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강대영 외)’ 239쪽 우측상단 사진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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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아,

내가 아는 세상의

다른 모든 준에게는

또다시 세상에

한 사람의 준이 사라졌다고

차마 말해줄 수가 없어 오늘은

 

아아 그래 너의 부고는 아홉 사람을 거쳐 비로소 나에게로 전해졌구나 너에게 맞는 옷 또한 이 세상에는 부재하여 너는 존재하지 않는 몸을 공허로 감싼 채 매트리스 없는 침대 위에 뉘였다 그들의 카메라는 너의 부재를 촬영할 수 있었으나 이미 휘발하여 바람에 섞인 너의 언어는 차마 해독할 수 없었으므로 너의 육신은 기록되어지나 너의 정신은 기억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언젠가

머리가 반쯤 벗겨진 교수가 되어

연단에 비스듬히 기대어 선 채

말하겠지-

 

사진의 사체에서는 전형적인 지상시체 손괴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사망과 동시에 부패는 시작됩니다 부패한 사체에 모여든 파리는 코건 입이건 귀건 축축한 곳이라면 어디에나 알을 낳습니다 구더기는 자라 파리가 되고 파리가 되어 알을 낳고 알은 다시 자라 구더기가 되고 다시 파리가 되어 알을 낳고 그렇게 여러 세대에 걸쳐 구더기는 사체를 파먹어 이렇게 종내에는 뼈와 머리털을 빼곤 무엇도 남지 않습니다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그런 것입니다

 

준아,

내가 아는 세상의

다른 모든 준은

또다시 너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차마 너의 모습조차 알아볼 수 없어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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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개월 14 일 전
안녕하세요 곧 님. 반갑습니다. 시를 열어보고 한동안 멈칫했습니다. 지난 번에 올려주신 시도 그렇고 이번 시도 그렇고, 시를 보면 산문을 주로 썼던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시에 대한 고민한 흔적이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지난 번과 비슷한 지점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왔다. 스릴러의 한 영상을 보는 듯한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것이 굉장히 독자의 감각을 자극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법의학이라는 책이 있는지 저자가 강대영인지 찾아봤는데 있군요 이 책을 볼 수 없어서 239쪽에 어떤 그림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정말 책의 우측 상단에 있는 사진을 보고 쓰신 거겠죠? 다양한 죽음에 관한 책이라고 설명되어 있던데 이 책이 궁금해집니다. 자, 사소한 코멘트를 드리자면, 정확한 문장에 대한 겁니다. 3연에…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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