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문

본래 거미였을 것의 다리를 한 쌍 떼어내자
더 이상 거미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타버린 숯덩이처럼 떨어진 다리가 뜨거워하며 흐느끼고 붉은 네 개의 빛은 절멸했음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3,
2
(차들이 엑셀 밟을 준비를 합니다)

 

그들은 함께했던 저녁 식사를 후회했습니다
분명 서로가 좋아하던 메뉴를 시키고
추억 따위의 묘연한 대화를 주고받았음에도 노랗게 타오르는 노을은 아득하게 저물어만 갔습니다

 

1,
0
(차들이 엑셀을 밟습니다)

 

정확히 19시 28분이 되면 사료를 먹으러 오던 나비가 차에 치여 죽었다고 합니다 나비는 유독 애교가 많은 고양이였습니다 초록불에 신호를 건넜지만, 불운의 사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후에 알고 보니 주공 아파트 입구에 있던 고장 난 신호등이 문제였다고 하더군요)

 

0, 0, 0,
아아, 세 개의 눈동자가 있는 문제의 상자 속엔
남아있는 복사건의 실마리가
지금도
계속해서 하나둘 신음을 내며 낙사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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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안녕하세요, 접아님. 재미있는 시네요. 물론 나비의 죽음은 가슴 아프지만요. 제 생각이 이 시는 몇 개의 수식을 걷어내면 좋을 듯합니다. “본래 거미였을 것의” “타버린 숯덩이처럼”, “추억 따위의” 등과 같이 꾸며주는 말을 떼어낸다고 하면 시의 의미가 달라질까요? 그렇진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말들은 불필요한 것이겠죠. 그리고 숫자의 사용도 지금 상태는 그다지 긴장을 주지 못하고 있어요. 다른 방식을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19시 28분의 의미도요. 덧붙여 시간이 나와 있는 부분의 구절들은 지나치게 설명적입니다. 손을 봤으면 하네요. 0,0,0 단락의 “세 개의 눈동자”나 앞부분의 네 개의 빛처럼 한글로 풀어 쓴 숫자의 의미도 고려했으면 하고요. 어쨌든 착상과 단락의 배치는 효과적이라고 생각되니 그 안에 시어들에 대해…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