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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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쩌면 너무 아파서

가시를 내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안에선 끝없이 가시가 자라서

내 살갗을 뚫고 나와

그 피로 내 잎을 붉게 물들이는데

 

당신은 어이 그것이 아름답다 말하십니까

당신은 어이 이 가시가 나를 지킨다 말하십니까

 

끝없이 가시는 자라

나를 붉게 물들이고

 

당신은 그 모습을 아름답다 말하며

나를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다

 

내가 꺾이고 거꾸로 매달려

내 몸에 물 한 방울 남지 않아

말라비틀어지는 그 순간이 돼서야

그때가 돼서야 내가 장미라는 것을,

내가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알아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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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행복을 안겨준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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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빠졌습니다만

어라,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물이란 무서운 것이

나를 에워싸곤

그 무거운 몸으로

짓눌러버렸습니다

 

아아,

나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 스스로 숨을 쉰다

는 것일까요

 

끝없이 나를 잡아당기는

물속에서

빛을 바라봅니다

 

어째서,

나는 구해주지 않는 걸까요

저 사람은 잘만 구해주면서

 

헛된 저는 소리조차 지를 수 없네요

 

어둠 속으로 끌려 들어갈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빛을 잡고 싶지만

 

나 따위가 어찌 감히

빛을 잡을 힘이 있겠습니까

 

이런 저를 비웃듯

물은 나의 간, 이자, 췌장을 짓눌렀고

나는 눈을 감았습니다

 

얼마나 내려온 것일까요

사방은 어둠이었습니다

물은 내게 더 이상 관여할 수 없는 건지, 버린 건지

 

나는 바보처럼 허우적거리며

오른팔을 왼팔에

왼발을 오른발에

닿았는데 분명 닿았는데

 

어째서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는 겁니까

 

아아,

그런 겁니까

그런 거였습니까

 

부디 행복하세요

당신 속의 제 행복은

더욱, 당신의 행복을 앗아 갈 것이고

당신도 결국 짓눌리는 물에

그 솜털조차 터져버릴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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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장미에서 피어난 검은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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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개미의 집은 어디인걸까.

따라가보았습니다

호기심에, 개미를

 

조그마한 구멍 속으로

개미는 떨어져버리었습니다

 

왜일까,

흙으로 덮어버렸습니다만

 

이내

다른 개미들이 새로운 여러개의

조그만 구멍을 파내었습니다

 

막아버린 구멍조차

열려 있었습니다

 

'재미없어'

떠나려는 그 때에

죽어가는, 발 아래에

개미가 보였습니다

 

어쩐지 미안해서,

왜인지 모르겠지만 허우적거리게 돼버려서

달려 들어갔습니다

커다란 , 오로지 하나의 구멍

이 있는 내 집으로

 

다음날 나는

내 심장으로 끓인 물을 가지고

개미네에 들렀습니다

 

멍청히 나를 바라보는 개미에게

천천히 흘러 보내주었습니다

 

모두가 잠들어 버리었습니다

 

어제는 그렇게 쿵쿵 뛰던 내 심장에

검은 장미가 피어났습니다

늘 좋은 조언 주시는 멘토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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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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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공은

화나있는 길 위를 튀어올랐다

 

바람이 새어 나왔지만,

찢어져 버렸지만

저를 응원해주는 돌멩이들을

바라보며 다시 튀어 올랐다

 

언젠가 나도 하늘에 닿으리

배시시 웃음을 짓곤 다시 튀어 올랐다

 

그리곤 돌멩이에 찔려 터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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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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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 앞에 가서 입을 열 수 없었습니다

내 입에 달린 세상이라는 추가

입을 연 순간

내 입을 찢어 버리었습니다

 

나는 사회에서 해고당했고

세상이라는 추는 나를 나락으로 떨어트렸습니다

 

나는 날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락에 떨어져 손가락조차 들지 못하는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

 

까마귀야 까마귀야 내 눈을 파먹어다오

밝은 빛을 보고 희망을 품지 못하게

까마귀야 까마귀야 내 눈을 파먹어다오

 

구더기야 구더기야 내 장기들을 파먹어다오

일어설 수 있다는 소망을 갖지 못하게

구더기야 구더기야 내 장기를 파먹어다오

 

피야 피야 흘러가거라

흘러 흘러 강까지 닿거라

네가 사람들에게 닿아 죽음이라는

삶의 무게를 알려주어라

 

하지만

 

까마귀야, 내 눈을 파먹은 까마귀야

내가 소리친 세상이 어찌 되었는지 바라봐 주길 바란다

 

구더기야, 내 장기를 파먹은 구더기야

삶의 추에 매달린 사람들의 장기도 파먹어 주길 바란다

 

피야, 강까지 닿은 내 피야

추가 달린 다른 이들의 생명수가 되어주길 바란다

 

헛된 내 죽음이 가치 있기에

나는 오늘 모래가 되어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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