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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오리지날맨
작가 : 이문영 날짜 : 2008.04.17

 

 



 

이문영


1.

 머리가 무겁다. 뇌의 반쪽이 식초에 절여져 시큼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조금 더 자라는 신호가 분명했다. 자고 싶었다. 자야 했다.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한 자세를 하고 잤던 탓일 수도 있었다. 나는 몸을 뒤척여 옆으로 돌아누웠다. 자세를 바꾸자 짜릿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정신이 육체를 뚫고 튕겨져 나갈 것 같은 아찔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기분을 만끽할 처지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모기 소리처럼 들리던 어떤 소리가 점점 모양을 갖추고, 의미를 띠고 귀를 파고 들어와 뇌를 자극했다.

 “달아나세요.”

 달아나? 어디로? 아니 그보다 왜? 달아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눈을 떴다. 하얀 방이다. 누군가 곁에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무도 없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하자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다. 온몸이 심하게 매질이라도 당한 것처럼 아팠다.

 “으으…….”

 저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왔다.

 “박상현 씨, 깨어나셨습니까?”

 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는데도 힘이 꽤나 들었다. 역시 하얀색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 단순한 모양의 방이었다. 병원침대처럼 생긴 침대 이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긴 어디죠?”

 신음 소리를 들은 것이라면, 아무튼 말을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질문을 던졌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허공에 이야기하려니 매우 쑥스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몸이 많이 아플 겁니다. 일반적인 부작용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역시 말을 듣고 있었다. 덕분에 좀 안심이 되어 다시 침대에 몸을 누이고 말했다.

 “마취에서 풀려난 것 같은 겁니까?”

 “그렇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계십시오. 곧 건강검진을 실시하겠습니다.”

 “전쟁은, 전쟁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답변이 없었다. 할 말만 하고 일방적으로 대화를 끊은 것이다. 나는 “죽일 놈의 관료주의.”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무 상관없었다. 이제 시간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건강검진을 한다고 했으니 의사, 최소한 간호사가 들어올 것이다. 그때 물어봐도 상관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이렇게 깨어있다는 것이 바로 전쟁이 끝났다는 의미였으니까.

 잘 만큼 잤을 텐데도 눈을 감고 침대에 있자니 잠이 솔솔 쏟아졌다.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다시 들었다.

 “달아나세요.”

 희미한 소리였지만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달아나라고? 어디로? 왜?

 “달아나세요.”

 소리는 지치지도 않고 유혹하듯이 속삭였다. 눈앞에 그 사람이 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상현은 밀어 올려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떼어냈다.

 “일어나셨군요.”

 감염방지복처럼 보이는 흰색 옷을 입고 입까지 마스크로 가려 눈과 눈가의 자글자글한 주름만 보이는 사내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쩐지 아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쳐서 몸을 움찔하곤 말았다.

 “아아, 네. 일어났습니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여전히 통증이 밀려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 말았다.

 “몸이 막 땅기죠? 경직이 아직 풀리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지금 근육이완제를 투여 중이니 잠시 후에는 괜찮아질 겁니다.”

 목소리도 귀에 익었다. 누구지? 아는 사람인가? 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의사는 없다.

 “전쟁은 어찌 되었죠?”

 세상에는 비슷한 사람이 많은 법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문제를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전쟁이라뇨? 전쟁은 없습니다만…….”

 “전쟁을 몰라요? 세계3차대전 말입니다.”

 “그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전쟁을 모른다는 건 전쟁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내가 깨어났다는 것 자체가 바로 전쟁이 끝났다는 의미였다. 다시 졸음이 밀려왔다. 왜 이렇게 자꾸 졸린 걸까? 원래 이런 건가?

 “근육이완제 때문에 잠이 올 겁니다. 편히 주무세요.”

 “지금 몇 년이죠?”

 의사가 뭔가 말했다. 하지만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의사의 목소리가 아버지와 꽤나 닮았다는 생각을 끝으로 나는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예외 없이 달아나라는 그 말을 들으며 다시 잠에서 깼다.

 다행히 이제 몸이 아프지 않았다. 다만 왼쪽 종아리가 조금 당기듯이 아팠다. 만져보니 어딘가 긁힌 것처럼 생채기 비슷한 것이 보였다. 뒤척이다가 철제 침대의 난간에 긁히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나는 얇은 면으로 만들어진 담요를 걷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병원 침대마냥 높은 침대라 내 다리는 바닥에 닿지도 않았다. 어린 시절처럼 다리를 흔들며 이곳이 어디일지, 전쟁을 왜 모른다는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보통 전쟁이 아니었다. 세계3차대전.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는 엄청난 전쟁이었다. 그리고 인류생존프로젝트로 기획된 냉동인간. 그거였다. 냉동인간. 나는 인류생존프로젝트에 선발된 한 사람으로 냉동인간이 되었다. 그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내가 동일 직종에 근무하는 후보 수십만 명 중에서 선발된 것이다.

 전쟁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대로 중동에서 발발했다. 전 세계는 이념과 종교와 지역으로 나뉘어 전쟁에 돌입했다. 만일 한 국가라도 핵을 사용한다면 연쇄적인 보복으로 인류가 절멸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만에 하나라도 핵이 사용될 경우 인류가 생존할 대책이 필요했다. 단순히 인간의 이성에 인류의 생존을 맡기기에는 너무나 불안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건강한 남녀를 선발해 냉동인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시행되었다.

 핵이 사용되지 않으면? 그런 경우 냉동으로 자신들의 시간을 희생한 대상자에게는 막대한 보상이 약속되었다. 건강 정보는 이미 국가에 의해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건강한 남녀를 선발하는 데 따로 시간이 걸릴 일은 없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선발은 강제적으로 집행되었다. 선발에 반발한 사람들도 없진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큰 불만이 없었다. 해동 시 실패율은 1% 미만이었고, 애인도 가족도 없는 나는 이런 일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내 불만이라면 보상금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내가 깨어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내 보상금에는 얼마나 많은 이자가 붙었을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고 말았다.

