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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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우지 못한 날짐승들이 전깃줄 위에 앉아

다리를 벌린 곳에 위치한 것을 물어대는 원초에게 감전 되가는 창백한 새벽이다

모든 것을 놓아주기 쉬운 시각

넓은 곳에서 겪는 범람하는 기억의 폐쇄공포증

당신과 나는 금붕어처럼 가만히 널브러져 떨었고

걷는 방법을 알게 될 즈음 다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

어쩐지 물 섞인 호흡이 당연해지는 순간은

가장 눈물을 뺨 씻어내듯 버리기 쉬운 순간

검은 하늘을 보면 내 동공 속으로

떨구는 담뱃재처럼 낙태당하는 독성들

이미지가 필요하면 한번쯤 뭔가를 죽였어야 하지

아니면 몰래 죽이는 척 담배를 빨며

가슴이 부셔지듯 내려앉는다 동공은 하얘졌다

만년설 같은 세상을 걸으며

산사태를 품은 내 눈이 보여요?

아무에게도 묻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다 마주친 시선

절망이 아니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건 아니었고

조금 초연하고 슬픔을 많이는 모르는 다정한 이였지

예언은 가능했지

입술을 침으로 트게 만들 것처럼

우린 오래 입을 맞대다 피가 좀 나면

철분만 넘치고 산소가 부족해 죽겠지

물속에서 키스를 하는 우리를 물고기와 피라냐 떼들이 구경하러 올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고매한 바니타스로만 기억할 것이지만

우리의 철분을 남김없이 먹는 이들이 그들이었으면

아니 결국 남겨진 그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가 피를 더 많이 뽑아 서로에게 헌혈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들이 철분 과다 섭취로 결핵에 걸리도록

그래서 우리가 죽어서도 더 많은 피를 토해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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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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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증오가 습관이 되고

나는 추위의 순수한 음해를 알아, 유령같이 나를 사랑하는

부리를 하늘로 치켜든 뾰족탑 안, 고트족 마냥 야만적인 장식 새

고딕의 빛살이 펼쳐지는 곳에서 아직 순수히 떠는 나를 내던져줘

야만적인 신의 품에 한번이라도 닿으면

이 미움 받는 첨탑은 완벽한 기괴함으로 완성될 거야

비로소 생명력을 가진 채 아름답게 날아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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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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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지어가 세탁기 뒤 먼지 속에 빠졌다

낯선 초인종이 울리고

나는 헐레벌떡 마지막 죽음의 기도를 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의 말소리는 항상 안에서 시작되고

그들은 다닥다닥 붙어 미사를 시작할 거라고 말했어

이 빵과 포도주를 다 먹으면

우리는 죽어서 구원받을 것이라고

이것은 복화술이 아니다

신성은 모두가 이해하는 도축

신 뒤에는 배고픈 이들이 감추어져 있다

정말로 저들은 웃으며 나를 죽일 작정이다

나를 죽이려는지도 모르고

내가 죽으면 또 누가 죽는지도 모르고

누가 죽으면 어떤 게 죽는지도 모르지

사실 알고도 우린 배가 고파서

죽이고 난 뒤에도 가죽을 벗기고 삶고 꾸며내며

모든 것을 느리게 죽이는 것이 구원인가

신의 시간이 가증스러워

지금 흐르는 나의 시간을 증오하고

저 초인종 소리가 어느새 멈췄다는 걸 깨달으면

신은 있더라도 없다는 것이 떠오르지

밤을 품은 낮처럼

달을 품은 파란 하늘처럼

해를 숨긴 밤하늘처럼

말 그대로의 이 모순처럼

어떤 것은 잊었거나 모르는 세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나를 알고도 모르도록 쓴다는 것

 

초인종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밤이 되었어

내가 앉아 소리 없이 노래하는

창문 밖에는 도심의 반딧불이 떼가 있지

네 어두운 얼굴에 비춰지는

몇 개의 점 점 점

침묵하는

둥그런 빛무리들

넌 마치 빛으로도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

어째서 너와 닿는 건 죄다 눈물일까

너는 대답하지 않고

나는 달아나고 싶어지지만

너는 찬성도 반대도 없지

그래서 여기 있는 건 오로지 나 같다

그러니 여기 있겠다

이 어둠 속

 

