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위해 애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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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환하게 타올랐다. 우리들은 불 앞에 바퀴벌레처럼 그 주위에 둘러싸았다. 그 불에 매료되었지만 누구 하나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그 어떤 말도 못 하였다. 하나하나 모두가 그림자 같았다. 표정도 없는 얼굴로 소름 끼치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쳐봤다. 경찰과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그 캠프파이어 광경은 계속 됐다. 그림자 같은 우리들은 그 환한 빛 덕에 사라지지 않고 계속 공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일을 하고 새로운 일을 하고 새로운, 새로운 일을 하고…

길고양이들이 죽었다. 누군가 사료에 쥐약을 넣고 길고양이들에게 먹인 것 같다. 라는 글이 게시판에 올라왔다. 모자이크된 고양이 사체 사진 몇 장과 작성자의 추측이 내용의 전부였다. 사람들은 모두 분노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범인을 욕하였다. 가족에 대한 욕도 서슴없이 적었다. 마치 자기 지인이 죽은 것처럼 고양이들을 위해 슬퍼해 줬다. 사람들은 추천 버튼을 눌렀고 게시판의 꼭대기로 올라가, 첫 페이지의 첫 번째 글이 되었다. 편의점에서 만난 진상, 사람을 죽이고 도주하다 뺑소니를 당한 살인마, 법 앞에 억울하게 누명은 쓴 사람의 글이 그 아래를 이어갔다. 오늘 공장에서 있던 일도 게시판에 올라가 있었다. 하나의 글도 빠짐없이 나도 분노와 위로의 답글을 달았다.

일상의 반복이었다. 아침에는 더 나아진 환경에서 일했다. 저녁에는 인터넷 속에서 화를 냈다. 분노하고 위로하고, 하늘은 무너지지도 땅은 갈라지지도 않았다. 난 여전히 표정 없이 소름 끼치는 사백안을 가진 모습이었다.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일을 하러 가기 위해 분주히 준비했다.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 버스를 탔다. 버스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창가에 앉을 수 있었다. 버스가 멈출때마다 사람들이 한 명, 두명 늘어났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버스는 사람들로 꽉 차버려, 출근 시간에 어울리는 버스의 모습이 되었다. 내 옆자리에도 덩치가 큰 사내가 앉아, 나는 몸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불편하게 앉아있는데, 핸드폰이 떨려왔다. 얇은 팔은 나와 덩치 사이를 힘겹게 비집어 들어가 간신히 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어머니에게 온 전화였다. 받지 말까 생각했지만 벨소리가 길게 울린다는 생각과 이 아침에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에요. 어머니.”

“요즘 너희 아버지 코피 많이 난다고 했었잖니.”

“아직도 병원 안 가셨어요? 전에 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면서요.”

“농사일 한창 바쁠 때였는데. 그 양반이 가겠니? 이번에도 겨우겨우 설득해서 가는 거야. 그래서 그런데, 너 금요일에 시간 되니? 밥이나 한번 먹자.”

“애 바쁜데. 왜 또 나오라고 해.”

휴대폰 너머로 아버지 목소리도 들렸다.

“죄송해요. 일이 바빠서… 나중에 한번 내려갈게요.”

“그래. 그럼 그러럼.”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팔을 창틀에 붙여 얼굴을 받치고 창밖을 구경했다. 나무와 가로등, 걸어 다니는 사람들과 거대한 건물들이 전부인 지루한 풍경을 지나 어느덧 시청까지 왔다. 시청 앞에서 한 노모가 피켓을 목에 걸고 시위하고 있었다. 저 노모를 나는 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노모는 아들을 억울하게 잃었다. 요 며칠 인터넷에서 시끄러웠던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노모를 대신해 분노했고 함께 슬퍼해 줬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그 노모는 여전히 혼자 시위하고 있었다. 행인들은 무시하거나 힐끗 쳐다보았다. 공무원들은 보려고 하지 않았다. 난 졸린 눈을 유지한 채, 그 광경을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흘려 보냈다.

요즘 공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옆 라인 김씨아저씨말로는 생산직에 기계를 들인다는 것이었다.

“에이 설마요. 설마.”

“아니라니까. 내가 반장들 얘기하는 거 들었어.”

“에이 설마요. 그 일이 있던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요.”

아니라고 말은 했지만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기계들이 자신들 일을 대신할 거라는 것을. 다만 그 일이 너무 빨리 일어났다는 것에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불안했던 예측은 현실이 되었다. 일하던 도중 뻣뻣한 작업복은 입은 반장이 들어와 얘기했다.

“공장주가 이번에 기계를 들여와서 다는 아니고 몇 분 나가주셔야 할 거 같아요. 명단은 다음 주쯤에 나올 것 같네요.”