 달아나는 것이 옳았다. 누군가가 이 아둔한 머리를 깨우쳐주려고 노력한 것이다. 왜 그 생각을 미리 하지 못한 것일까? 나는 방안을 얼른 둘러보았다. 무기가 될 만한 것은 없을까? 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이 하얀 방에는 단지 환자 침대처럼 생긴 단순한 모양의 침대가 있을 뿐이었다. 담요도, 시트도 무기가 될 리 없었다. 링거 병을 꽂는 알루미늄 막대조차 없었다. 마음이 조급해질 뿐 아무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 벽면이 갈라지듯이 문이 열렸다. 그러고 보니 여긴 밖으로 나갈 문 손잡이도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왜 여태 몰랐을까? 여긴 감옥이었던 것이다.

 “잘 주무셨습니까? 몸은 어떻습니까?”

 딱딱한 말투였다. 40대도 넘어 보이는 사내가 내게 존댓말을 쓰는 것도 신경에 거슬렸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전 이제 스물일곱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혈액 검사를 좀 해야 합니다. 침대에 누우시지요.”

 의사는 내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로. 실험동물. 모르모트. 그런 단어들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믿을 것은 내 몸뚱이뿐이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해서 내가 도수 높은 안경에 비리비리한 몸을 가진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만일 그랬다면 애초에 인류생존프로젝트에 선발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아무 문제없이 의사를 제압할 수 있을까? 더구나 이 방의 소리는 모두 감청되고 있을지도 몰랐다. 조용히 의사를 제압해야 했다. 그게 가능할까?


2.

 가능하지 않았다. 나는 있는 힘껏 주먹을 쥐었지만 차마 의사를 때리거나 할 수가 없었다. 의사는 내가 주먹을 꽉 쥐고 있자 긴장해서 그런 줄 알고 나를 달랬다.

 “아프지 않으니 긴장하지 말고 힘을 빼세요.”

 나는 좀 더 솔직해져 보기로 했다.

 “내가 누군지 아시나요?”

 “물론이죠. 박상현 씨 아닙니까?”

 “이름말고요! 제가 누군지 아시냐고요!”

 의사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차트를 두고 와서……. 자기가 누군지는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알지 않습니까?”

 “여긴, 여긴 어딥니까?”

 “메디 구역이오.”

 “난 아프지 않아요. 왜 여기에 데려다 놓은 거죠?”

 의사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별걸 다 묻는다고 웃는 것 같았다.

 “그건 우리가 판단할 문제죠.”

 난 참을 수 없어서 고함을 빽 지르고 말았다.

 “난 아프지 않다니까요!”

 의사는 조금 당황한 모양이었다. 반걸음 물러서더니 난처한 어조로 말했다.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신경이 좀 날카로운 모양이니 잠시 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뒷걸음치는 의사의 팔을 붙잡았다.

 “뭘 숨기는 거죠?”

 의사는 재빨리 팔을 뿌리쳤다. 의사의 감염방지복 같은 옷은 제법 미끄러워서 나는 맥없이 팔을 놓치고 말았다. 의사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는가 싶더니 문이 미끄러지듯이 벽 안으로 밀려들어가면서 열렸다. 나는 의사를 밀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더 이상 여기에 갇혀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좌우로 하얀 벽이 펼쳐져 있었다. 검은색 선으로 표시된 문 위에는 은색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번호들이 붙어있었다. 감방의 번호? 아니면 정말 병실의 번호인 것일까?

 “박상현 씨, 박상현 씨!”

 의사가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잡혀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오른쪽으로 뛰었다. 어딘가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었을 것이다. 아니, 어딘가 다른 층으로 가는 계단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찾을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 내게는 튼튼한 다리가 있었다. 눈가가 자글자글한 주름으로 가득한 중늙은이 하나를 따돌리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어느 틈엔가 의사는 무릎을 짚고 서서 더 이상 나를 쫓아오지 못했다. 그가 다른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드는 것을 보고 나는 더 빨리 달려 모퉁이를 돌았다. 그때였다. 문 하나가 열렸다.

 “여기요!”

 그 목소리. 꿈속에서 듣던 그 목소리였다. 주저할 틈이 없었다. 나는 그 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문이 닫혔다. 방 안은 어두웠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 방에서도 전등 같은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천장 자체가 발광하는 시스템이었던가? 하긴 스위치도 본 적이 없었다.

 나를 부른 상대는 철제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자그마한 체구였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도 여자 같았다. 나와 같이 냉동되었던 여자들이 생각났다. 그 여자들 중 하나일까? 황망한 중이었지만 목소리를 최대한 다듬어서 물었다.

 “누구십니까?”

 상대는 킥킥 웃었다.

 “전 철수라고 해요.”

 꼬마였구나. 아직 변성기도 지나지 않은. 이런 꼬마가 내게 어떻게 메시지를 전한 걸까? 오만가지 의심이 마음속에 피어올라 담배연기처럼 번져나갔다.

 “넌 누구냐? 여긴 어디고?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지? 여긴 병원이냐, 감옥이냐?”

 철수가 히죽 웃는 것 같았다.

 “불을 좀 켤 순 없냐?”

 “안 돼요. 불을 켜면 우리 위치가 노출되잖아요.”

 “노출돼? 누구한테?”

 “센터 요원들, 아니면 처형로봇한테요.”

 센터. 그랬구나. 여전히 센터였구나. 모양이 변한 걸까? 아니면 내가 모르던 곳일까? 처형로봇은 또 뭐지? 하지만 문제는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그게 프로그래머식이니까.

 “그럼 여기가 생명보존센터냐?”

