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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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붉지 않았다면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을 거야

붉은 것이 아스팔트 위에서 터진 흔적

지나가던 이들의 의아해하고, 징그러워하고, 안쓰러워하던

마음이 낙엽처럼 쌓인 것은 사실 떨어진 감의 흔적

 

이파리 사이로 태어났을 때부터 나는 매달렸지

푸르고 작던 시절에는 대단한 것이 될 줄 알았는데

까치가 내 왼쪽을 쪼아 먹은 후엔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았어

단단한 살이 물렁하게 농익도록 햇빛을 받으며 대롱거리다

삶은 그렇게 끝났네, 아 내 위로 눈물 한 방울 떨군 나무여

 

얇은 껍질이 터지고 물렁한 살을 잔뜩 쏟아내며

환경미화원이 올 때까지 길 위에 붉은색을 물들인

감의 죽음, 네가 슬퍼하던 것이 떨어진 감이라면

그래도 나의 죽음을 슬퍼해 줄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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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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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핀 식빵도 마음이 간지러울까

감정은 냄비처럼 끓어오르고

꽃처럼 피어나는데

빵에 발린 잼처럼 그 어떤 것도 날아가지 못하고

나와 함께 굳어가고 있어

 

말라붙은 나, 잠, 두려움

먼지 쌓인 기억, 거울을 들여다보면 슬퍼지는

괜시리 외로워서 우울한 시간

 

건조한 표면을 불려보려고 책장 위를 달리고

음악을 뒤집어쓰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내게 입혀봐

때수건으로 밀듯 키보드를 두드리고

그래도 빨개지기만 하는

 

화석이 된 나, 꿈, 애가 탄

먼지 낀 기억, 거울을 들여다보면 슬퍼지는

2시 반도 아닌데

괜시리 외로워서 우울한 시간

 

하루종일

반쯤 잠이 든 채

머릿속에서 깜빡

깜빡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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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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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좋아해줘, 내가 행복하니까. 내 이름을 싫어해줘, 그건 해로우니까.
누가 나란 이에게 햄 샌드위치와 물을 주고
그의 이름은 헤이어, 그는 하얀 언덕에 산다고,
나를 웃게 하고 나를 울게 하고
내게 흰 빵을 주고, 검은 빵을 두드려 내쫓아 줘.

 

빨간 왕이 잠들어있는 트위들의 숲에서, 나는 아무도를 찾아서 언덕을 내달렸어.
소용 없어, 소용 없지. 나는 기막히게 빠르거든. 차라리 바람과 악수를 하는 게 낫지.
사자가 유니콘을 때리자 천둥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지.
보나마나 적에게 쫓기고 있을 거야. 내 곁에는 적들이 우글우글 하거든.

 

아무도를 보았니? 오늘 발견했지. 실물 크기인데다가 실물보다 훨씬 진짜 같아.
전설 속에 나오는 괴물인 줄만 알았는데 살아 있었네!
이야기책 속의 괴물인 줄 알았다고 하얀 왕은 말했지.
네가 나를 믿어 주면 나도 너를 믿어 줄게.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자, 아무도가 말했어.

 

나도 그렇게 눈이 밝으면 좋겠다, 아무도를 볼 수 없다니!
이 햇빛 아래서 나는 실존하는 것들만 볼 순 없는 걸.
왕이 보낸 전령들은 발이 뒤엉켜서 말을 탄 병사들과 우당탕 쿵쾅 넘어졌어.
덤프티는 쨍그랑 깨지고, 나는 옆에 웅크리고 그렇게 잠시 있었어.

 

두 팔을 부채처럼 벌리고, 장어인듯 꿈틀대며 촐랑촐랑 껑충대는 전령은 기분이 좋다는 뜻이래.
나는 기분이 나빠서 하얀 여왕을 제치고
온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다리 쪽이 전망은 좋다고 소리를 질렀어.
아무도가 나보다 빠르다면 여기에 이미 도착했겠지?
신난 바람처럼 들판을 달리며 욕을 하며 꿈결에 대고 흥얼거렸어.

 —–
+)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시에도 팬픽같은 게 있던가, 암튼 그런 거. 책과 읽어보면 심각한 데자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으어 이거 엔터 왜않돼 흫헣ㅠ 본문만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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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of the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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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를 돌아, 조용한 고통에

빈자리를 통과하는 눈물방울 사이를 지나

푸른 집으로 이어지는 갈대밭에서

너는 헤매다 이곳으로 왔고

해묵은 회색 미로에서

나는 이제 나가는 중이었어.

