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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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을 이 밤

이 차가움을 녹여주는 햇볕 한 자락

하나 없이 돌아올 무수한 맨몸의 밤들이여

그대들의 슬픔 속에서 나 이제는 맹물 맛을 느낄 수 있다

아무런 맛

어떠한 감각

없이 그대들을 내 안으로 녹일 수 있다

나는 그늘진 모래, 비눗방울, 구멍 뚫린 옷가지

잡아먹히는 침묵, 어린 해와 비가 빨아먹는 손가락, 가장된 추위

그저 예민한 살 떨림만이 내 고통의 전부

어서 들어오시게

그대들의 슬픔이 나를 마침내 터뜨리도록

모든 것이 내 안으로 돌아오는 것이 죽음이라면

기꺼이 비눗방울처럼 익사 하겠다

어쩌면 나는 다시 살지도 모르지

버텨낼 수 있다면 말이야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버텨내지 못했지

나는 이 생도 버티지 못했으니

새로운 사람으로 살지도 모르지

다른 얼굴로 다른 가치관을 한 나를 상상하면

타인을 사랑하고 싶어지지

타인을 한없이 겸허하게 봐줄 수 있는 것

이런 게 죽음인가봐

아, 저 아이들이 비눗방울을 불고 있다

나는 저 무지개빛 미소들 위로 몸을 던질 수는 없구나

나는 왜 그럴 수 없는가 하지만

마지막에는 떠오르고 싶으니

정말로 강을 가야 하나

휘청거리며 면허도 안 딴 손으로 차를 몰다 죽어야 겠다

하지만 차가 없어서 먼저 차를 훔쳐야 겠다

하지만 하필 죽기 전에 훔치면 지옥 갈 건데

천사의 속삭임이 거품처럼 흘러들어와

내 까끌한 목이 간질거린다

죽기 전에 기침이라도 좀 뱉어야 겠다

좀 더 신성하게, 좀 더 영원할 것 같게

그런 시원한 말들을 좀 지껄여야 겠다

마침 바람이 불고

나는 이 바람 속에서

멈춰 있는 사람을 보았다고 말 한다

내 위를 쏜살같이 밟는 그 사람은 바람이었으며

빛조차 그를 느낄 수 없었다고

고통조차 그를 느낄 수 없었다고

투명하게 내 눈과 살결에 맺혔다

내 몸에 있는 맑은 것들은 죄다 메마르게 하고선 가 버렸다고

이제 내 몸통에 있는 물이란

찰랑이는 소리밖에 내지 못하는 진실, 물 일 뿐이라고

그 사람이 없다면 어떤 비유조차 될 수 없다고

내 거짓되고 치열한 영혼은 이곳의 양수를 잃고 죽어버렸다고

내 영감의 샘, 이 태양의 입김 같은 바람의 부재를 받아들이라고

옆구리로 흐르던 화산의 수증기가 말한 것 같다

 

고동의 목소리가 녹아가는 귀 껍데기 속으로 일출하는 동안

게와 소라와 조개껍데기가 꽃처럼 움트던

나의 세계가 벌레처럼 꿈틀 댄다

조개가 죽은 게 시체를 양분 삼아 빨고

게가 소라를 먹어치우는 광경 속에서

나는 나의 눈물 맛으로 절여진

구불구불한 장기를 헤집는 것을 즐겨했다

그래서 내 배는 모두 부셔졌다

내가 떠날 수 없는 이 선착장에는 웅장한 뱃고동 소리가

옛적 메아리처럼 울려 퍼질 뿐 배가 없어

그 소리에 홀려 이곳까지 찾아온 이들은

하나같이 기분 나쁜 표정으로

마그마 연기를 폐 속에만 묻고서 돌아갔다

자신들의 증기선을 타고선 검은 그을음을 하늘에 그물처럼 던지며

항해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무엇들을 얻었다고 생각 했는가

그들이 바다에서 죽을 것이란 것?

