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SHABY

 

 

여름의 햇발은 잔인하게 우리를 비췄다. 그늘을 찾던 중이었다. 길가에서 외마디 소리를 내며 쓰러진 아이를 움켜쥐었다. 모두가 함께 뒤엉켜 울다 숨이 끊어지면 그의 가슴을 베는 것이다. 서로 그 아이가 죽는 날을 어느 샌가부터 헤아리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다. 비열한 양심은 약자에게 조금 더 억세, 아이가 버텨내기엔 역겨웠을 것이다. 암묵적인 동의가, 은근한 시선이 모든 죽어가는 이를 환호했다. 우리는 미아였다. 어느 때부터 우리는 변법에 따라 불문율을 만들었다. 이건 우리만의 의례이자 제사, 우리는 힘이 센 아이와 체력이 튼튼한 아이를 중심으로 아이를 둘러싸 안았다. 스러져 가는 건물의 입구를 보니, 이전에는 오피스텔로 쓰이던 것이었다. 여기라면 하루 정도 묵고 갈 수 있을지 몰랐다. 우리는 들어가 빈 방의 문을 잔뜩도 열어뒀다. 도어락이 굳게 잠군 문은 굳이 들어가지 않았다. 숨을 거둔 아이는 이상하게 견과류 향이 났다. 그걸 우리는, 죽어가는 향이라 칭했다. 그 고소한 것을 맡고는 다들 정말 그렇게 됐다. 한동안은 여느 추리 소설에서 일컫는 청산가리 향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그 생각은 금방에 거둬지고 말았다. 청산가리를 당장 길거리에서 어떻게 구하겠는가. 생존에 불필요한 감각에는 잔뜩 무뎌져 생각이 짧아진 우리는 그저 죽은 자를 안도라도 하나보다고,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다른 한 아이에게서도 아마 죽음의 내음이 돋았는데, 그 아이는 파편에 찔려 다리에 붕대를 감아두고 있었다. 항상 들고 다니던 가방에는 소지품이 얼마 없었다. 반절 이상이 붕대며 밴드였고 나머지는 생수 한두 병과 초코바 같은 꽁꽁 숨겨둔 비상식량 정도가 전부였다. 건물이 무너져 진료를 받지 못하는 병원을 털었다고 자랑스레 웃는 아이의 모습이, 눈 앞 가깝고 먼 곳에서 일그러졌다. 파편을 떼어내려면 수술을 감행해야 했기 때문에,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는 강인하게도 붕대로 버텨온 것이다.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장하게도. 다리를 절며 길을 걷다가도 지혈이 안 돼 붉게 물들은 붕대를 가느냐고 낙오되는 꼴을 자주 보았다. 지금 보면 그 아이에게도 은근한 시선이 오래 존재했던 것 같다.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가 없는 자리에선 그 애를 ‘자원’이라 칭했다. 자원, 붕대를 감던 아이는 우리가 하루 더 버틸 희망을 지니게 해줄 자원이었다.

 

그 아이는 지금도 없을까 하고 실제로 눈을 들어 현실 속 무리를 보니 그 아이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금방에 같이 있지 않았나, 그런 것 따위에 초를 재고 있을 겨를이 없는 건 누구도 잘 알지 않은가. 바로 털어 넘겼다. 입이 하나라도 줄면 차라리 제게 주어지는 몫을 더 많이 셈하게 된다. 잡생각을 아이디어로 봐주는 사람을 찾으려면, 미술관을 가야 한다. 미술관에 가, 도록을 찢어버리고, 새로운 활자를 기록해 넣어야 한다. 간만에 먹는 음식다운 음식이었다. 입에 들어오는 철 맛이 지나치게 달았다. 삼켜낸 감정에는 녹이 슬었다. 도무지 열어지지 않는 입술을 웅크렸다.

 

– 그 애, 어떻게 됐을까.

 

– 누구 말하는데. ( 붕대. ) 그거야 모르지.

 

– …죽은 거 아냐? 속도 맞춰주기 짜증났는데, 잘 됐어.

 

– 그래도 얘도 같이 손질하면 더 나았을 텐데. 걔 짐도 많았고.

 

은근한 추종이 추정으로만 끝나던 걸 구체하게 만들었다. 실체화된 가치가 옴팡지게 눈에 들었다. 죽음의 냄새는 누구든 맡았겠지. 우리도 안색이 창백하고 피가 흐르고 따위는 지각할 수 있었다. 또, 모두든 마지막이라도 편히 가라는 천상 같은 환상을 속삭일 수 있는 노릇이다. 어디든 살아갈 것이다. 살다가 죽더라도 꿈속에서는 행복한 미래를 거닐 것이다. 다리를 절지 않고 친우들을 제 속도에 맞춰 따라 가는. 결국 죽었을까. 그나저나 그 아이 이름이 뭐였지. 방금도 나는 붕대를 감았다는 이유만으로 붕대라 칭했고, 다른 아이들도 순순히 알아들었다. 되물음 따위는 없었다. 나는 도저히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었다. 겨우 그런 정도였다. 더 친해질 수 없는, 우리는 금방에라도 눈 감긴 얼굴을 보며 물어뜯을 줄을 알아야 한다. 좋은 변명이었다. 스스로에게 비소를 흘렸다. 자조하는 웃음은 곧바로 흘러 나왔다. 은근히 긍정적인 기분이 들었다. 역겨웠다. 그 기분은 금세 사그라졌다.