너는 부엉이 인형을 어깨 위에 앉히고

인형은 재잘거리며 브리엘, 브리엘, 했어.

아담, 아담, 브리엘, 브리엘.

닥쳐, 노아. 네가 말했어

너는 브리엘을 떠나 왔다고 했어.

너의 고향, 연인, 가족과 마음의 일부.

곁에 있었어야 했어, 네가 되뇌었어.

내가 브리엘을 버렸단 말이야.

너는 커다란 허공을 안고

정처없이 방황하다 푸른 집을 찾아왔어.

여기선 쉴 수 있을까?

너는 잠들어 일어나지 않을 사람처럼 말했고

나는 먼지 쌓인 낡은 방과 창가의 침대와 내가 헤매던 안개 낀 미로를 생각하다가

그곳에서도 결국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어.

낡은 거미줄 흔들리던 방 침대 위에 누운 오래된 몸뚱이.

영영 있다간 그렇게 된다고 말해 주었어.

하지만 쉬기만 한다면, 일어나기 전에 잠깐 머무른다면야.

나는 말했어. 괜찮을 거야.

깔끔하게 칠해진 하얀 벽과 파란 차양 아래서 오래 잠들어도 괜찮을 거라고.

너는 입술을 깨물었고

건너도 푸르단 것을 알까, 먼 곳을 향해 중얼였어.

 

네가 타고 온 배를 떠올렸어.

검푸르고 광활한 바다와 반딧불이들을 지나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아담을 생각했어.

내 섬은 가라앉았어, 너는 말했지.

선원들은 떠나 버리고, 나는 홀로 남았어.

남들 보기에

너는 말하는 부엉이와 세상을 여행하는 쾌활한 청년이었어.

네가 그 말을 할 때도 쾌활함을 잃지 않았어.

네가 슬퍼한 건 브리엘 뿐이었어.

청록색 원피스를 입고 나무 사이를 거닐던 너의 브리엘.

파도치는 잎사귀 소리를 들으며 둘은 손을 잡고

수평선 건너를 바라보았어.

저 너머엔 뭐가 있을까? 브리엘이 물었어.

건너도 지금처럼 푸를까?

너는 손을 꽉 잡았고

그게 마지막이었어, 하고 말했어.

브리엘은 파랬어, 노아가 재잘거렸어.

브리엘은 파란 걸 좋아했어.

숲길을 함께 걷고, 저 아래 파란 바다와

문 앞에 걸린 그물, 고깃배, 다정하고 소박한 사람들

떠날 수밖에 없었던 너를 생각했어.

내가 떠나온 것을 생각했어.

아스팔트 깔린 한 칸짜리 길

옆의 초록들과, 그늘을 드리워주던 잎이 넓은 나무들

주차된 차, 빙글 빙글 크게 도는 모퉁이

놀이터, 학교, 책가방을 메고 걸어갔던 날들과

아직 발을 끌고 다니던 시절에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을 느릿느릿 걸어가던 나의, 지금보다 더 작은 손과 발을 생각했어.

나의 대부분을 쏟아낸 나와 짜증내던 사람들과

끝없이 달려야 했던, 비틀거림으로써 더 나빠져 가던 날들을 지나

안쪽부터 무너져가는 나를 끌고

아무도 모르는 피를 흘리며 비틀 비틀 걸어서 이곳으로 왔던 것을 생각했어.

앞으로 네가 겪을 일을 상상했어,

푸른 집 안의, 무거운 잠에 감싸인 나와

나머지 켠에서 꿈꾸듯 살아가던 나와

거미줄 낀 회색 미로에서 헤매이던 날

혼자 빙글 빙글 빙글 돌아간 동그라미를 생각했어.

내가 얼마나 말할 수 있을지도 헤아려 보았어.

 

낮의 기사가 다녀가고, 어두운 망토가 내려앉은 위에

반딧불이가 반짝이던 밤, 너는 푸른 집에 들어갔고

나는 너를 바라보았어.

검푸른 우주의 수평선을 넘겨보며

네 마음을 비춰주는 푸른 지붕의 거울에

두 팔 벌려 안아주는 품이 있기를 바랐어.

먼지 낀 길을 빙 돌아 다시 나오는 날

졸음은 덜 깨도 햇빛이 좋기를

갈대밭 너머로 죽 걸어서 콘크리트 정글로 돌아가면

지구만큼 돌아간 세상이 무뚝뚝해도 다정하길 바랐어.

