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그레고리 씨는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마흔 살이 되어있었다

침대 위에는 웬 흉측하게 생긴 물체가 누워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그레고리 씨는 일어나 거울을 보았다

팔에는 수북이 털이 나있었고

머리에는 듬성듬성 하얀 머리칼이 솟아있었다

끔찍했다, 그는 한 마리 중년 인간으로 변한 것이다

턱에 뾰족뾰족하고 거칠거칠한 수염이

런닝셔츠 뒤에 출렁출렁한 뱃살이

축 처진 눈동자 두 개 밑에 시커먼 다크서클이

그레고리 씨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모르는 사이에 언제 변신했을까

어제까지만 해도 사지 멀쩡한 바퀴벌레였는데

큰일 났다

누군가 방문을 두드린다 그레고리 씨,

국세청에서 왔습니다 열어주시죠

아니, 국세청이라니?

그레고리 씨는 목이 콱 막혀 저, 사람 아닌데요, 하고 말했으나

국세청 직원은 쾅 뿌직 문을 부수고

힘없고 조그만 바퀴벌레는 그만

건장한 사내의 구두에 짓밟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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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모로님 안녕하세요. 또 만나 반갑습니다. 시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세태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전에 본 시도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쨌든 변신이라는 유명한 텍스트를 갖고 시를 썼는데요. 사람이 벌레가 된 것이 아니라 벌레가 사람이었다는 설정이 재미있었습니다. 어쩌면 사람의 가치가 벌레처럼 느껴지는 상황 자체를 썼을 테지요. 그런데 시가 좀 가분수가 되어버렸어요. 앞부분에 그레고리에 대해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요? 뒷부분에 갑자기 국세청 직원이 등장해요. 분량만으로도 뒷부분이 짧죠? 결말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뒷부분은 묘사가 거의 없이 소설적인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인물의 대사가 등장하고 어떤 움직임이 있지요. 그리고 급하게 마무리되었어요. 묘사와 설명은 속도가 달라요. 아무튼 두 가지 방법이 있겠네요. 소설적인 상황을 시적인 문장으로 쓰거나, 반대로…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