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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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게 다 그렇지, 하면서 1년 365일을 그렇게 위로해왔다. 슬픈 일, 괴로운 일, 화나는 일, 기쁜 일 모두 당시엔 크게 와닿았고 그에 따라 당연히 크게 반응해왔다. 그러니까, 그럴 필요 없는 것에도 오버해 왔다는거지. 이제 와서보면 다 가라앉은 감정들이다. 그렇지만 하나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것들. 모두 나의 소중한 순간들이고, 추억들이고. 날 1년 새에 이만큼이나 키워왔구나 싶은 기특한 것들이다. 어수룩한 내 행동들, 모자랐던 지식으로 이어왔던 한 해 안에 깃들어있는 흑역사까지도 전부. 흑역사라는게 다 무엇이라고, 내 일년을 훑어가는 역사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저 흑백이라는 점? 뭐 그렇다고. 한 해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나 따져보면 참으로 다사다난했구나, 한다. 안타까운 일들도 많았고 머리 위 무당에 휘둘린 역사도 있었지. 메인 기사들은 한 부분도 빠짐없이 부정적인 기사를 내왔고 94년도 이후로 역사상 최고 기온을 찍은 올해 여름 날씨, 또 그걸 엉터리 정보로 제공해준 기상청까지. 나의 금요일, 토요일 하루의 한 부분을 길게 차지했던  드라마 ,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듯한 그 ost도.  친구들과 싸운 적도 많았고 ( 남자랑 다퉈본 적은 처음이라 앞으로 남자친구와 싸우면 절대 질 수 없을 것 같은 스킬을 얻어버렸다.) 눈치보느라 눈칫밥 덕에 배부른 적도 많았다. 인생사 다 필요없고 사람 사이 관계가 제일 중요하구나, 끈 하나 비틀어졌을 뿐인데 이렇게 공허하고 거슬릴 수가 없다, 싶었다. 그 순간 마다 네가 뭐라고, 구태여 지금 내가 신경써봤자 내년이면 연락 한 통 없을 너라며 순순히 포기하면서 쿨한 척 많았지만 밤 한 가운데에서 외롭게 누워서 ' 꼭 그렇게까지 눈치봐야했나,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하며 인생을 회의적으로 여겨버린 적도 있다. 내 인생인데, 아름다워야 하는데. 남들이 그렇게 안봐주더라도 나는 그렇게 존재하게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내가 아니면 날 누가 사랑하지. 결국엔 이렇게 끝맺음 했다. 그리고 난 지금부터 하루의 끝 밤에 늘 해왔던 것 처럼 2016년의 마지막도 이렇게 맺어버릴거라고. 첫 고등학생 생활 너무 잘버텨냈어. 하나도 안맞는 교복 꾸준히 입고 다녔고, 맛도 없는 급식 너무 잘 먹어줬고, 그렇게 치열한 여탕 안에서 나름 열심히 공부하면서 자리 지켜내느라 고생했고, 그 와중에도 나라 신경쓰느라 밤새 잠 못자고 뉴스 댓글만 들여다 봤던 널 칭찬하고, 가을밤의 불청객이였던 지진때문에 진정이란 안중에도 없었을텐데 그 순간 가족 챙기느라 기특했고, 지친 하루는 가만히 냅두지 않고 어떻게든 회복하게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느라 고마웠다. 내년에도 같은 루트일테지만, 올해는 올해대로 이렇다 하자. 너무 고생했고 수고했다고 하자. 이렇게 포용적인 자세로 한 해를 마무리 해버릴 만큼 새 2017 정유년에 긍정적이고 싶은 입장이다. 사실 신년이라고 바뀔 게 없을지도 모른다. 늘 해왔던 거처럼 주문처럼, 습관처럼 신년 소원을 빌고 다짐을 해오고 그걸 곧이곧대로 계획만 해버리곤 버려버릴지도 몰라. 근데, 그래도 괜찮아. 그러라고 있는 하루다. 하루하루 시간 샐 틈도 없이 사는 너를 위해, 다짐만 해놓아도 뭐, 결국엔 좀 더 성장해버리는 널 위해, 하는김에 좀 더 여유롭게 다시 시작해보라고 주는 마지막이자 첫번째 기회이다. 인생에 있어서 신년은 게임의 리플레이가 아니지. 하지만 시간이 다시 주는 선물이라곤 할 수 있겠다. 어짜피 다시 오는 첫 날이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살지 말고, 그 기회 한번마다 소중하게 여기며 열심히 살아보자는 의미를 담은 선물. 2017년엔 더 행복하자, 올해도 여러 사람 덕에, 아름다운 사계절 덕에  행복을 맛봤지만, 내년엔 훨씬 더 행복해져버리자. 사랑해. 내 삶.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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