그렇게 말하는 순간

형광등이 쉴 세 없이 깜박였지

그것은 소방차 위 빨갛게 깜박이는 경광등 같았어

경고였지

경고라고

깜박이는 형광등은 내게 말을 걸고 있었는데

나는 형광등 심을 빼버린다

죽은 형광등과 죽지 않은 나

고장이 난 건 너야

말하지 않는 형광등

고장이 난 건 너야 너야 너야

말하는 나

언어로 써진 모든 것들이 지옥불의 연료처럼 느껴지고

이곳은 지옥이야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는

심장이 담긴 종이들을 아무리 꺼내봤자

담배 빤 것처럼 검게 타들어가

어떻게든 장작이 되지 오해가 진실이 되지 감염이 전부가 되지

어쩌면 흰 것보다는

이 검은 것들이 진실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거짓되고 싶었지

나는 죽어도 될 쓰레기가 아니고 싶었어

그러나 말할수록 어제보다 더 불어나는 지옥 속에서

어쩌면 나는 너보다 빨리 죽었어야 했다고

재빨리 다시 형광등을 끼우면

느리게 살아나는 초조한 형광등 불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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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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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을 해부하면 타오르는

무지개처럼 핏방울이 솟아오른다

내 두 손가락은 비둘기처럼

살로 짜인 방주를 두드리고

잠시 그녀는 수줍게 열렸다가

날 내보내고 닫힌다

칭얼대는 아기처럼 첨벙대며

떠내려가는 그녀를 붙잡으면

해골의 눈 속 고인 물의 색기

원효처럼 빠져드는 틈에

물뱀이 조금 벌린 입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기도가 되어버린다

썩은 물 맛이 익숙해질 즈음

나는 기도를 바가지 긁듯 긁어 역류한다

토하면서 시간을 감으면 어느새 에덴

선악과 씨를 심는 신의 천사들

사과처럼 벌거벗었다

물과 볕이 씨눈에게 음탕하게 젖어드는 순간

사과 표면을 핥고 깨물며 식물 아래에 시체를 묻었다

그 시체는 흘러나온 즙으로 번들거리는

약지 손가락 한 개

그녀가 마지막 신음을 하고

세계를 덮은 양수가 말라가는 중이다

그녀에게서 삐걱이며 쏟아지는 것을

에리 직톤의 눈으로 관람한다

모두 메말라 죽을 것들

마셔버릴까

이 편이 긴 기도의 끝을 명확하게 할 텐데

고페르 나무 향이 나는 그녀의 몸통에는

지문이 지나간 자리마다 배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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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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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아래 당신의 가죽은 정말 이상한 반짝임을 가졌다. 이끌려 다가갈수록 내 체온을 앗아간다. 그 반쯤 열린 눈은 비정할 정도로 나를 통과하고, 난 제발 당신에게 얼어 죽는 나를 봐달라고 소리친다. 무응답은 끓는 조바심을 일으킨다. 강한 바람을 헤쳐 차디찬 조각 같은 입술 안을 들여다보면 혀 위에 세워진 에덴이 있다. 그녀의 구취는 숨 막힐 정도로 신성하다. 난 나를 먹어치울 입구를 완전히 연다. 하나님이 보기 이로우시게 타락한, 아직은 흰 천사들이 자살을 하고 있군. 난 은밀히 배경에 휩쓸린 채 그녀와 같은 신성을 꿈꾼다. 내가 천사라면 당신은 나를 볼 수 있겠지. 그녀가 나를 볼 수 있게 눈이 오는 날 성당 이층 스테인 글라스 창을 열어주시길. 이름 모를 천사에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제목을 느낌대로 정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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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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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발버둥 쳐보렴, 그 목소리는 꿈에서 들려왔다. 아침을 맞으면 비늘은 증오만큼 뒤덮인다. 자해하는 부분마다 아가미가 생긴 기분이니. 땅보다 더 깊은 곳에서 환청이 웅웅댄다. 그 주파수는 날 안다. 내 괴로움을 알아줄 곳은 땅보다 더 깊은 곳.

 

마녀를 불러봐, 해저 속에서 사는 그녀를. 이대로는 견딜 수가 없거나 있거나 없나. 다른 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그녀를 찾았어, 면사포 같은 파도가 치는 벼랑 앞에서. 아이야, 바다 안에서 그렇게 살고 싶니. 거품은 네 숨으로 빚어지고 해초는 네 입천장을 다 헐게 할 건데. 대신 최후의 날, 물은 널 아름답게 박제할 걸. 네가 너를 더 많이 준만큼 빠르게. 엉겅퀴를 닮은 해초 같은 활자들이 마녀의 어지럽도록 고혹적인 로즈빛 눈에 깨진 자국으로 박혀 있다. 난 따가운 만큼 좋다고 말했다. 당신처럼 가시 달린 꽃이 되고 싶어요. 지금 것과는 다른 규칙으로 숨 쉬고 싶어요. 사금파리 같은 슬픔은 매력적이다. 난 감히 깨질 것도 없는 걸. 비교법으로 너를 잊는가, 너를 지우려 드는가

 

가여운 영혼아, 처음 듣는 목소리가 잠시 지느러미를 저릿하게 한다. 목소리를 주고 가진 생으로 말없이 객체계를 부유하면 플레게톤 색 해초들이 유난히 아름답다. 나도 저것처럼 아름다워야 해. 불가피하게 꼬리를 채찍처럼 유연히 휘두른다. 율동 한가운데에서 핏물이 솟았다. 그러나 멈출 수 없다. 지금껏 내가 원했던 걸 찾았어. 이곳에선 증오도 슬픔도 아름다울 수 있어.

