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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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

걸레. 눅눅하고 습긴 찬 냄새를 풍기며 구석에 있을 것 같다. 발음 할 때조차도 별로 좋지 않은 기분이다. 내 고정관념 속 걸레는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걸레라는 단어는 내게 항상 그랬다. 음침하며 더럽고 욕으로 쓰였다. 글을 쓰게 되면서 사물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고정관념을 다시 한 번 뒤엎어봤다. 걸레. 닦는 존재다. 품으면서 정갈하게 만든다. 걸레. 닦다. 빨다. 훔치다. 내가 흘린 것들, 더럽히는 것들이 떠올랐다. 더럽히는 걸 닦는 존재도 같이 떠올랐다. 모든 것엔 어머니와 내가 존재했다. 계단 틈 시멘트에 핀 작은 민들레꽃처럼 말이다.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이 넓게 퍼졌다.

주번을 맡고 있을 때 하필 대청소 날이었다. 그날 선생님은 주번은 내일 걸레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우리 집 걸레가 떠올랐다. 내가 더 이상 입지 못하는 면 티, 아버지의 러닝. 그것들조차도 너무 닦아서 누더기가 된 것들이 뇌리에 스쳤다. 어머니가 만든 걸레는 얼룩덜룩하고 사각형이 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엄마는 항상 빈틈을 닦기 위해 한 번 더 닦았다. 엄마처럼 얼룩덜룩한 걸레로 한번 더 닦는 다면 아이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도 물 보듯 뻔했다. 그때 집에서 쓰던 수건을 가져가려 했지만 남의 이름이 너무 많았다. 누군가의 결혼, 돌 기념품으로 받은 수건 밖에 없었다. 그때 보지 않았던 집의 살림살이들이 눈에 보였다. 당시에는 너무나 부끄러웠지만 지금 와서 보면 어머니의 지혜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나는 새벽에 몰래 일어나 아버지의 손수건을 훔쳤다. 아버지의 손수건은 걸레로 쓸 만큼 크지도 않았지만 연분홍색의 실크가 찰랑이는 게 예뻐 보였다. 아니, 우리 집의 닦는 도구중 제일 예뻤다. 곧 바로 얼굴이 홧홧해졌다. 가슴이 뛰고 목이 뜨거워졌다. 처음으로 아버지의 안주머니를 뒤졌고 물건을 훔쳐냈다. 손수건을 가방에 넣어두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자지 못했다. 온갖 생각이 휘몰아 쳤다. 나도 모르겠는 이상한 감정들이 온몸을 떨게 했다. 혼나는 행동을 해서 떨리는 것이 아니라 우월감과 공포감이 이상하게 섞여있었다. 묘했다.
아버지가 퇴근시간이 아닌 시간에 왔다. 신발을 벗는 행동에서 술에 취한 상태가 느껴졌다. 비틀비틀 거렸고 느렸다. 아버지가 들고 있는 건 박스였다. 명패가 담겨 있었고, 뒷주머니는 명함이 삐죽 튀어 나와 있었다. 넥타이도 느슨하게 풀려 있고 소매 끝도 더러웠다. 아버지가 박스를 내려놓자마자 토했다. 술 냄새가 퍼졌다. 평소에 술 냄새와 달랐다. 평소의 술 냄새는 여러 가지 냄새가 섞여서 났지만 오직 술 냄새만 났다. 독하고 공허함이 느껴졌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버지를 팔에 엎고 침대에 눕혔다. 아버지가 편하게 단추 몇 개를 풀러 놓고 걸레로 토를 닦으셨다. 금방 닦아서 냄새가 바닥에 베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곧 바로 걸레를 다시 빨고 콩나물국을 끓였다. 어머니의 빠른 행동은 단호했다.
그날 이후로 아버지는 서류를 준비했다. 전화기를 붙잡고 여러 곳에 전화를 했다. 수화기 너머로는 나이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이 들려 왔지만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력서에 한 줄을 더 넣었고 여러 곳을 뛰어다녔다. 아버지가 신발 뒤축을 당길 때 마다 나는 점점 더 무서웠다. 아버지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졌다.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머니였던 것 같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품었다. 가계부를 다시 쓰기 시작했고 집근처에 있는 식당에 나갔다. 손은 날이 갈수록 거칠어졌다. 밥도 차려놓은 걸 먹는 일이 빈번했다. 어머니와 같이 먹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주말 마다 공원에 가던 것도 못가는 날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안 가게 됐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귀가시간은 점점 늦어졌고 그래서 내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반기는 건 자동형광등 이었다. 나는 자동 형광등이 꺼져서 어두워질까 봐 뛰어가서 바로 불을 켰다. 두려움 보단 공허함이 조금 더 어려 있었다. 항상 어머니는 집에 있던 존재였는데, 내 가방을 닦아주었는데, 그때 깨달았다. 집안에 누군가 없는 빈자리를.
나는 일부로 잼을 바닥에 엎질렀다. 매일 무언가 바닥에 흘려 놨다.
어머니는 새벽에 집안일을 했는지 모든 게 다 정갈했다. 체육복은 행거에 널려 있었고 내가 바닥에 흘린 것들 모두 사라져 있었다. 준비물조차도 가방에 다 준비가 됐었다. 나는 책가방을 매고 집을 나설 땐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보이는 건 화장실 앞에 놓여 있는 걸레와 그 위에 앉은 햇살뿐이었다. 무언가 신발 뒤축에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다시 아버지는 취직을 했다. 그 날 나는그네를 타면서 아버지에게 물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냐고, 아버지는 말했다.
니 엄마가 다시 시작하기엔 늦었지만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한번 해보자고 하길래 포기하자는 말이 입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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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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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가끔 아버지는 내 날개뼈를 자라게 해요

