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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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고속도로 한 복판에 자리잡은 고양이 한 마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찔한 바퀴들이 지나치는 낯선 이 곳에 흰 발을 들여놓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고양이 등 뒤에서 몰려오는 라일락 향기가 남자의 코를 찌르고 도망쳤다. 고양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꽃바람이 일고있다. 산 하나 깎아놓고 아스팔트 바닥만 채우면 그만인가, 페인트 노랗게 칠하고 가드레일 박아야지. 터널은 또 어쩔거야, 지금 있는 길로도 족해. 이쪽으로 주욱 길을 내어보겠다고 고양이와 맞선 이가 몇인가. 남자는 그 때마다 부는 바람을 눈에 넣었다. 거친 모래없이 아주 따가운 바람이다. 한참을 먼 평야만 바라조다가 반대편 고양이가 등을 보일 때, 남자는 고속도로 위에 서서 눈을 감았다.
 아찔한 바퀴들이 지나치는 낯선 이곳이다.
보라, 남자는 눈을 감고도 라일락 향기를 보았다.
 남자는 고양이도 라일락도 바람도 등에 지지 못한 채 이 세상 제일 무거운 짐을 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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