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 줍는 여자, 터미널 문제를 해결하다!' 일간신문에 그 여자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그리고 날마다 그 여자의 활약상이 지면을 장식했다. 그 여자는 하루아침에 청미시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사람들이 돌아버린 걸까. 그렇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신발가게 ‘다섯 발가락’의 주인인 빵떡모자 사내가 운동화를 다 꺼내고도 종이 박스를 안 주었다. 빵떡모자를 즐겨 쓰는 사내는 누구보다 점잖은 장사꾼이었다. 촐랑대기 잘하는 로또복권이 종이를 줄까 말까 장난을 치면 빵떡모자는 사람을 가지고 놀면 못쓰는 법이라고 타이르곤 했다. 새 물건이 들어오는 날이면 그 여자는, 끈을 자른 종이 박스에서 운동화나 슬리퍼 장화 따위를 꺼내기를 곁에서 기다렸다. 그러면 빵떡모자는 굳이 달라고 하지 않아도 선뜻 종이 박스를 내주었다. 로또복권하고 달리 차곡차곡 접어주기까지 하던 그가 다른 데 가보라고 등을 돌렸다. 주지 말라고 약을 올리는 로또복권한테 염병할 놈이라고 한방 먹이는 사이에 빵떡모자는 큼직한 다섯 발가락이 반짝거리는 진열장 안으로 사라졌다. 그래도 지지 않고 다섯 발가락을 향해 무어라 퍼부으려던 그 여자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빵떡모자가 없어진 자리에는 어느 새 만두가게, 편의점, 금은방, 빵집 여자들이 나와서 쑤군덕대고 있었다.
이년들아 뭘 봐!
그 여자가 소리치기가 무섭게 여자들은 앗 뜨거라 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정작 그 여자가 놀란 건 그 다음이었다. 여자들은 질겁하면서도 가게 밖에 쌓아두었던 폐지를 냉큼 집어 들고 가는 게 아닌가. 여태껏 이런 적은 없었다. 터미널 근방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 여자에게 순순히 폐지를 내놓았다. 감춘다거나 자기가 엿 바꿔먹겠다고 버텼다가는 그 여자한테 무슨 욕을 먹을지 몰랐다. 그게 무섭거나 귀찮아서라도 가져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던 장사꾼들이 폐지를 거두어들이다니! 그것도 그 여자가 빤히 보는 앞에서 말이다. 그 여자는 울고 싶었다. 여느 때 같으면 길바닥이 떠나가도록 악을 쓰련만 까닭 모르게 목이 잠겼다. 며칠 전 장바닥에서 초등학교 1학년짜리하고 마주 울었을 때처럼 울고 싶었다. 추어탕전문인 ‘토종마을’ 아들 꼬맹이가 느닷없이 종이 박스 할머니는 무섭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폐장 무렵이어서 종이 쓰레기가 넘치던 터라 무척 바빴는데, 그만 녀석이 우는 바람에 덩달아 눈물을 찍어냈다. 여든 살 먹은 그 여자의 엄마가 애가 뭘 몰라서 그랬노라고 다독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여자는 포장지를 깔고 앉아 울어버렸다. 엄마 말에 따르면 그 여자는 겨우 50살을 갓 넘었을 따름인데, 꼬마는 괴물같이 생긴 할머니가 무섭다고 징징거렸다. 그때는 할머니라고 불린 게 억울해서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빵떡모자 말고도 서너 군데서 같은 꼴을 당하고 나니 서러움이 복받쳤다. 고함을 질러도 통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그 여자가 청미시 시민들의 입질에 오르게 된 것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발견된 괴상한 서류더미 때문이었다. 터미널을 부수기로 한 그날, 그 여자는 행사의 주인공이었다. 대합실을 가득 채운 종이쓰레기 산을 오르며 그 여자는 엄마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 여자의 어깨밖에 안 차는, 팍삭 늙은 엄마는 ‘카메라년’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시장을 비롯한 행사 참석자들은 다들 깔깔거리며 웃는데, 단 한 사람 그 여자의 엄마만 안절부절 못했다. 그 여자는 엄마가 왜 불안해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엄마는 그 여자가 쓰레기 산에 올라가는 걸 몹시 싫어했다. 멍하니 누워 있다가 신문지 더미에 파묻히거나, 개한테 물릴까 봐, 엄마는 그 여자가 종이쓰레기 산에만 드러누우면 생매장당하고 싶냐고, 장작개비 같은 팔을 치켜들고 종주먹을 내질렀다. 실제로 고물상 수집 기계에 맞아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쇳덩이로 만든 거대한 집게손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폐지를 집어삼키려고 덤볐고, 그것도 모르고 잠들었던 그 여자는 머리통이 깨지기 직전에 깨어났다. 그날 엄마는 접어두고라도, 살인자 만들기로 작정했냐고 날뛰는 고물상한테 맞아죽을 뻔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종이쓰레기 산에 드러눕기를 그만두지 않았다. 하루 종일 종이를 줍는 데 시달린 몸이 거기에만 누우면 가뿐해졌다. 그 여자와 엄마의 종이쓰레기 산은 자동차 정비업소에 딸린 빈터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곳은 그들 모녀가 사는 단칸방보다 훨씬 아늑했다. 그 여자는 거기서 온갖 포장지를 집어 들고 상상의 세계로 빠지는 놀이를 즐겼다. 빵집 포장지에서는, 반죽을 한답시고 밀가루로 온몸을 하얗게 덧칠하는 시늉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분홍색 뾰족구두 사진을 손으로 쓸면서는,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언니로 변신한 자신이 환장하게 예뻐서, 팔다리를 폴짝거렸다.