 

걔, 곱게는 못 죽었을 텐데. 다른 아이는 암울을 깔았다. 동의하는 몸짓을 시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래. 하여간 더는 볼 수 없을지 모르는 자에게 그다지 큰 관심을 쏟는 건 아무래도 여유가 남은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우리는 버려졌다. 모든 삶은 버려졌고, 이 국가, 아니 온 지구가 생을 마쳤다. 소행성의 충돌? 신흥 사이비 종교의 농락? 마지막 뉴스의 앵커는 이 세계가 종말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사이비 신자가 뉴스룸에 무단 침입을 하기는 했지. 사실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무력해왔다. 희망 없는 나날의 연속은 어떤 생각을 하다가도 무력해지고 말았다. 빛의 흐름에 따라 풍경화를 그리고 있던 캔버스는 초현실주의 화풍을 담은 것이 되었다. 그 캔버스는 이곳에 더 없다. 그림에 그려져 있던 누군가의 미소, 그는 이런 풍경을 기대하고 웃음을 지었을까? 이런 상황이 읊어진 후에는 그 입매가 그 상황과는 틀린 퍼즐일 걸 알고 말 텐데. 그러고부터 나는 오브제였다.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스스로 엇나가는 걸 택했다. 현시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인간으로 변모하기 위한 궤변이다. 먼지 쌓인 도시에서 그걸 씹는 우리가 어떻게 하루 더 살아남기나 할까. 변명은 거창했다. 죽음은 삶 또한 죽음에도 남지 않았다. 우리는 똘똘 뭉쳐있을 수밖에 없었다. 숨이 끊기면 생전 얼굴이라도 익힌 서로를 뜯어 무는 것을 차악이자 공동선으로 두고는 버텨왔다. 그런 명분으로 가족을 베어 물고도 필름 한 편에 어여쁘게 그려진 미소를 따라 지었다. 진심으로 활짝 웃어본 적이 언제였지, 기억나지 않아 무력했다.

 

여름이 져온다. 그해의 계절은 소중한 삶을, 죄악으로 솎아내 앗아간 폭염을 낳았다. 시신은 규명도 집계도 않았다. 사실 그런 일을 하였을 정부 기관이 실종됐다. 정부, 가족, 사회, 어떤 차원에서든 무리는 흩어졌다. 우리는 무리라고 할 수 있을까, 도저히 아니었다. 그렇지만 다른 명명할 이름이 없던 것도 사실이었다. 우리가 뭉친 원인에서만은 우리는 중개인이며 계약인인데, 그저 거래를 하는 역할이었을 뿐이다, 우리는. 기록에서도 명명되지 않은 이는 결국 버려진다. 그의 임종을 지켰던, 살아남고자 했던 이들은 모든 사실을 암암리에 숨겼다. 숨 하나가 또 멎고 일생에서 지워져 간다. 그날은 임종을 앞에 두던 자원이 실종한 날이었고 다른 때보다 더욱 암울했다. 그 애 이름의 음절마저 잊은 것을 숨기지 못해 추악했다.

 

우리 늪으로나 갈까. 한 아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우리는 역시 지친 걸지도 모르지. 점점 참을 수 없는 감정에 아무도 없는 숲에 가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늪은 그에 좋은 구석이 되었다. 한 명이 무너지는 건 괜찮지만, 모두가 그러는 건 필히 불길한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더욱 그랬다. 죽어나간 도시 속 무너진 건물 주변 유난히 지어지지 얼마 안 되어 광이 나는 건물은 어디에서든 누구든 가장 죽음다운 죽음으로 인도했다. 그곳에서 있던 일은 나를 조금 더 요철이 나도록 깎게 했을 뿐이었다. 요철이 있어 꼭 맞지 않는 나를 더 깎고 분질러 새로운 요철을 만들어 기어이 끼워 맞추고 마는 것이다. 지구가 무너지고 나서부터는 은어가 많았다. ‘외부인’이라는 은어는 조금이라도 더 늦게 늪에 들어가거나, 아예 들어가지 않고 생존을 감행하다 죽어버린 사람을 칭하는 낱말이었다. 나는 끝까지, 외부인이고 싶었다. 방금 삼킨 아이와 붕대로 다리를 감던 아이가 동시에 떠올랐다. 둘은 어디부터가 외부인이고, 자원이며, 늪에 들어가 ‘내부인’이 되고 마는 걸까.

 

분위기가 고개를 떨어뜨렸나 보다. 모두가 말이 없었다. 우리는 이해를 바랐다. 머리의 무게는 더욱 무겁다가 한 순간에 가벼워졌다. 군중심리였을까, 홧김에 던진 진심 섞인 제안에 모두가 동의했다. 텁텁한 입에 단물이 흘렀다. 역겹고도 고소한 내음이 주변을 맴돌았다. 우리는 죽는다. 이 밤이 또 오기 전에, 이 밤이 그치기 전에. 그렇지만 이 악몽이 끝나기는 할까. 극한에 치든 우리는 헤아려질까.

 

 

 

 

* 안녕하세요! 소설 게시판을 이용하는 건 처음인데, 글이 생각 외로 너무 짧게 끝났어요…ㅠㅇㅠ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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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광원 님. 재밌는 문장이나 그로테스크한 문장, 감각적인 문장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환상적인 느낌도 드는데, 소외된 아이들이 모여 있는 낡은 건물의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요. 지금 단계에서는 퇴고가 되어 있지 않아 문장이 지나치게 만연체이거나 관념적인 사유들이 뒤범벅되어 있는 모습인데요. 서술자 또한 객관적이지 못하고 대상과의 정서적 거리감이 어그러져 있습니다. 이 문장들의 더미를 조금씩 추스르는 방식으로 퇴고를 해 보시면 소설의 이야기와 이미지가 명확해지면서 장점들이 부각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퇴고한 작품도 꼭 올려주세요. 다음 소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