 “네? 아닌데요? 여기는 도시보존지휘센터에요. 그냥 센터라고 불러요.”

 처음부터 그렇게 이야기해줬으면 좋았잖아. 역시 어린애라 그런 생각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나는 차근차근 물어보기로 했다.

 “지금 몇 년인지 아니? 서기로.”

 “서기가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2127년이에요.”

 순간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척추를 따라 한기가 올라와 뒤통수가 얼얼해질 지경이었다. 내가 살던 시대에서 근 백년이나 지났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네가 나보고 도망치라고 한 거지?”

 나는 잠시 망설였다. 어떻게 그랬는지가 궁금하기도 했고, 왜 그랬는지도 궁금했다. 나는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부터 물어보았다.

 “음……. 설명하기 좀 어려워요. 여기서 그런 건 아니에요. 아저씨 방으로 통하는 관이 있는 곳에서 했던 거예요.”

 “거긴 어디지? 갈 수 있니?”

 “아저씨는 못 가요.”

 데려갈 수 없는 비밀 아지트라는 뜻일까?

 “좁아서 아저씨 몸은 못 들어가요.”

 “흠……. 그럼 나보고 왜 달아나라고 한 거야? 누가 시킨 건가?”

 “네. 아버지가 부탁을 했어요.”

 이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버지는 누구……. 아니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지?”

 “조금 기다리면 될 거예요. 여기 있으면 돼요.”

 철수는 침대에서 내려서더니 방구석으로 가서 발을 세게 굴렀다. 보이지 않던 선이 나타나는 것 같더니 포석이 살짝 튀어나왔다. 철수는 그것을 들어올렸다.

 “나도 그리로 가야 하니?”

 철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는 못 나가요. 나도 간신히 지나갈 수 있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그곳은 환기구와 배선통로였다. 어린아이밖에는 통과할 수 없는. 철수가 그대로 그곳으로 들어가려 해서 내가 황급히 물었다.

 “잠깐만. 내가 이리 올 줄 어떻게 알았지? 내가 이쪽으로 오지 않았으면 어쩌려고 했던 거야?”

 철수는 이미 몸을 반쯤 집어넣은 상태였다.

 “전 몰라요. 그냥 여기서 기다리면 아저씨가 올 거라고 했어요. 그럼 이따 봐요.”

 물어볼 게 많았지만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하는 동안 철수는 벌써 포석을 닫아버렸다. 바닥에 검은 선이 남는가 싶더니 금방 아무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이제 어둑어둑한 방안에 나 혼자 남았다. 2127년이라는 숫자와 함께.


3.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핵전쟁이 없었다면 나는 왜 이렇게 늦게 깨어난 것일까?  인류생존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다른 사람들은 다 깨어났는데, 나만 어떤 착오로 깨어나지 못했던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해봐야 둘 뿐이긴 하지만-은 누구일까? 인류생존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후손일까? 아니면 핵전쟁 없이 살아남았던 사람들일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그리고 너무나 조용했다.

 도망을 쳤다. 나는 도망을 쳤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한 거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아마 조금만 더 아무 일도 없이 시간이 흘렀다면 나는 벽을 두드리며 “내가 여기 있다! 날 잡아가라!”라고 외쳤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때 다행히도 문이 열렸다. 처음엔 의사가 다시 들어온 줄 알았다. 같은 모양의 감염방지복. 비슷한 체형. 그리고 마스크 위로 보이는, 무엇보다도 비슷해 보이는 눈매. 하지만 좀 더 젊은 친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글자글한 주름은 없었고 그저 나보다 조금 나이가 더 들어보였다.

 “이리 들어가십시오.”

 그는 속삭이듯이 말했다. 의사와 목소리도 비슷하다. 그가 가리킨 것은 파란색의 둥근 플라스틱 통이었다. 내가 들어가도 될 만큼 커 보이긴 했다. 하지만 선뜻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건 혹시…….”

 사내는 거리낌 없이 말했다.

 “네. 쓰레기통입니다. 센터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사내는 누가 엿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속삭이고 있었다. 다른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 사내를 믿어볼 수밖에. 다행히 쓰레기통 안에 악취는 없었다. 금방 만들어진 플라스틱 냄새가 날 뿐.

 어디론가 흔들리며 이동하는 동안 나는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흔들리는 것에만 타면 잠이 드는 체질이기는 했지만, 어쩌면 생사가 걸린 순간일지도 모르는데 잠이 들어버렸다니, 나도 참 어이가 없었다.

 쓰레기통의 뚜껑이 열리기 전에 정신이 들기는 했지만 단지 눈을 껌벅이고 있어 봐야 입가에 침을 흘린 한심한 내 꼬라지만 보여줬을 것이다. 아마 눈도 벌겋게 충혈된 상태였겠지. 그 벌겋게 충혈된 눈에 마주친 눈동자는 감염방지복 마스크 위의 그 검정 눈동자였다.

 “이제 안심해도 됩니다.”

 하지만 사내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지막했다. 나는 쓰레기통 안에서 몸을 일으켰다. 여긴 어딜까? 아까 그곳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누추해 보였지만 그곳은 내가 평소 알고 있는 것 같은, 어쩌면 내가 냉동인간이 되기 전의 내 방처럼 보였다. 커다란 책상, 그 위의 모니터와 컴퓨터. 지난 백 년 동안 컴퓨터는 거의 발전하지 않은 것 같은 외양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책, 비닐 봉투, 간식거리의 잔해, A4 용지, 멋대가리 없이 커다란 머그잔 등등.

 “여긴 어딥니까? 아니, 누구시죠? 철수 아버지라는 분입니까?”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안전한 곳인가요?”

 사내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쓰레기통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사내는 나와 키가 비슷했다.

 “그 옷은 이제 벗어도 되지 않나요? 안전한 곳이라고 했잖아요.”