양팔을 잡아 들어올리는 기분,

뒤를 돌아보면 헐떡이는 아버지의 숨결이 들려요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숨을참으면

머리까지 먹구름이 차오르죠

 

습작이 담긴 트렁크를 끌고 학교로 가요

선생님들은 살에 달라붙는 교복을 싫어하죠

벌점을 받으면서 나는 달라지려하면서

같아지죠,  내 트렁크를 컨베이어벨트위에 던져요

의미없는 종이 틈없이 울리고

운동화 뒷축에선 노이즈가 들리죠

뒤에서 진실한 친구들은 귓속말로 서로를 완성해요

나는 나를 지워가는 방식으로

나를 완성하죠

 

고막이 점점 먹먹해지고

이명이 귓바퀴에 서성여요

앞바퀴가 활주로를 긁는 소음이

들려요, 나의 흔적에는 한숨같은 비행운이 따라오고

점점, 식어가는 표정으로 떨어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복많이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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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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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잠

 

물 때 묻은 짐을 싸는 시리아의 밤
수면 위에 뜬
시린 뭇별 사이로
유영하는 소년의 그림자가
곤히 잠들어 있다
소년은 닻이 없는 난파선이여서
파도의 쉼표에 밀려난다
새벽 마다 들리는 총성소리가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사이로 떨어지고
밀물과 썰물이 달빛에 기울어지고 있다

수평선이 땅 끝에 맺혀있는 보드룸 해변
소년이 움켜쥔 손에는
아직도 난민들의 지문이 묻어있다
파랗게 멍든 파도들이 입술 끝에서 갈라지고
갈 곳 잃은 포말들은 국경에 밀리고 밀려
미처 닿지 못한 땅 끝에 맺히고 있다
모래빛 속 영원한 잠에선 국경을 넘고 있을까
소년은 싸늘한 체온이 되어 바다의 색을 닮아갔다
소년의 자라지 않는 날개 뼈 위로
갈매기들이 원을 그린다
없어진 발자국 위에
포말들이 흰 꽃으로 아른아른 맺히고
소년은 움츠린 채 둥근 꿈을 품고 있다

 

저번에 가입했던 아이디가 제 휴대폰으로 본인인증을 한게 아니여서 제 휴대폰으로 본인인증 하여서 다시 만들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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