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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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 택배라. 택배만큼 모든 걸 전해주는 그런 신비로운 정체가 있을까 싶다. 날카롭게 각져 있으면서도, 미묘하게 온화한 질감을 가진. 손끝에 적절히 실리는 어딘가 만족스런 무게감을 주는. 그런 종이 상자를 전국을 넘어 전 세계로 실어 나른다는 것을 상상해 보면, 내 머릿속의 하늘은 날아다니는 택배 상자들로 가득하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면 높이 솟아 있는 콘크리트 건물들이 있다. 이웃 간의 소통이 줄어드는 현대사회에서 적절한 소음을 환기해주는 존재가 택배가 아닌가 싶다. 띵동하고 울리는 초인종 소리는 굳게 닫힌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고, 급히 뛰어 내려가며 택배를 전달해 주는 기사 아저씨의 발소리를 뒤쫓다 보면 이웃사촌의 삶과 대화를 엿볼 수 있다.

 

 택배를 뜯기 전까지는 포장된 테이프와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있다. 긴장을 풀어내고 꼼꼼히 포장된 택배 상자를 열다 보면 어떤 웃음이 터져 나온다. 정말 택배 상자 안에는 뭐든지 담을 수 있어서, 할머니가 살고 계신 바다 내음과 함께 피어오르는 생선비린내, 동태였다가 북어가 되어가는 명태 대가리, 그리고 편지 한 통 없지만 꽉꽉 채워진 할머니의 사랑이 엿보여 처치 곤란의 택배를 받아도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루는, 택배 상하차를 하고 시르죽은 채 뻗어버린 형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미련하게 그걸 다 하고 있냐고. 그냥 중간에 도망치지 그랬냐고 말이다. 형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응, 맞아. 중간에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졸라 힘들어 죽겠더라… 근데 내가 실어 나르는 물건들이 누군가에겐 정이고, 누군가에겐 행복일 거라 생각하니깐 함부로 대할 수도 없고, 도망치지도 못하겠더라… 그래서 그냥 다 했어…. 형은 말을 마치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일 때문에 얼굴은 고되보였지만, 입가만큼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형의 말을 들은 이후로 택배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집 앞에 택배를 놓아두고 급하게 뛰어가는 기사 아저씨에게 감사합니다 라고 크게 인사하기도 하고, 집 앞에 음료수를 놓아두기도 했다. 처음엔 당황해하시던 기사님도 이젠 웃으시며 배달을 하신다.

 

 나는 지나가는 택배 트럭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저 트럭 안에는 얼만큼의 행복과 사랑이 실려 있을까 하고. 가끔은 넘치다 못 한 사랑이 부풀어 올라, 트럭 안에서 펑하고 쏟아져 나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며 홀로 웃기도 했다. 여기저기 실린 사랑과 행복이 전국을 넘어 전 세계 구석구석을 누빌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나쁘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한다. 택배는 그 단어의 뜻 그대로 집마다 나누는 정인 것이다. 이웃과 나누는 덕담 한마디. 친구들과 나누어 먹는 과자도 모두 마음과 마음 사이로 전달해 줄 수 있는 택배이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누군가와 나눌 빈 택배 상자를 바라보며, 무얼 채워 넣을까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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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현

성 현님. 택배 종이 상자의 묘사를 질감과 무게감 등의 묘사를 통해 감각적으로 해주셨네요. 택배 뜯기 전의 마음을 상자에 포장된 테이프와 같이 팽팽한 긴장감으로 표현해 준 점도 좋았습니다.

택배상자에는 행복과 사랑이 실려 있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허영과 결핍을 채워주기 위해 주문되는 물건도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글의 결말이 밝아 좋았지만, 조금 더 다양한 시각으로 들여다본다면 좀 더 깊이 있는 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