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월장원 발표
목록

안녕하세요. 벌써 쌀쌀한 12월이네요. 최근 롱패딩을 한 벌 샀답니다. 얼마 전에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요. 글을 쓰거나 영화를 볼 때에도 발끝이나 손가락이 시려서 걱정이에요. 그래도 겨울은 글을 쓰기에 이로운 계절입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니까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한 해 겪은 경험이나 기억들이 마음속을 향해 천천히 가라앉지요. 산만하고 바쁜 삶의 시간 때문에 잊고 있거나 무던히 넘어가던 생각들 또한 정리를 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자신을 반추하면서 여러 가지 사유들이나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자신에 대한 앎은 타인에 대한 앎이기도 하고, 내가 소설에 쓸 인물들을 창조하는 일에 단초가 되기도 하지요.

 

이번 달 총평을 말씀드릴게요.

 

이번에도 다양한 글들이 올라왔어요. SF 소설도 있었고, 동시대적이며 자본주의적인 조건을 알레고리로 형상화한 소설도 있었습니다. 꾸준히 소설을 올렸던 분 같은 경우 점점 소설이 느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았습니다. 저는 좋은 소설을 쓰는 작가의 조건 중 하나란 디테일과 세부에 관한 책임감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문장이나 어떤 사소한 에피소드라도 무던하게 넘어가지 않고 마지막까지 들여다보는 힘이요. 그것은 재능이나 상상력보다 체력, 그리고 인내와 성실성을 요구하는 작업입니다. 몇몇 소설들의 경우 시적인 문장과 아이디어, 감수성이 좋았지만 세부나 디테일. 그리고 서브 에피소드에서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서사적 전개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경우가 있었어요. 중요하거나 중심부가 되는 장면은 충분히 강조가 되었지만, 세부의 모습이 엉성하거나 느슨하거나 생략된 채로 결말을 향해 급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충분히 자신의 글을 검토하고, 편리하게 넘어간 부분이 없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완성된 작품을 만드는 일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셨으면 해요.

 

이번 달 월장원 후보를 발표하겠습니다.

 

  dxy님의 <계절에게>는 한편의 독립영화 같은 소설이었어요. 흙 냄새를 풍기는 제희, 그리고 제희를 사랑하는 나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면 단위의 에피소드들은 인물들 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기류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어요. 단점이라면 생각과 관념을 표현하는 부분들의 문체가 장식적이거나 설명적이고, 뚜렷한 사건이 없어 다소 단조로운 느낌을 준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겠네요.

  서윤호 님의 <운전의 기술>은 민식이 처한 삶의 조건을 “운전을 가르치는” 에피소드를 통해 알레고리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소설에서 의미의 밀도가 느껴졌고, 소설 또한 타이트한 내러티브로 조직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단점이라면 문장이 빽빽해 서술의 숨구멍이 부족해 보였고, 영민이란 인물이 특별한 기능을 하지 않는 점, 후반부의 시점의 활용이 다소 서툴러 보였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겠네요.

  윤별 님의 <더 레드>는 완성도 높은 SF 소설이에요. 긴 분량이고, 이 소설을 전개하면서 작가가 겪었을 노고와 사유, 치열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힘 또한 돋보였습니다. 문장 또한 공들여 쓰여진 것 같고요. 작자를 신뢰하면서 따라갈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회적이고 비판적인 알레고리, 재밌는 설정, 시적인 문장들과 더불어 후반부에는 서스펜스와 긴장감 또한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어요. 피터라는 인물도 매력이 있었습니다.

 

이번 달 월장원은 윤별 님의 <더 레드>입니다. 다른 분들도 월장원에 손색이 없었지만, 이번 달에는 윤별 님의 소설이 압도적이었네요. 한 편의 소설을 붙잡고 끝까지 써낸다는 것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이 빛나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그럼 곧 다시 뵐게요. 감기 걸리지 말고, 몸 아프지 말고, 모쪼록 따뜻한 겨울 통과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목록

1
댓글남기기

로그인 후 사용해주세요.
1 Comment threads
0 Thread replies
0 Followers
 
Most reacted comment
Hottest comment thread
1 Comment authors
M0no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