 사내는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대신 내게 구석에 있던 의자를 가져다주었다. 내가 그 의자에 앉자 그도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가 말했다.

“반갑습니다. 오리지날 맨. 저는 반군 소속의 김영호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가 나를 뭐라고 부른 건지, 자신을 뭐라 말한 건지 못 알아들었다. 반군?

 “무슨 뜻인가요? 그게?”

 영호는 웃었던 것 같다.

 “하긴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죠. 우선 이걸 보면 안심이 좀 되겠죠? 상현 씨 가방입니다.”

 내 가방. 내 짐. 인류생존프로젝트에 들어갈 때 맡겼던 것이다. 열어보니 그때 그 물건들이 그대로 들어있다. 내 노트북. 내 시디들. 내 수첩과 내가 좋아하는 옷가지. 간단한 연장들. 모두. 노트북은 물론 켜지지 않았다. 전원을 연결한다고 켜질지 의문이었지만 그걸 보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처음부터 다 이야기해주세요. 내가 냉동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부터.”

 “그러죠. 결국 핵전쟁이 일어났어요. 지상에서는 백 개도 넘는 핵폭탄이 터졌다지요.”

 “지상에서는?”

 “네. 여긴 지하세계에요. 세계라기에는 달랑 도시 하나인 거지만.”

 영호는 자조적으로 짧게 웃었다.

 “그래서 그 뭐라든가, 인류생존프로젝트인가가 작동하게 되었대요. 그런데 핵공격의 여파로 전원 공급이 끊어지고 말았다죠. 인류의 다음 세기를 위해 보존하던 수많은 자료들도 상당수 파괴되었습니다. 생존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도 단 한 사람만 빼고는 모두 사망하고 말았다는군요.”

 단 한 사람? 나?

 “그게 말이 돼요?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뭐죠? 다 로봇이요? 영호 씨도 로봇이고, 센터의 의사도 로봇이고 거기서 만난 꼬마, 철수도 로봇이란 말이에요?”

 흥분한 나머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물론 진짜 그들이 로봇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간단한 명령을 집행하는 로봇은 있지만 이렇게 인간적으로 생기고 움직이는 로봇은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영호가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그럴 리가요. 우리는 모두 피와 살이 있고 감정이 움직이는 사람이죠. 상현 씨 같은.”

 말을 마친 그가 천천히 마스크를 벗었다. 나는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나였다.

 뒤로 물러나다가 의자에 걸려 쓰러졌다.

 “괜찮습니까?”

 “오지 마! 오지 마!”

 주저앉은 채 뒤로 물러났다. 그때 삐꺽 소리가 나며 방문이 열렸다.

 “나 왔어요! 그 아저씨도 왔어요?”

 철수가 돌아온 모양이었다. 마음속에서 ‘돌아보면 안 돼!’라는 외침이 일었지만 고개는 반사적으로 문소리가 난 곳으로 돌아갔다. 거기 있었다. 어린 시절의 내가.

 “으아아악!”

 나는 무릎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비명을 질렀다.

 “이 아저씨, 어디 아파요? 하긴 센터의 메디컬 구역에 있을 때 알아봤지만…….”

 “진정하세요. 놀랄 일도 아니잖아요. 모든 사람이 죽고 남은 사람은 한 명뿐이었으니까요. 이 모든 일은 계획대로 집행되었던 거죠. 생각나십니까?”

 계획대로 집행? 무슨 계획?

 “모르셨군요. 생존자가 세 쌍 이하가 될 경우에는 인류 생존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 적정 숫자가 되기 전에는 냉동을 해제하지 않고 유전자 복제에 이용한다는 조항이 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었죠.”

 생각났다. 그놈의 깨알 같은 글자로 적혔던 책자로 된 계약서! 그걸 누가 다 읽어본담?

 “잠깐, 잠깐만. 그럼 여기에 나와 똑같은 얼굴의 사람들이 드글드글대고 있단 말이요?”

 나는 여전히 영호라는 내 복제 인간을 쳐다볼 수 없었다. 그냥 고개를 무릎에 처박은 채 말했다.

 “그렇습니다. 모두 같은 얼굴이죠. 그래서 가면이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랍니다.”

 “모두 얼마나 되는 사람이 살고 있죠?”

 “남자가 1만 5천쯤, 여자가 1만 5천쯤으로 되어 있죠. 남녀 성비를 꼭 맞추기 위해서. 물론 공식적인 수치가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자? 뭐야, 아까 살아남은 사람은 나 하나뿐이라고 했잖아요!”

 깜짝 놀란 나머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말았다. 빙긋이 웃는 내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더 놀란 나는 다시 얼굴을 묻었다.

 “살아남은 게 나 하난데, 어디서 여자가……. 그래, 당신은 철수 아버지라고 했잖아? 남자밖에 없는데 아버지라니……. 처음부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 이런 미친 놀음을…….”

 “처음에는 남자들밖에 없었죠. 그러자 사회에 큰 혼란이 일어났습니다. 어디를 가나 같은 얼굴의 남자들만 가득 찬, 그것도 같은 나이의 세상. 사건, 사고, 시비와 폭행이 그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행히 ‘퓨처’에게는 자가수정프로그램이 들어있었죠.”

 “퓨처? 퓨처가 뭐죠?”

 곁에 있던 영호가 물러나서 의자에 앉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후, 역시 계약서는 전혀 보지 않았군요. 퓨처는 인류생존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컴퓨터입니다. 컴퓨터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지금은 이 도시의 유지도 담당하고 있죠. 실제로는 이 도시를 다스리고 있다고 해야 할 겁니다.”