통보하고 팀장은 나갔다. 여전히 기계 돌리는 소리가 다였지만 분위기가 어두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잠깐의 쉬는 시간, 모두 모였다.

“아휴. 이제 어떡한대요?”

“그 사람 죽은 게 1년도 안 됐는데…”

“나 짤리면 진짜 안 되는데…”

모두 한마디씩 했다. 조용했던 용이 아줌마도 한숨을 쉬며 불평했다.

“아휴. 그래도 다 짤리는 건 아니잖아요. 너무 우울해 있지마요 다들”

분명 다 짤리는 건 아니겠지만 곧 모두 짤릴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우리가 나서서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김씨 아저씨가 이야기했다. 그 뒤로는 정적이 계속되었다. 순간에 모두 동공은 축소되어 사백안이 되었고 입을 닫고 눈알만 굴리면서 눈치를 살폈다. 분명 누군가가 나서야만 모두가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모두가 사백안을 뜨고 눈치만 살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방, 습관적으로 형광등을 켰다. 밝아지니 좁고 어질러진 방의 본모습이 순식간에 눈으로 들어왔다. 그 모습이 어두운 방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그런데도 어릴 때부터 빛에 익숙해저서 그런지 나는 형광등을 끄지 않았다. 엄지발가락으로 컴퓨터 전원을 뚝 쳤다. 옷을 갈아입고 의자에 털썩 앉아 숨을 골랐다. 팔꿈치를 책상에 올리고 손으로 턱을 바쳤다. 그러고 검은 윈도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핸드폰이 울렸다. 예상하지 못한 벨소리에 놀란 것이 처음이었고 다음은 피로감이었다. 일단은 누가 전화한 것인지 확인했다.

‘엄마’

이번엔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흑흑흑… 흑흑흑… 흑흑흑…”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울음소리에 가려져 알아듣기 힘들었다.

“왜 그러세요. 일단 진정하세요.”

엄마는 그 불안정한 호흡 사이로 한 음절, 한 음절을 힘겹게 내뱉었다.

“… … … 알았어요. 바로 갈게요.”

편안한 표정으로 아버지는 병상에 누워계셨다. 금방이라도 일어나, 무뚝뚝한 목소리로 반겨주실 것만 같았다. 어머니는 퉁퉁 부은 눈으로 나를 반겨주셨다. 어머니는 의자에 앉아, 가방을 뒤적이셨다. 그 후 종이 몇 장을 주고 아버지를 바라보셨다.

종이 몇 장은 진료 기록지였다. 혈액검사, 요추천자 실행 사실만 기록되어있었고 결과는 표시되어있지 않았다.

“아침에 와서 요추뭐시기 검사받고 갑자기 상황이 안 좋아져서 응급실로 옮겨졌어. 그리고 한참 뒤에 수혈받고 네 아버지 저렇게 됐다.”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부모님의 이런 모습이 실감 나지 않았다. 진료 기록지가 누락된 것 같아 일단 원무과로 갔다.

“저 김광식 환자 보호잔데요. 진료 기록지 다 주실 수 있나요. 누락된 것 같아서요.”

내 손에 쥐어진 몇 장의 진료 기록지를 잘 보이도록 펄럭였다.

“죄송하지만, 병원 규정상 공개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입니다.”

“아니, 무슨 병원 규정이 그럽니까? 아버지 진료 기록지 보겠다는데,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

“안 되는데…”

간호사는 말끝을 내렸다. 가뜩이나 작은 대답이었는데, 말끝을 흐려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냥 줘요.”

머리는 벗어지고 잘 다림질된 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말했다. 받은 진료 기록지를 확인했다. 헤모글로빈 수치 4.1, 혈소판 수치 9000 의학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혈액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그리고 3시간 뒤에 수혈. 그 잘 정돈된 의사를 처다 왔다. 무테안경을 쓴 그가 참 거대하게 보였다.

“저희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내가 귀찮은 것인지, 오늘 하루가 피곤했던 것인지, 그의 목소리와 표정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힘없이 터벅터벅 하얀 복도를 걸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병실로 들어와 아버지의 모습을 봤다. 미동도 하시지 않는 아버지, 그제야 눈물이 흘렀다. 의사에게 따질 수 없을 만큼의 무지, 미련하게 추운 날에도, 아픈 날에도 밭에 나가시던 아버지의 모습, 다시는 무뚝뚝했던 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생각, 심지어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언제 짤릴지 모르는 내 처지에 대한 모든 것들이 섞여서 난 아버지의 투박한 손을 잡고 이불에 머리를 박고 펑펑 물었다. 어린 시절 마트에 가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누워, 내 초록색 잠바로 모든 먼지를 닦았던 날처럼 난 정신 차리지도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한 시간을 울고서야 나는 진정할 수 있었다. 세수한 뒤 화장실 세면대에 서서 거울을 봤다. 어질러진 머리에 퉁퉁 부은 눈의 내가 내 눈을 바라봤다. 눈물로 흐물거리는 눈동자를 보니, 다시 한번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러기 전에 나는 급히 화장실을 나섰다.