하지만 그것을 안다고 하여 기갈 기에 짠물을 들이키고자 하는

이들의 갈망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체념한 나는 녹은 귀 껍데기와 부셔진 조개

그들의 소매에서 찢긴 천 조각을 맞춰보았고

그것이 원의 형상으로 꼭 들어맞아서 기뻤다

추위가 떨쳐지니 마침 둥근 해가 떴고

내 운명의 물레가 그곳에 걸려 있다

그 주변에서 나선형으로 휘몰아치는 절규의 색깔은 4차원이다

바다 속으로 희생자처럼 던져지는 사금파리 냄새

돌아가는 바퀴 틈새로 흐르는 피 색 실들

나는 무지개가 물결치는 손가락을 쉼 없이 떨면서

물레 속에 내 고동을 고정시킨 채

조타수가 되어 새빨간 원의 끝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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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칼의 전생은 지독한 슬픔을 지닌 인간이었을 것 어떤 손에 들리는 줄도 모르고 어느 황량한 밤 태동하는 해의 기운으로 누구든지 영혼을 바칠 테니 이 모든 것을 파괴해달라고 외치던 작은 소녀였을 것 그때 그대로 달이 추락해 소녀의 싸늘한 동공이 되었을 것

 

그러나 소녀의 영혼은, 그러나 소녀의 분노는 오직 한 사람의 몫이었으므로 어떤 이의 부조리가 되었다, 생각하며 나는 내게 온 이 어린 짐승, 이 불행을 키워내려 발버둥 친다

 

그러다 마당에 날을 심으며 네가 잊혀져 녹슬어 조각나기를 기다리다 어느 날 억지로 이름을 지어준다 사랑이라고

 

그래서 시인은 모두 칼춤을 췄던 이들이다 그러다 칼 위에서 내려가면 누운 땅이 세상을 가르는 거대한 칼날 같아 모든 것이 절반으로 보인다 그러다 목이 칼칼하면 갈라진 그림자에 고인 핏방울을 마신다 그러다 사슴이 보이면 허기에 심장을 찌르며 짐승의 피 색이 인간들처럼 새빨간 것에 전율한다

 

마지막은 나였다

 

어쩌면 내 심장은 내가 먹으려 살아온 인생이다 어쩌면 내 고통은 내가 마시려 버텨온 인생이다

 

그러다 연필이 칼처럼 보여 이 세상 모든 백지들을 건드릴 수 없을 지경 이 모든 것은 그저 상상이었다고 중얼대며 외면하는 실패자의 낯으로 가솔린 머금은 꽃처럼 환청 속을 달리다 동력 장치에 끼는 꽃줄기를 상상하며 터지는 차와 입 속으로 굴러 떨어지는 몇 방울의 짠 죽음을 상상하며 데이는 혓바닥이 쓰다가도 투명하게 없어지는 말들을 견딜 수 없어서

 

그래서 또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검게 쓰며 그렇게 또 흰 것을 죽인다

 

그래도 내 살인은 차마 아름답지 않아 결백 했는가 완전 범죄는 어렵다고 생각하며 조각난 칼날들을 또 심었다 흙이 될 때까지 심을 것이다 더 이상 고통이 고통이 아니게 되는 날을 고대하며

 

그러나 그런 날은 죽을 날에만 존재할 것을 알고 있으므로 나는 지금의 날을 미리 사랑해보겠다 모래를 밟을 때 당신이 비춰진 유리창이 떠올라 뜨겁고 날카로웠던 날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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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꿈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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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 잠결에 파운드 케잌 냄새를 맡습니다 아몬드 꽃 모양이 수놓아진 고흐의 초상화 같은 노란 것을 나이프로 자르는 사람의 손을 봅니다 샤일록이 된 기분으로 오, 비명 지르며 오, 파운드를 건네면 심장 부근이 저려요 가게 밖은 달빛이 내린 크레졸로 날씨가 한창이에요 고통 받는 이들이 맞댄 고개들을 숙인 채 길의 정상에서 낄낄대는 이 시간은 깜박하면 구경거리 되기 딱 좋아요 나는 돌아가듯 이 길을 돕니다 광경은 깜박 깜박 바뀔 것처럼 바뀌지만 가로등 인간들이 신음을 연주하는 건 어디서나 똑같아요

 

