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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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톱을 잘라내려다 피가 났다. 손가락을 꽉 잡았다. 얼마지나지 않아 피는 멈추었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새로 돋아난 살은 완전히 자리잡았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듯,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혈액을 공유하며, 촉감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가해자는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가 된 상태에서 다시 차를 몰았다. 차와 충돌한 나는 10미터 아래로 떨어져 정신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 사고 때문에 팔에 큰 흉터가 있다. 정확하게는 팔뚝과 어깨의 사이. 15센치가 넘는 큰 흉터는 내가 죽을 때 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뉴스는 며칠간 이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음주운전으로 인해 10대 소년은 병원에 입원하였으며, 그 가해자는 이미 면허 취소가 된 상태였다는 보도였다. 며칠동안 보도 된 이 뉴스에는 달라지는 것이 없었으며 단순한 사실을 나열하는 것에 불과했다.

 

 보름만에 정신을 차린 나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자주 있었던 사건이고, 그 피해자가 내가 된다고 하더라도 누구를 원망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피해자가 내가 아니라면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에 그저 안주하고 말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안주했던 방관자가 다른 방관자를 욕 할수는 없었다.

 다만 팔뚝의 큰 흉터를 보고서는 놀랐다. 정신을 차리고 난 직후에는 흉터를 볼 수 없었다. 아직 다 아물지 않아서 붕대를 두르고 있었기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다.

 상처가 다 아물고, 붕대를 풀어 상처를 봤을 때, 나는 크게 놀랐다. 긴 흉터 사이로 돋아난 것은 내가 아니었다.

 

 ‘사람은 어떤 일정한 주기로 완전히 바뀐다.’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목욕탕에서 떼를 민다거나, 상처가 나서 딱지가 생기고 새로운 살이 돋아나는 과정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바뀐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상처는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었다. 흉터는 내 피부색이 아니었으며, 오돌도톨한 촉감은 지금껏 내 피부에서 느껴보지 못한 촉감이었다.

 

 

 손가락을 보았다. 촉감을 공유하고 있는 손가락의 끝. 이 부분은 ‘나’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불완전변태’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곤충이 알에서 태어나 성충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번데기의 시기를 거치지 않는 변태. 어쩌면 나도 불완전변태를 하고있다고 생각했다.

 교통사고의 전,후로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교통사고 이전이 ‘유충’이라면 지금의 나는 ‘성충’일까? 새로운 살이 돋아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불완전변태를 성공시켰다. 원래라면 성충으로 바뀌어야 할 테지만 나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교통사고가 나기 전, 17살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바뀐 외관, 새롭게 돋아난 살, 점점 커지는 몸과 그 몸을 감당할 수 없는 껍질. 나는 그 속에서 도망치기 위해 그저 탈피만 반복했을 뿐이었다.

 새롭게 돋아난 살은 내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알고있는 나는 아니었다. 온전했던, 안정했던, 그저 바라보고 안주하기만 해도 만족했던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르다.

 

 인간에게도 완전변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생이 180도 바뀌는 어떤 전환점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런 번데기같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살이 떨어져 나가도 새롭게 돋아나는 일 없이, 한번의 긴 휴식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시간. 그런 시간이 있다면 이 세상에 모든 죄는 사라질텐데.

 

 하늘은 느슨해보인다. 붉은색으로 홍조를 띄고있는 하늘은 느슨하게 풀려서 무엇이라도 용서해줄 것만 같다. 팔에 있는 긴 흉터는 모양이 바뀌어서 웃고있는 입 모양이 되었다. 새로운 나는 지금의 나를 가지려한다. 새로운 인간이 ‘나’의 모습을 빌려 온전한 내가 되려고한다.

 ‘나’는 누구인가를 정하는 그 기로에서 한번 벗겨져버린 피부는 비웃고 떠나버렸다. 남은 피부와 나는 나라는 존재를 만드는데 있어서 크고,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런 존재다. 불완전변태를 경험한 곤충같은 존재. 원망하고 싶다. 나를 이 좁은 껍질 속에 넣어둔 사람, 불완전변태에 접어들게 한 사람, 그동안 안주하고 방과하기만 했던 그 사람.

 피해갈 수 없는 하늘의 천망이 모두를 잡아놓는다. 옳고 그른 것은 무엇인가 가릴 수 있는 자는 느슨해보이는 하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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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판

전하려는 메세지 좋고 관찰도 괜찮은데, 개인적으로 사고 당한 사람의 심리를 너무 가볍게 쓰신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 내가 사고가 난다면 이럴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막상 실제로 닥치면 소설처럼 이성적이지는 못할 거 같아요. 소설의 주인공은 너무 평안하지 않나요? 그리고 10m 아래는 꽤 높아요…
근데 이런 것들 제외하면 꽤 신선했어요. 불완전한변태를 가지고 이야기를 쓴 게 창의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구요. 글이 조금 길어지더라도 주인공의 심리묘사가(?)가 조금 더 많았으면 좋을 것 같아요./ 혹 주제 넘은 짓이었다면 정말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