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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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인 3월이 되면 늘 학교가 파한 후 해가 질 때까지 책을 읽었던 나의 첫 도서관이자 6년을 함께한 초등학교의 도서관이 생각이 난다.

어릴 적부터 도서관에서 살던 나는 늘 새로운 학교에 가면 도서관 구경부터 나섰다.

새로운 학교의 도서관에 가면 전과는 다르지만 어딘가 익숙한 책 냄새와 손에 매끄럽게 닿는 책꽂이의 감촉,

한 권씩 책을 쓰다듬고 있노라면 행복해졌다.

마치 새 학년 새 교실이 되어도 친한 친구와 또 같은 반이 된 기분처럼 익숙한 친구와 다른 장소에서 재회한 거 같았다.

사람과 장소는 바뀌어도 책 만큼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도서관이 큰 도움이 되었다.

 

 

도서관은 그만큼 나에게 중요한 장소였는데

나는 이 곳에서 내가 괴로운 일이나 슬픈 일을 잊을 수 있었다.

도서관 앞에 서서

투명한 유리 문을 밀고 들어가면 책들이 줄줄이 꽂혀 있었는데 나는 그때부터 홀린 듯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책꽂이에  꼬리를 물고 꽂힌 책들 중 하나를 꼽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책을 고를 때는 정성스럽게, 하지만 느낌이 가는 대로 골라야 하는데

지나치게 내용을 따지고 있노라면 시간이 너무 걸리고 그렇다고 대충대충 고르면 표지와 동떨어진 속 내용

에 실망하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서 책을 골랐는데, 무료한 날에는 소설책을, 감수성이 흘러 넘

치는 날에는 시집을 빌렸고 공부하고 싶은 게 있을 때는 과학책을 빌렸다.

책을 골라서 손에 작은 동물처럼 품고 자리에 앉으면 그때부터 나는 천천히 책을 음미한다.

먼저 표지와 저자를 살펴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장을 펴서 목차를 본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마음이 끌리는 대로 책에 몰입하여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꼭꼭 씹어 삼킨다.

마음에 들어오는 좋은 구절은 간단히 메모를 해 놓기도 하였다.

이렇게 두 세 권의 책이 내 손을 거쳐가면 어느새 도서관 폐관 시간이 되어 집에 갔다.

어둑어둑해지고 주위 사람들이 바쁘게 집에 갈 시간때의 차가운 공기를 콧구멍 깊이 마시며 무거워진 머리와 뻐근한 목을 가지고 집으로 향하는 것도 즐거웠다.

 

도서관은 나에게 마음의 약국이자 친구이자 쉴 수 있는 휴식처였다.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었고 하루 종일 지친 마음을 책을 읽으며 다독일 수 있었다.

소설책을 읽을 때는 소설에 몰입해 현실의 일들을 잊어버릴 수 있었다.

때로는 숙제를 하며 궁금한 점을 찾는 만능 백과사전이 되어 주기도 했고

어서 와서 쉬라며 팔을 벌려주는 친절한 할아버지 같기도 하였다.

상황과 시간 때문에 여러 곳을 돌아다닐 수 없었던 나에게 도서관의 책들은 많은 것을

알려 주었고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휴식처이자 지식의 창고이자 마음의 약국인 이 곳은 내 학창 시절 내내 꼭 필요하고도 중요한 곳이었다.

 

몸이 아프면 약을 먹듯 마음이 아프면 책을 빌려 활자를 씹었다

앞으로도 나는 남은 학창 시절 내내 자주 도서관에 들러 책을 구경하며 미소지을 것이고 책의 향기를 맡고

마음을 꽉꽉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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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현

안녕하세요. 문곰님! 이번 글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빛이 내리듯이’의 속편을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도서관이 친구가 되어주고 아픈 마음을 위로해 준 사연들을 꼼꼼히 글로 풀어주었네요. 아무런 정보나 선입견 없이 자신만의 기준으로 책장에 꽂힌 책을 고른다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웠습니다. 문곰님은 표지와 저자를 확인한 다음 목차를 보는군요. 저는 작가의 말을 먼저 살펴보기도 합니다. 모두가 각자의 습관으로 책을 읽겠지요?^^ 전반적으로 잘 다듬어 이야기를 전개하셨는데요, 도서관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한 것들에 대한 서술로만 이어지다 보니 다소 기능적인 면만 부각 되는 듯했습니다. 도서관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의 다양성을 좀 더 부각하면 어떨까요? 책 냄새, 책장 넘기는 소리 그리고 새 책과 오래된 책의 감촉에 대한 느낌을 구체화하고 같은…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