 

상승이 시작돼, 꿈틀대는 두려운 시선 속에서 나는 홀로 불완전하다. 금빛 소용돌이를 그리며 해저에서 수면까지 헤엄친다. 위험한 햇살이 내 비늘을 완벽히 투과하는 걸 누구든지 봐야 해. 느린 물살에서 빠르게 탈출해 원의 자태를 뽐내는 순간

 

작살이 꿰여져, 원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다. 밤으로 잠긴 어류의 목젖에서 흡혈귀처럼 핏물을 빠는 너는 어쩌면 내 아가 내 사랑 나의 괴물. 성대부터 시작된 침묵은 몸 전체로 경련하며 퍼진다.

 

음성이 들린다. 아름답게 발버둥 쳐보렴, 구경하게. 작살을 사랑한 물고기들이여, 방금 한 말은 포말을 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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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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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살기 위해 칼 위 춤추듯 걷습니다. 꽃을 밟으면 어디선가 우우우 소리가 나지요. 달을 본 늑대울음소리가 어둠 속을 비호하고 나는 습관적으로 도망칩니다. 밟은 장미의 비린내가 미소한 곳까지. 축축한 발목에는 덤불이 아파한 흔적이 흥건한데 꽃은 끝없습니다. 나도 너도 꽃인 걸 모를 정도로 저마다 다르게 피어 있어 나의 가시로 찔린 생들은 오늘 밤에도 모두가 저열한 아픔을 호소하네요. 아픔을 주지 않으려고 해도 줘 버린 아픔들이 서로를 시들게 하고, 시드는 힘은 첫 가시를 피우기 위해 쓰여 집니다. 스스로의 상처는 아기처럼 상처 속만을 굴러다니고 그 안에서 젖을 빨고 이따금씩 상처 내벽을 차고 건드려요. 그 안에서 터지는 젖의 맛은 그저 어제와 똑같은 슬픔이어서, 낮이 되면 모든 것은 자작극처럼 잊히고 맙니다. 분명 피핍 된 이들이 가진 황금비의 가녀린 숨은 아름다운 재앙일 것입니다. 왜 우린 비참히 헐떡대며 죽어가는 걸 미화하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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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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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렸고 젖은 가슴을 물 묻은 휴지처럼 자르고 싶어졌다. 이 젖음은 결벽증 같은 두려움. 창피한 것들이 자성처럼 일어선 형체는 각종 구멍 속으로 쇳가루 먼지처럼 빨려들고 혓바닥에게 짠 통증을 준 그곳은 내 속에서 기어나온 혓바늘 같은 별이 못 박히는 자리 첫 치욕의 생리혈은 욕구하지 않았던 짠 맛 나는 언젠가부터 '짜다'와 '고통'을 분별하지 못하고 그나마 내 고통을 표현할 수 없어 기뻤다. 표현한 순간마다 죽고 싶어질 테니 정말로는 못 죽고 표현욕구의 가위 날 중간에 위치한 채 더 이상 자라날 수 없는 침묵으로 무언가를 사랑하겠지 가위로 사람의 목을 벨 수 있나요? 누군가 묻는다 더듬더듬 허공의 모가지를 연습하듯 자르며 대답 한다 기요틴은 섬세한 손동작이 아니어서 나와 어울리지 않아 섬약한 인간은 저렇게 한 번에 죽지 못하는 노을처럼 끊임없는 출혈을 겪는다 그런데 노을 지는 하늘은 너무 일렁이고 나는 갑자기 촛불인 것 같기도 한데 속이 울렁거려서 이거 어떡하지, 본질이 흐트러져서, 희미해져서, 더러워져서 더러운 피가 그을음 지는 부분마다 자르는데 이 휴지를 자른다고 될 일이 아닌가 마지막 컷, 나는 스스로가 난도질 해 빨간색으로 흥건한 가죽을 진리의 깃발마냥 흔든다 곡선 따위 없는 사각형의 이성은 방금 지나친 바람처럼 움직이는데 근데 어쩌지? 방금 본 그것은 마치 무쓸모한 쓰레기처럼 보여

 

 

