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심장이 뛴다 심장이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처음엔 두근두근이었다가 욱궁욱궁으로, 욱궁욱궁에서 다시

쿵쾅쿵쾅으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아무 운동도 하지 않았는데

달리기도 팔굽혀펴기도 앉았다일어서기도

턱걸이 윗몸일으키기 도움닫기 멀리뛰기도

줄넘기를 이천 개씩 알이 배기도록 한 적도

아무 장비 없이 산을 오르락내리락 한 적도

트램펄린에서 방방 뛴 적도 복싱을 땀 내리듯 한 적도 없고

태권도나 유도, 검도 합기도 쿵푸 태극권 같은 무술도 하지 않았고

친구들과 깔깔 웃으며 축구나 농구 혹은 야구나 정구를 한 적도 없으며

잠수를 해 숨을 오래 참은 적도 발을 헛디뎌 절벽에서 떨어진 적도 없고

사랑하는 연인과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번지점프를 하지도 않았고

홀로 방에 앉아 공포영화를 보고 깜짝 놀라거나 깊고 어두운 숲속에서 길을 잃어버려

정체 모를 폐가를 만나 무섭게 생긴 귀신을 목격하지도 않았고

꿈속에서 살인마가 쫓아와 하얗게 질린 채 죽기살기로 도망가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벤치 프레스, 데드 리프트, 라잉 트라이셉스 익스텐션 같은

외우기도 힘든 헬스 운동 같은 것도 하지 않았는데

심장이 뛴다, 심장이, 심장이 벌컥벌컥 뛰고 있다 천방지축

이쪽저쪽 사방으로 갈비뼈와 폐, 내장들을 가로지르며 제멋대로 뛰어다니고 있다

왜?

심장이 자리해 있는 왼쪽 가슴이 묻지만 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대답할 수가 없다

왜? 어째서? 도대체 왜?

심장의 주인은 분명 나 자신인데 나는 심장을 제어하지 못한다

곳곳에 피를 흩뿌리는 심장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콩팥을 쥐었다 펴고 슬개골을 탁탁 두드리고 혈관을 이로 물어뜯어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주인 없는 나를 견딜 수 없었는지

복부를 가위로 찢어 뚫고 나와 겅중겅중 도망 간다

이제 안심이다 마침내 심장 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마음 편히 안심한다 무념무상 세월 흐르는 것 모르고

팔굽혀펴기도 태권도도 공포영화도 없는 만사태평 태평천하 평화로운 세상에서

두 다리 쭉 펴고 근심걱정 몸 밖으로 날려버리고 쉴 수 있겠구나

눈꺼풀 닫은 문이 영원히 열리지 않게

놀랐던 가슴 진정시키고 구름 위에 눕는다

비바람도 천둥 번개도 뇌우도 용오름도 우박도 태풍도 폭풍도 없구나

이제 괜찮다, 다 괜찮다, 전부 괜찮아질 거야 곱씹지만

갈라진 뱃가죽에서 두근, 두근, 두근

심장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심장이, 심장이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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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안녕하세요, 모로님. 시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전 이 구절들이 나열되는 것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인지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시적 반전을 통한 새로운 인식도 발견하기 어렵고요. 일반적인 생각들을 제시하는 것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려면 그것들을 전복할 만한 사유가 덧대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 사유를 찾아내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