그러다 의식을 던지듯 옷을 태우며 옷을 찬양하는 이들을 보았을 때 불현 듯 목청이 터집니다 아무래도 내 심장은 뱉지 않은 말 속에, 입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잠든 벙어리가 된 기분으로 실컷 지껄입니다 오, 지겨워 오, 개새끼 홀로 잊힌 저들처럼 나도 불만을 토하기 시작하는데 개들이 내 주변에서 오줌을 추상화 모양으로 갈기네요 개들도 꿈을 꾼다는 말 같아서 웃음이 깜박 터질 것 같지만 지금은 남들처럼 웃고 싶지 않아서 저 뻔뻔스런 개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깜박거리는 길거리의 미관은 히스테릭 들려오는 나의 목소리는 이 세상에 없는 것 해석할 수 없이 아름다워 꿈속에 반드시 놓고 와야 하는 것들 오, 하지만 오, 모두를 오, 위하여 오, 살아야 오, 하다니 다시는 이런 찰나의 행복한 꿈도 꾸고 싶지 않습니다 이곳을 들리는 여행자가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어제 겨우 번 오 파운드로 산 빵도 먹지 못하고 거리 위 벤치에 두었습니다 베어 물면 너무 부드러워 입이 영영 고개를 숙일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삼키는 순간 총알처럼 배 속을 뚫고 지나쳐갈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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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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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불행에 울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은 얼마나 짐승 같은가 얼마나 버려져 날 것만 먹었길래 위장 속부터 뒤틀려 추한가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비린내를 달콤하다고 여기는 순진하며 오관적인 시각은 언제 끝나는가 굳게 다문 누군가의 입을 보며 그 안에서 조금씩 잘려 삼켜지는 혀의 부드러움을 상상한다 입술을 뜯는 짓을 겉으로 못해 침묵하고 있을 누군가를 기억한다 눈물 날 정도로 가엽지 않으면 깊어지지 않는 내 사랑의 지층은 어디서부터 잘못 됬는가 한계가 없는 슬픔 속에서 우주를 발견할 때마다 호흡이 멎는다 이 호흡법을 용서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해서 나는 팽창하는 것처럼 작아지고 불안 속에서도 먼지나게 웃으며 창 틈으로 흘러드는 먼지와 새털에게 키스한다 창문 밖에는 전선 줄에 감전된 새의 시체가 그네처럼 삐걱이고 있는데 그 위에 앉은 빛 무리는 소름끼치게 평화로워 새가 빛을 낳았네, 하고 웃는다 저기 허공에 주둥이를 박는 새들도 물을 마시며 구름의 맛을 상상할까

 

내가 죽어도 되는 이유를 찾았지만 나를 죽여도 되는 이유는 발견하지 못했다 왜 살아있는 우리는 나란 굴레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하는가 오래전 버린 나의 영혼을 주어다 키우고 싶었는데 되려 잡아먹혔다 이대로 짖다가 죽을 작정인가 스스로를 죽이지 않고도 선한 것을 발견하고 싶었던 그날 오후는 비명 없이 타들어갔다 그 불씨가 마냥 예뻐 훔쳐서 눈알과 바꿔치기 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 흐르는 구슬픈 오르골 소리를 사람보다 더 사랑한다면 지금의 나를 만나지 마라 그 안에는 영혼 같은 게 없다 슬픔은 거칠 뿐이고 그래서 나를 동요하게 하는 것은 바람뿐이다 바람이 불지 않는 얼굴들은 얼마나 침체되어 있는가 무수한 경계 속에서 해의 기울기와 함께 지워지는 색이 나였으니 아무것도 아니고자 뼈를 갉아먹는 피를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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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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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물을 아껴 쓰라고 하셨다

붓을 빨 물이 없어 팔 둑을 그은 기분

으로 종이를 펼치자 흰 피들이 아팠다

하얀 얼굴들이 목이 말랐다

엄살처럼

무덤 앞

독 없는 꽃의 비운처럼

그러므로 고통은 최대한 없는 것처럼 죽이는 수밖에 없지

검은 잉크를 들어

조각하고 조각하여 그들이 사랑하는 뼈만 남겨라

버린 살점은 비둘기가 쪼아 먹겠지

나는 최후의 비둘기

돌아오지 않을 첫 번째 믿음

나는 누군가를 위한 생일 선물

혈관을 끊어 그 안의 것들을 보여주려 태어난

아무도 못 본 빨강

 

샤워를 하다 악마를 보았다

이미 죽어있는 것을

죽일 수 있다는 저 아득한 눈빛

알약이 목에 걸려 죽을 것을 염려하는 저 눈

아프고 싶지 않아 눈을 깜박이듯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창 밖에는 끓는 비가 내리는데 사람들은 멀쩡하고 우산은 변장한 외계인 같고 의심이 무서워 이젠 내가 나의 배경까지도 살해 할까봐 나의 타락과 겁에 치를 떨며 묻는다