 

 

 


 

 

+) 동명의 노래 커버를 듣고, Home of the blues→blues(블루스/우울)의 집→blue(푸른/우울한)의 집→푸른 집 이라는 의식의 흐름.

…여기에 올려놓은 채로 너무 많이 손을 대서 한 번만 더 손대면 내 손모가지를 잘라버려야겠다. 고만 수정훼 미친노마 올리기 전에 하던가(((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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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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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퀴를 가져다

말라버린 단어들을 모으고 있어

커다랗게 성을 쌓고

다시는 나오지 않고 싶다

 

움직이길 요구하는 세상이 있어

해일처럼 밀려와 말하기를 요구하고

내 세계를 쓸어가고

또 밀려와서 나를 쓸어내

 

내 것이 아닌 것을 나는 가득 머금고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견디다가

폭풍우라도 몰아치는 날엔 죽는만큼 살아나

쓸려가는 빈곤한 모래사장은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서도 없어

내가 원하는 말과

내가 요구하는 말과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서로 부딪쳐

 

발이 꼬여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승선은 사백미터 남았어

일생에서 가장 과묵한

원치 않는 사람이 되고 있어

 

앵무새처럼 떠들고

원숭이처럼 꺅꺅대고

돌고래처럼 끽끽댈 수 없어서

 

잔뜩 긴장되어 굳은 무대 위의 어깨로

도와달라는 말만 수없이 중얼이고 있다

마이크는 덧없이 지지직거려

생각하는 동상처럼 굳어가는 몸이

 

굳어버린 입처럼

얼어버린 뇌처럼

덧없이 중얼이는 강박증의 종처럼

 

굳어버린 몸 속에

아직 꿈꾸는 내가 있다

환상의 장미를 끌어다 꽃침대를 만들고

잠자는 숲 속의 공주님인 듯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를 뉘어

말하지 못하는 너를 나는 미워하고 사랑해서

절망하는 세상이 너마저 삼키기 전에

너는 누이고 나는 두 팔을 벌리고

 

부서진 별처럼 흩어져서

하고싶은 말을 늘어놔

너는 살아야 돼

두려움은 파도처럼 밀려와

 

네가 다시 일어나면

부디 나를

깨워

 

 

 

 


+) 마음이 복잡하면 잠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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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퇴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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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어딘가에는 아이가 묻혀 있대

눈물을 죽어도 내지 못하던 작은 아이

남들 걸을 때 걷고, 걸을 때 뛰다가,

어느 날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고

누구보다도 잘해야 해서

아무것도 괜찮지 않았대

 

요정님, 사람들은 그 애를 그리 불렀어

뭐든지 빨리 배우고 뭐든지 잘 하고

요정을 보고 동화 속 이야기를 믿고

그래서 마법같은 구석이 생겼던 걸까

 

괴롭다고 하면 안 돼, 너는 다 자랐으니까

괴로워서도 안 돼, 이상한 일이잖니?

화를 내서도 안 돼, 너는 다 자랐으니까

그게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한다고

 

그 애는 그냥 12살이었어

물론 누가 봐도 거대해 보이겠지

어느 날 그 애는 별안간 발걸음을 멈추고

흙이 무너지듯 내려앉아서는 땅바닥에 고갤 묻고

사람들이 와서 흔들 때도 일어나지 않아서

괜찮을 거라고 하던 이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어

 

그들은 아이를 흔들고 때리고 윽박지르고

병원에 데려가고 애원하고 소리를 지르며 호소하고

 

어느 날 그 애는 일어나서 머리를 풀고

눈물로 얼룩진 볼 그대로 걷고 걷고 걸었대

아무도 듣지 못하는 노래를 부르며

 

가자, 슬픈 아이야

내 손을 꼭 잡아

황야를 지나 물을 건너

같이 달리자

 

찔렸던 덤불을 지나고

미처 울지 못했던 곳을 지나

죽어 묻힌 너의 무덤 한자락으로 가서

 

차마 흘리지 못한 눈물로

먼지쌓인 시간을 놓아주자

 

흘러 흘러 지나온 길을 밟아

우리가 출발한 곳으로 향하게

 

그 다음엔 나와 함께 손을 잡고

흘러간 강둑을 따라 달리며 춤을 추자

 

걸었던 길에 다다를 쯤에는

네 가슴이 뛰어 손을 놓치고 말 거야

 

그렇게 헤어질 적에 가르쳐 주길

오솔길 너머 저 건너 숲에는

네가 아직 못 걸은 길이 있단다

 

가거라, 사람의 아이야

내 손을 놓아, 빈 손으로

요정들 손을 꼭 잡고

숲을 지나, 너 가고픈 바대로

 

너의 시간으로, 돌아가자

 

 

 

 

——–

화자가 둘인 걸 의도했지만 아무래도 망한 듯. 그리고 요건 고친 것도 아니고 안 고친 것도 아니여. 아예 뜯어고쳐 버린듯.

