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고기 .셰리.

날 죽게 내버려 두지 말고
죽게, 죽게
아.
이런 거라면 왜 삶이란 게 있는지-

엎어진 로션 병
끌어올려 진 흘러내리는 하얀 미끌거리는
와장창.
그놈의 우리 가족 떡밥은 왜 자꾸 불타오르는지
화재경보기는 미동도 없고
좀 울려보라고 쾅쾅쾅쾅쾅쾅쾅쾅
알아 알아
그래서 나도 이젠 취미를 가져보려고
따로 그림을 그린다든가 게임이라던가
그런 너는 어떤데 .셰리.
다시 죽고 살아나며 지나갔던 고등학교 시절을 지금 공부하고 있어?
오, 너무 그런 표정을 지어 보이진 말아줘
그런데 그 표정이 뭐였더라
냠.
용돈이나 주라

흘러내린 로션은
손을 타고 끌어올려져
내 입으로 타고 넘겨진다
발화점을 넘지 않고 싶어
그런 너는 어땠을까 .셰리.
산소를 차단시켜
불을 끄기 위해 더 많은 기름을 둘러
로션의 정의는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는 기름
행복은 허무맹랑하니까
그저 펜 위에서 불타듯 웃는 표정 182의 웃음만으로
에이, 그런 표정 지어 보이지 말고
A. 단순한 에이로 충분하니까

몇 년 만에 읽어보는 사전 속 정의라는 게
얼마나 허무하고 자주 바뀌는 일인지
사전의 정의 .셰리.
네 표정의 정의도 사전에 포함시켜줘
입술 34 눈 23
주름 829 입꼬리 3.62
마음이 조합된 너의 표정은
언젠가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제 전부를 걸고도 지켜내야 할 것 같아서
다음에 갈 때는 네가 좋아하던 크림빵을 사 가야 할까
그런데 도착해봐도 보는 얼굴의 반분 이상은 잠자는 67번의 얼굴인걸
도대체 뭘 사가야 할까
다음번엔 제 얼굴을 사가야겠네요
방긋 웃는 얼굴로

오, 셰리.
그런 표정을 지어 보이지 말아줘
로션이라도 발라줄까?
아니면 다른 게 필요할까?
아.
너의 그런 표정을 보면서
삶이란 건 대체 왜 있는 건지
.셰리.
담배나 사줘
이미 지쳤으니까
갈아입을 표정이나 사갈게
예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그 살점 뒤편은 보지 않도록 노력할 테니까
오, 셰리
되도록이면 빨리 갈아입고 나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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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안녕하세요, 자유홍님. 시 잘 읽었습니다. 처음부터 감정이 과도하게 제시되고 있네요. “이런 거라면 왜 삶이란 게 있는지”는 시 쓰기 전에 품고 있어야 할 사유의 바탕일 것입니다. 즉 이에 대한 대답은 시를 통해 형상화함으로써 이루어져야 할 것이지 날것 그대로 토로될 것은 아니라고 봐요. 그런 점에서 전 2연부터 시작해도 충분할 것 같아요. 자유홍님의 시의 특징이 적나라한 감정 표현이라고 할 수 있어서 그것이 특화된다면 분명 의미 있을 거라고 봅니다. 다만 그 감정이 소설로 치면 전지적 작가 시점처럼 혹은 편집자적 논평처럼 드러난다는 것이 문제처럼 보여요. 그것을 은폐함으로써 부각시킬 수 있는 기법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2연의 4행에서 “그놈의”가 정말 꼭 그 자리에서 필요한가… 더보기 »