아버지, 악마를 죽이면 천국 가나요 그렇담 나를 죽이면 될 까요

뱉는 19살의 나는 섬세함을 잃었고

이제 남은 것은 광기뿐이다

비정

이라고 쓰다 관둔다

내 눈 앞을 흐리게 만드는 유령들의 숨소리

내 폐 안에서 잠자는 영혼들의 비명

아아 나는 꿈처럼 호흡하다 사라질 게요

이 공기의 지겨움을 기억할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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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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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우지 못한 날짐승들이 전깃줄 위에 앉아

다리를 벌린 곳에 위치한 것을 물어대는 원초에게 감전 되가는 창백한 새벽이다

모든 것을 놓아주기 쉬운 시각

넓은 곳에서 겪는 범람하는 기억의 폐쇄공포증

당신과 나는 금붕어처럼 가만히 널브러져 떨었고

걷는 방법을 알게 될 즈음 다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

어쩐지 물 섞인 호흡이 당연해지는 순간은

가장 눈물을 뺨 씻어내듯 버리기 쉬운 순간

검은 하늘을 보면 내 동공 속으로

떨구는 담뱃재처럼 낙태당하는 독성들

이미지가 필요하면 한번쯤 뭔가를 죽였어야 하지

아니면 몰래 죽이는 척 담배를 빨며

가슴이 부셔지듯 내려앉는다 동공은 하얘졌다

만년설 같은 세상을 걸으며

산사태를 품은 내 눈이 보여요?

아무에게도 묻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다 마주친 시선

절망이 아니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건 아니었고

조금 초연하고 슬픔을 많이는 모르는 다정한 이였지

예언은 가능했지

입술을 침으로 트게 만들 것처럼

우린 오래 입을 맞대다 피가 좀 나면

철분만 넘치고 산소가 부족해 죽겠지

물속에서 키스를 하는 우리를 물고기와 피라냐 떼들이 구경하러 올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고매한 바니타스로만 기억할 것이지만

우리의 철분을 남김없이 먹는 이들이 그들이었으면

아니 결국 남겨진 그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가 피를 더 많이 뽑아 서로에게 헌혈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들이 철분 과다 섭취로 결핵에 걸리도록

그래서 우리가 죽어서도 더 많은 피를 토해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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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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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증오가 습관이 되고

나는 추위의 순수한 음해를 알아, 유령같이 나를 사랑하는

부리를 하늘로 치켜든 뾰족탑 안, 고트족 마냥 야만적인 장식 새

고딕의 빛살이 펼쳐지는 곳에서 아직 순수히 떠는 나를 내던져줘

야만적인 신의 품에 한번이라도 닿으면

이 미움 받는 첨탑은 완벽한 기괴함으로 완성될 거야

비로소 생명력을 가진 채 아름답게 날아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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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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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지어가 세탁기 뒤 먼지 속에 빠졌다

낯선 초인종이 울리고

나는 헐레벌떡 마지막 죽음의 기도를 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의 말소리는 항상 안에서 시작되고

그들은 다닥다닥 붙어 미사를 시작할 거라고 말했어

이 빵과 포도주를 다 먹으면

우리는 죽어서 구원받을 것이라고

이것은 복화술이 아니다

신성은 모두가 이해하는 도축

신 뒤에는 배고픈 이들이 감추어져 있다

정말로 저들은 웃으며 나를 죽일 작정이다

나를 죽이려는지도 모르고

내가 죽으면 또 누가 죽는지도 모르고

누가 죽으면 어떤 게 죽는지도 모르지

사실 알고도 우린 배가 고파서

죽이고 난 뒤에도 가죽을 벗기고 삶고 꾸며내며

모든 것을 느리게 죽이는 것이 구원인가

신의 시간이 가증스러워

지금 흐르는 나의 시간을 증오하고

저 초인종 소리가 어느새 멈췄다는 걸 깨달으면

신은 있더라도 없다는 것이 떠오르지

밤을 품은 낮처럼

달을 품은 파란 하늘처럼

해를 숨긴 밤하늘처럼

말 그대로의 이 모순처럼

어떤 것은 잊었거나 모르는 세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나를 알고도 모르도록 쓴다는 것