이윽고, 종이쓰레기 산 정상에 오른 그 여자는 옷이 구겨지거나 말거나 철퍼덕 주저앉았다. 눈으로는 배꼽을 쥐고 웃는 사람들을 둘러보지만 손은 연신 발목을 주물러댔다. 생판 안 신던 구두를 신다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게다가 챙 넓은 모자는 눈을 가리지, 백합꽃 같은 원피스는 엉덩이를 실룩일 때마다 거치적거리지, 안하던 짓을 하자니 갑갑하기 짝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젖통을 가린 브래지어는 당장이라도 뜯어버리고 싶었다. 이게 다 카메라년 때문이었다. 그 년은 싫다는데도 억지로 원피스를 입히고 구두를 신겼다. 그 여자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천사 날개 같은 하늘하늘한 옷은 입어본 적이 없었다. 그 여자의 옷차림이란 일년 내내 한결같았다. 엄마가 잘라준 단발머리에 퍼런 스웨터와 종아리를 덮는 치마가 전부였다. 그 차림으로 그 여자는 엄마와 함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종이를 주우러 다녔다. 물론, 걷기에는 검정 고무신이 가장 편했다. 마음 같아서는 모자와 원피스를 훌러덩 벗어던지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이 많은 종이를 못 가질 터였다. 카메라년은 ‘폐지 전달식’의 주빈답게 시키는 대로 잘해야 종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구두를 벗고 발바닥을 문지르던 그 여자는 억지로라도 웃으려고 입을 벌리거나, 입술을 미죽거려 보았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할 때는 엄숙하던 사람들이, 자신을 손가락질하며 웃고 있었다. 그냥 뻣뻣하게 있자니 그렇고 덩달아 웃는 게 좋을 듯싶었다. 밑에서 카메라년도 바쁘게 오가면서도 웃어보라고 손을 까불대고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웃음이 안 나왔다. 허구한 날 길바닥을 쏘다니며 종이 내 놓으라고 버럭버럭 고함이나 지를 줄 알았지, 웃어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했다. 그리고 점점 울상을 짓는 엄마 때문에라도 여간 웃기가 힘들지 않았다.
돼지한테 진주목걸이를 걸어주는 게 낫겠어! 아예, 고릴라한테 웨딩드레스를 입히지 그랬어!
사람들의 외침을 그 여자는 똑똑히 들었다. 재미있어서 미치겠다는 사람들은 분명히 자신을 놀리고 있는 거였다. 터미널을 부수는 행사는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행사 참석자들은 발을 구르며 웃어댔다. 터미널에 미처 들어오지 못한 시민들은 출입문을 채우고, 유리창에도 얼굴이 빼곡했는데, 하나같이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여자는 폐지 전달식이 끝날 때까지 참기로 했다. 여느 때 같으면 득달같이 달려가 개쌍놈아 왜 웃어! 하고 쏘아주었을 터였다. 하지만 입술을 깨물고 욕을 안 하기로 했다. 이 많은 종이쓰레기를 가질 수 있는데 그 까짓 게 뭐 대순가!
