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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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이 도망쳤다는 소식을 들었니

베이컨이 분홍색으로 부풀어 올라 날아갔다며

아니 커피 봉지에서 나무가 자랐다던데

나무에서는 새카만 냄새가 났대

 

간밤에 잘 씻어둔 달걀은 껍데기만 남았다

 

식사를 준비하자

버터 나이프의 반대쪽 끝을 잡고

살구색 지문을 떠내 토스트에 발라

완성

은 아닌가봐

예상대로라면 끈적하게 녹아 흘러야 하지만 약간의 오차는 괜찮아

 

접시채로 씹어먹었다

농밀한 식감

삼킨 지는 두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목구멍을 따라 내려가고 있다

 

나른하게

그리고 화창하게

아니 됐으니까 그냥 쑤셔넣어

 

프라이팬이 노릇하게 익어가는 가운데

늦은 아침

혹은 이른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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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월 17 일 전

진짜 좋아요!

버터 나이프의 반대쪽 끝을 잡고
살구색 지문을 떠내 토스트에 발라
완성
은 아닌가봐

이 부분 좋아요…ㅎㅎ

3 개월 17 일 전
안녕하세요 소낙님 시를 읽는 내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정말 브런치가 잘 차려진 식탁 앞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없어서 신선했습니다. 소낙님의 목소리가 들어있어서 좋았는데 첫 문장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식빵이 도망쳤다는 소식. 에서 벌써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예상대로라면) 끈적하게 녹아 흘러야 하지만 약간의 오차는 괜찮아 괄호부분은 지우는 게 어떤가 생각했고요. 마지막 연에 한 문장이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이 브런치를 통해서 이런 감각적인 문장들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식탁에서 도망치고 싶은 메뉴들, 그 메뉴들을 빗대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무엇인지. 이를테면, 네모 속에서 모두 도망가고 있다. 라는 문장을 넣는다고 치면, 브런치 식탁에서 학교 건물 책상으로…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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