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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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은 소리를 소유한다 규칙적인 심장박동과 발걸음의 횟수는 출근길의 졸음을 소유한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시각을 소유하고 깊은 물웅덩이는 개미의 목숨을 소유한다 하지만 트럭이 그의 옆을 지나가자 물웅덩이는 순식간에 그의 검은 장화를 침범한다

 

그의 바지는 젖어 피부에 들러붙는다 장화 속에 있는 그의 발은 완연한 새의 형태를 띄고 있다 …그는 이종(異種)이다!

 

하지만 소유란 얼마나 사랑스러운 것인가 그는 날카로워진 종아리를 서툴게 매만진다 동시에 그는 깨닫는다 그의 삶은 한 번도 낯섦을 침범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충실한 순례자로 인간이 사랑하는 달콤의 방식을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그는 레몬 타르트를 만들었다 레몬은 언제나 반달 모양으로 열여섯 조각이 올라갔으며 매일 8시 정각에 타르트를 한 조각씩 가지고 출근했다 그는 규칙적인 인사와 규칙적인 작업과 규칙적인 계산과 규칙적인 퇴근을 했다 중간에 화장실은 정확히 네 번 갔으며 점심시간엔 언제나 사내식당에서 A세트를 먹었다 그는

 

규칙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오늘

 

그는 골목 깊숙이 들어간다 장화를 벗는다 여덟 개의 발가락과 원뿔 모양의 고단하고 뾰족한 발톱이 탄생한다 형태를 확인한 그는 몸서리를 친다

 

그는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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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월 2 일 전

이번 달 월 장원이 당신의 것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독특한 감성과 모던한 시각, 당신이 써내는 시는 그야말로 손가락 관절 하나하나가 만들어내는 타자입니다. 당신은 이종입니다!

6 개월 2 일 전

자꾸만 생각이 나는 걸요. 이건 하나의 작품입니다. 당신을 깎아 만든 이 시는 어떤 회의를 주덥니까? 당신에게서 무엇을 앗아가고 다시 돌려주었습니까? 그런다면 이걸 빌린 걸까요? 당신은 이종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 이 시가 가진 모든 게 이종입니다.

5 개월 28 일 전
안녕하세요 참치좋아루나님 반갑습니다. 올려주신 작품 잘 읽었습니다. 지난 번에 올려주신 시보다 좋아서 놀랐습니다. 참치좋아루나님의 작품은 언제나 흥미로웠는데 이번 작품은 특히 더욱 흥미롭네요. 특히 "장화 속에 있는 그의 발은 완연한 새의 형태를 띄고 있다"이 구절이 좋았어요. 요즘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요. 문장이나 어휘를 보면, 많이 읽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 구절에서 빗방울은 소리를 소유한다고 하셨는데요. 소유라는 말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큰 단어이고 무소유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여져서 걸렸어요. 빗방울은 소리를 갖는다고 하시는 게 어떨까 싶어요. 뒤에 나오는 소유도 마찬가지고요. 갖는다 혹은 속한다는 말로 바꿔주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이것은 사족인데요. 중요하진 않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그가 자신의 발이 새처럼 변하는…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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