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성을 향하는 붓

 

나는 네 생각보다 붉은색을 좋아해
중력이 끌어 열매에 닿으면
시작되는 광신도의 밤

 

사람을 그릴 때 적을 담으면
꼭 그렇게 장미처럼 품는다고
눈동자 일궈내지 않으면
귀신까지 담는다고

 

숨 내쉴 구멍도 없이 빛을 발하다
물을 뿜어내 버리는 곡예가 이제는 지루해
붉은 행성으로 도망쳐 버릴까
흰 빛 속에서는 갈필도 허용하기로 해

 

네 무화과는 에덴에서 났지
부서질 수밖에 없는 향수는 꾸준히 붉고
캔버스의 공간이 여전히 남았는데도
그보다 나는 빨강을 좋아해

 

kakao
....

1
댓글남기기

로그인 후 사용해주세요.
1 Comment threads
0 Thread replies
0 Followers
 
Most reacted comment
Hottest comment thread
1 Comment authors
권민경 Recent comment authors
권민경
Member
권민경

안녕하세요. 광원님. 두 번째인가요? 시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지난번에 읽은 시보다 재미있었어요. 첫 행이 인상적이었고요. 어조도 좋습니다.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면, 일단 1연에서 ‘시작되는 광신도의 밤’이란 말이 있지요. 그래서 광신도의 밤이란 어떤 것일까 하고 기대하며 읽었는데 잘 묘사되지 않고 그냥 단어로 끝난 것 같아 조금 아쉬웠어요. 광신도의 밤이라니, 다른 독자들도 궁금해하지 않을까요? 중요해 보이는 단어가 나온 다음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휘발’되어 버린다고 말하거든요. 그러니까 너무 멋있는 말을 써도 그 뒤를 받쳐주지 못하면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시는 참 이상한 장르입니다. 2연의 첫 행 ‘사람을 그릴 때 적을 담으면’에서 적은 붉을 적일까요, 아니면 적(敵)일까요? 의도일 수도 있지만 굳이 적이란 말…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