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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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는데요 아니 그보단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두려웠는데요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내려다본 십육 층 아래의 땅은 너무도 유혹적이었는데요 죽음까지의 거리를 가늠해보고 있었는데요 약 사십팔 미터 길어야 십여초면 도달할 높이 끈질긴 심장의 움직임을 부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고작 그뿐이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그 아이가 나를 소리쳐 부른 것은 저기 사람이다 그 목소리에 담긴 것은 다름아닌 반가움이었고요 안녕 내게 건넨 인사는 참 다정했고요 나도 그 아이의 노란 자전거에 마주 손 흔들었는데요 나는 무너져 내렸습니다 창문 안쪽으로요 노란 자전거를 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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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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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는 잊혀진 것들을 사랑한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구석에 놓여 사라져 가는 것들

모두의 머릿속에서 그 존재가 지워져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는 것들

 

아주 서서히 그들의 위에 내려앉아

온몸을 감싸 안고는

한참을 그렇게 머무른다

언젠가 누군가가 그들을 발견할 때까지

따뜻한 손길로 먼지를 털어내고 추억을 재잘거릴 때까지

아니면 차가운 눈길로 쓰레기통 속에 던져 넣을 때까지라도

 

난 언제나 너와 함께할게

 

문득 찾아낸 낡은 책의 표지에 손끝을 가만 쓸어 보았다

손가락에 거무스레하게 묻어나는 먼지

그간 쌓인 세월의 표면에는 내 손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았다

아주 오래된 냄새가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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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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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의 어조란 무엇입니까

시적 대상을 향한 화자의 목소리라고 배웠습니다

남성적 어조는  강인하고 의지적이라고 받아 적었고

여성적 어조는 섬세하고 부드럽다고 밑줄을 그었습니다

 

남성적 어조가 명령할 때 여성적 어조는 청유했습니다

남성적 어조가 단정지을 때 여성적 어조는 가정했습니다

남성적 어조가 조국의 광복과 미래를 웅장하게 노래하는 동안, 여성적 어조는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조용히 연주했습니다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에서는 결코 이를 악물고 이별의 슬픔을 삼켜내는 남성이 그려질 수 없는 것입니까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에서 노래하는 목소리는 왜 저음일 수 없는 것입니까

내가 이육사 시인의 광야를 읽으며 벌판 한복판에서 목놓아 노래 부르는 여인을 떠올렸다면

그것은 잘못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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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추천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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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시 낭송 대회가 열리는데 한 번 참가해 보려고 합니다. 9월 월장원으로 도서상품권도 생겼고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해서 서점에 가려고 하는데, 어떤 시집을 사야 하는지 전혀 감이 안 잡히네요… 시를 쓰기 시작한지도 읽기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아는 시인도 별로 없습니다 ㅠㅠ 여러분이 좋아하는 시인이나 시집 추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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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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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나간 여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난 아직 널 보낼 수 없다

흐느끼는 매미 한 마리

 

내리쬐는 더위 속에서 노래하던 친구들은 모두 사라졌는데

생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혼자 빽빽 울어대고

시끄럽다고 욕하던 그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아파 온다

 

영원할 줄로만 알았던 그 뜨거운 여름은

계속될 것만 같았던 그 눈 시린 파랑은

처절히 연주하던 두 날개 사이에서

빛바래고 희미해져 산산히 부서져 내렸다

 

매미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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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비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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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뜬금없지만… '소낙'이란 말의 뜻을 아시나요? 제 필명으로 쓰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이름을 들으면 소나기, 소낙비의 소낙이라고들 이해하더라고요. 물론 그 단어에서 따온 것도 맞지만 다른 의미도 있는데, 굉장히 예쁜 의미를 담고 있어요.

몽골어로 소낙은 별이 떨어진 후에 보이는 빛줄기라는 뜻이래요.  한국어와 몽골어 모두 알타이어에서 기원했으니까, 우리나라의 소나기도 떨어지는 빗방울이 별똥별 꼬리같이 보인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게 아닐까… 하고 저 혼자 생각하는 중입니다 ㅋㅋㅋ 제 닉네임이 이렇게 예쁘답니다 하고 자랑 좀 해봤어요

 

+) 사진이 안보여서 확대했더니 깨지네요… 저는 컴퓨터와 싸우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그냥 두도록 하겠습니다 양해바랍니다 ㅠ

+) 얼마전에 사진은 클릭하면 똑바로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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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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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종이 쳤다 삼교시가 시작했다

중얼중얼 교과서를 외우는 목소리들이

잦아들고

 

정적

숨막히는 침묵

흑연이 종이에 갈리며 지르는

속삭이는 비명이 이명이 되어 귓가에 맴도는데

 

사각사각사각사각

문제를 풀어 제한시간 내에

숨을 죽이고 고개를 숙이고

사각지대를 경계해 뒷자리의 괴물이 네 답안지를 넘볼지도 몰라

 

다섯개씩 스무 줄 깔끔하게 정렬된 눈알들이 날 노려본다

하얗다 하얗다 하얗다

새하얗다

온통 하얗다

이건 내 머릿속이니 아니면 내 답안지니

 

다섯

종이 친다 3교시가 끝났다 내 미래도 끝났다 인생 종쳤다

나는 울었다 아니 울지 않았다 울 수 없었다 손이 떨렸다

애들이 웃었다 답을 맞췄다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오지선다형이었다 다섯 중에 하나 가끔씩 둘 이십퍼센트 확률이었다

내 답안지는 동그라미였다 완벽한 원형의 내부에 숫자가 든

동그라미

텅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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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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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손으로

거칠게 빚어진 너

코는 납작, 눈은 보일락 말락

땅딸막한 키에 누렇게 뜬 피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길,

-못생겼다, 못생겼어

-화장을 좀 해야겠다.

 

보얀 가루로 분칠을 하고

색색의 수식어들로 이목구비를 강조하니

어머 얘, 너

정말로 몰라보게 예뻐졌구나

 

그런데 참 이상하지, 우리

전에 만난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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