터미널이 떠나가도록 왁자지껄하게 웃던 사람들에게서 웃음이 사라진 것은, 그 여자가 문제의 그 괴상한 서류뭉치를 읽으면서부터였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대던 사회자가, 이어서 폐지 전달식을 하겠다고 그 여자를 부를 때만 해도 웃음은 그치지 않았다. 그치기는커녕 사회자의 명령에 따라 일어서던 그 여자가 터미널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자, 카메라 플래시가 사방에서 터졌고, 마침내 웃느라 발작을 하던 사람들이 유리창을 깨기에 이르렀다. 유리창이 박살나고 문짝이 떨어져나간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눈을 가리던 꽃무늬 모자를 날려버린 그 여자가, 사회자가 부르는 대로 벌떡 일어나, 청미시 만세! 하고 세 차례나 손을 번쩍 들고 외치자, 사람들의 웃음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행사장 식순에 따르면 그 여자는 거기서 그쳐야 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속으로 정확하게 셋을 셌다. 그 다음부터는 카메라년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했다. 카메라년은 신신당부했다. 만세를 하고 나서 바로 내려오면 안 된다. 곁에 널린 서류뭉치를 집어 들고 힘껏, 폐지를 안 주는 아주 나쁜 놈한테 욕하는 것보다 더 힘껏, 청미시 시민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악을 써라. 행사장에 오기 직전까지 그 여자는 카메라년하고 연습했다. 두 팔을 번쩍 들고 청미시 만세를 지겹게 외쳤다. 그 다음이 중요했다. 팔을 내리자마자 잽싸게 집은 서류를 입이 닳도록 개처럼 짖어야 했다.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카메라년은 팔랑개비처럼 마구 팔을 휘둘러댔다. 연습한 대로 어서 떠들어대라는 거였다. 카메라년이 미쳤다고 여기면서도 그 여자는 서류를 집어 들고 외쳤다.
부패공직자 명단을 발표 하겠습니다!
그 여자는 건설 회사한테 돈 받은 공무원 이름을 줄줄이 읽어나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반응은 우와! 고릴라가 글을 읽을 줄 알잖아! 하고 신기해하는 정도였다. 마치 웃음잔치가 일찍 끝나 섭섭하던 참에 더 즐길 수 있어서 기쁘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다 뇌물을 건넨 사람들의 이름이 나오고, 탈세업체 명단이 밝혀지면서 행사장은 삽시간에 혼란에 빠졌다.
욕설이 터져도 눈도 깜짝하지 말고 계속 읽어나가라는 게 카메라년의 당부였다. 그 여자는 카메라년의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게 신기했다.
저 년을 끌어내! 계속하게 내버려둬! 확실하게 밝혀야지!
행사장에 참석한 사람들이 곳곳에서 목청을 높였다. 그 여자는 함께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갑자기 패가 갈려 싸우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그 여자는 사내들한테 끌려 내려올 때까지 세금 떼어먹은 놈들 이름을 카메라년을 보고 외쳤다. 원피스가 찢어졌지만 그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갑갑해서 미칠 뻔했는데,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청미시 시민들은 그 여자를 터미널 부수는 행사의 꽃으로 삼는 데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특히, 대합실에서 쌓여가던 종이쓰레기는 마땅히 그 여자의 몫으로 여겼다. 청미시에 먹칠을 한 터미널 문제를 해결한 공로를 따진다면 그 정도는 약과였다.
종이쓰레기가 대합실을 반이나 채웠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 그 여자는 터미널을 쓸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눈 뜨기가 무섭게 거리로 나서는 그 여자로서는, 터미널에 종이쓰레기가 쌓인다는 난데없는 소식은 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꾹 참았다가 엄마와 함께 찾아간 날, 과연 듣던 대로 터미널은 쓰레기로 넘쳤다. 대합실만 지저분한 게 아니었다. 버스가 드나드는 승강장은 말할 것도 없고, 매점 앞은 휴지통이 넘쳤고, 문짝이 떨어져나간 여행객 안내소는 아예 쓰레기로 꽉 찼고, 입마개를 한 매표소 여직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표를 팔았다. 그 여자는 종이쓰레기가 아무 데나 널렸다는 데 놀랐고, 그리고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일개미라고. 그리고 우리가 손 놓고 있으면 청미시가 엉망이 되는 법이라고. 언제나 그렇듯, 금쪽 같은 엄마 말씀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산처럼 쌓였구나, 저건 우리 거란다.
기쁨에 찬 탄성을 뱉은 지 1분이 지났을까. 엄마의 판단이 성급했음이 이내 드러났다. 엄마의 손이 신문지를 주우려는 찰나,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검정 구두가 신문을 먼저 밟아버렸다. 빨간 모자를 쓴 30살쯤 된 사내였다. 놈은, 턱짓만으로 꺼지라고 했다. 그게 터미널 회사 직원인 ‘터미널놈’과의 첫 만남이었다. 놈은 자신이 눈 뜨고 있는 한, 그 누구도 신문지쪼가리는커녕 코를 푼 휴지 조각도 집어갈 수 없다고 으르렁거렸다. 기가 탁 막힌 엄마는 구둣발에 밟힌 신문지를 빼려고 악착을 떨었다. 그러나 놈은 엄마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 빈 휴지통보다 가벼운 엄마를 달랑 들어서는 터미널 밖으로 고이 모셨고, 두 번 다시 오지 말라고 휘파람을 불며 등을 돌렸다. 종이 줍기를 수십 년 한 엄마도 그런 일을 겪기는 처음이었다. 그날부터 그 여자와 터미널놈과의 싸움이 시작된 셈이었다. 헌데, 그날 풍경을 구경한 건 여행객들만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후레자식인 터미널놈의 짓거리를 지켜봤다는 사내가 저녁에 찾아왔다. 나이는 터미널놈과 비슷했는데, 놈은 버스 회사 직원이었다. 한참이나 터미널놈을 욕한 ‘버스놈’은 기죽지 말고 종이쓰레기를 집어가라고 알랑거렸다. 한 놈은 손도 못 대게 하고, 한 놈은 주워가라고 성화라니, 누구 허락을 받고 종이를 주워본 적이 없는 그 여자로서는, 어떤 놈 말을 믿어야 좋을지 몰랐다.