오랜만이네요^^

다들 잘 지내셨는지 모르겠지만 잘 지내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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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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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 어느 날 그것이 팔을 삼켰다

나는 무감각하게 써 내렸다

어느새 활자가 종이의 흰 장막인 눈꺼풀을 들춰냈다

그 속을 최초로 목도하면 유리알 같은 눈이 있었고

흑연 같은 동공이 스스로의 눈알을 터뜨리려 했다

이것은 글이 아니다

그저 흔한 죽음이었고 나는 말렸다

칼 같은 펜을 뻗어 종이를 몇 번이고 그었지만

종이 대신 펜의 혈담만이 불어났다

어느 곳이든 그 눈은 몇 번이고 되살아난 것이다

산사나무 껍질, 땅, 천장, 돌 모든 것에 붙어 있었다

마치 서늘한 빛처럼 눈은 모순적으로 살아있었다

 

그 눈은 나의 이슬 같은 고통을 도색잡지 중독 환자처럼 원했고

내 혈담의 늘어남이 그가 바라는 제 존재의 쌓여짐이었다

 

잘린 종이의 날카로운 부분을 매만지면 그들의 끝에는 식은땀이 젖어 있었고

눈의 마지막 비명에서 창공처럼 파란 피가 튀겼다는 걸 알았다

마치 자연이 가진 에스파뇰 리즘의 마지막 핏줄처럼

그때부터 나는 고결한 눈을 쉽게 죽일 수 없었고

유리알 같은 눈, 그 거울이 세계가 아니라는 듯

처음부터 나는 그 눈이 있는 곳으로 가 그것을 파헤칠 수 없었다

그래, 눈 너는 미지 안에 갇혀 있으므로 불멸하고 신성하다

 

그래서 나는 눈과 증오에게 마지막을 고하려 길을 떠났다

동공과 흑연심이 처참히 뭉개지는 곳까지

움튼 미지를 시들게 하는 자유의 언어를 쓰기 위해서

 

도착한 모든 것이 차갑게 얼어붙은 땅은 온몸으로 기침을 하고 있었다

마치 결핵에 걸린 것처럼

대지의 입김을 맞으며 그곳에서 나는 아이슬란드의 거대한 눈을 보았다

내 뒤편을 도려낸 것처럼 새하얗게 뚜렷한 그 눈을 포착했다

순간 생각이 기화된 물방울처럼 떠올랐고 하늘에 그것을 적고 싶었지만

나의 영혼은 불 신성 했기에 쌓이는 눈 위에 글을 떨어트렸다

증오가 영원히 땅 밑에 갇혔고, 나는 물처럼, 오필리아 처럼, 백치마냥 웃었다

나는 못으로 가 잎맥을 그러안은 손으로

자신을 죽인 종이 한 다발을 흩뿌린 후

유해 가루처럼 일어나는 거품의 숭고함을 응시했다

증오, 그것이 나를 삼켰다

증오 끝에는 가장 큰 방관자인 내가 있다

이 악의 꽃들로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용서하노라

나 이제 스스로 단명할 나의 님만 있으면 완벽하리라

서로를 마주보고 굳어버린 필레몬과 바우키스처럼

한 날 한시의 죽어 나무가 된 채 그간 뿌려둔 증오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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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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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항상 말은 쉬웠고

음절은 타는 허수아비처럼 흔들렸다

강한 새조차 감히 달려들지 않는 어느 가을 밤

눈 없는 나방들이 내 가슴으로 날아들었고

나의 철 없는 온기가 그들의 메마를 날 없는 어둠을 적셨다

그들은 내 주위를 잃어버린 시세포의 혈관을 긋듯 더듬거리며 맴돌았다

또한 아직 파괴되지 않은 초원에서

이슬 아래 전시된 꽃을 탐욕스레 스치다

날갯짓 하며 온몸으로 향긋한 미소를 흘려보냈다

이 순간이 아름다워 죽겠다는 듯

나방들은 꽃의 보호색을 띈 어느 이지적인 나비처럼

하늘에 연약하게 몰려 떠다녔고 곧이어 나에게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굴착기 소리가 들려왔다 내 식은 심지에서부터

광물질이 날카롭게 잘리고 부딪혀 성호처럼 튀기는

주체할 수 없는 수많은 감명의 겹겹 한 죽음들

그 지층의 부패가 내게 선사하는 새로운 억압을

영혼이 무겁도록 흘러내리는 썩은 내의 은총을

난 암반수 처럼 누워 숨죽인 채 시간을 더디게 깎아내렸다

그러나 기어코 그들은 내 안에서 타 죽었다

그때 처음으로 자애를 가진 나는 촛농처럼 자연의 강물을 밝혔다

그 순간 죽은 물 위로 오롯한 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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