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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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나간 여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난 아직 널 보낼 수 없다

흐느끼는 매미 한 마리

 

내리쬐는 더위 속에서 노래하던 친구들은 모두 사라졌는데

생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혼자 빽빽 울어대고

시끄럽다고 욕하던 그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아파 온다

 

영원할 줄로만 알았던 그 뜨거운 여름은

계속될 것만 같았던 그 눈 시린 파랑은

처절히 연주하던 두 날개 사이에서

빛바래고 희미해져 산산히 부서져 내렸다

 

매미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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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비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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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뜬금없지만… '소낙'이란 말의 뜻을 아시나요? 제 필명으로 쓰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이름을 들으면 소나기, 소낙비의 소낙이라고들 이해하더라고요. 물론 그 단어에서 따온 것도 맞지만 다른 의미도 있는데, 굉장히 예쁜 의미를 담고 있어요.

몽골어로 소낙은 별이 떨어진 후에 보이는 빛줄기라는 뜻이래요.  한국어와 몽골어 모두 알타이어에서 기원했으니까, 우리나라의 소나기도 떨어지는 빗방울이 별똥별 꼬리같이 보인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게 아닐까… 하고 저 혼자 생각하는 중입니다 ㅋㅋㅋ 제 닉네임이 이렇게 예쁘답니다 하고 자랑 좀 해봤어요

 

+) 사진이 안보여서 확대했더니 깨지네요… 저는 컴퓨터와 싸우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그냥 두도록 하겠습니다 양해바랍니다 ㅠ

+) 얼마전에 사진은 클릭하면 똑바로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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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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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종이 쳤다 삼교시가 시작했다

중얼중얼 교과서를 외우는 목소리들이

잦아들고

 

정적

숨막히는 침묵

흑연이 종이에 갈리며 지르는

속삭이는 비명이 이명이 되어 귓가에 맴도는데

 

사각사각사각사각

문제를 풀어 제한시간 내에

숨을 죽이고 고개를 숙이고

사각지대를 경계해 뒷자리의 괴물이 네 답안지를 넘볼지도 몰라

 

다섯개씩 스무 줄 깔끔하게 정렬된 눈알들이 날 노려본다

하얗다 하얗다 하얗다

새하얗다

온통 하얗다

이건 내 머릿속이니 아니면 내 답안지니

 

다섯

종이 친다 3교시가 끝났다 내 미래도 끝났다 인생 종쳤다

나는 울었다 아니 울지 않았다 울 수 없었다 손이 떨렸다

애들이 웃었다 답을 맞췄다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오지선다형이었다 다섯 중에 하나 가끔씩 둘 이십퍼센트 확률이었다

내 답안지는 동그라미였다 완벽한 원형의 내부에 숫자가 든

동그라미

텅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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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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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손으로

거칠게 빚어진 너

코는 납작, 눈은 보일락 말락

땅딸막한 키에 누렇게 뜬 피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길,

-못생겼다, 못생겼어

-화장을 좀 해야겠다.

 

보얀 가루로 분칠을 하고

색색의 수식어들로 이목구비를 강조하니

어머 얘, 너

정말로 몰라보게 예뻐졌구나

 

그런데 참 이상하지, 우리

전에 만난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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