“어. 형 잘 지냈어?”

“무슨 일 있냐. 네가 전화를 먼저 하냐. 그것도 이 늦은 시간에.”

“미안. 잤어?”

“아니. 지금 곧 있으면 재판이어서 잠도 못 잔다. 무슨 일인데. 너 근데 우냐?”

‘너 근데 우냐’ 형의 말이 가슴을 후벼 구멍을 만들었다. 그 구멍을 통해 감정이 주룩 흘러, 눈을 통해 흘러나왔다. 재빨리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고 목소리도 다듬었지만 내가 울었다는 사실은 숨겨지지 않았다. 천천히 차분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흠… 네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 수는 있는데, 의료사고 소송은 자료를 다 모아도 많이 어렵다. 형사, 민사 승소율이 30%도 안 되고 완전히 승소하는 경우도 거의 없어. 부분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변호사 소송비용 내면 남는 것도 없어.”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사과 한마디 받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

“생각해보고 연락해줘라.”

“네.

형 수고하세요.”

버스가 시청을 지나갈 때, 다시 그 노모가 보였다. 나도 글 하나 남길까 생각했지만, 여전히 혼자인 그 노모를 보고 그만뒀다.

공장 분위기는 암울했다. 그전에도 분위기가 밝은 건 아니었지만 오늘은 특히 더했다. 모두 3일 밤을 새운듯한 몰골로 일을 했다. 지옥 같은 공장일이 잠시 끝나고 한숨 가득한 휴식 시간이 찾아봤다. 아휴, 아휴, 곡소리만 가득했다.

“아니. 이거 진짜 한번 일어나야 하는 거 아니여? 사람 사는 거 같지도 않다.”

모두 같은 생각이지만 누가 일어나겠는가.

“벌써 내일이여, 오늘 아니면 안 돼. 뭘 하려면 오늘 해야 해, 답답 양반들아. 이봐 김씨, 저번에는 그렇게 날리치더만 왜 오늘은 조용해. 숙이 엄마 당신 짤리면 안 되잖아. 진짜 가만히 있을 거야?” 아무도 말이 없었다. 물론 나도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병원비도 감당해야 하고 소송비까지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름 공장일을 잘한다고 생각하기에 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모를 자신감도 솟았다.

“에이씨.” 이씨 아저씨는 걸쭉한 가래침을 뱉고 뭐라 뭐라 중얼거리며 건물 뒤편으로 갔다. 모였던 사람들도 허리를 두드리며 곡소리와 함께 건물로 들어갔다. 나도 뒤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일이 끝나자마자 곧장 아버지에게로 갔다. 어머니는 다 풀어진 머리와 번진 화장으로 계셨는데, 그 모습은 정상적인 사람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혼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

“어머니. 아버지 어떡하죠? 소송이라도 걸까요?”

“아까 의사 만나고 왔다.”

“뭐라던가요?”

“사과받고 싶다니까, 법대로 하라더구나.”

“…사실 그쪽에서 일하는 형에게 물어봤어요. 소송을 걸어도 승소하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난 잘 모르겠구나.”

어머니의 목소리는 평소에 알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불과 며칠 전에 통화했던 것과 달리 많은 쇳소리가 났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봤다. 내가 아는 어머니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검은 머릿속으로 하얀 머리가 전등에 비춰 빛났고 주름은 더 깊었고 눈은 말라 있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기 힘들어 난 복도로 걸어 갔다. 복도 끝 창가에 기대여 주차장을 바라봤다. 환한 달과 가로등, 여전히 곳곳한 나무들은 평화롭게 보였다.

다시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갔다.

“어머니, 저 일때문에 이만 가볼께요. 내일도 어디 안 가시고 계실 거죠?”

“내일 옷 좀 챙기러 집에 갔다와야겠다.”

“어머니, 아버지 저렇게 된 게 슬프고 화나지만 남은 저희는 정신 차려야죠.”

어머니의 손을 잡아드렸다. 작지만 포근한 손이었다.

“그래. 그러마.”

어머니의 손은 여전히 초점이 없으셨다. 불안한 마음을 뒤로한 채, 내일을 위해 집으로 갔다.