 말을 들으니 그건 기억이 났다. 그 인공지능의 이름이 ‘퓨처’라는 것만 몰랐을 뿐이다. 내 직업도 프로그래머였던 만큼 그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을 수 없었다. 자가수정프로그램의 로직이 어떤 것인지 물어보기도 했었다. 진행 요원들 중에 프로그래머가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만일의 경우에도 철저히 대비가 되어 있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퓨처는 여자를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남자의 염색체는 XY이므로, XY염색체에서 X염색체를 분리한 다음 XX염색체를 만든 것이죠.”

 그럼 내가 나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한다는 말인가? 그래도 되는 건가? 바닥이 빙빙 돌고 천장이 빙빙 도는 것만 같았다.

 “아저씨 많이 아파요?”

 내가 나를 위로한다. 아니, 어린 내가 큰 나를 위로한다.

 “저리 가!”

 나는 어린 나를 밀어버렸다. 나는 몰랐다. 이런 일인 줄 알았다면 나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만 5천 명이나 있는 도시라니? 더구나 나를 닮은 여자까지? 철수가 꽈당 소리를 내고 엎어졌다.

 “아야, 아파라. 저 아저씨 왜 저래요?”

 나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나 좀, 나 좀 혼자 있고 싶어. 나 좀 내버려 둬…….”

 처음으로 영호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럴 시간이 없어요. 우리에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요.”

 남은 시간? 무슨 남은 시간?

 “잠깐만, 생존프로젝트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었어요. 다른 도시 중에, 아니 다른 나라에라도 생존자가 없단 말인가요?”

 이 넓은 지구에 나만 살아남았단 말인가? 내가 그렇게 엄청난 행운아라고? 로또도 한 번 당첨된 적이 없는 내가? 아, 그렇지. 인류생존프로젝트에는 당첨되었구나.

 “퓨처는 그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퓨처는 지상의 방사능이 전혀 제거되지 않다고 이야기해요. 그래서 지상으로 나가는 것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나갈 수 있는 곳은 센터밖에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통로를 찾지 못했죠. 유일한 통로인 환기통로도 수직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기어 올라갈 방법이 없고요.”

 있다 한들 철수 같은 어린아이가 올라갈 수 있는 길이도 아닐 것이다.

 “퓨처가 말하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나요?”

 영호는 컴퓨터 같은 기기를 켰다.

 “인터넷이 됩니까?”

 “인터넷이요? 그게 무슨 말이죠? 이걸로 도시통신망에 연결이 됩니다.”

 용어는 모를 수도 있다. 인터넷을 도시통신망이라 부르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컴퓨터라 생각한 것은 매우 괴상한 물건이었다. 일종의 통신단말기 같은 것으로 도시 내 연결망만 접속이 가능한 특수한 기기였다. 제한된 정보, 검열된 정보, 조작된 정보밖에 들어올 수 없을 것은 분명했다. 악플도 없었지만 정보도 없었다. 시대가 백년이나 지났는데 통신만은 교과서에나 나오던 백 년 전의 것 같은 게 사용되고 있었다. 확실한 것을 하나 알았다. 이 세계에는 과학상의 진보는 전혀 없었다는 것. 대충 통신망을 둘러본 뒤 퓨처가 제공하고 있는 정보를 보았다. 도시 외곽의 방사능 정보.

 나는 웃어버릴 뻔했다. 이건 잘못된 정보일 게 너무나 분명하잖은가? 핵폭탄이 떨어진 사흘째부터 수집된 정보에는 한 달 후부터 전혀 변하지 않은, 소수점 세 자리까지 똑같은 정보가 쭉 나열되어 있었다. 외부탐색정보도 마찬가지. 모든 정보는 동일했다. 외부 도시, 외부 생명체, 외부 인간, 외부 통신……. 그 어느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4.

 

 

그것이 나를 깨운 이유였다. 단지 DNA의 공급체로써만 존재했던 나는, 사실은 이 도시의 유일한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그리고 이들 ‘반군’은 내가 필요했다.

 이 도시의 인간에게는 본래 생식능력이 없다. 때가 되면 퓨처는 생식을 할 수 없게 수술을 한다. 동일교배에 의한 열성유전자 발현을 두려워한 것이다. 동일 유전자 집단이라는 특수 상황에서도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저 규정도 소수의 남녀가 살아남은 경우 적용하려고 만들어졌던 것일 게다. 그러나 아무리 기계라 해도 실수는 있는 법이다. 때문에 임신을 한 여자는 …… 처형되었다고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입장에서는 임신할 수 없는 사람이 임신했다는 것은 그저 버그가 발생한 것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처형로봇을 보내 임신한 여자를 죽여 버린 것이다.

 “어떻게 사람들을 구분하지요?”

 DNA가 동일한 사람들이다.

 “지문과 홍채는 DNA가 같아도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아기가 ‘만들어지면’ 그 정보를 기초로 해서 칩을 삽입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어디에 있든지 추적이 가능하죠.”

 하지만 아기를 가진 부모가 그대로 죽을 리는 없었다. 칩을 빼버리고 달아나서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생겼다. 하지만 처형로봇을 피한다 해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아기를 낳는 것은 매우 위험해서 출산 후에 죽는 여자도 많았다고 한다. 철수의 엄마도 그렇게 죽었다고 했다. 아무튼 그리하여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하도시의 자원은 뻔한 것이고, 인구는 통제되지 않고 있었다. 칩이 없는 사람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칩을 가진 사람들의 자원을 빼앗는 것뿐이었다. 내가 나를 죽이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자원을 늘리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대체 사람들은 뭘 한단 말인가? 영호의 대답은 간단했다.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르죠.”

 내가 시인에 가수가 되었다고?

 “우리한테는 남은 게 별로 없어요. 나무라는 게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그걸 직접 본 적도 없어요. 종이도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기 위해 조금 배급되는 게 전부죠.” 

 파괴된 문명. 반쪽짜리 문명만 이곳에 남았다. 이들은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노예 아닌 노예로, 마치 가축처럼 사육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육의 공간에서 밀려난 이들이 반군이었다. 말이 좋아 반군이지, 그냥 좀도둑일 뿐이었다. 생존을 위협하는 좀도둑.

