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사람들은 내게 말하지. 왜 말이 없냐고. 대답 좀 해보라고. 그러나 말을 할 수 없는 것을 어쩌겠는가. 사람들 앞에만 서면 위축되어버리는데. 나는 이 빌어먹을 성격을 고치고 싶다. 한 동네 사는 다른 친구들은 질세라 사람들 앞에 당당히 마주서서 자신의 빛나는 모습과 기품 가득한 면모와 개성 넘치는 장기를 펼쳐보이곤 하는데 나는 항상 그림자 뒤에 숨어 타인의 눈치만 살핀다. 사람들은 내게 다가와 이것저것 물어보고 말을 건네지만 나는 입 한번 벙긋하지 않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알아서 내가 별 훌륭한 위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구시렁거리며 떠나간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속엔 복잡 미묘한, 이상한 감정이 솟아오른다.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앞으로 나아가 사회 속에서 부조리한 시선을 견뎌내며 꿋꿋이 살아갈까? 사람들의 눈초리와 입에 발린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칭찬과 탄사와 경멸 가득한 비난과 모욕과 혐오를 버텨내며 어떤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갈까? 그러나 나에게는 용기가 없다. 차마 저들 앞에 서서 내 추태를 대놓고 자랑할 자신이 없다. 무엇이 유익해서, 무엇이 뿌듯해서 떳떳하게 내 모습을 남들에게 허물없이 드러낼 것인가. 이대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먹을 것만 뱃속에 욱여넣으며 하루하루 근근이 버텨내는 것이 최선일지 모른다.

나는 끝까지 입을 닫을 생각이다. 아니, 애초에 벌리지도 못할 입 음식밖에 모르는 입이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다. 나는 그 요구를 들어줄 의무가 없다. 당신들도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가 없다. 내 목숨은 이곳을 관리하는 주인 손에 달려있을 뿐이다. 유리 막 속에 갇혀, 시간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주인이 부어지는 모이만 퍼먹고 평생을 전시장에서 보내야하는 게 바로 나 앵무새의 삶이다.

 

 

 

 

 

 

 

 

 

 

kakao

2
댓글남기기

로그인 후 사용해주세요.
2 Comment threads
0 Thread replies
0 Followers
 
Most reacted comment
Hottest comment thread
2 Comment authors
선형

안녕하세요, 모로 님. 입을 닫은 앵무새의 선택을 "갇힌 인간"을 모티브로 알레고리적으로 서술한 소설이네요. 내면을 진술하는 문체가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어요. 초단편소설이라 아직 앵무새-화자의 가능성이 다 개화되지 않았지만, 다음 소설이 더 궁금해지네요. 침팬지가 화자로 등장하는 프란츠 카프카의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도롱뇽이 되는 인간이 화자로 등장하는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아숄로뜰을 읽어보았으면 좋겠어요. 참고해 더 길게 쓰는 것도 추천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