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이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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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이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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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 이름이 알고 싶어요

 

1
당신은 늘 미래를 말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과거를 읇조리는 사람이었죠 우리는 아마도 등을 마주대고 사는 사람이었을 거예요 그래서였을까요 우리는 모두 지금을 살지 못하고 시간의 경계에 갇혀버렸죠 그리고 반짝이던 당신의 이름은,

 

2
계속 누군가를 찾고 있어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눈이 마르는 날이 늘어났어요 자꾸만 눈물이 나서 과거에 눈물이 뚝뚝 떨어져요 번지는 잉크와 구깃해지는 종이 따위의 것들을 바라봐요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3
등을 맞대고 있으면서도 대화는 하지 않아요 우리는 정반대의 시간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나는 우리가 살지 못하는 지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당신은 절대 대답하지 않았죠 당신이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미래뿐이었고 나는 당신을 지나온 시간만 말할 수 있었으니까 그 시차 때문에 나는 한참을 앓았죠

 

당신도 모르는 시간이 내게는 있었어요

 

4
언제쯤 우리는 마주볼 수 있을까요 시간이 뒤틀리면 만날 수 있을까요 과거는 반복되고 돌고 돌아 미래가 되니까 계속 이 길 위에 있다보면 우리가 마주볼 수 있을까요

 

5
당신의 이름이 알고 싶어요 나의 이름이 알고 싶어요 세상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죠 아직 오지 않은 오늘은 내일이라고 하고 지나간 오늘은 어제라고 해요 오늘을 살지만 오늘을 살 수 없는 우리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꿈이라고 하고 지나간 시간은 추억이라고 해요 흐르는 시간 속에서 멈춰있는 우리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시간을 뒤틀까요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당신이 돌아봐줄까요

 

6
가끔은 간절한 것이 독이 되는 일도 있어요

 

7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나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우리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무엇인가요

 

8
흘러가는 세상 생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건져올렸어요 빛나는 이름은 많아요 하지만 우리의 것은 없죠 언제쯤 이름을 받게 될까요 이름을 알게 되면 이 삶의 이유도 알게 될까요

 

9
당신 이름을 너무 알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누구도 알려주지는 않으니까, 멋대로 사전을 펼쳤어요 당신을 형용할 수 있는 단어를, 나를 말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서 시간 틈새를 뒤졌어요 그렇게 찾은 당신의 이름은, 나의 이름은,

 

10
당신의 이름은 빛,
나는 그림자입니다

 

내가 마음대로 그렇게 정했어요
빛은 눈이 부시어 똑바로 바라볼 수 없어요 그건 미래도 마찬가지죠 당신 또한 제대로 알 수 없어요
그림자는 빛이 아니라 똑바로 볼 수 있어요 그건 과거도 마찬가지죠 나는 다시 제대로 볼 수 있어요
나는 당신이 아니라서 오늘에 가려진 당신을 보지 못해요 당신을 가리는 오늘의 그림자에 묻혀 살고 있답니다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는 거예요 지나갈 시간이 있기에 지나온 시간도 있어요 그건 나와 당신도 같죠

 

나는 아마 영원히 당신 앞에 설 수 없겠죠 당신 앞에 서면 나는 죽어버리니까 빛나는 내일을 두고 어두운 어제를 볼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그러니 나는 이 자리에 남을게요 언젠가 당신이 오늘을 넘어올 때를 기다릴게요 그때가 되면 부를 수 있게 될까요 닿을 수 있게 될까요 알 수 있을까요,

 

11
당신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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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월 4 일 전
안녕하세요 민하늘 님. 반갑습니다. 올려주신 시 잘 읽었습니다. 이름을 찾는 여정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시는 어쩌면 우리의 존재에 관한 물음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 면에서 7의 "우리는 무엇인가요"에 오래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이 부분이 정말 좋았어요. 당신의 이름을 묻고 우리의 존재 이유를 묻는 좋은 시인데요 이 철학적 질문이 너무 긴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한 구절만 예를 들어보죠. 1에서 "당신은 늘 미래를 말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과거를 읇조리는 사람이었죠 우리는 아마도 등을 마주대고 사는 사람이었을 거예요 그래서였을까요 우리는 모두 지금을 살지 못하고 시간의 경계에 갇혀버렸죠 그리고 반짝이던 당신의 이름은,"이라고 하셨는데 미래와 과거라는 언급, 등을 마주대고 사는 사람까지는 좋은데 그 뒤에 시간의 경계에…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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