 지도자가 인간이었다면 어떻게든 평화로운 공존의 방법을 어떻게든지 찾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도시의 지도자는 융통성 없는 인공지능이었다. 그리고 ‘만들어진’ 인간들이건 '태어난' 인간들이건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물론 위기감은 우리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칩을 가진 사람들, ‘만들어진’ 사람들도 이런 식으로 가다간 공멸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죠. 하지만 우리는 퓨처를 제어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어떤 방법도 동원할 수가 없었어요. 이때 퓨처가 당신을 깨우기로 했다는 걸 알게 되었죠.”

 “퓨처는 왜 날 깨우기로 한 거죠?”

 “반군이 생겨난 것은 ‘오리지날 맨’에게 성격적 결함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거죠. 상현 씨를 깨워서 어떤 경우에 난폭성이 발현되는지 체크해보고 싶어했어요. 이 사실을 안 사람은 마침 우리와 연락이 닿는 ‘협력자’였죠. 그래서 우리는 당신을 빼돌리기로 결정한 거죠.”

 “의사를 포섭하면 좋지 않았을까요?”

 “그게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퓨처는 어려서부터 확실한 세뇌교육을 시키거든요. 사람들은 우리 반군을 난폭한 범법자로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 의사의 역할은 상현 씨에게 불확실한 정보를 주고 상현 씨에게 분노를 일으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죠. 그 방을 빠져나오는 건 오직 상현 씨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었죠.”

 나는 사실 이들이 ‘난폭한 범법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그걸 지적하지는 않았다.

 “그럼 내게 달아나라고는 어떻게 이야기한 건가요?”

 “센터의 각 방에는 모두 환기조절이 되는 관이 깔려 있습니다. 그 관들은 모두 중앙 환기 시설에 연결되어 있죠. 우리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각각의 환기 구멍이 어느 방으로 연결되는지 파악해 두었지요. 그리고 철수를 시켜서 의사가 없는 시간에 메시지를 전달하게 한 겁니다. 그 통로를 이용해서 센터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데 통로가 매우 작아서 철수 같은 아이밖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배가 고팠다. 먹을 것이 있는 걸까? 평생 먹어본 중 가장 맛없는 수프가 나왔다.

 “퓨처에게 꼬리를 잡힌 적은 없나요?”

 “아직은…….”

 “칩을 빼내는 방법은 뭔가요?”

 방법은 간단했다. 칩이 있는 곳을 째서 꺼내면 되었다. 당기던 왼쪽 종아리. 내 칩은 거기 있을 것이다. 마취제도 없이 그걸 꺼내야 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었지만 나는 칩을 꺼내달라고 했다.

 “이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상현 씨에게 넣은 칩은 진짜가 아닙니다.”

영호는 칩을 꺼내는 것을 반대했지만, 나는 끝까지 칩을 꺼내야 한다고 고집했다. 나는 이렇게 순진한 사람들이 아직도 꼬리를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5.

 

 하지만 나는 칩을 꺼내지 못했다. 종아리에 칼을 살짝 찌른 것만으로도 너무나 아파서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이런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런 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여기 온 지 몇 시간이나 되었죠?”

 영호가 시계를 들여다보고 말했다.

 “두 시간 반 정도…….”

 우리는 바로 달아나야 했다. 이미 늦었을지도 몰랐다. 우리는 조용히 창밖의 동정을 살펴보았다. 잠시 후 나는 처형로봇이라는 것의 정체를 볼 수 있었다. 여태 내가 틀렸다고 주장하던 영호도 결국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퓨처는 어리석은 인간들을 모두 속인 것이다. 반군의 지도자들을 잡기 위해서. 내가 오른쪽으로 달아날 것을 퓨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나라는 인간을 몇 만 명이나 관찰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행동 양식 정도는 훤히 꿰뚫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내 난폭성 따위를 알아내고자 했다고? 그런 말에 속았단 말이냐? 퓨처는 내가 무사히 센터에서 나갈 수 있게 모든 조치를 취해 놓았고(심지어 경고도 울리지 않았다) 반군과 협자는 그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뿐이었다.

 처형로봇은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진 곤충처럼 생겼다. 생명체를 감지하는 더듬이도 붙어있었다. 뾰족 튀어나온 주둥이 같은 것이 총이라고 했다. 여섯 개의 다리를 이용하면 어떤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천장에도 붙어 다닐 수 있다는 것. 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인간을 만나면 죽인다는 간단한 코드만 들어있다는 게 문제였다. 다만 사격 반경 안에 칩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총을 발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의 판단력은 단순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와 함께 있는 한은 안전한 거군요. 나는 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저것들이 그렇게 인식하는 한은 우리를 공격할 수 없겠군요.”

 영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이 칩을 가진 사람을 죽일 수 없는 것은 아니에요. 특정 칩의 주인에 대한 처형 명령을 내리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어요.”

 “그럼 저것들은 바로 공격을 하지 않고 뭘 기다리는 걸까요?”

 “사람들이 더 모이는 것을 기다리고 있겠죠. 저들이 원하는 건 일망타진이니까요. 밤이 되면 이곳으로 반군 지도자들이 모두 모일 겁니다.”

 “빠져나갈 방법은 정말 없나요?”

 “철수가 나갈 수 있는 통로밖에는 없습니다.”

 “이제 와서는 쓸모없는 말이지만 그런 통로는 미리 만들어놓으면 좋지 않습니까?”

 영호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힘없이 말했다.

 “우리는 건축을 몰라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들을 이용할 뿐이죠.”

 어쩔 수 없는 것을 한탄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밤의 약속 시간까지 다섯 시간이 남았다. 그래, 그 정도면 충분했다. 나는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연결했다. 켜진다면 살아남을 것이다.

