구현됐어요. 그러나 마지막 연에서 혼동이 오기도 해요. '어른은 얼음해라'는 진술은 부정적인 어른의 면모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마치 화자가 어른에게 '얼음'이라고 외쳐라는 것 같기도 하고, 어른이 '얼음'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해요. 또한 '얼음이 녹아내릴 때쯤/내 물처럼 흘러갈테니'는 어른이 된 얼음이 녹아내는 것인지, (겨울에서 다시 봄이 되어 얼음이 녹아) 화자가 물처럼 자유로워지는 것인지 혼란스럽답니다. 물론 자유롭게 흘러가는 화자를 상상하긴 했지만 주제를 잘 드러내기 위해선 혼란스러운 표현을 더 분명하게 고쳐야 한답니다.

 

초원과 구름, <시선> : 시를 읽어보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부담감을 느끼는 이야기 같아요. 다만 시적화자와 '수차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그들'의 존재가 구체적으로 표현되었다면 더욱 입체적인 시가 나왔을까요. 이 시는 화자의 직접적인 발화로 이뤄져서 비유나 이미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시적정황이 구체화되지 않았죠. 시선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거부하는지, 거부하기 위해 어떤 심정으로 끊임없이 전쟁을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버티는지, 그 이야기들이 있어야 읽는 모두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주 중등부 우수작은 두둥!! <어른, 얼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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