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co a poco anim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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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발을 혓바닥에 분지르다 생긴 너의 음이탈은 아름다워 그맘때쯤 나는 목적지를 잃은 기차처럼 달렸다 파스텔톤은 나와 어울리지 않아 밀려드는 활자에 내가 어둠으로 빠진다 우리는 검정에 먹힌 흰색, 꺼져가는 빛 회색이다 이대로 굳어지겠지 변하지 않는, 변하지 않을. 심장이 온몸을 울리는 건 어떻게 죽어가는 것일까. 머리통이 기어가고 우린 흰 건반이라도 핥고 싶다 새빨개진 건반에서 사탄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난 그것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고 손을 뗄 수 없다 이내 검은 건반까지 모조리 씹고 싶은데

 

2

 

튕겨지는 기타줄에 내 온몸이 감긴다 입술까지 다다르자 분절되는 내 몸. 봐요, 더 이상 흘러갈 수 없다고요. a의 마지막은 피크, b의 마지막은 엠프 스피커만한 네모였다는데 난 이유를 모르고 a를 꽉 붙잡고 뜨거워질 자신이 있다 선율은 심장에 뿌리를 내리고 다짐만 가득한 손가락들. 온도는 냉담한 눈빛을 띤다 무엇이라도 움직여봐, 의미없는 멜로디가 더 날카롭다고

 

3

 

네가 단단한 건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는 드럼 스틱을 잡고 솜털처럼 움직이잖아 우리는 손가락질하고, 바보야 눈만 감으면 완벽한 울림인데. 그는 손에 잡히지 않는 유리조각이다 너는 물렁해지려 다시 건반을 쓰다듬는다 모든게 부러져도 괜찮으니 천국을 들려줘 눈물 한방울에 한 음씩 연주하는 너. 모두가 멈춘 채 기도를 잊고, 이내 당도하는 '시'. 절벽에서 떨어지기 직전인 그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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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

안녕하세요 은갈치님 반갑습니다. 시를 읽는 내내 가슴이 뛰었어요, 정말 열심히 시를 쓰고 계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3연이 좋았는데요, 단단한 건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야, 시, 절벽에서 떨어지기 직전인 음, 과 같은 문장이 기성시인이 쓴 거라고 해도 좋을만큼, 섬세하고, 깊고 좋았습니다. 아마 은갈치님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마감을 앞두고, 미친듯이 시를 쓰고 싶은, 제 마음도 잘 드러난 것 같아요. 공감합니다. 다만, 시어가 너무 많다는 점. 많이 정돈되긴 했지만, 기타, 피아노, 드럼, 욕심을 부리자면 한 가지 악기에 집중해서 이 에너지를 몰아줬으면 좋겠어요. 또 한 가지는, 머리통이 기어가고 우린 흰 건반이라도 핥고 [싶다] 새빨개진 건반에서 사탄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난 그것을 손가락으로…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