 

초인종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밤이 되었어

내가 앉아 소리 없이 노래하는

창문 밖에는 도심의 반딧불이 떼가 있지

네 어두운 얼굴에 비춰지는

몇 개의 점 점 점

침묵하는

둥그런 빛무리들

넌 마치 빛으로도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

어째서 너와 닿는 건 죄다 눈물일까

너는 대답하지 않고

나는 달아나고 싶어지지만

너는 찬성도 반대도 없지

그래서 여기 있는 건 오로지 나 같다

그러니 여기 있겠다

이 어둠 속

 

그렇게 말하는 순간

형광등이 쉴 세 없이 깜박였지

그것은 소방차 위 빨갛게 깜박이는 경광등 같았어

경고였지

경고라고

깜박이는 형광등은 내게 말을 걸고 있었는데

나는 형광등 심을 빼버린다

죽은 형광등과 죽지 않은 나

고장이 난 건 너야

말하지 않는 형광등

고장이 난 건 너야 너야 너야

말하는 나

언어로 써진 모든 것들이 지옥불의 연료처럼 느껴지고

이곳은 지옥이야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는

심장이 담긴 종이들을 아무리 꺼내봤자

담배 빤 것처럼 검게 타들어가

어떻게든 장작이 되지 오해가 진실이 되지 감염이 전부가 되지

어쩌면 흰 것보다는

이 검은 것들이 진실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거짓되고 싶었지

나는 죽어도 될 쓰레기가 아니고 싶었어

그러나 말할수록 어제보다 더 불어나는 지옥 속에서

어쩌면 나는 너보다 빨리 죽었어야 했다고

재빨리 다시 형광등을 끼우면

느리게 살아나는 초조한 형광등 불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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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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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을 해부하면 타오르는

무지개처럼 핏방울이 솟아오른다

내 두 손가락은 비둘기처럼

살로 짜인 방주를 두드리고

잠시 그녀는 수줍게 열렸다가

날 내보내고 닫힌다

칭얼대는 아기처럼 첨벙대며

떠내려가는 그녀를 붙잡으면

해골의 눈 속 고인 물의 색기

원효처럼 빠져드는 틈에

물뱀이 조금 벌린 입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기도가 되어버린다

썩은 물 맛이 익숙해질 즈음

나는 기도를 바가지 긁듯 긁어 역류한다

토하면서 시간을 감으면 어느새 에덴

선악과 씨를 심는 신의 천사들

사과처럼 벌거벗었다

물과 볕이 씨눈에게 음탕하게 젖어드는 순간

사과 표면을 핥고 깨물며 식물 아래에 시체를 묻었다

그 시체는 흘러나온 즙으로 번들거리는

약지 손가락 한 개

그녀가 마지막 신음을 하고

세계를 덮은 양수가 말라가는 중이다

그녀에게서 삐걱이며 쏟아지는 것을

에리 직톤의 눈으로 관람한다

모두 메말라 죽을 것들

마셔버릴까

이 편이 긴 기도의 끝을 명확하게 할 텐데

고페르 나무 향이 나는 그녀의 몸통에는

지문이 지나간 자리마다 배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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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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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아래 당신의 가죽은 정말 이상한 반짝임을 가졌다. 이끌려 다가갈수록 내 체온을 앗아간다. 그 반쯤 열린 눈은 비정할 정도로 나를 통과하고, 난 제발 당신에게 얼어 죽는 나를 봐달라고 소리친다. 무응답은 끓는 조바심을 일으킨다. 강한 바람을 헤쳐 차디찬 조각 같은 입술 안을 들여다보면 혀 위에 세워진 에덴이 있다. 그녀의 구취는 숨 막힐 정도로 신성하다. 난 나를 먹어치울 입구를 완전히 연다. 하나님이 보기 이로우시게 타락한, 아직은 흰 천사들이 자살을 하고 있군. 난 은밀히 배경에 휩쓸린 채 그녀와 같은 신성을 꿈꾼다. 내가 천사라면 당신은 나를 볼 수 있겠지. 그녀가 나를 볼 수 있게 눈이 오는 날 성당 이층 스테인 글라스 창을 열어주시길. 이름 모를 천사에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제목을 느낌대로 정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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