인정하기 싫지만 기대받는 아이 클리셰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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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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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깔린 길에 어린 이가 많았어

길가에는 민들레와 함께 피어 있고

아파트 놀이터 회전무대를 따라 피고

화단에도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어

 

파란 모자를 쓴 작은 요정 하나가

장난감 자동차처럼 벽돌길을 달리다

흐드러진 초록 사이를 누비던 저 나이대의 나처럼

화단 속에 보라색 발자국을 남겨 놨을까

 

하교길 문방구에서 사탕을 하나씩 물고

책가방 메고 웃으며 지나치던 어린 나이

화단에서 몰래 꽃을 꺾어 쥐고는

문득 길가에서도 몇개 꺾어 가곤 했어

 

그때에 나는 그네를 너무 좋아해서

놀이터에 가면 그네 다리에 핀 제비꽃을 가져 왔었어

한 번은 달맞이꽃이 저 아래 동네로 내려가

엄마와 그네를 타며 놀다 너무 시끄러워서 혼이 났고

 

아파트 정문에 피어 있던 나팔꽃이나

가로수에 달린 흰분홍 팝콘이 버찌가 되기 전에

학교에서 돌아올 때마다 한가득 쥐어다가

집에 와서 내밀면, 엄마가 유리 물병에 꽂아 주었어

 



 

 

+) 왜 뒤로 갈수록 길어지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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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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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여니까 집이 텅 비어 있더라.
계단을 올라가는데 어째 발소리만 나더라니.
아니, 아파트에 들어올 때부터 너무나 조용했는데,

 

우리 동네가 텅 빈 기분이었어.
오는 내내 차 안에서, 조금은 불안하고 두려웠었어.
고속도로와 국도를 구분할 수 없이 차는 달렸어.
어딘가에서 내가 그 차를 탈 때, 창가 자리를 고집했겠지?
항상 나는 길치야,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더라.
하지만 기억하기로, 바닷가에 있던 것 같아.

 

나, 어디에서 뭔가를 잃어버렸어.
집에 가면 볼 수 있다는 걸 알았지.
엄마가 잔소리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일상적인 잃음이 아닌 것 같아.

 

내가 비었을까
잃었을까
왜 그랬을까?

 

사실 많이 불안해.
괜찮다고 해 줬으면 좋겠어.
나는 그 말을 믿고, 이 문을 열면
텅 빔의 마법은 깨지고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나 왔어, 엄마."

———————————–
…항상 기억하는 건 공허뿐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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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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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햇살은 언제나 왠지 무뚝뚝하다.

날카롭고 차가운 겨울 공기는

동장군의 칼집에 들어 있다.

 

얼어붙은 물방울로 만들어

고요함이 잠든 풍경을 덮어 준다.

코를 빨갛게 하는 추위는 요정의 손인지도 몰랐다.

 

입에서 나와 어는 숨은

하얗게 안개처럼 말한다,

 

내가 살아있다고

수북이 떨어진 흰 눈솜이

까만 나무들에게 이불이 되어 주는

 

세상이, 그렇게 다정했다

 

 

 


 

 

 

+) 마침표를 적었다가 지웠다가 쉼표를 썼고 지웠고 띄어쓰기를 포기해야 하나

3월이 봄이던가…? (시간개념 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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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빨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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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빨갛다.

딸기도 빨갛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니, 사과가 빨갰다.

 

사실 생각해 보면 어제도 빨갰고

그 전날 먹은 딸기도 빨갰다.

 

남색 하늘을 위로 하고 일어나

새벽 공기가 뿌옇게 느껴졌고

 

지나가는 가로수가 뭉개지고 입김이 얼고

새벽 찬 공기를 뚫고 경적이 선명하고

 

먼지 나는 교실은 파스텔 색이고

칠판은 멀리서 진하고 흐리고

앞에 앉은 아이들의 검댕도 어느새 뿌옇고…

 

집에 와 보니,

사과가 빨갰다.

 


 

 

———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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