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빛 멜로디

자 저는 여기 있어요
여기 누워 언제 올지 모를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니, 앉아있는 게 좋을까요 어쩌면
서 있는 자세가 바람직할지 몰라요
자 이제 내게로 와요 향기로운 밤냄새 가득 풍기며
도시의 별빛 수놓은 캔버스로 나를 만나러 와요
먼지 날리는 해변에는 딱정벌레들이 다닥다닥 모여있고요
펼쳐놓은 파랑 파라솔에는 굶주린 나방들이 달려들어요
자 이쪽으로 오세요 은은한 향수 냄새 나는
키 큰 나무가 줄 지어 서있는 정원으로 오세요
장미 넝쿨의 가시를 피해 위태로운 신전 속으로
모래톱에 서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나에게
자 어서 달려와요 저는 여기 있어요
아픈 발과 굳은 몸을 당신의 혀로 어루만져줘요
주변의 꾀꼬리와 갈매기는 신경 쓰지 마세요
당장 내일 운석이 떨어진다 해도 상관없어요
우리 둘이라면 맹수의 눈초리도 두렵지 않을 거예요
자 아무 걱정 말아요 새벽마다 창밖을 바라보는 당신
무엇을 주저하고 있나요 바다 건너편 해 아래
산 너머 강 너머 드넓은 들판에 선인장이
꽃처럼 피어있는 사막과 허허벌판 메마른 오아시스에
북금곰이 얼음 그리며 울부짖는 악보 위에도
자 저는 여기 있어요 해가 지고 달도 지는 날
낮과 밤 별과 은하수가 눈을 감고 세상이 깊이 잠들면
당신과 나는 서로의 손을 휘저어 얼굴을 찾고
코스모스 선율이 울려퍼지는 테라스에 앉아 당신의
품에 내 품을 맡기고 내일이 오지 않기를 빌겠죠
자 그리 멀지 않아요 뾰족한 빌딩들이
밤을 뚫기 전에 광속행 특급열차를 타고
시간의 크레바스를 아슬아슬하게 건너
아담한 집 한 채 놓여있는 섬나라로 오세요
떨어지는 별에 맞지 않게 우산을 쓰셔야 해요
파도가 시도때도 없이 입 벌리고
강철 상어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면
어느새 울음 그친 하늘이 총총히 떠나가겠죠
자 저는 여기 있어요 아무데도 가지 않아요
1년이 지날 때마다 1킬로미터가 좁혀지고
1겁이 흐를 때마다 1광년이 줄어들 거예요
책상 위 책들은 하루가 다르게 쌓여가는데
당신은 언제 내 책장 한가운데에 꽂힐 수 있을까요?
당신을 만나는 날이면
나는 하나의 유성이 되어
책장의 모든 책을 떨구고는 미소 짓겠죠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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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모로님. 시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는 시예요. 구체적이고 다양한 이미지도 좋았어요. 다만 제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까요? ‘내 책장 한가운데에 꽂힐’ ‘당신’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써도 되어요. 이리로 계속 오라고 말하고 있지만 당신에 대해선 아직 가려진 것들이 많거든요. 제목이 추상적이고 감상적인데, 이를 고쳐 ‘당신’의 관한 힌트를 주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