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점차 잊어버리네

잊어버릴 수 없는,
잊어버려선 안 되는,
당신의 이름을 날마다 오래된 만년필로 끄적인다.

哀悼
난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느낄 수도 없었던 작은 떨림까지. 위태로운 그 모습을 보며, 부정이 사무쳤다.
동공만이 흔들렸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난 그렇게, 그렇게 당신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당신은 내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마지막까지 내 이름만을 부르던 사람이었다.
당신이 눈을 감고, 나를 부르던 입술이 멈추자, 난 직시했다. 당신이, 날, 내 곁을, 떠났다는 걸.

절망의 꽃은 피었고, 눈물은 적색으로 변했다.

香煙
잊을 수 없는 香煙은 독하고, 지독했다. 탁한 연기는 금세 자리를 채웠고, 향이 탈 때마다 내 혈흔이 남겨졌다. 향연이 자욱한 그곳은,
그저 악독하기만 했다.
차갑고, 소름 끼치는 한기가 내 안을 억눌렀다. 타오르던 향이 끝을 보인 순간,
울부짖었다.

난 당신을 이렇게 보낼 순 없어요.


느릿하게 흘러간 시간은 꽤나 무서운 존재였다. 꽃이 여러 번 피고, 졌다. 코끝을 맴돌던 향연은 사라졌고, 흘렸던 혈흔은 흐려졌다. 당신과 함께 보낸 추억들이, 세월이 하나씩 잊히고 있다. 까먹지 않으려고, 잊지 않으려고 했는데. 허공에 그대의 이름을 부르다가, 천천히 아픔과 함께 당신이 무뎌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당신의 이름을 잊어버리네.



당신이 내게 준 은혜를 잊어선, 잊어버려선 안 된다.
당신을 새겨야 한다.
당신의 이름을 매만진다.

約束
약속할게요, 할머니.
당신의 이름을 잊지 않겠다고.
당신과 함께한 날을 기억하겠다고.
행복했던 우리를 추억하겠다고.

당신이 쓰던 만년필의 잉크 촉을 되살린다.
그리고,
당신의 이름을 쓴다.

結草報恩
난 당신의 이름을 되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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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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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현

안녕하세요, 기후님. 첫 만남 반갑습니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점점 잊게가는 아쉬움을 글로 담아주셨네요. 마지막까지 내 이름을 부르던 당신의 이름을 작자는 정작 잊고 있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습니다. 장례식에서 느낀 감정과 단상들을 시적인 문장으로 함축적으로 표현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할머니와 행복했던 에피소드를 조금 더 글에 담아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할머니와의 관계가 ‘행복했던 우리’로만 정리되다 보니 어떻게 행복했기에 은혜를 받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에 더해 할머니에게 결초보은 해야 한다고 표현하니 궁금증이 더 커졌습니다. 작자가 아는 이야기를 상황을 제한한 채 함축해 담아내면 작자만의 이야기로 끝나지만, 독자가 알 수 있도록 풀어서 그려내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할머니를 잊는 것에 대한 작자의…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