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방족

명절날 어머니 아버지 손에 이끌려 우리 집 개는 키우고 싶어도 못 키워서 없고 친할머니 친할아버지가 있는 반지하방으로 가면
얼굴에 나는 돈밖에 모른다고 써있는 음식을 한가득 만들어놓고 냉장고에 처넣어 썩히기만 한다는 우리한테 일절 관심도 없고 고모 고모부 아들들만 사랑해주는 친할머니
벌써 일흔이 넘으신 할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은 우리가 떠날 때만 눈물 비치는 용돈도 대화도 주지 않는 표정이 한결같은 할아버지
위층에는 하루종일 드러누워 컴퓨터 책상과 일심동체가 된 말이 별로 없는 사촌 형 종수 반지하방에는 하루종일 잠옷만 입고 양치질을 왜 해? 하고 대답하는 이가 썩은 항문도 스스로 못 닦고 할머니가 닦아주는 살이 뒤룩뒤룩 찌다 못해 초고도비만이 되어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자기 먹을 것만 챙기고 자기 장난감만 가지고 노는 더러운 돼지새끼 사촌 동생 종희
한 명만 있어도 갑갑해 죽을 것만 같은 좁디 좁은 반지하방에 우리 가족 일곱 명과 할머니 할아버지 종수 종희 고모 고모부가 한집에 들어있으면 퀴퀴한 냄새와 할머니집 특유의 썩은내가 진동을 하고
커다랗고 딱딱해서 씹기도 힘든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은 밥에 들어있는 콩 냄새도 나고 너무 많이 만들어 쌓아놓은 용가리 전과 호박전 등등은 모두 식어서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밥을 먹고 나면 할 것 없이 빈둥거리다가 종희의 닌텐도를 빌려서 게임을 하고 할 게 없어 밖에 나갔다 밖에는 더 볼 게 없어 다시 돌아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종희의 괜한 시비에 짜증이나 영원할 것만 같은 무기력에 빠지고 밤이 어둡도록 심심하게 논다
밤이 깊어가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지치고 힘든 얼굴로 이부자리에 눕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따로따로 누워있는 모양이고 종수는 자기 방에서 무얼 하는지 쥐 죽은 듯 콧김 소리 하나 없이 있고 종희는 옆 방에서 코를 골며 만사태평하게 자기 혼자 우리가 사 온 만두를 다 집어 먹어 개운하고 만복감 가득한 표정으로 처자고 있고 형누나 동생들은 알아서들 잘 자고 있고 나는 낯설고 냄새나는 베개에 목을 벤 채 말똥말똥 깨어있다 아무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만다 지상에서 햇빛이 살그머니 들어올 때쯤이면 이 반지하방을 떠나야 될 때가 되었다는 뜻이겠지

kakao

2
댓글남기기

로그인 후 사용해주세요.
2 Comment threads
0 Thread replies
0 Followers
 
Most reacted comment
Hottest comment thread
2 Comment authors
권민경

모로님. 다시 만납니다. 이 시도 재미는 있었어요. 살아 있는 표현, 생활에서 오는 표현들이 좋았거든요. 백석의 시도 잘 패러디된 것 같은데, 너무 문장을 똑같이 쓴 부분이 있어서 마음에 걸리네요. 모로님이 쓴 글 중간 중간에 백석의 구절을 차용하는 것은 괜찮을지 모르나, 너무 유사하여 문제가 되려나요. 그런데 추석에 용가리 전을 하시나요? 굉장히 특이하네요. 그것도 할머니집인데…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인데 실제 상황인지 궁금하군요. 패러디를 하더라도 형식만 따라해 보시고 문구를 그대로 쓰는 건 지양해봅시다. 그리고 언제나 원전이 어디인지 꼭 밝히시고요. 그럼 다음 시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