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어 버린 것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맞물리지 않는 톱니를 욱여넣어 길을 만들고
일그러진 태엽을 감싸 안아 다시 헤엄치게 한다
푸르게 붉게 낙엽처럼 설익은 자욱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이들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게끔

꼭꼭 숨겨라 머리카락 보일라
찬연한 햇빛에 눈을 잃은 그와 빛을 저버린 윤달
결함에 함몰 또 몰락에 눈을 감아버린 치들
폐부에 물이 차올라 수심을 박차는 물고기와
이미 찌들어 지울 수 없는 녹을 뒤집은
그저, 그냥 그런 것들

못찾겠다 꾀꼬리
걔는 한 번도 웃지 않던데 나온 웃는 그림을 보고 의아했더래 마음에 들지도 않았나 뚱딴스럽게 나는 머리카락이 가장 예쁘더라 뒤집은 초상화를 바랐나 붓질이 잘못인지 그린 쟤도 숨으려 하던 게 있던 건지 희미해지던 새에 웃어버린 슬픈 게 있는지
붉은 확산이 가라앉은 저게 물고기같아 보였음 걔 뒤에 그린 쟤 뒤에도 태엽 하나 휘어져 있었을 수도 녹이 서리든 톱니바퀴에 못이 박히든 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꼭꼭 파내라 머리카락까지
연기로 묵인된 구름이 있듯 고장 난 열쇠가 빛을 발하듯
침전하는 그림자를 여과하고 싶다
죽은 심정을 푸른 감정을 전부 가져다 안아줘야지 이제는
몇천 피트 속 물에 젖어버린 낙원에 데려다
스러지는 정면도 있기는 하다고 환연히 비춰줘야지

 

 

*안녕하세요, 글을 좋아할 수 없을 만큼 바쁘게 시간이 흘러가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사이트 UI도 바뀌고 더욱 복작복작해지고 하니 여러모로 적응하기 힘들어졌네요…!ㅠㅠㅠ 띄어쓰기를 이용한 들여쓰기가 되지 않을까봐 특수기호를 복사해 띄워둡니다. 그래도 적용되지 않는다면… 각 연의 첫 행을 동요 인용, 변용의 의미에서 한 칸씩 띄웠고요 3연은 이질적인 느낌을 더하기 위해 모든 행을 한 칸씩 띄운 채로 전개를 시작했습니다. 이 점 감안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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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원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만납니다. 모두의 생활이 바쁘실 거라는 건 짐작할 수 있어요. 지치지 않고 지내시길 바라요. 시 이야기를 해봅시다. 일단 추상어나 한자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그것들을 찾아 바꾸는 퇴고 연습을 한번 해봅시다. 이 시의 지배적인 이미지를 흐리지 않는, 아주 구체적인 단어들로요. 한자어나 추상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오히려 말을 자유롭게 다루지 못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요. 어려운 이야기를 표현할 길이 없어 추상어로 떼운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거예요. 사실 색채어도 비슷한 느낌이지요. 푸르다, 붉다 등 색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주 구체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아요. 색에 기대어 구체적인 묘사를 등한시하는 경우도 생기거든요. 구체적인 배경을 설정하고 그 배경을 떠올리며…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