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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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옹이

 

 

맑다고 소문난 우물을 마시러 왔더니

우물보다 하늘이 더 맑다

약한 중력으로 운석들을 끌어들이더니

산에 사는 나무보다 더 큰 옹이를 가지고 있는 달,

보름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더 많은 상처가 안보여서 다행이라고

아니, 어쩌면 더 슬프기도 했다

입 꼬리 올린 초승의

불어터진 입,

건어물 전에서 생선 파는 어머니나

꽃집에서 묘목 파는 아버지의 휜 새끼손가락을 닮은 것,

그게 참 아려서

우물에 비친 달을 뜯어먹었다

누구의 눈물로 만들어진 우물일 거라고 단정했다

마실 때마다 속에선 기쁨이 우물처럼 난다

 

하늘 올려보는 게 두렵다

너무 맑아서, 치부를 들킬까봐

옹이자국투성이 달이 너무 아파보여서

그때처럼, 시장을 벗어나고 꽃집을 피해 다니던 것처럼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했다

 

지구의 상처를 달이 안고 사는 거라고 말했다

당연한 게 아닌데 알지 못해서,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고 위로해줬어야 했는데

우물에 비친 달을 보고서야 알았다

옹이투성이 달, 하늘, 누구네들의 상처가

물을 한 잔 더 마셨더니

속에서 우물처럼 슬픔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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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운

파판님 시 잘 읽었습니다. 인상 깊네요. 시를 잘 쓰시는 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첫 연이 참 좋다고 생각했네요. 그리고 그 후 "하늘 올려보는 게 두렵다 너무 맑아서, 치부를 들킬까봐…." 이런 전개가 너무나 그럴듯하여 매력이 덜하다는 느낌도 들었구요. 이렇게 계속 써보시다가, 좀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 꾸준히 좋은 시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