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공이 바닥에 튀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쇠구슬이 자석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라면

 

원하던 방향을 막은 바닥을 저주하며
힘든 구색이 있으니 진로를 버리려고
글을 조금 좋아했으니 글을 붙잡으며
악기를 할 줄 알았다니 음악을 바라
재능으로 살아가는 사람 사이에서
아무 것도 없이 발만 담구다
더 이상 도망갈 구실조차 없을 때

 

쇠구슬을 긍정적인 환상으로 덧대고 덧대어
실상은 뭣도 없는 내가 잘만 튀어 오른다
농구공 같이 피구 같이 자기도 공이라는 듯
세상에 존재하는 자기성을 무시하면서
시효가 남지 않은 꿈은 더욱 크게 부풀리고
사소한 것에 옹졸해져 버린
바람을 불어 넣은 풍선 안에 들어간 것인데
이미 도망쳐 얼마 남지 않은 땅에서도 다시 올라가기야 할까
아주 작은 반경을 넘어서기야 할까

 

문득 성당에 가고 싶었다
그간 행한 거짓과 붕 뜬 바람을 빼내기 위해 하지만,
미사 집전은 마친지 오래였고
회개할 사람은 이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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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원님 안녕하세요. 다시 만납니다. 광원님은 문장에 늘 특유의 느낌이 있어요. 그게 매력적이지요. 다만 이 시는 좀 산문적이라고 할까, 문장이 길고 덜 다듬어진 느낌이네요. 첫 연과 마지막 연은 남기고, 중간 부분을 좀 고쳐볼까요? 고민이 많아서 글이 길어진 것 같긴 한데, 그럴수록 여러 가지 생각이 빠르게 교차하는 것처럼, 표현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문장이 길어질수록 읽는 사람의 속도가 느려지고, 반면 단어 단위로 치고 나가는 부분은 읽을 때 속도가 빨라진다고 생각하면 편해요. 아무튼 중간 2연을 간결하게 고쳐봅시다. 사실 마지막 연도 문장이 길긴 하지만 느낌 자체는 괜찮아 일단 남겨놓습니다. 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