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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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무늬

 

돌을 흙에 심는다 아버지가 자라난다

물 대신 내 꽃을 준다 아버지는 무럭무럭 줄어든다

 

자라지 않는 아버지가 나보다 작다

아무리 크게 자라도 돌보다 작다

 

내가 잡고 있는 게 헛된 꿈이 아니라면

이 돌도 쉽게 깨질 알이 되겠지

 

내 주머니 속 돌은 점점 자라나고,

돌에 빠지는 꿈을 꾸면 베개 가득 꽃이 폈다

 

잘 엮어서 가져다 드려야지

아버지는 아직도 허리가 꺾인 채 누워 있다

 

포옹은 서로를 넘어 다른 곳을 보는 거래요

아버지를 안으면 시든 아버지의 너머가 보이고

 

앞지를 때마다 보이는 아버지의 등

나는 실패의 뒷모습을 사랑했다

 

그곳에서 자주 굴러 떨어지는 내가 있다

점점 닳아가는 내 표정에 무늬가 없다

"아버지와 대화 할 땐 입안에 돌이 가득 쌓여요

제 꽃은 이렇게 활짝 피었는데".

아버지가 머리를 쥐어박는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돌을 보여준다

나로부터 시작해서 남으로 끝나는 아버지

내가 묻은 돌이 점점 자라나서 돌 뿌리가 되고

넘어지는 건 내가 되고

 

아버지가 불안할 때마다 돌을 쥐었으므로

오늘은 깨지지 않을 꽃병을 사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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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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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부끄러움

 

내 입에 매실 물을 떠 넣어줍니다 어머니는
배에 원을 그리며 문지르고 점점 나는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나는 참외배꼽입니다 나의 배는 항상 불만이 많아서
입술을 항상 내밀고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혼잣말을 하곤 하는 나의 배
매일 같이 주먹을 쥐고 눈을 가립니다

 

내가 교복을 좋아하는 이유는 치수가 항상 커서 ,
나는 항상 긴 셔츠를 입고 단추를 좋아했습니다
바늘로 배를 꿰매면 더 이상 배꼽은 입술을 내밀지 않을까
나의 배속에 애벌레가 들어올 것만 같습니다
배밀이를 하며 배꼽이 점점 자라고 있습니다

 

내가 과일벌레처럼 제왕절개로 나왔기 때문
비밀이 덜 자란 과일처럼 떫습니다

 

저는 껍질을 갖고 있는 사람을 미워합니다
겉은 겉일 뿐이라면서
속을 아프게 하니까요 나는 치마를 줄이고
짧은 내 부끄러움을 잡아당기곤 했습니다

 

매일 무릎의 주름 같습니다 다친 곳을 또 다치며
슬픔을 숨기는 방식으로 걷는 법을 배웁니다

 

나는 씨앗을 뱉지 않고 삼키는 이유는
배속에서 자라나는 참외를
서리 쳐서 배꼽이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새 나의 날개죽지에
잔뜩 자라난 초파리
어머니 에서 손을 들 때 나는 부끄러워 집니다
털을 밀다가 매일 베이는데
피는 왜 항상 부끄럽게만 나는지
제 질문은 항상 팔을 오므려서
우리의 대화는 항상 같은 곳을 반복해서 돌고 있습니다
턱이 얼얼해서 매실은 달아서

 

오늘 꿈은
축축한 과즙이 베개 가득 넘쳐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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