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고향에 대한 향수병

내가 그곳을 걷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곳을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곳에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도…

어느 골목에서 살았을 누군가에게 내 이름을 쥐어주고 나는 그 골목과 그 시절의 낭만을 느끼고 싶다, 생각하며 골목 사이사이를 뛰고 걷는 상상을 합니다. 페인트칠이 벗겨질 담장과 새로 칠한 벽화에 어지럽게 섞인 풀냄새와 새 페인트 냄새. 숨을 참고 벽화의 냄새로부터 도망칩니다. 도망치던 것은 지금의 나인지, 그 곳과 그 때의 냄새에 절여져 내가 있지 않았을 때를 원했기 때문이였는지. 달리면서 점점 폐가 찢어질 것 같은 아픔은 허튼 생각을 했기 때문에 벌을 받은 것만 같아, 결국 걸음을 멈추고 길 위에 나앉은 뒤에야 숨을 돌렸습니다. 도망쳤음에도 길 위였고, 나는 깨닫습니다. 지난 시대에 대해 그리워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자니 받아들이기는 어렵고도, 간단했습니다. 내가 입을 떼고 생각하던 첫 단어를 몇 번이고 무너진 발음으로 반복했던 것처럼.

kakao
....

2
댓글남기기

로그인 후 사용해주세요.
1 Comment threads
1 Thread replies
0 Followers
 
Most reacted comment
Hottest comment thread
2 Comment authors
유기적이병국 Recent comment authors
이병국
Member
이병국

안녕하세요, 유기적님. 시 잘 읽었습니다. 없지만 있는 향수를 써보고자 했던 것일까요? 시 본문을 생각하면 제목의 범위가 너무 크네요. 시는 골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말이죠. 그런 점에서 골목에 조금 더 집중해서 시를 묘사해나갔으면 어떨까 합니다. 지금은 올린 시는 일종의 시작 노트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서부터 시작해야겠죠. 설명조의 문장들을 다 걷어내고, 감정에 매몰된 문장을 덜어내고 골목과 그 골목을 걷는 걸음과 그때의 냄새와 그 길 위에 놓인 ‘어떤 것’을 시로 묘사했으면 합니다. 몇 번이고 반복했던 무너진 발음이 골목에 떠다니도록 한다면 비로소 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존의 시인들이 어떻게 시를 썼는지 참조해도 될 것 같아요. 교과서에 실린 시 말고 서점에 가서 동시대…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