그 여자한테 터미널 사정을 알려준 건 카메라년이었다. 터미널 사용료 문제로 터미널 회사와 버스 회사가 맞서고 있다는 거였다. 터미널 회사의 속셈은 밀린 돈을 다 받아낼 때까지는 결코 쓰레기를 치우지 않겠다는 거였다. 뿐만 아니라 사용료를 인상함으로써, 버스 회사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고, 이참에 본때를 보인답시고 대합실에 종이쓰레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었다. 아,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카메라년은 느닷없이 고구마처럼 생긴 이마를 치더니, 내일부터 당장 터미널로 출근하라고 다그쳤다. 맨날 비슷한 거만 찍어서 지루했는데, 잘 됐다, 좋은 그림 나오겠어. 두 모녀의 삶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카메라년은 터미널에서도 늘 하던 대로만 하라고 그 여자의 등을 떠밀었다. 그 여자는 다큐멘터리를 만든답시고 두 달째 붙어 다니는 카메라년이 이뻐서가 아니라, 종이쓰레기를 대합실에 버려뒀다가는 살맛이 안 나서라도 터미널에서 죽치고 살 참이었다.
터미널 대합실에 쌓인 쓰레기 산을 처리하는데 그 여자는 오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카메라년이 호들갑을 떤 이튿날부터 그 여자는 엄마가 당한 것보다 몇 배 더 앙갚음을 할 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수단을 쓰자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늘 하던 대로 그 여자는 먼저 오물이 질척대는 화장실로 쳐들어갔다. 그리고 워낙 꽉꽉 눌러 담아서 돌덩이나 진배없는 쓰레기통을 대합실 한복판에서 엎어버렸다. 그 여자는 오물 범벅이 된 휴지를 매표소 창구에 닥치는 대로 집어던졌다. 그리고 외쳤다.
미친년놈들아! 똥구덩이에서 구르니까 속이 시원하냐! 이게 돼지우리지 어디 사람이 머물 데냐!
터미널놈이 나타났지만 그 여자를 막을 수는 없었다. 화장실에서 잇달아 휴지통을 꺼내며 내팽개치는 그 여자한테 누구도 함부로 다가서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칫 잘못했다가는 얼굴이며 가슴팍에 똥칠을 하기 십상이었다. 터미널놈과 경비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부산을 떨었지만 그 여자를 말리지 못했다. 그 여자는 내친김에 자신을 빙 둘러싼 여행객들에게 말했다.
이게 쓰레기장이지 버스 타는 데야? 잘한다! 아이구, 속 시원하다!
구경하던 여행객들이 그 여자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여행객들의 응원에 힘을 얻은 그 여자는 매점 쪽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거기, 목표물인 종이쓰레기 산이 우뚝 서 있었다.
쓰레기는 여기 있으면 안 돼! 고물상으로 가야지!
그 여자는 여봐란 듯이 외쳤다. 그러자 대합실 여기저기서 옳소! 우리는 쓰레기가 아니다! 하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여자의 대합실 소동은 사흘이 못가 청미시 전체에 퍼졌다. 그 여자는 터미널놈한테 붙들려 나가면서도 끈질기게 쓰레기를 가져가겠다고 외쳤다. 그 여자가 경비원들한테 끌려 나가는 사진과 지저분한 터미널 소식이 날마다 신문에 실렸다. 여행객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도자기 축제를 한 달 앞두고 있는 청미시 시민들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었다. 악취 나는 터미널에 누가 찾아오겠는가 말이다.
종이 줍는 여자, 터미널 문제를 해결하다!
일간신문에 그 여자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그리고 날마다 그 여자의 활약상이 지면을 장식했다. 그 여자는 하루아침에 청미시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두 회사의 다툼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시민들의 분노가 빗발치자, 마침내 시장이 직접 개입했고, 낡은 터미널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 되었다. 오로지 종이쓰레기를 얻는 데 힘을 쏟은 그 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여자는 청미시의 골칫거리를 해결한 일등공신이 된 셈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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