반장은 작업복 차림으로 들어와, 앞에 발표대에 서서, 해고명단을 묵묵히 읽어내려갔다. 모두 판결을 기다리는 죄수가 된 마냥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기를, 이 시간이 빨리 가버리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자기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울음을 터뜨리거나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 많은 이름 중에 뚜렷하게 들리는 이름이 있었다.

“김.관.중.”

난 놀라서 반장을 쳐다봤다. 이게 꿈인가 싶어서 난 멍하니 방장만을 쳐다봤다.

“이상. 해고 대상자들입니다. 이번 달까지만 하시고 다음 달부터는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방장은 크게 프린트된 명단을 앞에 붙여 놓고 작업복 차림으로 나갔다. 사람들은 모두 앞으로 뛰쳐나가 명단을 확인했다. 나도 그 인파를 비집고 들어가 명단을 확인했다.

‘김.관.중.’

분명 내 이름이었다. 난 반장과 공장주가 있는 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미 많은 사람이 그 문 앞에서 화를 내고 울부짖고 있었다. 그 성난 군중들 사이로 들어갔다가는 밟혀 죽을까봐 , 서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그 사람들 뒤에서 까치발을 들며 상황만을 간신히 알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난 오른쪽 주머니 핸드폰의 진동을 느꼈고, 발신자를 확인했다. 저장되지 않은 전화였다. 알지도 못하는 전화였다. 이 전화를 받을까, 받지 말까. 잠시 고민한 뒤에 난 그 인파를 뒤로하고 나가, 전화를 받았다.

“오명자씨 아세요?”

“네. 저희 어머니신데요.”

“여기 성모병원입니다. 지금 어머님 많이 위독하신데, 와보셔야 할 거 같아요.”

온몸이 떨려왔다. 여러 감정이 뒤섞어 머리는 오히려 차분했다. 이건 현실이 아니다. 꿈이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난 서둘러 공장을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많은 피와 의료장비를 뒤집어쓴 그 모습이 사람의 형태가 아니였다.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은 그녀를 중심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난 어리둥절한 상태로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그런 나에게 누군가가 말을 건네왔다. 그는 자신이 경찰이라고 했다.

“오명자씨가 오전에 뺑소니를 당하셨어요. 아직 범인은 추적 중인데, 잠시 저희랑 같이 가주실 수 있나요?”

난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경찰이라는 자의 눈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 남자는 뭐라 뭐라 말하더니 한숨을 푹 쉬고 쪽지 한 장을 내 주머니에 쑤셔 넣고 가버렸다. 어머니를 둘러싸던 의사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난 어머니에게 가까이 갈 수 있었다. 산소호흡기를 쓰고 팔에는 주사가 꼽히고 인상을 찌푸리신 어머니가 보였다. 그 순간 뒤죽박죽 섞인 감정 중에서 슬픔이 치고 올라왔다. 난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기어가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 상태로 갓난 아기처럼 엄마 손을 잡고 엉엉 물으며 엄마를 부르짖었다. 몇몇 간호사와 의사들이 와서 나를 진정시켰지만 그럴수록 난 더 크게 울부짖었다.

일어나보니 해는 지고 있었고 난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허겁지겁 주변을 살피니 어머니가 옆에 누워 계셨다. 이제야 어느 정도 상황파악이 됐다. 이건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사실이 무겁고 차갑게, 숨이 막히게 다가왔다. 난 작업복의 목덜이들 잡아 늘이면서 병실을 나셨다. 걷기고 힘들어 벽을 짚으며 힘겹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간호사와 눈이 마주쳤다. 의사도 몸을 돌려 나를 쳐다 왔다. 의사는 내게 말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오늘 밤이 고비입니다. 어머니 손 좀 잡아드리세요.”

어머니의 팔과 다리를 주물렀다. 군살 하나 만져 지지 않고 딱딱한 뼈만이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보고 있으니, 내 무지에 대한 분노도 아버지 일의 억울함도 어머니에 대한 슬픔도 모두 사라졌다. 난 멍하니 아침을 맞이했고 그 아침은 어머니의 마지막 아침이 되었다. 울리는 삐 소리, 난 병실을 나왔다. 어떻게 안 것인지 의사와 간호사들은 다급하게 어머니에게로 달려갔다. 병원을 나서니 전화가 울렸다. 배터리를 분리해 아스팔트 위에 던졌다.

공장 앞에는 해고를 예고 당한 사람들은 빨간 두건에 피켓을 들고 무력하게 자리를 차지하였고 아직 해고당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시위를 외면하거나 힐끔거리며 공장으로 걸었다. 이씨 아저씨도 그 중 한 사람이였다. 난 한 손에는 기름통, 다른 손에는 라이터를 들고 공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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