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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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은 빠른 속도로 지하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1층, 2층, 3층…. 그는 엘리베이터 층이 올라갈수록 자꾸 얼굴에 웃음이 떠오르는 것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일이 많아 이리 저리 발에 불 난 듯 뛰어다니면서도 그가 사랑하는 그녀, 시현을 생각하며 버틴 그였다. 집에서 글을 쓰는 일을 하는 시현은 지환의 약혼자로 지난달부터 그의 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지환의 일이 바빠지면서 만날 시간이 줄어든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시현과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로 지환은 회식을 가는 횟수도 현저히 줄었고, 시현에게 맞춰 술과 담배도 모두 끊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정시 퇴근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다 보니 업무 집중도도 높아졌고,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로 왠지 일도 더 잘 풀리는 것 같아 지환은 요새 기분이 좋았다.

 

시현은 시계를 확인하고는 더 이상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곧 있으면 지환이 도착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집중이 잘 되지 않고, 밖에서 자꾸 그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혹시라도 자신의 연락이 그가 일하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싶어서 지환이 보고 싶어도  열 번을 꾹 참다가 한 번 문자를 남겼다.

지환도 그녀의 이런 성격을 알기에 더더욱 시현이 사랑스러워보였고, 시간이 날 때마다 시현에게 문자하고, 짬을 내서 틈틈이 연락하곤 했다. 시현도, 지환도 이런 서로의 노력이 고마웠고, 서로를 정말로 배려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위로해주고, 위로를 받았다. 기쁜 일이 있을 때면 서로에게 가장 먼저 알렸다. 시현은 지환을 기다리는 이 시간대만 되면 그를 만난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매일 생각하곤 한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 시현은 컴퓨터 시계에서 눈을 떼고 의자를 돌려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 지환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 지환은 지체하지 않고 시현에게 달려가 그녀가 앉아있는 의자의 양쪽 손잡이를 잡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뽀뽀해도 돼?” 지환이 물었다.

시현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시현이 눈을 감고 입술을 금붕어처럼 내밀자 지환은 소리 내어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건드려.’ 지환은 가방을 내려놓고 자켓을 벗어 바로 옆 침대에 올려놓으며 자신도 침대에 걸터앉았다. 시현은 가볍게 흥하고는 지환에게 손을 뻗었다. 지환은 시현의 손을 가볍게 잡더니 점점 더 세게 꽉 쥐었다.

 

“손등에 이건 뭐야?”

“나도 작가가 되면 싸인이 필요할 것 같아서 연습했어. 그중에 뭐가 제일 마음에 들어?”

지환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귀엽다는 듯 시현의 눈을 바라보았고, 시현도 지환의 눈을 마주 바라보았다.

 

“아, 진짜 너무 좋아.”

“나도,” 시현이 대답했다, “지환아, 너 너무 귀여워.”

 

시현은 이 순간이 정말 좋았다. 그녀는 기분이 좋을 때면 귀엽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하는데 이를테면 자신보다 20cm가량 큰 지환의 키가 귀엽고, 따스한 햇볕이 비추는 날 구름이 흘러가는 것이 귀엽고, 토요일 아침 지환이 커다란 머그컵에 타다주는 커피를 마시며 ‘아, 귀엽다.’는 생각을 하는 식이다.

 

“너는 예뻐, 시현.”

“아, 왜 이래. 부끄러워.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시현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녀는 의사표현이 당당하며,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자주 하는 사람이지만 의외로 칭찬을 받으면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지환이 느끼는 시현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고마워 시현아.”

“뭐야? 갑자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시현이었다. 둘 사이의 짧은 침묵 동안 지환은 시현을 자신의 옆자리로 이끌었고, 그녀는 순순히 지환의 손을 따라 침대에 걸터앉았다.

 

“나랑 결혼해줄래?” 지환이 말했다.

“응. 당연하지.” 시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아, 어떡하지, 시현.” 지환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푹 숙였다.

“응? 왜? 내가 너무 예뻐서? 아니면 내가 너무 좋아서?” 시현은 지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까슬까슬하면서도 복슬복슬해서 기분이 좋았다.

“둘 다.”

“나도 사랑해. 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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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개월 28 일 전
* "그가 사랑하는 그녀, 시현을 생각하며 버틴 그였다." – "사랑하는 그녀, 시현을 생각하며 버틴 그였다." 혹은 "그는 사랑하는 그녀, 시현을 생각하며 버텼다." : 한 문장 안에 같은 대명사는 가능하면 줄이는 게 좋습니다." * "시현은 가볍게 흥하고는" – "시현은 가볍게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 반갑습니다. LEAH님. 작품도 잘 읽었고요. 마치 순정 소설의 한 단락처럼 정말 사랑스러운 남녀들이 등장하는 작품이네요. LEAH님이 장르 소설을 쓰시고 싶으신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르소설도 소설이니만큼 이 작품에 몇 가지 조언을 해드릴게요. 우선 이 작품에는 갈등이 전혀 없습니다. 그것 분량 탓이라기보다 아예 처음부터 갈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쓰신 것 같아요. 소설은 삶이 반영되어야 하고(그건 환타지 소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Read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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