 다행히 컴퓨터는 아무 이상 없이 켜졌다. 백 년을 작동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마치 어제 꺼놓은 컴퓨터 같았다. 단말기 선을 분해해서 랜 케이블에 연결했다. 두 가지는 같은 기술에 기반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결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단말기 프로그램도 하이퍼 터미널을 이용해서 접속하자 문제없이 떴다. 퓨처는 유닉스의 파이선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으므로 역컴파일하여 구조를 알아보는 것도 어렵지는 않았다. 사실은 방어벽도 제대로 없는 이런 허술한 프로그램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이걸 짤 때 나를 불렀으면 훨씬 그럴듯한 놈을 만들어주었을 텐데……. 나는 퓨처를 다운시키는 방법과 더불어 센터의 구조도 알아냈다.

 “퓨처를 다운시키면 우리는 외부로 나가볼 수 있을 겁니다. 센터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찾았어요. 그 위에 관측소가 있는데, 여기는 망가진 게 틀림없어요.”

 “그건 무슨 이야기죠?”

 “외부 통신이 끊어졌다는 거죠. 아마 중계기가 고장이 났을 겁니다. 기능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고쳤겠지요. 하지만 사람은 없었고, 퓨처는 더 이상 오지 않는 정보를 인류 멸망으로 해석했어요.”

 “하지만 그랬다면 다른 생존자가 우리를 찾아왔을 겁니다. 백 년이나 지나기 전에.”

 “이곳은 피난처죠. 지상에서 본다면 망가진 건물 하나로밖에 보이지 않을 겁니다. 아무도 모르는 것뿐이에요. 지상에는 이제 꽃이 피고 새가 울고 있을 겁니다. 나무 그늘 아래 동물들이 뛰놀고 있을 거예요. 그걸 보고 싶지 않습니까?”

 영호의 얼굴에 그늘이 생겼다.

 “모,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말 모르겠어요. 우리는 식량도 만들 줄 모르고 연장도 만들 줄 모릅니다. 그냥 자동화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관리하는 게 일의 전부죠. 우리 반군이라고 해도 도둑질하는 것 말고는 제대로 아는 게 없어요. 바깥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건 기쁜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론 무섭네요. 무서워요.”

 철수가 천진하게 웃으며 아버지를 위로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은 살아가게 마련이라고요.”

 안도하기는커녕 영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아이들이란 걱정이 없군요. 말씀하신 방법에는 큰 문제가 있어요.”

 “뭐죠? 큰 문제가?”

 “퓨처가 다운되면 전력이 끊겨요. 당연히 엘리베이터도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위로 올라가죠?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여긴 지하요. 퓨처가 멈추면 공기순환시스템도 멈춥니다. 우리는 모두 질식사하고 말 겁니다.”

 내가 프로그래머가 아니라면 그 말을 믿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비상시를 대비하지 않는 프로그램이란 없는 법이다. 퓨처가 다운되어서 주전원이 꺼진다면 비상전원이 들어올 것이 틀림없다. 생존과 관계되는 프로그램은 절대 한 가지로만 작동하게 만들지 않는 법이다. 불편은 할지라도 해결할 방법은 만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운은 곤란해요. 도시의 모든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퓨처 없이는 살 수 없어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아요! 당장 한 시간 후면 이리로 사람들이 와요. 모두 여기서 장렬하게 전사하자는 거예요? 당장 시스템을 다운시킨 뒤 센터로 가서 외부로 빠져나가야 해요. 당신이 겁난다면 내가 나가죠. 시스템은 재부팅하면 그만이니까. 당신은 이 빌어먹을 기계가 해주는 밥이나 먹으면서 지내라고요. 난 여기서 죽지 않을 작정이니까!”

 나는 씩 웃으며 다음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당신 말대로라면 열심히 뛰어야 할 거예요. 난 이미 시스템을 다운시켰으니까.”

 그 말과 동시에 전기가 나갔다. 화가 나서 한 짓이긴 했지만 너무 성급했다. 정전 같은 건 냉동되기 전에도 겪어보았던 것이지만 이 정말 지독했다. 지하라는 환경을 몰랐던 것이다. 완전한 어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들리는 건 있었다. 화난 영호의 욕설.

 다행히 어둠은 길지 않았다. 불과 2, 3분 후 전력이 돌아왔다. 그때까지 미칠 듯이 욕을 하고 있던 영호는 머쓱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없어요. 어쩌면 시스템도 자동 리부팅이 될지 모르죠. 또 어쩌면 공기 순환 시스템은 비상 가동이 안 될지도 모르고요. 그러니 어서 센터로 갑시다.”

 “여기로 올 사람들에게는?”

 “창밖에 표식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우리끼리 알아보는 암호니까 집으로 오지 않을 겁니다. 시스템만 다운되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시스템이 다운된 것은 분명했다. 처형로봇들은 자기들 옆을 스쳐가는 우리를 보면서 꼼짝하지 않았다. 장난기가 동한 나는 그 중 한 마리를 뒤집어놓았다. 무거운 녀석들은 아니었다.

 “그건 뭐 하러 뒤집어요?”

 철수가 물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렇게 생긴 것들은 뒤집으면 꼼짝 못하거든.”

 이제는 환기통을 통해서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센터 정문으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어떤 제지도 없었다. 센터는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난 데다가 인간 경비원 따위는 두지 않았으므로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 있었다. 이제는 강철덩어리에 불과한 처형로봇들만 멍청하게 더듬이를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6.

 

 “이제 어쩔 겁니까?”

 영호는 다시 흥분해 있었다. 언제 신중한 척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사람이었던가 싶었다.

 “어쩌긴 뭘 어째요? 시스템을 부팅하면 되는 거지.”

 문제는 이거였다. 전력은 비상 전력으로 전환되었지만 공기 순환 시스템은 비상 시스템으로 작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이 지하 백 미터에 건설된 도시로는 공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말이었다.

 더구나 비상전력으로는 외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구동시킬 수도 없었다. 주전력이 복구되어야 외부로 나갈 수 있게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퓨처를 재시동하면 퓨처는 내가 중앙제어실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결국 나를 죽일 것이다. 여기서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죽는 것보다는 아픈 것이 나았으니까.

 “칩을 꺼내세요.”

 다행히 여기는 집보다 환경이 좀 나았다. 영호는 메디컬 구역으로 가서 메스와 소독약, 거즈와 붕대를 가져왔다. 진통제는 찾지 못했지만.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나는 칩을 꺼내는 동안 죽는 줄만 알았다. 아주 작은 GPS칩.

 철수가 그것을 중앙통제실에서 가장 먼 통로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나는 시스템을 가동시켰다. 언젠가 돌아와서 이 빌어먹을 시스템을 철저히 손봐 줄 생각이다.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건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사람을 희생시켜서도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줄 것이다.

 “공기가 다시 유입되나요?”

 영호는 이제야 진정이 된 모양이었다. 다시 낮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렇군요.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어서 외부 엘리베이터로 갑시다.”

 영호가 나를 부축했다. 다리에 힘을 살짝 주기라도 하면 척추가 짜르르 울리면서 온몸에 식은땀이 나는 판국이었다.

 처형로봇이 일단은 내 칩을 쫓아 센터의 밑바닥 어딘가를 가겠지만 곧 속았다는 것을 알면 센터 전체를 수색하려 들 것은 분명했다. 그 전에 외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야만 했다.

 “이거 참 알고 보니 별거 아니군요. 공연히 떨었단 생각이 듭니다.”

 영호가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어느덧 그 얼굴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쳐다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쌍둥이 형제가 하나 생긴 걸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외부로 나가면 형이라 불러줘야지. 코너만 돌면 엘리베이터가 있는 복도다. 손에 땀이 찼다.

 “탕!”

 좁은 복도라 총소리는 고막을 찢어놓을 듯이 울려 퍼졌다. 깜짝 놀라는 바람에 종아리에 힘이 들어가 격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나는 짧은 비명과 함께 쓰러지고 말았다. 내가 쓰러지니 부축하고 있던 영호도 같이 엎어졌다. 철수가 비명을 질렀다.

 “아버지!”

 “난 괜찮다.”

 영호가 말했다.

 나도 괜찮고 말하려는데 바닥이 척척하다. 피가 하나 가득이다. 그때서야 옆구리가 불로 지진 것처럼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영호가 힘없이 중얼거린다.

 “여길 지키고 있군요. 전혀, 전혀 생각도 못 했는데…….”

 처형로봇이 외부 엘리베이터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총에 내가 맞은 것이다.

 “도망쳐!”

 나는 두 사람을 밀어냈다. 처형로봇이 더듬이를 흔들고 있는 게 보였다.

 “제발……. 외부로 나가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영호는 철수를 끌어안고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미안…….”

 나는 손가락을 입에 대었다. 지금은 들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 처형로봇은 칩이 장착되지 않은 인간은 무조건 죽이게 되어 있다고 했다. 저것이 저 두 사람을 인식하는 순간 모두 죽은 목숨이 될 것이다. 저들은 퓨처를 다운시키지 못한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못할 것이다. 3만여 명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더듬이를 흔들던 처형로봇은 내가 죽었는지 확인하려는 모양이었다. 미안하지만 아직 안 죽었단다. 그리고 아직 죽어서도 안 되고. 처형로봇도 내가 죽지 않은 것을 알았다. 확인 사살을 하려는 듯 총구를 내게 겨누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벽을 있는 힘껏 차면서 처형로봇의 배 밑을 파고들었다. 붕대로 단단히 감은 왼쪽 종아리에서 피가 배어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이 가까워지자 감각이 더 예민해진 것일까?

 나는 처형로봇을 뒤집어 내 밑에 깔아뭉갰다.

 “어서!”

 필사적으로 외쳤다. 저 두 사람이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곳까지 달아났을까 두려웠다.  다행히 그들은 내 최후를 지켜봐줄 생각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얼른 나타나 주었다.

 “처형로봇을 뒤집었군요! 철수야, 어서 아저씨를 부축해라.”

 “안 돼. 난 틀렸어요. 어서……. 힘이 빠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나가서 뭘 한단 말이에요? 우린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데……. 고장 난 기계도 못 고칠 거예요.”

 “그까짓 건 나중에 생각해요. 여러분은 나와 같은 사람이니…….

 “하지만 상현 씨는 오리지날 맨이에요. 우린…….”

 나는 울화통이 터져 고함을 질렀다.

 “가! 가서 우리를 살려!”

 영호가 아직 내게서 떨어지지 않는 철수를 잡아끌었다. 그래, 가라. 외부로 나가라. 사육되는 삶보다 나은 것이 거기에 있으리라. 엘리베이터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 찾아올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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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소개>

이문영

 

서강대 사학과 졸업

게임시나리오 작가 및 소설가 

역사소설 <다정>,<숙세가>, 그림책 <색깔을 훔치는 마녀>외 다수
 현재 글틴 이야기글 게시판 운영자 
 

 

*작가후기*


"복제인간에 대한 SF는 <미래경찰 피그로이드>에서도 다룬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관점을 달리해서 써보았습니다. 여러분은 글을 읽는 동안 상현과 영호가 동일시되던가요? 철수와 영호는 어떻던가요? 인간을 인간으로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SF는 아인슈타인이 사고실험을 하는 것처럼, 극단적인 사고를 상상해 볼 수 있어서 쓰는 것이 무척이나 재미납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여러분도 읽는 동안 즐거웠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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